“하면 그대들에게 명예 남작의 작위를 주겠네.”
“칼무스 공작 각하!”
칼무스 공작의 발언에 부카쿠 백작이 더 놀라 펄쩍 뛰었다.
명예 작위는 나라에 큰 공을 세운 외부인에게 주는 것으로.
일종의 명예직이다.
그렇기에 의무는 없다.
하지만 무란 왕국과 타국에서 무란 왕국의 귀족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의무는 없고 권리만 있는 작위인 것이다.
또 타국에서 명예 작위를 가진 이가 사고를 치면?
일정 부분 무란 왕국에도 책임이라는 게 생긴다.
주는 입장에서 득은 없고 실만 큰 게 바로 명예 작위다.
“저들이 큰 공을 세운 것은 사실이지만 너무 과한 것이 아닐지.”
부카쿠 백작의 입장에서도 강현수 일행이 세운 공은 결코 작지 않다.
하지만 명예 작위를 수여해 줄 정도는 아니었다.
“과한 것이라니? 저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바란을 잃었을 것이네. 바란은 바로 자네의 영지가 아닌가?”
칼무스 공작의 질책에 부카쿠 백작이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어떤가? 이 정도면 받아 주겠는가?”
강현수의 입장에서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작위이기는 했지만.
‘이것까지 거절하는 건 좀 그렇지.’
그리고 명예 작위라고 해도 일단 귀족 작위가 있으면 은근히 써먹을 일이 많았다.
결정적으로.
‘의무는 없으니까.’
강현수가 손해 볼 일은 없었다.
“받아들이겠습니다.”
“하하하, 고맙네.”
칼무스 공작이 커다란 웃음을 터트리며 크게 기뻐했다.
누가 보면 강현수가 칼무스 공작에서 선물을 받은 게 아니라 준 걸로 오해할 정도였다.
“자네들은 어떤가?”
“받아들이겠습니다.”
“받아들이겠습니다.”
강현수가 수락했으니 송하나와 투황이 거절할 리 없었다.
“그리고 이것도 받게.”
칼무스 공작이 자신이 차고 있던 반지 세 개를 빼서 강현수, 송하나, 투황에게 하나씩 나눠 주었다.
‘SSS랭크 아이템.’
강현수의 눈이 번쩍였다.
무란 왕국 최고의 플레이어라서 그런지 통도 컸고 차고 다니는 아이템의 가치도 상당히 높았다.
‘야수의 심장이라.’
강현수는 바로 받은 SSS랭크 아이템 야수의 심장 정보를 확인했다.
[야수의 심장 – SSS랭크]
-체력 스텟이 200% 증가합니다.
SSS랭크치고는 옵션이 엄청나게 심플했다.
하지만 심플한 만큼.
‘효과 하나는 죽이네.’
체력 스텟이 무려 200%나 증가한다.
말 그대로 야수의 심장을 가지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왜 줬는지 알겠네.’
현재 칼무스 공작에게 야수의 심장은 별다른 쓸모가 없는 아이템이다.
‘기본 체력 자체가 탄탄할 테니 3일 밤낮을 쉼 없이 싸우는 초장기전이 아니고서야 큰 쓸모가 없어.’
용종 몬스터들이 쉼 없이 공격을 가해 왔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일종의 소강상태.
거기다 남은 수명이 이틀이 조금 넘게 남은 칼무스 공작의 입장에서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SSS랭크라는 아이템의 가치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특히 탱커에게는 생명 줄 같은 아이템.
돈으로 그 가치를 환산하기 힘든 보물이다.
결정적으로.
‘쓸모없어지면 탐식의 검에게 먹이로 던져 주면 그만이야.’
지금 당장은 랭크가 달려서 못 먹지만.
같은 SSS랭크가 되기만 하면 순식간에 먹어 치울 수 있다.
-뭐 받았어?
강현수가 심령을 통해 송하나와 투황에게 물었다.
-S랭크 반지를 받았어. 마검사한테 좋은 옵션이 붙어 있어.
-S랭크 반지를 받았다. 공격력과 방어력 상승 옵션이 붙어있어서 나한테 딱 맞는다.
‘나한테만 SSS랭크를 준 거였네?’
다 SSS랭크 아이템을 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뭐, 그럴 수 있지.’
강현수는 외형적으로 셋 중에 가장 어려 보였다.
그건 앞으로의 성장 포텐이 가장 커 보인다는 뜻이기도 했다.
또 강현수는 은연중 셋의 리더 역할을 했다.
강현수가 거절하면 송하나와 투황도 거절하고.
강현수가 수락하니 송하나와 투황도 수락했다.
그러니 당연히 강현수에게 주는 선물 보따리가 두툼해질 수밖에 없었다.
‘사실 SSS랭크 아이템이 그렇게 흔한 것도 아니고.’
아무리 칼무스 공작이라고 해도 SSS랭크 반지를 세 개나 끼고 다니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이제부터 그대들은 자랑스러운 대무란 왕국인이네. 부디 앞으로 그에 걸맞은 행동을 보여 주기 바라네.”
명예 작위를 줘 놓고.
‘은근히 국적을 바꿔 버렸어.’
정확히 말하면 강현수는 이중국적을 갖게 된 셈이다.
강현수의 신분을 증명하는 인장에 로크토 제국의 자유민이자 무란 왕국의 명예 남작이라고 기록될 테니까.
‘사실 명예 작위는 외국인한테 주는 거라 무란 왕국인이라고 하기는 좀 그런데.’
그렇다고 명예 작위까지 받았는데 무란 왕국인이 아니라고 반박하기에도 애매했다.
‘뭐, 좋은 게 좋은 거니까.’
SSS랭크 반지까지 준 상태니 좋게 좋게 넘어가기로 했다.
또 강현수는 칼무스 공작이 자신에게 왜 이렇게 후한 대접을 해 주는지 알고 있었다.
‘나를 로크토 제국에 빼앗기기 싫겠지.’
로크토 제국이 무란 왕국의 종주국이라고는 하지만.
엄연히 별개의 국가다.
특히 지금처럼 마왕군의 대대적인 침공이 있을 때는.
‘자국의 이익이 최우선이지.’
아마 한참 전에 도착했어야 할 로크토 제국을 비롯한 그 제후국들의 지원군이 아직까지 도착하지 않는 이유 역시.
‘정치적인 이유가 포함되어 있겠지.’
로크토 제국에는 마왕의 하수인인 그놈이 있다.
결정적으로.
‘피해가 너무 줄어들었어.’
회귀 전에는 로크토 제국과 그 제후국들이 전력을 다해 겨우 막았던 용종 몬스터 군단의 진군을.
‘무란 왕국 혼자 막아 냈어.’
그 때문에 로크토 제국을 비롯한 그 제후국들은 이번 사태를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그게 아니면 무란 왕국에게 뭐라도 뜯어내려는 생각일 수도 있고.’
정치적인 문제는 현재 강현수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무란 왕실이 잘 해결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어.’
그나마 다행이라면.
‘그렇게 무능한 놈들은 아니었단 말이지.’
무란 왕실은 회귀 전 마룡 카라스와 용종 몬스터 군단에 의해 국토의 절반이 불타는 와중에도 최대한 정치적 역량을 발휘해 최단 시간 안에 지원군을 불러들였다.
로크토 제국의 황제도 무능한 인물이 아니었기에 최대한 빨리 지원군을 편성했다.
마룡 카라스와 용종 몬스터 군단을 토벌한 후에도 무란 왕실의 정치적 역량은 그 빛을 발했다.
외교를 통해 로크토 제국을 비롯한 그 제후국들에게 상당히 많은 지원을 얻어 낸 것이다.
‘뭐, 알아서 하겠지.’
그건 강현수가 신경 쓸 일이 아니었다.
강현수는 최선을 다했고.
그로 인해 무란 왕국이 입을 피해를 최대한 경감시켰다.
그 경감시킨 부분을 유지하느냐 마느냐는.
강현수가 아니라.
‘무란 왕국이 해결해야 할 문제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당사자는 강현수가 아니라 무란 왕국이었다.
* * *
무란 왕국은 하루가 채 지나기 전.
로크토 제국과 그 제후국들의 병력 지원을 이끌어 냈다.
탄탄했던 무란 왕국의 국고가 텅 비어 버릴 정도의 큰 지출을 하기는 했지만.
나라가 망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역시 무능하지는 않네.’
슬슬 마룡 카라스가 다시 공격을 가해 올 시점이다.
‘잘하면 바란에서 끝장을 볼 수 있겠어.’
그렇게 되면?
회귀 전과 비교해 인류 전체가 입은 피해가 획기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부수적으로 나도 강해질 수 있고.’
로크토 제국과 그 제후국들에서 모여든 강자들.
마룡 카라스와 용종 몬스터 군단.
이 두 집단이 격돌하면?
많은 이들이 죽을 것이다.
회귀 전에는 그저 죽어 사라질 뿐이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마룡 카라스를 시작으로 수많은 네임드 플레이어들이 강현수의 소환수로 되살아나 인류를 위해 싸우게 될 것이다.
‘그러려면 스텟을 많이 모아 둬야지.’
용종 몬스터 군단이 있으니 레벨 업에는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다크 나이트에 대한 관심이 많아.’
강현수가 도왕을 통해 경고한 덕에 무란 왕국은 큰 위기를 넘겼다.
그 결과 도왕을 비롯한 소환수들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다.
다크 나이트는 이미 정식 명칭이 되었고.
무란 왕국뿐 아니라 지원을 온 로크토 제국과 그 제후국들은 다크 나이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뭐, 탐날 만하긴 하지.’
미래 예지.
몬스터 교란.
다수의 네임드 플레이어와 랭커급 강자.
‘아마 어떻게든 자국으로 편입시키고 싶겠지.’
그리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통제하고 싶을 것이다.
‘소환수들의 정체가 밝혀지는 일은 없다.’
왜?
강현수는 전면에 나설 생각이 없었으니까.
‘나쁜 일은 아니야.’
이번 일로 다크 나이트는 상당히 유명한 비밀 조직이 되었다.
그 말은?
‘다음부터는 경고가 비교적 수월해진다는 말이지.’
마룡 카라스와 용종 몬스터 군단 같은 마왕군의 침공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벌어진다.
다크 나이트의 이름으로 계속해서 경고를 하고 그 피해를 줄여 준다면?
‘상당히 큰 명성을 얻겠지.’
그렇게 되면?
‘마왕군의 침공을 막는 게 월등히 수월해질 거야.’
마왕의 하수인들을 사냥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명성은 양면성이 있다.
때로는 큰 힘이 되지만 어쩔 때는 큰 족쇄가 되기도 한다.
‘정체만 드러내지 않으면 그만이야.’
그럼 리스크 없이 이득만 취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전에.
캬우우우웅!
‘저놈들부터 막아 내야겠지.’
숫자가 좀 줄어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4만에 가까운 용종 몬스터 군단이 남아 있었다.
‘차근차근 각개격파 하는 게 좋겠지.’
도왕을 보내 의견을 조율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 * *
“저게 마룡인가?”
“확실히 강하기는 하군.”
로크토 제국에서 파견을 나온 네임드 플레이어 권황과 무존이 마룡 카라스를 주시했다.
이 두 사람은 무란 왕국에 지원을 온 플레이어들 중 최고의 실력자들이었다.
“마력만 높은 허풍선이일 뿐이야. 칼무스 공작이 자국의 플레이어들을 이끌고 몰아냈을 정도지 않은가?”
“그건 그렇지.”
권황과 무존은 무란의 수호성 칼무스 공작을 자신들과 동급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참 낮게 봤다.
사실 당연한 일이기는 했다.
자국에서는 무란의 수호성이라고 불리지만 타국에서는 무란의 수호자로 불리는 칼무스 공작.
아틀란티스 차원 전역을 통틀어 권황과 무존이라 불리는 두 사람.
당연히 격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두 사람은 칼무스 공작과는 그 격이 다른 강자였다.
물론 칼무스 공작이 필사의 거래라는 스킬을 사용해 수명을 깎고 스텟과 스킬 랭크를 올렸다는 말을 듣기는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결국 왕급에 불과한 자일 뿐이지.’
‘마룡이라. 도대체 어떤 아이템을 줄까?’
권황과 무존은 칼무스 공작의 실력을 그다지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오히려 잿밥에 관심이 더 많았다.
무란 왕실로부터 막대한 보상을 받기는 했지만.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는가?
더군다나 마룡을 잡으면?
EX랭크나 SSS랭크 아이템 여러 개가 떨어질 확률이 높았다.
회의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회의에 그간 두문불출하던 다크 나이트의 대표가 참가했다.
‘다크 나이트니 어쩌니 하더니.’
‘오히려 칼무스 공작보다 수준이 떨어지잖아.’
권황과 무존은 다크 나이트를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로크토 제국 황실에서 포섭하라는 지시가 내려오기는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아랫것들이 할 일이었지.
황과 존의 칭호를 가진 네임드 플레이어인 그들의 임무가 아니었다.
회의는 대도시 바란을 수비하며 최대한 안정적으로 용종 몬스터 군단의 숫자를 줄여 나가자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때 권황 차르토샤 대공이 입을 열었다.
권황과 무존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