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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레벨 플레이어-14화 (14/365)
  • 귀환

    강현수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피어올랐다.

    고작 튜토리얼이 끝났을 뿐인데.

    ‘EX랭크 업적만 다섯 개다.’

    칭호의 효과로 모든 스텟이 250이나 증가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강현수는 튜토리얼이 끝나기 전 얻을 수 있는 모든 칭호를 손에 넣었다.

    칭호들의 효과를 모두 합하면?

    무려 300레벨대의 플레이어들과 비슷한 수준의 스텟이 된다.

    ‘회귀 전에는 죽을 고생을 해서 겨우 이 스텟을 얻었는데.’

    일반적인 플레이어들의 경우 300레벨을 찍기까지 빨라도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늦으면 5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회귀 전 강현수는 2년 만에 300레벨을 찍었다.

    즉, 평균보다 월등히 앞서 나갔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아니지.’

    튜토리얼이 끝나자마자 회귀 전 2년을 고생해 얻은 스텟을 손에 넣었다.

    그러나.

    ‘이건 시작에 불과해.’

    완벽한 복수를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 했다.

    “현수 씨.”

    송하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강현수의 이름을 불렀다.

    송하나 역시 다른 플레이어들과 마찬가지로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당황하고 있었다.

    가장 신경이 쓰이는 건 갓 튜토리얼을 통과한 플레이어들을 포위하고 있는 무장 병력이었다.

    “일단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죠.”

    강현수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송하나의 손을 잡았다.

    강현수의 손으로부터 전해져 오는 온기에 긴장감으로 떨리던 송하나의 눈동자가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송하나.

    그녀 역시 강현수가 회귀 후 새롭게 손에 넣은 힘 중 하나였다.

    그때 한 사내가 단상 위로 올라갔다.

    “모두 조용!”

    그리고 한마디를 외쳤다.

    그 순간 도떼기시장처럼 시끄러웠던 공터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사내의 목소리에 실려 있는 강대한 마력이 스킬로 변하여 갓 튜토리얼을 통과한 플레이어들의 전신을 억눌렀기 때문이다.

    압도.

    상위 레벨의 플레이어가 하위 레벨의 플레이어를 가장 손쉽게 제압할 수 있는 스킬이었다.

    하지만.

    [정신계 공격 스킬 압도를 받았습니다.]

    [압도 스킬에 완벽하게 저항했습니다.]

    강현수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것을 보니 송하나에게도 통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송하나에게도 통하지 않는 걸 보니 스킬 랭크가 낮은가 보군.’

    하지만 굳이 압도 스킬이 통하지 않았다는 티를 낼 필요는 없었다.

    “지금부터 여러분들이 왜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해 주겠다.”

    사내가 설명을 시작했다.

    내용은 간단했다.

    지구와 아틀란티스 차원은 같은 적을 상대로 싸우는 동맹이자 공동 운명체다.

    아틀란티스 차원이 최전선이라면 지구는 후방 병참기지 역할을 맡고 있다.

    “여러분은 지구에서 아틀란티스 차원으로 보내진 지원병이다.”

    지구라는 이름의 병참기지가.

    지구인들 중 일부를 신병으로 뽑아.

    튜토리얼이라는 훈련소로 보냈다.

    그리고.

    훈련소를 통과한 신병들이.

    지원군으로서 아틀란티스 차원에 도착한 것이다.

    이게 강현수를 비롯한 플레이어들에게 펼쳐진 냉혹한 현실이었다.

    ‘내가 스스로 선택한 게 아니라는 점이 가장 엿 같은 일이지.’

    지원병을 뽑는 방법은.

    지원제가 아니라 강제징집이었다.

    개인의 사정 따위는 고려하지 않는다.

    지구에 두고 온 가족들에 대한 보상 조치도 없다.

    “아틀란티스 차원이 점령당하면 다음 목표는 지구다. 그런 만큼 이곳에서 최선을 다해 적과 싸워 주기 바란다. 그게 바로 지구에 있는 내 가족과 지인들을 지키는 방법이다.”

    그 말을 끝으로 사내가 단상 아래로 내려갔다.

    저벅! 저벅!

    사내가 단상 아래로 내려감과 동시에 공터를 포위하고 있던 무장 병력이 갓 튜토리얼을 통과한 플레이어들에게 다가왔다.

    “인원 조사를 시작하겠다! 순순히 협조하도록!”

    무장한 병력의 외침에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기가 죽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조사는 무슨 조사! 나를 집으로 돌려보내 줘!”

    “나는 전쟁 같은 건 하고 싶지 않다고!”

    “동의도 없이 강제로 끌고 오는 게 어디 있어!”

    압도 스킬의 효과가 끝나자마자 성질 급한 몇몇 플레이어들이 무장 병력에게 항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불량한 태도를 보이는 이들을 제압하라!”

    퍼억! 퍼억!

    그런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잔혹한 폭력뿐이었다.

    튜토리얼을 통과하며 나름 독기가 생긴 플레이어들이 무참히 제압당했다.

    튜토리얼을 갓 통과한 플레이어들의 레벨은 높아 봐야 20레벨에 불과했다.

    그에 반해 현재 이들을 포위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의 평균 레벨은 300~400레벨.

    상대가 될 리가 만무했다.

    순식간에 제압이 끝났다.

    피투성이로 변한 플레이어들이 무장 병력에게 제압당해 질질 끌려갔고.

    얌전히 있던 플레이어들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었다.

    “이름, 레벨, 직업, 고유 스킬을 솔직하게 밝혀라. 조사관들은 거짓말을 간파하는 스킬을 가지고 있다. 괜히 거짓을 고했다가는 저들보다 더 큰 처벌을 받을 거다.”

    그 말에 얌전히 있던 플레이어들이 바짝 얼어붙었다.

    거짓말을 간파하는 스킬.

    피투성이가 되어 끌려간 이들.

    기세를 제압당한 플레이어들이 조사관들에게 순순히 자신의 이름, 레벨, 직업, 고유 스킬을 밝혔다.

    ‘거짓말.’

    강현수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검지를 사용해 송하나와 맞잡고 있었던 손바닥에 글자를 적었다.

    내용은 간단했다.

    레벨, 직업, 고유 스킬을 숨겨라.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짓던 송하나가 확신에 찬 강현수의 눈을 보고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앞에 있던 인원들의 조사가 끝나고 강현수의 차례가 왔다.

    “이름, 레벨, 직업, 고유 스킬을 말해라.”

    “강현수, 17레벨, 검사, 성장하는 둔재.”

    강현수의 차례가 끝났다.

    그다음은 송하나의 차례였다.

    “송하나, 15레벨, 검사, 노력하는 둔재.”

    송하나 역시 무사히 조사를 끝마쳤다.

    ‘최대한 튀지 않게 행동한다.’

    튀면 관심을 받는다.

    그리고 관심은 곧 조사로 이어진다.

    ‘왕국과 대형 길드 놈들의 눈을 피하는 게 중요해.’

    그들의 눈에 들면 평생 벗어나기 힘든 족쇄가 채워질 확률이 높다.

    강현수와 송하나는 다행히 별다른 의심 없이 조사를 끝마쳤고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받았다.

    “5주간 성실히 훈련소에서 훈련과 교육을 받으면 된다. 그 후에는 왕국군으로 들어가든 길드에 들어가든 프리로 활동하든 관여하지 않는다.”

    설명이 끝난 후 숙소를 배정받았다.

    “나중에 봐요.”

    “네, 현수 씨.”

    숙소는 남녀로 나뉘어 있었고 강현수와 송하나는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5주간 여기서 생활하면 된다.”

    안내를 받아 도착한 숙소는 대한민국 군대의 구막사를 떠올리게 했다.

    무려 50명이 넘는 인원이 한 공간에서 생활하게 된 것이다.

    강현수는 가장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그놈을 찾아야 한다.’

    회귀 전 강현수의 숨통을 끊은 장본인.

    황소욱.

    놈과 처음 만난 장소가 바로 이 훈련소였다.

    같은 훈련병으로서 만난 게 아니었다.

    놈은 강현수보다 5년 먼저 지구에서 아틀란티스 차원으로 넘어왔고 이미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거대 길드 발해의 간부로서 훈련소에 파견된 교관.

    그게 놈의 신분이었다.

    ‘회귀 전에 황소욱의 눈에 든 게 문제였어.’

    고유 스킬 레플리카의 존재를 숨기지 못했다.

    갓 튜토리얼을 통과한 병아리 플레이어 대다수가 그렇듯.

    조사관들이 거짓말을 간파할 수 있는 스킬을 보유하고 있다는 말을 믿었기 때문이다.

    강현수는 조사 과정에서 솔직하게 고유 스킬명을 밝혔다.

    ‘거짓말을 간파할 수 있는 스킬을 보유한 플레이어의 숫자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건 훈련소를 퇴소한 후에나 알았지.’

    뻥카에 속은 것이다.

    그렇게 알려진 강현수의 고유 스킬 레플리카가 황소욱의 관심을 끌었다.

    그 후 황소욱에게 스카우트되어 발해 길드에 들어갔다.

    ‘그때는 행운이라고 생각했지.’

    훈련병들 중 거대 길드에 들어가는 이들은 극소수다.

    당연히 강현수는 자신이 커다란 행운을 움켜쥐었다고 생각했다.

    하나 그건 강현수의 착각이었다.

    발해 길드의 길드원들은 레플리카라는 스킬을 가진 강현수를 노골적으로 따돌리고 혐오했다.

    그뿐 아니라 길드 차원에서 철저한 감시를 받으며 생활해야 했다.

    발해 길드 내에서 강현수의 편은 황소욱뿐이었다.

    ‘가스라이팅을 제대로 당했지.’

    모두의 외면을 받는 상황에서 황소욱은 강현수의 유일한 버팀목이자 가장 믿을 수 있는 친구였다.

    강현수로서는 당연히 황소욱을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먼 훗날 황소욱의 본심을 알아차리고 독립했을 때.

    유일하게 강현수의 편이 되어 주고 힘이 되어 주었던 인물은 신소희.

    하나 그녀 역시.

    최후의 순간 강현수를 배신하고 황소욱에게 붙었다.

    ‘씨발.’

    어쩌면 황소욱과 신소희는 애초부터 한편이었을지도 몰랐다.

    ‘이번에는 절대 너희 연놈들의 수작에 놀아나지 않는다.’

    고유 스킬 레플리카를 감췄다.

    성장하는 둔재는 꽤 흔한 고유 스킬이다.

    고유의 뜻은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특유한 것.

    모든 플레이어가 각성 순간 과거의 행적을 바탕으로 고유 스킬을 받는다.

    당연히 겹치는 경우도 꽤 많았다.

    단 상당히 드물게 다른 플레이어들과 겹치지 않는 유일한 고유 스킬을 받는 경우가 있었다.

    ‘레플리카가 바로 그런 유일한 고유 스킬이었지.’

    그 사실을 조금만 일찍 깨달았다면?

    회귀 전 그런 개고생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번에는 내가 이용해 주마.’

    황소욱 역시 유일한 고유 스킬의 보유자였다.

    회귀 전에는 그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라.’

    황소욱의 유일한 고유 스킬을 레플리카 스킬로 가지고 올 것이다.

    그리고 그 고유 스킬의 힘으로 황소욱을 응징할 것이다.

    * * *

    ‘이게 뭐야?’

    황소욱이 갑작스러운 변화에 적잖이 당황했다.

    보유하고 있던 칭호의 랭크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무려 2단계나 말이다.

    [놀라운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역대 5위 성적으로 튜토리얼을 통과하셨습니다.]

    [보상으로 칭호 한계를 돌파한 자 A랭크가 주어집니다.]

    ‘이런 망할.’

    황소욱의 얼굴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역대 3위 성적으로 인해 SS랭크 업적을 받았다.

    한데 갑자기 시스템 메시지가 뜨더니 순식간에 SS랭크 업적이 A랭크로 변경되었다.

    ‘이번 튜토리얼을 통과한 인원 중에 1위와 2위가 있었다는 말인가?’

    그게 아니라면 황소욱의 등급이 2단계나 하락할 이유가 없었다.

    ‘어떤 망할 놈들이.’

    절로 이가 악물어졌다.

    ‘찾아봐야겠어.’

    찾아내서 자신의 밑에서 구르게 하는 것으로.

    자신의 업적 등급이 하락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했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과연 찾을 수 있을까? 아니, 우리 훈련소에 있기는 할까?’

    황소욱이 교관으로 있는 훈련소는 수천 개에 달하는 훈련소들 중 하나에 불과했다.

    지구에 존재하는 수백 개의 나라에서 뽑힌 지원병들이 각기 다른 훈련소에 한날한시에 동시 입장한다.

    문제는 지원병이 오는 차원이 지구 하나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수많은 차원에서 수많은 지원병이 동시에 훈련소에 도착한다.

    1위와 2위가 자신이 담당하는 훈련소에 있을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그래도 노력은 해 봐야지.’

    황소욱이 오늘 입단한 이들을 조사한 서류를 꼼꼼하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작업은 아침 해가 밝아 올 때쯤 끝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망할!”

    황소욱은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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