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청소 (2)
순식간에 포위망이 뚫렸다.
“잡아!”
“놓치면 우리 다 죽는다!”
인간 사냥꾼들이 사력을 다해 강현수와 송하나의 뒤를 쫓았다.
서걱!
꽈아앙!
강현수와 송하나는 도주하는 척하며 차근차근 인간 사냥꾼들의 숫자를 줄여 나갔다.
포위망을 구성하고 있을 때는 그나마 인간 사냥꾼들이 합공이라는 걸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포위망이 뚫린 후에는 어림도 없었다.
가까이 접근하는 근접 딜러들이 썰려 나가는데도 후방에 있는 원거리 딜러들은 별다른 지원을 해 주지 못했다.
무리하게 지원을 해 주려고 하다가.
“아악!”
“아군을 공격하면 어떡해, 이 멍청한 새끼야!”
원거리 딜러의 빗나간 공격 스킬이 아군 근접 딜러를 공격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역시 수준이 떨어져.’
인간 사냥꾼들의 평균 레벨은 100~200.
그 숫자는 무려 수백에 달한다.
사실 강현수와 송하나의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수백 명에 달하는 인간 사냥꾼들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학살당하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저들이 서로 협력해 힘을 합쳤다면?
강현수와 송하나는 전투를 포기하고 진지하게 도주를 고민했을 것이다.
하나 그런 걱정을 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타악!
강현수가 선두에 있던 인간 사냥꾼에게 달려든다.
“히익! 나한테 오잖아! 도와줘!”
목표가 된 인간 사냥꾼이 당황해 도움을 청한다.
그러나 도와주러 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왜 이쪽으로 오는 거야?”
“피해!”
오히려 기겁을 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서걱!
강현수의 목표물이 되었던 인간 사냥꾼은 목숨을 잃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아악!”
“살려 줘!”
동료를 버리고 몸을 피했던 인간 사냥꾼들까지 떼죽음을 당했다.
전력으로 달려가던 도중 방향을 틀어 몸을 피하려다 동료와 부딪친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완전 오합지졸이네.’
범죄자 집단의 한계였다.
많은 숫자가 오히려 방해가 되는 상황.
처음에는 인간 사냥꾼들이 오덕구의 명령에 따라 기세 좋게 강현수와 송하나를 추격했다.
한데 강현수와 송하나가 예상보다 강해 희생자가 속출하자 기세가 꺾였다.
인간 사냥꾼들에게는 목숨을 던져 강현수와 송하나의 발을 묶을 각오도 없었고.
동료를 위해 목숨을 던질 용기도 없다.
오히려 내가 아니어도 동료가 나서겠지 하는 마음에 뭉그적거리는 경우가 더 많았다.
‘하긴 그런 놈들이라면 인간 사냥꾼이 되지도 않았겠지.’
이런 놈들의 머릿수가 많아 봤자.
전혀 두렵지 않았다.
오합지졸들의 경우.
아무리 머릿수가 많아도 서로 힘을 합치기는커녕 오히려 방해만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강현수와 송하나는 적당한 치고 빠지기를 통해 인간 사냥꾼들의 머릿수를 빠르게 줄여 나갔다.
결국 인간 사냥꾼들이 겁을 집어먹고 주춤거리며 물러설 때가 되어서야.
“이 머저리 같은 놈들!”
지오길드의 길드 마스터 오덕구가 수하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오덕구는 수하들과 함께 강현수와 송하나의 퇴로를 차단했다.
그리고 살기등등한 외침으로 인간 사냥꾼들을 꾸짖었다.
“이 인원이 고작 둘을 상대로 쩔쩔매고 있어!”
오덕구의 호통에 인간 사냥꾼들이 고개를 푹 숙였다.
사실 인간 사냥꾼들로서도 어이가 없었다.
그들의 숫자는 총 3백 명이 넘었다.
그런데 고작 두 명을 상대로 싸우다가 절반에 가까운 숫자가 당했다.
인간 사냥꾼들로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게 당연했다.
“밥버러지 같은 새끼들!”
오덕구가 경멸 어린 눈빛으로 인간 사냥꾼들을 노려봤다.
사실 오덕구는 방금 도착한 게 아니라 진작 도착해 있었다.
곧바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강현수와 송하나가 생각보다 강해 보였기 때문이다.
‘고기 방패 역할도 제대로 못 하는 병신 같은 놈들.’
오덕구는 인간 사냥꾼들을 투입해 자신의 사업을 망치는 방해꾼 둘의 체력과 마력을 소모시킬 생각이었다.
어차피 인간 사냥꾼 짓을 하는 버러지들은 얼마든지 수급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의 수하나 마찬가지인 인간 사냥꾼들의 숫자가 줄어드는 모습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마음 편하게 지켜봤다.
한데 일이 꼬였다.
인간 사냥꾼들이 서로 눈치만 보다 비효율적인 전투를 한 것이다.
처음부터 죽을 각오로 달려들었다면?
더 적은 피해로 방해꾼 둘의 체력과 마력을 더 많이 소모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저 병신들한테 기대를 한 내 잘못이지.’
오덕구가 애써 답답한 가슴을 진정시켰다.
‘좋게 좋게 생각하자. 저 버러지들 덕분에 승률이 100%로 올라갔으니까.’
숫자에는 장사가 없는 법이다.
방해꾼 둘의 실력이 꽤 뛰어나기는 했지만 이런 장기전을 벌인 이상 체력과 마력이 바닥을 치고 있을 게 확실했다.
“어디서 굴러먹던 놈들인지는 모르겠지만 감히 내 밥그릇을 건드려? 그러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오덕구가 강현수와 송하나를 살기 어린 눈빛으로 노려보며 외쳤다.
“인간쓰레기 주제에 말이 많네.”
강현수의 말에 오덕구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래, 굳이 지금 말을 섞을 필요는 없겠지. 팔다리가 잘리고 나서도 계속 나불거릴 수 있는지 두고 보자.”
타악!
오덕구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신이 데리고 온 수하들과 함께 강현수와 송하나에게 달려들었다.
오덕구의 레벨은 300이 넘었다.
데리고 온 수하들 역시 200레벨대 중후반에 달하는 지오길드의 정예들이었다.
파강! 파강!
방금 전과는 차원이 다른 파괴력을 가진 공격들이 강현수의 빈틈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역시 만만치가 않네.’
인간 사냥꾼들의 마구잡이식 공격과는 차원이 달랐다.
위력도 강했고 서로 간의 호흡도 잘 맞았다.
하지만.
서걱!
“커억!”
꽈아아아앙!
“아아악!”
강현수와 송하나에 비하면 한 수 아래였다.
“파이어 피스트!”
“파이어 스톰!”
강현수와 송하나가 연속적으로 공격 스킬을 난사했다.
순식간에 지오길드 정예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오덕구는 적잖이 당황했다.
지오길드 정예의 피해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일곱 명이나 당했다.
‘이놈들 체력과 마력 스텟이 도대체 얼마나 높은 거야?’
체력과 마력이 바닥을 드러냈을 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강현수와 송하나는 쌩쌩하게 움직였고.
많은 마력이 필요한 공격 스킬을 연속적으로 난사했다.
예상보다 강한 강현수와 송하나의 저항에 오덕구와 지오길드 정예들이 잠시 멈칫거렸다.
그 순간.
강현수가 송하나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타악!
강현수와 송하나가 동시에 몸을 날려 인간 사냥꾼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히익!”
“이쪽으로 온다!”
겁을 집어먹은 인간 사냥꾼들이 포위망을 풀고 퇴로를 열어 주려는 찰나.
“버텨! 무조건 버텨라! 포위망 뚫리면 네놈들 모두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살기 어린 오덕구의 외침이 인간 사냥꾼들의 귀에 틀어박혔다.
인간 사냥꾼들은 강현수와 송하나도 무서웠지만 오덕구와 지오길드 정예들이 더 무서웠다.
“죽여!”
“어차피 이놈들 도망가면 우리만 죽어나는 거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자리에서 죽여야 해!”
인간 사냥꾼들이 독기를 품고 강현수와 송하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파강! 서걱!
강현수와 송하나는 인간 사냥꾼들을 베어 나가며 포위망을 뚫어 나갔다.
꽈아아아앙!
파괴력이 강한 공격 스킬도 연속적으로 사용했다.
하나 방금 전과는 상황이 달랐다.
오덕구가 지켜보고 있기 때문일까?
인간 사냥꾼들은 절대 뚫릴 수 없다는 듯 결사 항전을 이어 나갔다.
그러는 와중에 오덕구와 지오길드 정예들이 전투에 합류했다.
하나 강현수와 송하나는 오덕구와 지오길드 정예들을 피해 인간 사냥꾼들을 집중 공격했다.
“아악!”
“살려 줘!”
붉은 혈흔이 분수처럼 쏟아졌다.
인간 사냥꾼들이 무더기로 죽어 나갔다.
“이 미꾸라지 같은 새끼들!”
그 모습을 지켜본 오덕구가 욕설을 토해 냈다.
‘그런다고 네놈들이 포위망을 뚫을 수 있을 것 같으냐.’
오덕구가 지오길드의 정예들에게 포위망을 강화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인간 사냥꾼들의 포위망이 너무 빈약해 보였기 때문이다.
오덕구와 지오길드의 정예들이 포위망 구성을 위해 흩어지자 인간 사냥꾼들의 피해가 더욱더 커졌다.
하지만 오덕구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조무래기들은 언제든지 보충할 수 있어. 그보다는 저 녀석들의 체력과 마력을 소모시키는 게 더 중요해.’
아무리 마력 스텟이 높아도 마력이 무한하지는 않다.
마력 소모가 큰 광역 공격 스킬을 연달아 사용하면?
‘아무리 방대한 마력을 가졌어도 결국은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지.’
물론 그 과정에서 인간 사냥꾼들이 전멸할 수도 있었다.
하나 지오길드의 정예만 무사하다면 상관없었다.
‘저놈들이 생각보다 강해서 이미 적잖은 피해를 입었어. 더 이상 피해를 늘릴 수는 없어.’
오덕구가 데리고 온 지오길드의 정예는 총 32명.
그중 일곱 명이 사망했다.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다면?
설사 이 전투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지오길드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었다.
“히익! 이건 미친 짓이야!”
그때 겁에 질린 인간 사냥꾼 하나가 등을 보이고 달아났다.
서걱!
그 순간 포위망을 구성하고 있던 오덕구가 도주하던 인간 사냥꾼의 목을 베어 버렸다.
“도망치는 배신자 놈은 즉결 처형이다!”
오덕구가 몸통을 잃은 머리를 높이 들어 올리며 외쳤다.
“전장에서 이탈하는 놈은 즉시 죽여 버려!”
오덕구의 외침에 외곽에서 포위망을 유지하고 있던 지오길드의 정예들이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인간 사냥꾼들을 향해 무기를 겨눴다.
“이런 망할!”
“이래 죽나, 저래 죽나!”
상황이 이렇게 되자 겁을 집어먹고 전장을 이탈하려던 인간 사냥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강현수와 송하나를 향해 덤벼들 수밖에 없었다.
죽을 각오를 하고 달려드는 적들의 공세는 엄청나게 매서웠다.
서걱!
“아악!”
강현수의 검이 점점 느려졌다.
화르르륵!
꽈아아앙!
송하나가 광역 공격 스킬을 사용하는 주기도 점점 느려졌다.
인간 사냥꾼들의 숫자가 50명 아래로 떨어졌을 무렵.
“헉헉!”
강현수와 송하나의 입에서 거친 숨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계인가?’
심장이 터질 것같이 뛰었다.
마력의 심장 스킬로 인해 무한히 공급될 것 같던 마력도 완전히 바닥을 드러냈다.
송하나도 한계인지 검을 쥐고 있는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공격 스킬 역시 전혀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다 잡았어.”
“지독한 놈들.”
“이제는 끝이다.”
인간 사냥꾼들이 살기 어린 눈빛으로 강현수와 송하나를 노려봤다.
하지만 섣불리 다가가지는 못했다.
지친 강현수와 송하나의 숨통을 끊겠다고 호기롭게 덤벼들었던 동료들이 모두 죽었기 때문이다.
짧은 대치 상황이 이어졌다.
저벅저벅.
그때 오덕구와 지오길드의 정예들이 인간 사냥꾼들을 가르고 모습을 드러냈다.
“병신 같은 새끼들! 다 죽어 가는 놈들 마무리도 못 하냐!”
오덕구가 한심하다는 듯 인간 사냥꾼들을 조롱했다.
그 말을 들은 인간 사냥꾼들이 원독이 가득 찬 눈빛으로 오덕구를 노려봤다.
“뭘 봐, 이 쓰레기 새끼들아!”
오덕구의 살기 어린 외침에도 인간 사냥꾼들은 원독에 찬 눈빛을 거두지 않았다.
‘젠장.’
오덕구가 인상을 찌푸렸다.
이대로 그냥 넘어갔다가는 일이 커질 것 같았다.
“오늘 일에 대한 포상금은 내가 두둑하게 주마. 3백 명이 받을 몫을 50명이 받게 됐으니 꽤 넉넉할 거다.”
오덕구의 말에 인간 사냥꾼들의 눈에 자리 잡고 있던 독기가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역시 쓰레기들이라니까.’
오덕구가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포상금 따위는 받을 수 없을 텐데.”
강현수가 입을 열었다.
“뭐? 내가 돈을 떼먹기라도 할 것 같아?”
오덕구가 그게 무슨 개소리냐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반문했다.
‘나랑 저 쓰레기 놈들을 이간질할 생각인가?’
오덕구로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 강현수의 입에서 나온 말은 오덕구의 예상과 달랐다.
“그건 나도 모르지. 하지만 그거랑은 상관없어. 돈을 줄 너도 돈을 받을 저놈들도 이 자리에서 모두 다 죽을 테니까.”
“큭! 크하하하하!”
강현수의 말에 오덕구가 광소를 터트렸다.
“뭐? 내가 죽는다고? 너 미친 거 아냐? 죽는 건 내가 아니라 너야.”
오덕구가 봤을 때 강현수와 송하나에게는 승산이 없었다.
체력도 바닥났고 마력도 바닥났다.
거기다 고작 둘에 불과했다.
반면 아군의 숫자는 70명이 넘는다.
체력도 마력도 넘쳐흘렀다.
“괜한 헛소리를 하면서 시간을 끌어 체력과 마력을 회복할 시간을 벌려는 모양인데, 내가 그런 기회를…….”
“중대 소환.”
강현수가 오덕구의 말을 끊으며 중대 소환 스킬을 시전했다.
그 순간.
사아아아악!
칠흑빛 마력으로 이루어진 150기의 소환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