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레벨 플레이어-2화 (2/365)

튜토리얼

밝은 빛에 휩싸인 강현수가 도착한 곳은 수풀이 무성한 숲이었다.

‘첫 번째 튜토리얼인가?’

강현수가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상대해야 할 적은 이빨 토끼였지.’

이빨 토끼는 평범한 토끼는 아니다.

덩치는 대형견 정도로 컸고 길고 단단한 앞니와 강한 턱 힘은 사람의 뼈와 살을 으스러트리기에 충분했다.

결정적으로 귀여운 외모와 다르게 성격도 포악했다.

부스럭!

작은 소음과 함께 순백의 하얀 털을 가진 귀여운 외형의 이빨 토끼가 모습을 드러냈다.

캬악!

이빨 토끼는 강현수를 발견하자마자 사나운 포효를 터트리며 달려들었다.

회귀 전 강현수는 이빨 토끼를 쓰러트리지 못했다.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죽어라 도망쳤다.

그러다 운 좋게 나무를 발견하고 기어 올라가 벌벌 떨며 하루를 버텼다.

첫 번째 튜토리얼의 목표가 생존이었으니 틀린 선택은 아니었다.

‘하지만 단순히 생존하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가 없지.’

휘익!

강현수의 검이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휘둘러졌다.

서걱!

강현수를 향해 달려들던 하얀 털을 가진 이빨 토끼의 목이 그대로 잘려 나갔다.

[놀라운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일격필살 B랭크가 주어집니다.]

‘얻었다.’

일격필살은 오직 첫 번째 튜토리얼에서만 얻을 수 있는 업적이다.

강현수는 업적 일격필살의 옵션을 확인했다.

[일격필살 – B랭크]

-첫 사냥에서 일격에 몬스터를 사냥하셨습니다.

-모든 스텟 25 상승.

‘역시 후하네.’

고작 0~3레벨에 불과한 몬스터 한 마리를 잡았을 뿐인데 무려 B랭크 칭호를 얻었다.

첫 번째 튜토리얼 중이었기에 얻을 수 있는 호사였다.

‘이 정도로 만족할 수는 없지.’

첫 번째 튜토리얼에서 얻을 수 있는 칭호는 일격필살만이 아니다.

‘튜토리얼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업적과 칭호를 싹쓸이한다.’

기껏 회귀를 해 놓고 그 정도도 하지 못한다면?

천하에 둘도 없는 바보 천치나 마찬가지였다.

강현수는 이빨 토끼를 피하는 게 아니라 찾아다녔다.

그리고 사냥했다.

그 결과.

[놀라운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첫 번째 튜토리얼에서의 레벨 업 A랭크가 주어집니다.]

[놀라운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이빨 토끼 학살자가 A랭크가 주어집니다.]

[놀라운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첫 번째 튜토리얼의 한계에 도달한 자 SSS랭크가 주어집니다.]

첫 번째 튜토리얼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업적을 획득했다.

잠시 후.

[첫 번째 튜토리얼이 끝났습니다.]

[두 번째 튜토리얼이 시작됩니다.]

[서로 협력해서 3일간 생존하세요.]

첫 번째 튜토리얼이 끝나고 두 번째 튜토리얼이 시작되었다.

* * *

화악!

밝은 빛과 함께 또다시 낯선 장소에 도착했다.

하지만 아까와는 사정이 조금 달랐다.

“뭐야?”

“당신들 누구야?”

“꺄아아악!”

난장판이 펼쳐졌다.

‘이건 똑같네.’

강현수도 회귀 전 두 번째 튜토리얼을 시작했을 때 저들처럼 야단법석을 떨었다.

인원은 강현수를 포함해 총 다섯 명.

‘딱히 기억에 남아 있는 얼굴은 없네.’

그렇다는 말은 저들 대다수가 튜토리얼에서 목숨을 잃었거나.

설사 살아남아 아틀란티스 차원에 진입했다고 해도 랭커가 되지는 못했다는 뜻이었다.

‘일단 스킬부터 확보하자.’

첫 번째 튜토리얼은 몬스터밖에 없어서 레플리카 스킬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하나 이제는 아니었다.

[레플리카 – F랭크]

-액티브 스킬

-마력과 스택 하나를 소모해 타 플레이어의 스킬 중 하나를 랜덤으로 복사해 옵니다.

-레플리카 스킬은 원본 스킬의 10%의 능력치를 갖습니다.

-레플리카 스킬은 원본 스킬의 랭크와 무관하게 F랭크로 복사됩니다.

-5개의 레플리카 스킬을 보유할 수 있습니다.

-현재 스택 : 4개

-스택은 8시간에 하나씩 충전됩니다.

‘조촐하네.’

회귀 전 강현수가 사용하던 레플리카 스킬과 현재의 레플리카 스킬은 하늘과 땅만큼 큰 차이가 났다.

‘뭐, 당연한 거지.’

F랭크에 불과한 레플리카 스킬로 복사할 수 있는 스킬의 숫자는 고작 다섯 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 같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

레플리카 스킬은 언제든지 삭제가 가능했으니까 말이다.

‘스택도 네 개나 있으니까.’

강현수가 당황하는 사람들에게 차례대로 레플리카 스킬을 시전했다.

[고유 스킬 레플리카 – F랭크를 사용합니다.]

[스택 하나가 소모됩니다.]

[강철 피부 – F랭크의 레플리카를 만듭니다.]

[레플리카 스킬 강철 피부 – F랭크가 생성되었습니다.]

[레플리카 스킬은 원본의 10%의 능력치를 갖습니다.]

……후략……

회귀 전에는 마력 부족으로 스택이 남아돌았음에도 레플리카 스킬을 1번밖에 사용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랐다.

무려 100이 넘어서는 마력 스텟이 있었다.

그 정도면 자신을 제외한 네 명을 대상으로 레플리카 스킬을 시전하기에 충분했다.

스택도 네 개니 딱 맞아떨어졌다.

문제가 있다면…….

‘계속 성장시키며 사용할 만한 스킬이 없다는 거지.’

강현수는 고만고만한 스킬들 중에서 당장 쓸 만한 스킬들을 골랐다.

그때였다.

[고유 스킬 레플리카를 사용합니다.]

[스택 하나가 소모됩니다.]

[마력의 심장 – C랭크의 레플리카를 만듭니다.]

[레플리카 스킬 마력의 심장 – F랭크가 생성되었습니다.]

[레플리카 스킬은 원본의 10%의 능력치를 갖습니다.]

‘C랭크.’

강현수의 눈이 번쩍 뜨였다.

각성한 순간 C랭크 스킬을 얻었다니?

거기다 스킬의 이름 역시 범상치가 않았다.

강현수가 새롭게 얻은 레플리카 스킬 마력의 심장의 정보를 확인했다.

[마력의 심장 – F랭크]

-패시브 스킬

-레플리카 스킬입니다.

-마력의 양이 1% 증가합니다.

-마력 회복 속도가 1% 증가합니다.

‘대박.’

강현수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지금 당장은 그 효과가 그리 크지 않았다.

고작 F랭크 스킬이었고 원본의 10% 위력에 불과했기에.

1%라고 쓰여 있지만.

지금 당장 마력의 양과 마력 회복 속도는 0.1%밖에 증가하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미래에는 다를 것이다.

‘레플리카 스킬의 랭크만 올리면 원본의 100%가 아니라 200%가 넘는 위력도 발휘할 수 있어.’

마력의 심장 역시 랭크를 올릴 수 있다.

레플리카 스킬과 마력의 심장 스킬을 둘 다 EX랭크로 만든다면?

‘무한에 가까운 마력을 얻게 되는 거나 마찬가지야.’

쓸 만한 스킬을 얻게 되리라고는 1도 기대하지 않았던 튜토리얼에서 이런 보물을 얻게 될 줄이야.

‘마력이 넉넉하니까 이게 좋네.’

시간을 회귀한 자를 포함해 총 다섯 개의 업적을 손에 넣지 못했다면?

레플리카 스킬을 시전할 마력이 부족해 회귀 전처럼 마력의 심장 스킬을 손에 넣지 못했을 확률이 높았다.

강현수가 자신에게 마력의 심장이라는 스킬을 선물해 준 플레이어를 주시했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작은 석궁 하나를 들고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회귀 전에는 튜토리얼 진행 중에 사망한 건가?’

아마 그랬을 것이다.

모든 튜토리얼을 무사히 통과했다면?

거대 길드의 눈이 옹이구멍이 아닌 이상 극진한 대우를 하며 모셔 갔을 게 뻔했다.

그랬다면 아마 마력의 심장 스킬을 바탕으로 최상위 랭커로 성장했으리라.

‘마력의 심장은 전형적인 왕귀형 스킬이야.’

아까웠다.

저런 스킬을 가지고 튜토리얼에서 사망하다니.

‘아니, 그랬기 때문에 튜토리얼에서 사망한 건가?’

사실 마력의 심장은 튜토리얼에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스킬이다.

튜토리얼에서는 C랭크 마력의 심장보다 F랭크 공격 스킬이나 방어 스킬이 더 생존에 유리했다.

강현수가 이대로 방치한다면?

저 여자는 회귀 전과 마찬가지로 튜토리얼을 통과하는 도중 목숨을 잃을 게 확실했다.

‘그렇게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살린다. 그리고 포섭한다.’

아니, 포섭을 넘어서 자신의 수족으로 만들어 놓는 게 좋았다.

어차피 마왕의 하수인들과 배신자 놈들에게 대적하려면 세력을 키워야 했으니까.

‘회귀 전처럼 배신당하는 일은 없어.’

절대 배신하지 못할 방책은 마련되어 있다.

회귀 전 손에 넣지 못했던 직업 하나만 손에 넣으면 된다.

‘어차피 두 번째 튜토리얼의 목적은 협력과 생존.’

업적을 얻기 위해서라도 저 여자를 살려야 했다.

두 번째 튜토리얼에서만 얻을 수 있는 업적 중 하나가 바로 사망자 없이 전원 튜토리얼을 통과다.

그럼 튜토리얼 통과 기여도 1위는 뛰어난 리더라는 업적을 얻게 된다.

‘뛰어난 리더는 모든 스텟이 30 증가하는 A랭크 칭호야.’

조금 번거롭기는 하지만 총스텟이 150이나 상승하는 만큼 무조건 획득해야 하는 업적이었다.

‘충분히 얻을 수 있는 업적이기도 하고.’

강현수는 다른 플레이어들과 다르다.

각성과 동시에 EX랭크 업적을 얻었다.

그 후 첫 번째 튜토리얼을 거치며 레벨을 올렸고 업적도 추가로 네 개나 획득했다.

거기다 30년이 넘는 전투 경험이 있다.

그런 강현수에게 이 자리에 있는 네 명 모두를 생존시켜 두 번째 튜토리얼을 통과하게 만들어 주는 건?

식은 죽 먹기나 다름이 없었다.

물론.

“야, 너 그 석궁 내놔!”

트롤이 없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 * *

“야, 너 그 석궁 내놔!”

팔과 다리를 도화지 삼아 그림을 그려 놓은 사내가 험악한 얼굴로 벌벌 떨고 있는 여성에게 다가가 외쳤다.

“시, 싫어요.”

여성이 벌벌 떨며 거절했다.

첫 번째 튜토리얼을 거치며 확실하게 깨달았다.

이 석궁이 없다면 자신은 죽은 목숨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하! 싫어? 이년이 미쳤나! 너 죽고 싶어!”

사내가 자신의 손에 들린 피 묻은 장검을 들어 올리며 위협적으로 외쳤다.

그 모습에 여성이 몸을 움찔하며 사내를 향해 석궁을 겨눴다.

“하! 나 어이가 없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사내의 눈가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덜덜 떨고 있어서 쉽게 생각했는데.’

사내는 첫 번째 튜토리얼을 거치며 죽을 고비를 넘겼다.

그리고 아이템.

그중에서도 원거리 무기와 갑옷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사내는 장검과 나무 방패 그리고 사슬 갑옷 상하의와 철로 만든 신발을 선택했다.

문제는 사슬 갑옷 상하의가 민소매 티에 미니스커트를 입은 것처럼 보호 면적이 적다는 점이었다.

철로 만든 신발도 문제였다.

너무 무겁고 불편해서 기동력이 저하되었다.

그 때문에 사내는 첫 번째 튜토리얼에서 이빨 토끼의 공격에 몇 번이고 팔과 다리가 잘려 나갈 뻔했다.

첫 번째 튜토리얼이 끝나고 두 번째 튜토리얼로 넘어오면서 부상이 완치되지 않았다면?

사내는 과다 출혈로 세상을 하직했을 것이다.

그런 사내의 눈에 들어온 사람이 바로 석궁을 들고 가죽 갑옷 상하의와 가죽 신발을 걸친 채 벌벌 떨고 있는 여자였다.

아이템은 착용자의 몸에 맞춰서 사이즈가 변한다.

즉 저 여자의 아이템만 빼앗으면 사내가 가지고 있던 문제점을 말끔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그래서 쉽게 보고 빼앗으려고 한 것이었는데 일이 꼬였다.

“당장 물러나세요.”

여자가 부들부들 떨면서도 사내를 향해 석궁을 겨누며 경고했다.

“네가 나를 쏠 수 있을 것 같아!”

사내가 목소리를 높이며 한 걸음 더 다가갔다.

하지만 당당한 목소리와 달리 방패를 높게 들어 머리를 가린 상태였다.

“이익!”

여자가 이를 악물더니 석궁을 발사했다.

텅!

석궁에서 날아간 화살이 나무 방패에 적중했다.

사내가 몸을 움찔했다.

화살이 나무 방패를 반쯤 뚫어 버리며 화살촉이 사내의 눈앞까지 도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이년이!”

사내가 성난 표정으로 여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여자는 석궁에 다시 화살을 장전하려고 했지만.

그보다 사내의 검이 더 빨랐다.

휘익!

사내의 검이 여자를 향해 휘둘러졌다.

“까악!”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두 눈을 감았다.

챙!

그때 금속과 금속이 충돌하는 소음이 터져 나왔다.

여자가 조심스럽게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이게 뭐 하는 짓이지?”

그러자 자신을 공격한 남자와 대치하고 있는 청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살았다.’

여성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꼼짝없이 이대로 죽는 줄 알았다.

그러나 여성은 살았다.

눈앞에 있는 청년이 사내의 검을 막아 준 덕분이었다.

“넌 뭔데 남의 일에 끼어들어, 이 새끼야! 당장 안 비켜!”

사내가 성난 맹수처럼 얼굴을 찌푸리며 청년에게 으르렁거렸다.

“제발 가지 마세요.”

여성이 간절한 표정으로 청년에게 애원했다.

사내의 위협에 겁을 먹은 청년이 물러나면?

자신은 그대로 죽은 목숨이었다.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청년이 태연한 표정으로 여성에게 대답한 뒤 사내를 노려보았다.

“내가 분명히 이게 뭐 하는 짓이냐고 물었을 텐데?”

청년의 말에 사내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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