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레벨 플레이어-7화 (7/365)

탐식의 검 (2)

강현수가 세 번째 튜토리얼 시작 장소에 도착했다.

“현수 씨!”

송하나가 반가운 목소리로 강현수를 불렀다.

현재 이곳에 자리한 사람은 강현수와 송하나 단 두 사람뿐이었다.

“반갑습니다, 하나 씨!”

“저도 반가워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어디 있는 걸까요?”

송하나가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두 번째 튜토리얼을 함께 시작했던 오성혁, 최우석, 박지명을 찾는 듯했다.

“두 번째 튜토리얼이 끝날 때 함께 있었던 사람들끼리 세 번째 튜토리얼을 같이 시작하는 거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사실 그럴 수도 있는 게 아니라 그런 게 맞아.’

두 번째 튜토리얼의 미션은 서로 협력해서 생존하라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서 세 번째 튜토리얼을 함께 클리어할 동료를 만들라는 거지.’

처음 시작한 플레이어 5인이 모두 생존하면 그중 기여도가 가장 높은 플레이어에게 뛰어난 리더라는 업적을 주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시스템은 시작의 방에서부터 아이템을 통해 플레이어들이 경쟁하게 만든다.

한편 그러면서도 서로 협력해 최대한 많은 숫자의 플레이어가 살아남아 튜토리얼을 통과하기를 원한다.

‘그러면 잘 좀 만들 것이지.’

시스템이 조금만 더 플레이어의 생존에 신경을 썼다면?

송하나가 두 번째 튜토리얼에서 오성혁에게 공격당하는 일 따위는 없었을 것이다.

강현수가 회귀 전 튜토리얼에서 개고생을 할 필요도 없었고 말이다.

‘이번에 만나면 말끔하게 목을 베어 주마.’

오성혁은 강현수에게 원한을 품고 있다.

강현수는 자신의 적에게 자비를 베푸는 성격이 아니었다.

“이곳으로 더 갈 수가 없어요.”

송하나가 반투명한 벽을 툭툭 치며 말했다.

“안쪽으로 들어가라는 뜻이네요.”

세 번째 튜토리얼은 동그란 원의 형태다.

외곽의 몬스터들은 약하다.

반면 원의 중심으로 들어갈수록 몬스터들이 점점 강해진다.

‘그리고 정중앙에는 보스 몬스터가 있지.’

현재 강현수의 실력이라면 정중앙으로 달려들어 보스 몬스터의 목을 베고 순식간에 세 번째 튜토리얼을 클리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

세 번째 튜토리얼을 빨리 클리어한다고 해서 특별한 보상 같은 건 없었다.

유일한 장점은 그저 아틀란티스 차원에 갔을 때 거대 길드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정도.

강현수에게는 그리 매력적인 장점이 아니었다.

‘계획대로 한다.’

저벅저벅.

강현수가 발걸음을 옮겼다.

송하나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그런 강현수의 뒤를 따랐다.

캬웅!

얼마 가지도 않았는데 반투명한 칠흑빛 몸을 가진 늑대 한 마리가 강현수에게 덤벼들었다.

서걱!

늑대의 목을 일격에 베어 버린 강현수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다시금 발걸음을 옮겼다.

몬스터의 습격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종류도 다양했다.

그림자 늑대, 그림자 표범, 그림자 곰, 그림자 호랑이 등등.

강현수는 묵묵히 숲을 누비며 덤벼드는 몬스터들을 사냥했다.

반나절쯤 지났을까.

[놀라운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섀도 울프 학살자 A랭크가 주어집니다.]

‘늑대는 다 잡았네.’

세 번째 튜토리얼에는 그림자 계열 몬스터들이 서식했다.

종류도 무척 많았는데 놀랍게도 많이 잡기만 하면 업적을 줬다.

‘마지막 튜토리얼이라고 팍팍 퍼 주는구만.’

강현수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앞으로 등장하는 섀도 울프는 하나 씨가 사냥해 보세요.”

“업적을 얻으셨군요.”

송하나의 말에 강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다시금 발걸음을 옮겼다.

강현수는 섀도 울프를 제외한 몬스터만 사냥했고 송하나는 섀도 울프만 사냥했다.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몬스터 사냥에 열을 올렸다.

그때였다.

“저기 현수 씨, 혹시 전직에 대해서 아시나요?”

송하나가 강현수에게 질문을 던졌다.

“10레벨을 달성하셨나 보네요.”

“예, 저한테 조언 좀 해 주실 수 있나요?”

“물론입니다.”

“검사 F랭크, 마법사 D랭크, 마검사 E랭크. 이렇게 세 가지 선택지가 떴어요.”

랭크는 마법사가 가장 높았고 그다음이 마검사였다.

“하나 씨는 어떤 직업을 선택하고 싶으신가요?”

“마법사가 좋을 것 같아요.”

“랭크가 높으니까요?”

“예, 그리고 마법사로 전직하면 굳이 검을 들지 않아도 될 것 같기도 해서요.”

송하나의 솔직한 대답에 강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마력의 심장을 보유하고 있는 송하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직업은 마법사였다.

몬스터와 직접 근접전을 치르지 않아도 되니 심리적으로도 더 안정적이었다.

‘마법사를 선택하는 게 가장 안정적인 것 같기는 한데, 검에 대한 재능이 너무 아까워.’

송하나는 두 번째 튜토리얼에서 처음 검을 잡았다.

검술이라고는 강현수에게 기초만 배운 게 전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하나는 검 한 자루에 의지에 수많은 몬스터들을 사냥했다.

평범한 재능과 마음가짐을 가진 플레이어였다면?

사냥은 고사하고 목숨 부지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송하나가 정말 살황과 동일인이라면?’

검에 대한 재능 역시 최상급일 확률이 상당히 높았다.

‘평범한 플레이어에게 마검사로의 전직은 최악의 선택이야.’

검과 마법을 모두 사용할 수 있어 얼핏 보면 좋은 직업 같다.

하지만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남들이 한 우물을 팔 때 혼자서 두 우물을 파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런 경우 대부분 이도 저도 아닌 어중이떠중이가 된다.

하지만.

만약 남들이 한 우물을 팔 때 혼자서 두 우물을 파는 데 성공한다면?

‘대박이지.’

검술에 대한 재능은 강현수가 확인했다.

마법에 대한 재능은 마력의 심장만으로도 웬만한 단점들을 모조리 씹어 먹을 수 있다.

살황에 대한 정보는 없지만.

‘최고의 암살자라는 칭호를 마법만 사용해서 얻었을 리는 없지.’

검과 마법 모두를 동시에 사용했을 확률이 더 높았다.

‘가능성이 꽤 높아.’

마법사는 안정적인 성장이 보장되지만 검술에 대한 타고난 재능을 포기해야 한다.

마검사는 불확실하기는 하지만 성공하기만 하면 대박이다.

‘이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지.’

강현수가 입을 열어 자신의 생각을 송하나에게 이야기했다.

“결정은 하나 씨가 하는 거예요.”

강현수의 말에 잠시 고심하던 송하나가 허공으로 손을 뻗었다.

화악!

밝은 빛무리가 송하나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뭘 선택하셨어요?”

“마검사요.”

송하나가 짧게 대답했다.

“마법사를 더 원하지 않으셨나요?”

“제가 가진 재능을 버리기가 아까워서요.”

송하나의 짧은 대답에 강현수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사실 강현수는 송하나가 마검사를 선택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더 힘들더라도.

더 위험하더라도.

더 강해지고 싶은 욕심.

‘이미 성장하는 기쁨을 맛본 만큼 절대 포기할 수 없었겠지.’

이런 선택이 플레이어를 강하게 만든다.

안정적인 선택을 하는 플레이어는 어느 순간 정체될 수밖에 없다.

반면 계속해서 도전하는 플레이어는 더 많은 위험을 겪지만 끊임없이 강해질 수 있다.

강현수가 원하는 동료는 당연히 전자가 아니라 후자였다.

“전직했다고 업적도 주네요.”

송하나가 싱글싱글 웃는 얼굴로 말했다.

튜토리얼에서의 전직.

세 번째 튜토리얼에서 전직한 송하나는 두 번째 튜토리얼에서 전직한 강현수보다 업적 보상이 적을 것이다.

하지만 업적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가죠.”

“네.”

강현수와 송하나가 다시금 발걸음을 옮겼다.

* * *

3일의 시간이 흘렀다.

송하나는 변화한 상황에 잘 적응했다.

기초적인 마법과 검술을 사용해 상당히 효율적인 방법으로 몬스터를 사냥했다.

캬우우웅!

수십 마리의 몬스터가 한꺼번에 달려든다.

화르르륵!

송하나의 손짓에 따라 허공에서 불화살이 피어올랐다.

슈슈슉!

꽈아아아앙!

커다란 폭음과 함께 선두에 서 있던 몬스터들이 목숨을 잃었다.

스르르릉!

검을 뽑아 든 송하나가 몬스터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화르르륵!

화염에 휩싸인 검을 휘두르며 쉴 새 없이 마법을 난사한다.

수십 마리에 달하는 몬스터들이 이렇다 할 저항도 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학살당했다.

‘이거 기대 이상이네.’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강현수의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마력의 심장이라는 스킬 하나만으로도 송하나의 가치는 충분했다.

한데 마검사로 전직한 이후에는 강현수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마력의 심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연속적인 공격 스킬 사용.

그 파괴력은 마법사로 전직한 플레이어를 능가했다.

점점 더 익숙하고 정교해져 가는 검술.

그 성장 속도가 검사로 전직한 플레이어를 씹어 먹을 수준이었다.

‘대박이 맞았어.’

이대로 잘만 성장한다면.

송하나는 아틀란티스 차원 전역에 이름을 떨치는 플레이어가 될 게 확실했다.

‘살황과 동일인이 확실해.’

이런 재능을 타고난 이가 튜토리얼에서 허무하게 사망했을 리가 없다.

아틀란티스 대륙에서 이름을 떨치지 못했을 리가 없다.

‘회귀 전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송하나의 이번 생은 회귀 전과는 전혀 다른 삶이 될 것이다.

‘내가 그렇게 만든다.’

강현수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아직 업적을 얻지 못한 몬스터를 향해 불화살을 날렸다.

퍼엉!

불화살에 직격당한 몬스터의 숨통이 끊어졌다.

송하나의 스킬이 늘어난 덕분에 강현수는 오성혁 일행이 없음에도 계속해서 레플리카 스킬의 숙련도를 올릴 수 있었다.

장점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송하나는 센스 있게 강현수가 업적을 얻어야 할 몬스터를 흘려보냈다.

그 덕분에 강현수와 송하나 모두 편안하게 업적 수집을 할 수 있었다.

경험치 손실도 없었다.

강현수와 송하나의 레벨 차이 덕분이었다.

‘이제 겨우 3일. 시간은 충분해.’

세 번째 튜토리얼에 존재하는 모든 몬스터를 대량 사냥해 업적을 얻는다.

그게 강현수의 첫 번째 목표였다.

“가죠.”

“네!”

강현수의 말에 송하나가 환한 미소와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몬스터를 사냥하고 레벨과 업적을 획득해 점점 강해진다.

거기서 오는 쾌감은 엄청난 중독성이 있었다.

크아아앙!

멀리서 몬스터의 포효가 들려왔다.

강현수와 송하나가 몬스터의 포효가 들린 곳을 향해 달려갔다.

“어?”

목적지에 도착한 송하나가 적잖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강현수도 살며시 얼굴을 찌푸렸다.

사냥은 이미 끝나 있었다.

다른 플레이어들이 몬스터를 사냥한 것이다.

“너희는 뭐야?”

몬스터를 사냥한 플레이어 중 하나가 강현수와 송하나를 경계하며 물었다.

‘아홉 명. 생각보다 숫자가 많네.’

두 번째 튜토리얼에서 지을 수 있는 무리는 최대 다섯 명.

‘2~3개 정도 되는 무리가 하나로 합친 모양이네.’

목적은 아마도 생존일 것이다.

숫자가 늘어날수록 몬스터로부터 자신의 몸을 지키기 편해지니까 말이다.

“몬스터 포효가 들려서 사냥을 하러 왔을 뿐이다.”

강현수가 고저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냥은 이미 끝난 모양이군. 우리는 이만 가 보겠다.”

강현수는 송하나와 함께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 했다.

“잠깐!”

그때 처음 입을 열었던 플레이어가 강현수를 불렀다.

“뭐지?”

“둘이 다니려면 힘들지 않나? 우리와 합치는 건 어때?”

“거절한다.”

둘이 딱 좋았다.

이 이상 머릿수를 늘려 봐야 사냥할 수 있는 몬스터의 숫자만 줄어든다.

“둘이면 불침번 서기도 힘들 거 아니야? 그러지 말고 합류하지?”

강현수는 상대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몸을 돌려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 강현수의 모습을 본 송하나가 후다닥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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