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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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임명 (3)

“좋아.”

“생각 좀 해 볼게.”

송하나와 투황의 대답이 엇갈렸다.

송하나는 속 시원하게 콜을 외쳤고.

투황은 보류했다.

“야! 네가 그렇게 말하면 내가 뭐가 되냐?”

투황이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송하나에게 외쳤다.

“더 강해질 수 있는 길이잖아. 그리고 넌 모르겠지만 난 어차피 앞으로도 현수랑 계속 함께할 생각이었어.”

송하나에게 있어서 강현수는 생명의 은인이다.

그뿐 아니라 자신을 지금의 경지까지 성장시켜 준 스승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만큼 송하나는 강현수와 떨어질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솔직히 겁도 났다.

무력적으로는 많이 강해졌지만.

그게 전부였다.

송하나에게 아틀란티스 차원은 아직 낯선 곳이었다.

지금까지는 강현수와 함께 움직였기에 두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강현수와 헤어진다면?

송하나의 처지는 길 잃은 어린아이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강현수는 송하나가 이 낯선 아틀란티스 차원에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유일무이한 존재였다.

강현수가 없었다면?

절대 지금까지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앞으로도 마찬가지였다.

송하나에게 있어 강현수가 없는 아틀란티스의 삶은.

상상조차 하기 싫은 악몽이었다.

그렇기에 송하나는 이런 강현수의 제안이 오히려 기뻤다.

지휘관 임명이라는 스킬이 강현수와 자신을 더 단단하게 이어 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도 현수랑 계속 함께할 거거든! 그래도 좀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해야지.”

“그래,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하는 게 나아. 한번 스킬을 받아들이면 취소할 수 없거든.”

강현수가 투황의 말에 힘을 실어 주었다.

물론 진심은 아니었다.

강현수는 튜토리얼부터 송하나와 함께했다.

그리고 송하나가 자신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투황의 존재가 송하나에게 약간의 의지가 되어 주기는 하겠지만.

투황은 아틀란티스 차원의 원주민.

지구로의 귀환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지도 않았고.

공유할 수 있는 아픔이 있지도 않았다.

또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버틴 기억도 없었다.

송하나에게 있어서 투황은 결코 강현수의 대체재가 될 수 없었다.

“난 이미 결심했어. 지금 바로 해 줘.”

설명은 모두 들었다.

그리고 결정을 했다.

“알았어.”

강현수가 송하나를 대상으로 지휘관 임명 스킬을 사용했다.

[플레이어 강현수가 지휘관 임명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송하나는 망설임 없이 예를 선택했다.

화아악!

[중대장으로 임명되셨습니다.]

[모든 스텟이 10% 증가합니다.]

환한 빛무리가 송하나의 몸을 뒤덮었다.

그와 함께 스텟이 상승한 게 느껴졌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연결되어 있어.’

스킬을 시전받은 후.

송하나는 강현수와 자신 사이를 이어 주는 무형의 끈이 생겼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어때?

머릿속으로 강현수의 음성이 들려왔다.

-좋아.

송하나도 입이 아니라 의지로 대답했다.

-이거 거리 제한 같은 건 없는 거야?

-내가 알기로는.

강현수는 소환수들과 심령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소환수는 강현수가 내린 명령만 수행할 뿐.

강현수에게 의지를 전달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소환수들은 이지가 없으니까.’

그저 생전에 바탕이 되었던 몬스터나 플레이어의 잔존 기억을 바탕으로 강현수의 명령에 따라 전투를 펼칠 뿐.

‘하지만 송하나는 다르지.’

마력으로 이루어진 인형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이니까 말이다.

“둘 다 왜 아무 말이 없어? 뭐가 잘못된 거야?”

투황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잘못된 건 없어. 그냥 의지로 대화를 나눴을 뿐이야.”

송하나의 말에 투황이 ‘그게 뭔 헛소리야?’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니까 어떻게 된 거냐면…….”

송하나가 투황에게 지휘관 임명 스킬을 받고 얻게 된 것들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대단하기는 하네.”

스텟이 10%나 상승했다.

지휘관 임명 스킬의 랭크가 오르면?

지휘관의 계급을 올릴 수 있는데, 그럼 스텟이 추가로 상승한다고 한다.

거기다 지휘관의 축복이라는 스킬을 받으면?

스텟이 추가로 5% 상승한다고 한다.

총 15%.

거기다 지휘관 임명이나 지휘관의 축복 같은 스킬의 랭크가 오르면?

추가로 5%씩 총 10% 모든 스텟이 증가한다.

“완전 사기네.”

고작 C랭크, E랭크 스킬이다.

두 스킬이 EX랭크가 되면?

모든 스텟이 각각 45%씩 총 90%가 올라간다.

거의 두 배 가까이 강해지는 것이다.

“그 직업 대체 뭐야? 어떻게 그런 사기 스킬을 두 개나 보유하고 있는 거야?”

투황이 황당하다는 듯 물었다.

‘사기이기는 하지만 원래는 페널티가 어마어마하지.’

일인대대의 주력 스킬은 마력이 아니라 스텟을 기반으로 한다.

대대 구성도 지휘관의 축복도 지휘관 임명도.

또한 스킬 랭크가 상승할수록 소모되는 스텟의 양도 증가한다.

회귀 전 일인군단이라 불렸던 플레이어의 레벨은 아틀란티스 차원 전역을 통틀어도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높았다.

하나 그 개인의 전투력은.

‘사실상 갓 각성한

라고 봐도 무방했지.’

왜?

모든 스텟을 소환수들에게 투자해야 했으니까.

‘강했지만. 약점이 너무 컸어.’

그랬기에 너무도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다.

그나마 그가 가진 특별한 고유 스킬이 있었기에.

소환수를 3천 기나 보유하고.

‘일인군단이라는 칭호도 얻은 거지.’

그 특별한 고유 스킬이 없었다면?

‘네임드 플레이어가 되지 못했을지도 몰라.’

그만큼 일인대대라는 직업이 가지고 있는 페널티가 크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강현수는 달랐다.

레플리카 스킬로 인해 일인대대라는 직업이 주는 단점을 완벽하게 틀어막을 수 있었으니까.

“아쉬우면 너도 지휘관 임명 스킬을 받든지.”

송하나가 투황을 놀리듯 말했다.

“끄응.”

투황이 두 눈을 감고 고심했다.

‘내 목표를 이루는 데 분명히 큰 도움이 될 거야.’

지휘관이 되면?

이점이 상당히 많다.

스텟이 증가하는 것도 증가하는 거지만.

강현수가 가진 다른 스킬들도 적용받을 수 있게 된다.

대대 구성으로 불사의 존재가 되고.

대대 소환으로 제한적이지만 공간 이동도 가능해진다.

‘지금 당장은 이게 끝이지만.’

강현수가 성장함에 따라 얻는 직업 스킬이 늘어나면?

그게 고스란히 자신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투황은 토인족에 대한 편견을 깨부수겠다는 목표도 가지고 있었다.

지휘관 임명 스킬을 받으면?

그 목표를 좀 더 빨리 이룰 수 있다.

“단점은 아까 말한 게 다야?”

“그래.”

투황의 물음에 강현수가 즉답했다.

가장 큰 단점은 단 두 가지.

첫 번째 단점은 한번 임명되면 죽기 전까지 철회할 수 없다는 점.

죽더라도 강현수가 대대 구성 스킬을 통해 부활시켜 줄 수 있으니.

사실상 남은 삶이 강현수에게 영원히 종속된다.

두 번째 단점은 강현수가 죽으면 자신도 함께 죽는다는 점.

말 그대로 생사를 함께하는 사이가 된다.

아니,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자신의 생이 강현수에게 종속되는 결과가 된다.

‘저년은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든 거야?’

이런 커다란 페널티를 알고도 단박에 승낙한 송하나가 제정신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물론 투황도 강현수를 믿고 있다.

강현수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렇게 빨리 강해지지 못했을 것이다.

또 애병인 야수왕의 장갑도 손에 넣지 못했으리라.

결정적으로.

강현수를 만나지 못했다면 투황은 아직도 헛된 희망을 버리지 못한 채 무란 왕국의 정규군에 입대하기 위해 뻘짓을 하고 있었으리라.

하지만 그 모든 걸 감안해도.

자신의 생과 사를 온전히 강현수에게 맡긴다는 건.

절대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일이었다.

“좀 더 고민해 봐도 괜찮아.”

강현수의 말에 투황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페널티만 들으면 단박에 거절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러나 단번에 모든 스텟이 15%나 증가한다는 달콤함이 투황의 발목을 잡았다.

강현수가 두 스킬의 랭크를 EX로 만들면?

총 90%의 스텟이 증가한다.

투황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강해질 자신이 있었다.

하나 강현수의 지휘관 임명 스킬을 받으면?

‘더 강해질 수 있어.’

자신의 노력으로 얻은 강함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오히려 플러스알파가 되는 것이다.

그 플러스알파를 얻으면?

투황은 더 강해진다.

그럼 좀 더 상위 레벨의 몬스터를 보다 손쉽게 잡을 수 있다.

그 말은 노력으로 인해 강해지는 속도 역시 증가한다는 점이다.

빠르게 강해지면?

투황의 목표도 더 빠르게 이룰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늦으면 자리가 없을 수도 있어.”

강현수가 현재 지휘관으로 임명할 수 있는 중대장의 숫자는 고작 네 명.

소대장 자리는 12개나 남아 있지만.

중대장은 총스텟이 10% 증가하고 소대장은 총스텟이 5% 증가한다.

또한 스킬의 랭크가 오르면 오를수록 이 차이는 더욱더 극심해질 것이다.

‘남은 자리는 두 개.’

그렇지만 중화길드와 카발길드의 싸움이 격화되면?

검귀같이 네임드 플레이어나 랭커 중 전사하는 이들이 수시로 발생할 것이다.

‘그럼 남은 자리 두 개는 금방 차 버리겠지.’

투황이 헛웃음을 흘렸다.

“좋아, 받아들이지.”

투황이 결정을 내렸다.

“너무 성급한 거 아니야?”

송하나의 결정을 보고 펄쩍 뛰었던 게 조금 전이다.

한데 곧바로 결정을 내렸다.

“나도 바보는 아니야. 네가 그 제한을 다른 이들에게 한다면 어떤 결과가 벌어질지도 잘 알고 있고.”

네임드 플레이어나 랭커에게 이런 제안을 한다면?

‘대다수는 받아들이겠지.’

강현수에게 삶이 종속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강현수의 명령에 따르는 꼭두각시가 되는 건 아니다.

그 정도 힘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라면?

‘강현수와 손을 잡겠지.’

오히려 강현수가 더 빠르게 강해질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할 것이다.

강현수가 강해져야 자신들도 강해질 수 있고.

강현수가 목숨을 보존해야 자신들도 생을 보존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분명 제약을 걸 것이다.

‘통제하려고 하겠지.’

손을 잡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주도권은 자신들이 쥐려고 할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버프를 주는 살아 있는 토템 신세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위험이 있으니.

‘나한테까지 기회가 온 거겠지.’

강현수는 누군가에게 종속되거나 끌려다닐 인물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힘을 이용해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하려 할 것이다.

그렇기에 네임드 플레이어가 아니라 자신과 송하나에게 이런 제안을 한 것이리라.

만약 자신이 이 제안을 거절한다고 해도.

강현수에게는 손해가 없다.

오히려 이득일 수도 있었다.

강현수로서는 네임드 플레이어나 랭커를 소환수로 만들어 지휘관으로 임명하면 그만이니까.

오히려 현재 강현수가 고작 400레벨대에 불과한 자신에게 이런 제안을 한 것 자체가 엄청난 모험이었다.

가장 중요한 비밀을 밝힌 것도 모자라.

고작 두 개밖에 남지 않은 자리를 네임드 플레이어를 바탕으로 만든 소환수 대신 자신의 미래에 투자하겠다고 결정한 것이니까.

그리고 결정적으로.

“난 널 믿는다.”

투황은 강현수를 믿었다.

함께한 시간이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오랜 시간 홀로 외롭게 살아온 투황에게 있어.

강현수는 그 누구보다도 가까운, 믿을 수 있는 동료였다.

“고맙다.”

강현수가 미소를 지으며 투황에게 지휘관 임명 스킬을 시전했다.

[플레이어 강현수가 지휘관 임명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투황이 예를 선택했다.

화아악!

[중대장으로 임명되셨습니다.]

[모든 스텟이 10% 증가합니다.]

“오호.”

모든 스텟이 증폭된 게 실감 났다.

고작 10%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투황 같은 이에게는 무려 10%였다.

스텟이 10% 올랐다고 해서 실질적인 전투력이 10%만 강해진 게 아니다.

투황의 전투 센스라면 그 10%를 활용해 전투력을 그 이상으로 증폭시키는 게 가능했다.

“스킬 쿨타임이 지나면 지휘관의 축복 스킬도 시전해 줄게.”

강현수의 말을 들은 투황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고작 10%의 스텟 증가로도 이 정도 충만감을 느끼는데.

‘이게 고작 시작이란 말이지.’

강현수의 스킬 랭크가 오름에 따라 증폭도가 올라간다.

‘이 정도면?’

토인족의 편견을 깨는 수준이 아니라.

수인족 역사상 그 누구도 오른 적 없는 최강자의 자리에 오르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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