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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왕의 장갑 (2)

[야수왕의 장갑 – B랭크]

-직접 타격 시 일정 확률로 모든 스텟을 1% 증가시킨다.

-직접 타격 시 일정 확률로 물리 저항력과 스킬 저항력을 1% 증가시킨다.

-스텟 및 저항력은 최대 20%까지 증가한다.

‘심플하네.’

직접 타격 옵션이 붙어 있는 걸 보니 권사 전용으로 보였다.

‘어, 잠깐?’

옵션에 집중했던 강현수가 장갑의 이름으로 시선을 옮겼다.

‘야수왕의 장갑?’

회귀 전 투황의 마스코트 같았던 아이템의 이름과 동일했다.

‘이게 여기서 팔던 거였어? 그런데 왜 이렇게 옵션이 빈약하지?’

강현수가 아는 회귀 전 투황이 사용하던 야수왕의 장갑은 단순히 스텟과 저항력을 최대 20% 증가시켜 주는 아이템이 아니었다.

‘스텟과 저항력을 최대 45%까지 상승시켜 주는 사기템이었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쿨타임이 한 달 정도로 길기는 했지만 10초 동안 물리 저항력과 스킬 저항력을 1만% 증가시켜 주는 사기템이기도 했다.

‘사실상 10초 무적이었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타격 시 옵션 발동이라는 조건 때문에 권사밖에 사용할 수 없다는 것 정도?

권사인 투황의 입장에서는 최고의 아이템이나 마찬가지였다.

‘값도 싸네.’

일반적인 B랭크 아이템의 1.5배 정도 되는 가격.

‘판매자는 야수왕의 장갑이 성장형 아이템인 걸 모르고 있어.’

야수왕의 장갑은 수호의 반지처럼 EX랭크까지 성장이 가능한 아이템이다.

그걸 고려하면 저 정도 가격은 헐값이나 마찬가지였다.

하나 그 사실을 모르는 이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옵션이 좋기는 하지만 살짝 비싼 감이 있지.’

주류인 검, 도, 창 같은 무기도 아닌 비주류인 권사 전용 무기.

그런 주제에 가격은 일반적인 B랭크 아이템의 1.5배.

‘환금성이 너무 안 좋아.’

같은 옵션이 검, 창, 도에 붙어 있었다면?

금방 팔렸을 것이다.

적당히 사용하다 A랭크 무기로 넘어갈 때 판매하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권사 전용 무기는 사용하는 사람이 너무 적어.’

성장 아이템이 아니었다면, 아마 A랭크 무기로 넘어갈 때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 판매하거나 무기점에 헐값에 넘겨야 할 터였다.

‘이게 비주류 무기를 사용하는 이들의 설움이지.’

하나 투황의 입장에서는 다행이었다.

그 덕에 아직까지 야수왕의 장갑이 팔려 나가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왜? 너무 비싸?”

투황이 조심스럽게 강현수에게 물었다.

자랑스럽게 ‘이거다!’라고 외쳤는데 강현수가 말없이 가격표만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 가격이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사죠.”

강현수가 야수왕의 장갑을 집어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야수왕의 장갑은 옵션 발동 조건만 아니면 강현수가 직접 사용하고 싶을 정도로 탐나는 아이템이었다.

그런 아이템이라면 파티원인 투황이 사용하는 게 나았다.

‘애초에 투황의 물건이었기도 하고.’

강현수가 계산대에서 야수왕의 장갑을 구매한 뒤 투황에게 넘겼다.

“잘 쓰세요.”

“응! 고마워! 장갑값은 내가 꼭 갚을게!”

“천천히 갚으세요, 천천히.”

투황의 말에 강현수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를 강조했다.

“나도 골랐어!”

잠시 후 송하나가 장검 한 자루를 들고 왔다.

‘마검사 전용이네.’

마법 계열 스킬 공격력 증가와 물리 계열 스킬 공격력 증가 옵션이 둘 다 붙어 있는 검이었다.

“당분간만 사용해.”

송하나에게 줄 만한 아이템 하나를 눈독 들이고 있었다.

‘던전에 있어서 당장 얻을 수는 없지만.’

레벨을 네임드 플레이어 수준으로 올리고 치료 계열 스킬을 습득하면?

던전을 공략해 송하나에게 딱 맞는 무기를 선물해 줄 수 있을 터였다.

“넌 안 사?”

투황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살 겁니다. 하지만 전 질보다 양을 선호하거든요.”

강현수가 쓸데없는 옵션이 붙어 가격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B랭크와 C랭크 무기들을 대량으로 구매했다.

탐식의 검에게 먹이로 던져 주기 위해서였다.

‘탐식의 검은 먹잇감의 옵션보다는 등급이 중요하니까.’

반대로 수호의 반지를 성장시킬 방어형 스킬북을 구매할 때는 옵션을 꼼꼼히 살펴봐야 했다.

‘수호의 반지는 양보다 질이 중요하지.’

강현수는 무기점을 나와 스킬북 판매점까지 들러 방어형 스킬북까지 구매했다.

그 결과.

‘반 토막 났네.’

강현수의 보유 자금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앞으로 벌면 그만이지.’

그나마 야밤에 투황과 함께 습격당했을 때 얻은 아이템들을 처분한 덕에 자금 소모가 덜했다.

그것마저 없었다면?

절반 이상의 자금을 소모했으리라.

‘내일부터 다시 사냥이다.’

부지런히 몬스터를 잡아 소환수를 늘리고 스킬 랭크도 올리고 스텟도 올려야 했다.

아, 물론 돈도 벌고 말이다.

* * *

강현수가 밤늦게 홀로 여관을 빠져나왔다.

‘그놈도 적당한 대가를 치러야지.’

무투장 직원.

악의는 없다지만 가벼운 입놀림으로 무투 경기에 베팅해 돈을 번 사람들을 위험하게 만들었다.

‘악의 없이 한 행동이라고 해서 용서받을 수는 없지.’

그 악의 없는 행동에 누군가는 큰돈을 빼앗겼으리라.

어쩌면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었다.

강현수가 복면을 하고 어둠 속으로 몸을 날리려고 할 때.

“어디 가는 거야?”

송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궁금하군.”

거기다 혼자도 아니었다.

‘둘 다 따라왔네.’

강현수는 난감해졌다.

사적 복수를 하러 간다는 사실을 최대한 알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정이 이렇게 되었으니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나와 투황이 습격당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 놈이 있어. 무투장 직원인데…….”

강현수가 간단하게 사정을 설명했다.

“그런 놈은 당연히 엄벌에 처해야지!”

송하나가 열을 내며 외쳤다.

“당연히 처벌해야 한다. 그놈을 내버려 두면 또 다른 이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다.”

투황도 찬성했다.

‘어라?’

강현수는 살짝 당황했다.

지구 물이 덜 빠진 송하나, 호인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투황.

이 둘이라면 사적 처벌을 반대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왜?

이건 엄연히 범죄였으니까 말이다.

“나도 같이 갈게.”

“난 사건 당사자이기도 하다. 그대 혼자에게만 짐을 지우지는 않을 것이다.”

“그, 그래.”

송하나와 투황의 말에 강현수가 엉겁결에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왠지 모를 자책감이 들었다.

‘내가 순진한 얘들 다 버려 놓은 거 아닌지 모르겠네.’

“어서 가자. 내가 망 봐 줄게. 일반인이면 플레이어와 달리 시체 처리도 따로 해야 하잖아.”

“손을 더럽히는 일은 내가 하겠네.”

송하나와 투황의 말에……

“아니, 죽이지는 않을 건데.”

강현수가 힘없이 대답했다.

“당연히 죽이는 거 아니었어?”

“목숨값은 목숨으로 갚아야 하지 않나?”

‘얘들이 원래 이렇게 과격했나?’

송하나는 튜토리얼 초기와 지금 모습의 괴리감이 엄청났다.

투황 역시 아직은 어려서 그런지 회귀 전의 행보에 비해 감정적으로 움직이는 성향이 강했다.

‘뭐, 나쁜 일은 아니지.’

아틀란티스 차원에서 살아남기 위해.

살황과 투황이 든든한 자신의 편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의 모습이 더 나았다.

“입으로 죄를 지었으니 입으로 그 벌을 받게 해 주려고.”

이게 강현수의 생각이자 결론이었다.

“가자.”

강현수, 송하나, 투황이 밤하늘을 거닐었다.

* * *

다음 날 아침.

밤새 무투장의 입 싼 직원의 혀가 잘려 나가 벙어리가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무투장에서 직접 진상 조사와 범인 찾기에 나섰지만.

허탕만 쳤을 뿐이었다.

무투장은 개인적인 원한으로 추정된다며 범인을 꼭 잡겠다고 발표했지만.

오히려 수사는 잠정 중단되었다.

용의자가 너무 많아 범인 특정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유일한 증인은 범행을 당한 당사자인데.

너무 야밤에 당한 일이라 범인에 대한 정보를 특정하지 못했다.

해당 직원은 평소의 좋지 못한 행실 때문에 너무 많은 원한을 샀다.

평소 말 때문에 많은 사고를 친 전적이 있었기에.

무투장에서 근무하는 동료들에게 평판이 좋지 못했다.

그뿐만 아니라 평소 투기장 베팅에 참가하는 고객들에게도 항의가 많았다.

“저놈 내 언젠가는 저런 일을 당할 줄 알았지.”

“그러게, 내가 저놈 말에 속아서 날린 돈이 얼만데!”

“난 저놈 때문에 강도를 당해서 죽을 뻔했다니까!”

“천벌을 받은 거야, 천벌!”

“누가 한 건지 속이 다 시원하네.”

“왜 혀만 자른 거야? 저런 놈은 백 번을 죽여도 무죄야!”

대중은 벙어리가 된 직원을 안타까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잘되었다고 이야기하거나 차라리 죽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범인에 대한 증거는 없고, 용의자는 많고, 대중의 여론도 안 좋다.

무투장은 범인 잡기를 포기했다.

그리고.

범행을 당한 직원을 잘라 버렸다.

평소 행실이 좋지 않았다는 점과 말을 못 하니 데스크에서 일을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아틀란티스 차원은 역시 지구의 상식이 통하지 않네.’

강현수는 무투장이 범인 잡기를 포기할 줄은 알았다.

그러나 해당 직원을 해고할 줄은 몰랐다.

‘청소나 서류 정리, 하다못해 잡역같이 말을 못 해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은데.’

그냥 논란이 심하니 이 기회에 잘라 버린 것에 불과했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돈을 모아야 할 거다.’

아틀란티스 차원에는 플레이어가 있고 그중에는 힐러도 있다.

고레벨 힐러의 치료를 받는다면?

잘린 혀를 다시 자라나게 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찾기가 상당히 힘들겠지만 말이야.’

강현수는 아틀란티스 차원에 온 후 스택이 충전될 때마다 쉼 없이 레플리카 스킬을 사용하며 치료 계열 스킬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한데 아직도 얻지 못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힐러는 엄청나게 귀하니까.’

특히 잘려 나간 신체를 재생시킬 정도의 고레벨 힐러는 엄청나게 드물었다.

무란 왕국의 수도인 굴라에서도 찾기 힘들 정도로 말이다.

설사 찾는다고 해도.

‘치료 비용이 상당히 비싸지.’

힐러는 귀한 만큼 인건비가 비싸다.

또한 아틀란티스 차원의 원주민일 경우 귀족의 작위를 받았을 확률이 높았다.

그런 상황이니 힐러들은 콧대가 높았다.

힐러의 높은 콧대를 꺾고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당연히 상당히 많은 돈이 필요했다.

‘열심히 돈을 모아 혀를 재생시키면 입조심을 좀 하겠지.’

나갈 돈이 무서워서라도 말이다.

* * *

강현수, 송하나, 투황은 매일 같은 일과를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했다.

일어나서 대련을 한다.

사냥을 나간다.

숙소에 돌아서와 대련을 한다.

잔다.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수련과 사냥만 하며 사는 기계 같은 삶.

그 결과 강현수, 송하나, 투황은 빠른 속도로 강해질 수 있었다.

친분도 어느 정도 쌓였다.

투황의 경우 강현수를 상당히 친근하게 대했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송하나와 투황이 친해질 기미가 안 보인단 말이지.’

친해지는커녕 서로 으르렁거리는 횟수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었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애들은 싸우면 친해지는 거라는 생각에 그간 내버려 뒀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였다.

이대로 방치하면 서로 원수가 될 판이었다.

‘일단 원인 분석부터 해 보자.’

따로따로 만나 은근슬쩍 떠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평소에는 항상 셋이 함께 다니다 보니 단둘이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었다.

‘우선은 송하나부터.’

평소와 같이 하루의 마무리를 대련 겸 수련으로 보낸 후.

“오늘 술이나 한잔하자.”

강현수가 입을 열었다.

“술?”

투황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과거 강현수의 꼬임에 넘어가 같이 술을 마시긴 했지만.

투황은 술을 그다지 즐기지 않았다.

‘그 쓰고 맛없는 걸 도대체 왜 먹는 거야?’

먹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거절하면 어린아이 입맛이냐며 놀림을 받을 것 같았다.

“싫으면 먹지 않아도 괜찮아. 술이야 즐기는 사람도 있고 즐기지 않는 사람도 있지. 오히려 술을 즐길 줄 알면서도 참을 줄 아는 사람이 진짜 어른이지.”

“크흠, 그렇지? 나도 술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 시간에 수련하는 게 더 좋아서 말이야. 난 수련을 좀 더 하다 갈 테니 먼저 가 봐.”

강현수의 사탕발림에 넘어간 투황이 알아서 자리를 비켜 줬다.

“넌 어떻게 할래?”

강현수가 송하나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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