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레벨 플레이어-19화 (19/365)

쓰레기 청소

인간 사냥꾼들을 모두 쓰러트린 강현수는 그들을 소환수로 만들었다.

‘소대 인원이 다 찼어.’

총 25명의 인간 사냥꾼들을 포함해 소대 인원 40명을 모두 채웠다.

문제는.

‘계속 스텟이 남네.’

스텟이 남는 게 나쁜 일은 아니다.

플레이어가 강해지기 위해서는 스텟의 도움이 꼭 필요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효율이 점점 떨어져.’

스킬 강화를 사용하면 어차피 레벨 업으로 올린 스텟은 제로가 된다.

‘사라질 스텟이라면 어떻게든 소모하는 게 좋은데.’

가장 좋은 방법은 기존의 소환수를 소멸시키고 계속해서 새로운 소환수를 만드는 방법이다.

하지만.

‘소환수를 계속 만드는 건 효율이 떨어져.’

소대 소환의 랭크가 올라가고 일인소대의 숙련도를 올리는 게 얻을 수 있는 이득의 전부다.

‘아쉽네.’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쿡!”

아쉽다는 생각을 하던 강현수의 입에서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다.

‘사실 이게 아쉬울 일은 아닌데.’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레플리카 스킬이 있기에 할 수 있는 배부른 투정에 불과했다.

회귀 전.

스킬 강화의 소유자였던 황소욱은 레벨이 떨어진다는 단점 때문에 단 한 번도 마음껏 스킬 강화를 사용하지 못했다.

일인군단이라고 불렸던 플레이어는 스텟이 부족해 무인으로서의 꿈을 포기했다.

그런 희생을 했음에도 결국 소환수의 숫자를 한계치까지 늘리지 못했다.

한데 강현수는 스킬 강화의 단점을 완벽하게 제거한 상태에서 그저 효율이 떨어진다며 아쉬워하고 있었다.

그게 끝이 아니다.

소환수의 숫자를 한계까지 다 채우고도 스텟이 남는다고 투덜거리고 있었다.

아마 두 사람이 강현수의 상황을 안다면?

온갖 욕설을 퍼부을 것이다.

‘그렇지만 결국 강해지려면 스텟을 올려야 해.’

업적으로 늘릴 수 있는 스텟은 한계가 있다.

강현수가 가지고 있는 과거의 지식을 총동원해도 업적으로 올릴 수 있는 스텟의 한계는 대략 400레벨대의 플레이어 수준.

‘그 정도로 만족할 수는 없지.’

결국은 강현수도 스텟을 쌓아야 했다.

‘역시 그놈의 고유 스킬을 최대한 빨리 얻어야 해.’

통곡의 벽이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던 네임드 플레이어 유키무라.

유키무라의 고유 스킬은 스텟 고정.

버프를 최대치로 받아 스텟을 늘린 상태에서 스텟 고정 스킬을 사용하면?

버프 유지 시간이 지나도 스텟이 늘어난 상태가 영구히 유지된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온갖 디버프를 받아도 스텟이 하락하지 않았다.

‘스텟 고정 스킬 덕분에 통곡의 벽이라는 칭호를 얻었지.’

회귀 전에는 강현수가 만나기도 전에 전사해 버려서 스텟 고정 스킬을 레플리카 스킬로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지.’

유키무라는 살아 있었다.

문제가 있다면…….

놈이 일본인이라는 것.

일본인들은 튜토리얼이 끝나면 테라 왕국령이 아닌 무란 왕국령에 도착한다.

‘테라 왕국과 무란 왕국은 수시로 소규모 국지전을 벌일 정도로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아.’

아틀란티스 차원이 타 차원의 침공을 받지 않았다면?

‘벌써 전면전을 벌이고도 남았지.’

테라 왕국의 자유민 신분인 강현수가 무란 왕국으로 넘어간다?

‘테라 왕국 국경 수비대에게 걸리는 순간 그대로 사형이야.’

설사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 무란 왕국에 도착했다고 해도 목숨이 위태롭기는 마찬가지였다.

자칫 첩자로 몰리기라도 하면 그대로 사형이었으니까 말이다.

‘다른 신분이 필요해.’

테라 왕국의 자유민 신분이 아니라면?

별다른 위험 없이 무란 왕국에 입국할 수 있었다.

‘역시 가장 좋은 건 로크토 제국 자유민 신분이지.’

로크토 제국은 아틀란티스 차원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강대국이자 테라 왕국과 무란 왕국의 종주국이다.

로크토 제국의 자유민 신분이 된다면?

테라 왕국과 무란 왕국만이 아니라 이 근방에 있는 대다수의 왕국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문제는 그만큼 더럽게 구하기 힘들다는 건데.’

로크토 제국은 튜토리얼을 통과한 플레이어들에게도 자유민 신분을 쉽게 주지 않았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최소 로크토 제국군에서 1년 이상 복무를 해야 자유민 신분을 줬다.

실력이 없다면?

로크토 제국군에서 3년을 복무해야 자유민 신분을 얻을 수 있었다.

‘합법적인 방법은 무리야.’

마력을 통해 손등에 새겨진 인장은 위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아틀란티스 차원의 모든 국가에서 인장을 신분증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거의 불가능하다는 말은.

‘어쨌든 위조가 가능하기는 하다는 말이지.’

문제는 강현수에게 인장 위조범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점이었다.

회귀 전 그런 범죄자들과 어울린 적이 없었다.

‘잘하면 방법이 생길 것 같기도 한데.’

아직은 확신할 수가 없었다.

‘일단은 스텟을 소모하더라도 일인소대의 랭크를 올리는 데 집중하자.’

당장은 300레벨대의 스텟으로도 충분했다.

‘아직 2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어.’

유키무라는 2년 후에 죽는다.

그 전에 무란 왕국으로 넘어가 유키무라의 스킬 스텟 고정을 얻으면 그만이다.

“현수 씨.”

강현수가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전리품 정리가 끝났다.

“가죠.”

강현수와 송하나가 인간 사냥꾼들에게 붙잡힌 플레이어들을 풀어 주고 자리를 떴다.

* * *

강현수와 송하나는 저레벨 사냥터에서 인간 사냥꾼들을 사냥했다.

종종 레벨이 높은 인간 사냥꾼들을 만나 위기에 처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소환수들의 도움으로 결국 승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죽은 고레벨 인간 사냥꾼들은 강현수의 새로운 소환수가 되었다.

그 결과 강현수와 송하나는 초보자 사냥터의 수호자 칭호를 S랭크까지 상승시킬 수 있었다.

* * *

지오길드의 회의실.

이곳에 싸늘한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지금까지 몇 놈이나 당한 거야?”

지오길드의 길드장인 오덕구가 길드원에게 물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수백은 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해결을 못 했단 말이지?”

“죄송합니다, 형님!”

보고를 하던 길드원이 길드장인 오덕구를 향해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뭐? 죄송?”

퍽!

오덕구가 길드원의 허리를 발로 후려쳤다.

그 후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검집째로 뽑아 들고.

“죄송하면!”

퍽!

무자비하게 휘둘렀다.

“해결을 해야 할 것 아냐!”

퍽! 퍽! 퍽!

오덕구가 분노를 표하며 길드원을 구타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다른 길드원들의 표정이 창백하게 변했다.

“헉헉!”

오덕구가 거친 숨을 토해 냈다.

두들겨 맞은 길드원은 피투성이로 변해 있었다.

“이런 씨발!”

하지만 오덕구의 화는 아직 풀리지 않았다.

“경매장 새끼들이 노예 수급 안 된다고 난리를 치고 있는데!”

오덕구가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오덕구는 중소 길드인 지오길드의 길드장이다.

하지만 그건 겉모습일 뿐.

실제로는 인간 사냥꾼들의 수장 역할을 하고 있었다.

오덕구는 지구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했다.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말처럼 오덕구는 아틀란티스 차원에 도착해서 곧바로 범죄에 몸을 담갔다.

그리고 현재.

불법 노예 거래 쪽에서는 꽤 이름을 날리는 거물로 성장한 상태였다.

‘이대로는 대목을 다 날리게 생겼어.’

튜토리얼이 끝난 현재가 인간 사냥꾼들에게는 있어서는 최고의 대목이다.

한데 웬 듣도 보도 못한 방해꾼 놈들 때문에 한철 장사를 완전히 망치게 생겼다.

‘아무래도 직접 나서야겠어.’

오덕구는 엉덩이가 무거웠다.

웬만한 일은 길드원들을 통해 처리했다.

하지만 길드원들을 아무리 보내 봐도 줄줄이 죽어 나가기만 하니 이번에는 어쩔 수가 없었다.

“애들 다 풀어서 그 방해꾼 놈들이 기어 나오게 만들어! 그리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한테 알려! 알겠냐!”

“예, 형님!”

* * *

강현수와 송하나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초보자 사냥터에서 인간 사냥꾼을 발견했다.

서로 수신호를 주고받은 강현수와 송하나가 공격을 시작했다.

꽈아아아앙!

강현수와 송하나가 화염계 공격 스킬을 사용해 선공을 날렸다.

“뭐야?”

“습격이다!”

“죽여 버려!”

인간 사냥꾼들이 반격에 나섰다.

하지만.

인간 사냥꾼들의 실력으로 강현수와 송하나를 어찌할 수는 없었다.

‘뭐야? 왜 이렇게 끈질겨?’

강현수의 표정이 의아함으로 물들었다.

평소 같으면 동료를 버리고 도주했을 인간 사냥꾼들이 죽자 사자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버텨! 그럼 살 수 있다!”

그때 인간 사냥꾼의 리더로 보이는 자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뭔가 이상해.’

상황이 불리해지면 제 한목숨 구하고자 동료들을 헌신짝처럼 버리던 놈들이 악착같이 덤벼드는 것도.

조금만 버티면 살 수 있다고 외치는 인간 사냥꾼의 리더도.

‘함정인가?’

강현수는 그간 인간 사냥꾼들 틈에 끼어 있던 중레벨 플레이어들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또 부하들을 잘라 내면 그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알고 있었다.

‘드디어 무거운 엉덩이를 움직이는구나.’

강현수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오덕구, 네놈이 더 많은 해악을 끼치기 전에 숨통을 끊어 주마.’

지오길드의 길드 마스터 오덕구.

그는 회귀 전 쓰레기 중 쓰레기로 악명을 떨쳤다.

한국인이면서도 같은 한국인들을 노예로 팔아넘기는 인간쓰레기.

‘인간 사냥꾼들을 통한 납치는 놈이 사용하는 수많은 방법 중 하나일 뿐이지.’

오덕구는 지오길드장이라는 신분을 미끼로 온갖 감언이설을 통해 수많은 한국인 플레이어들을 속여 그들의 신분을 노예로 떨어트렸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오덕구는 훗날 전면전 당시 아군을 배신하고 마왕군에 빌붙은 배신자였다.

‘그 쓰레기의 배신 때문에 아군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지.’

오덕수의 배신으로 강현수도 죽을 고비를 여러 번 겪어야 했다.

‘테라 왕국의 관료들과의 인맥이 탄탄했기에 도시 안에서는 처리할 방법이 없었는데, 알아서 나와 주는구나.’

며칠 전이었다면 오덕구가 오는 걸 알고 몸을 피했을 것이다.

하나 지금은 아니었다.

‘회귀 전 저지른 죗값을 치르게 해 주마.’

강현수가 살기 어린 눈빛으로 인간 사냥꾼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잠시 후.

인간 사냥꾼들이 모두 차가운 시체로 변해 바닥에 나뒹굴었다.

“현수 씨, 함정이었던 것 같아요. 사방에서 인기척이 느껴져요.”

송하나가 긴장한 표정으로 강현수에게 말했다.

“도망칠까요, 싸울까요?”

강현수가 송하나에게 물었다.

현재 강현수와 송하나의 실력이라면?

포위망을 뚫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했다.

“일단 포위망을 뚫고 뒤쫓아 오는 적들을 제거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좋은 생각이었다.

포위망을 뚫어 놓으면 불리할 때 언제든지 몸을 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렇게 하죠.”

“네!”

강현수의 허락이 떨어지자 송하나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포위망을 뚫기 위해 몸을 날렸다.

‘그럼 나도 가 볼까.’

강현수가 송하나의 뒤를 따라 몸을 날렸다.

“막아!”

“곧 큰형님이 오신다!”

인간 사냥꾼들이 사방에서 달려들었다.

휘익!

놈들이 일제히 쇠그물을 던졌다.

서걱! 서걱!

강현수와 송하나가 쇠그물을 잘라 냈다.

하나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슉슉슉!

화살이 비처럼 쏟아졌으며.

화르르륵!

파지지직!

공격 스킬이 사방에서 날아들었다.

꽈아아앙!

강현수와 송하나는 적절히 몸을 피하거나 방어 스킬을 사용하며 적들의 숫자를 하나둘 줄여 나갔다.

‘숫자만 많지 쭉정이들뿐이야.’

강현수와 송하나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었다.

특히 송하나의 성장 폭이 무시무시했다.

튜토리얼이 끝났을 때 30레벨에 불과했던 송하나의 현재 레벨은 무려 178이었다.

레벨이 월등히 높은 100~200레벨대의 인간 사냥꾼들을 무더기로 사냥하다 보니 말 그대로 광렙을 한 것이다.

‘스킬 강화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내 레벨이 더 높았겠지.’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았다.

‘본격적으로 스텟을 쌓는 건 유키무라의 스텟 고정 스킬을 얻고 난 후여야 해.’

유키무라의 스텟 고정 스킬만 얻는다면?

송하나의 성장 속도는 금방 따라잡을 수 있었다.

거기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번 일을 잘 마무리하면?

인장을 위조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길 것 같기도 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