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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서클 마법사의 환생-437화 (437/522)

2부. 37화

“키릭?”

하늘에 떨어지는 유성우들.

가우스 최강의 마법들 중 하나라는 혼합원소 마법, ‘메테오’였다.

가우스에선 범위를 특정할 수 없는 광대한 파괴력 때문에 금기시 된 마법들 중 하나.

허나 이곳은 가우스가 아니었다.

심지어 지금은 파괴 범위가 넓을수록 좋을 때.

몬스터들은 갑작스러운 유성우의 등장에 불길함을 느꼈다.

그리고 대부분의 불길함은 맞아떨어진다.

쾅! 콰아앙!! 콰아아앙!!

일부러 크기를 줄이고 개수를 늘렸다.

그 편이 통제하기 쉬우니까.

소형 버전으로 축소된 메테오들은 소낙비처럼 떨어져 사정없이 몬스터 군단을 유린했다.

“키에에에!”

“꾸어어어!!”

하늘 높이 울려 퍼지는 비명 소리들.

허나 그마저도 땅을 두드리는 유성우 소리에 모두 지워졌고 몇 차례 대폭발이 일어난 뒤, 외부에는 자욱한 흙먼지만이 가득하게 되었다.

가히 충격적인 광경.

폭군이라 불리던 그 헤타르카일도 이런 힘은 내지 못했다.

그렇기에 모두들 몬스터들이 죽어나가는 것에 대한 기쁨보다는 얼떨떨함이, 그리고 메테오의 파괴력이 보여 준 소름 돋을 정도의 장엄함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충격의 여파는 엘리트 상급 군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이, 이게 무슨…….”

“누가 이런 힘을?”

그때, 인위적인 바람이 일어나며 흙먼지가 걷혔다. 그리고 다시 한번 곳곳에서 경악이 터져 나왔다.

“어, 어?”

“다, 다 죽었어?”

“그 많던 놈들이?”

쑥대밭.

헨리가 뿌린 재앙의 결과물들이었다.

허나 딱 하나.

죽기는커녕 쓰러지지 않은 놈이 하나 있었다.

“아냐, 잘 봐! 아직 제일 중요한 놈이 살아 있어!”

“티탄…… 역시 징하다.”

바로 마스터 웨이브의 보스 몬스터이자 식스랜드 최강의 포식자, ‘티탄’이었다. 그리고.

“근데 허공에 있는 저놈은 누구야?”

“어, 그러네? 사람이 있네?”

“너 몰라? 이번에 헤타르카일 죽인 게 저놈이잖아.”

“뭐?”

“어디 갔나 했더니…….”

비로소 주목되는 헨리.

헨리는 그을음만 조금 있을뿐, 비교적 양호한 상태를 보이는 티탄을 보며 클레버의 말을 떠올렸다.

아마 중층에 오시면 그때부턴 주인님의 마력이 통하지 않는 놈들이 대거 보이실 거예요. 하층에는 그런 놈이 잘 없긴 하지만,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중층로에 이르기 전에는 보통 마스터 웨이브의 보스 몬스터가 그런 편인데 그런 놈들은 반드시 에테르만 통하게 설계되어 있어요. 그러니……

놈을 쓰러뜨리기 위해선 ‘가우스’의 힘이 아닌 ‘어비스’의 힘이 필요했다.

‘언젠가 이런 순간이 올 거라고 생각은 했다.’

헨리는 검을 들었다.

허멀트에게서 받았던 무겁고 튼튼한 검이었다. 허나 헨리가 쥔 순간부터 그것은……

화륵!

칼날에 피어오르는 불꽃.

지옥을 지키고 휘감는 불꽃, 지옥불 업화였다.

헨리는 자신의 검에 지옥불을 피워 올린 다음 티탄 앞에 마주섰다.

압도적은 크기 차이.

허나 헨리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존재감만큼은 티탄 못지않았다.

“크르르…….”

주변의 모든 몬스터가 죽었다.

공성병기는 파괴되었고 크고 작은 몬스터들은 운석에 짓눌려 터지거나 불타올라 재가 되었다.

잿빛으로 물든 대지.

허공에 흩날리는 잿가루와 불씨.

두 존재를 방해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잠깐의 침묵.

‘꿀꺽.’

들리는 건 성곽 위에서 숨 죽여 지켜보는 병사들의 마른 침 삼키는 소리뿐.

그리고.

후우우웅-!

‘시작됐다!’

티탄의 거대한 주먹이 뻗어짐으로써 싸움이 시작되었다.

거대한 덩치와는 달리 티탄의 주먹은 빨랐다. 놈의 주먹은 보름달처럼 거대했으며 헨리가 있는 곳을 향해 정확히 내질러지자마자.

꽈아아앙!!

닿은 지면을 중점으로 팔방으로 균열이 갈라지고 부서진 바닥들이 기둥처럼 솟았다.

허나 그 감촉에 헨리는 없었다.

대신 지면이 부서지며 또 한 번 흙먼지가 자욱이 뿜어졌고.

부릅!

티탄의 여덟 개 눈이 쥐새끼를 찾기 위해 여덟 방향으로 돌아갔다.

그러다 헨리를 찾은 건 여덟 개의 눈이 아니었다. 달린 눈에 비해 턱없이 적은 두 귀였다.

까드드드득!!

얼음이 거칠게 얼어붙는 소리.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여덟 개의 시선이 모였다.

그 끝에는 상어 지느러미처럼 거대한 얼음 선을 만들며 자신의 팔을 타고 달려오는 헨리가 있었다.

휘이이이!!

팔뚝쯤까지 헨리가 올라왔을 때, 뒤늦게 헨리를 발견한 티탄이 헨리를 떨쳐 내기 위해 팔을 휘둘렀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르던지 공기 찢어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으나.

까드드드득!!

겨우 그런 팔 부림으로는 헨리를 떨쳐 내지 못했다.

이윽고 팔뚝을 지나 어깨에 도착한 헨리는 피워 올린 지옥의 불꽃을 두 손으로 쥐고 티탄의 턱을 향해 크게 휘둘렀다.

화아아악!!

검신은 짧았으나 휘둘러진 것은 거대했다. 짧은 검신에서 거대한 지옥불이 뿜어진 것이다.

그것은 파도가 되어 티탄의 머리를 덮쳤다.

“그어어어어!!”

펼쳐진 업화는 아귀처럼 티탄의 머리를 집어삼켰다.

그 작열통은 용맹한 거인족도 참지 못하겠는지 녀석의 입에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일부러 티탄에게만 메테오를 집중포화했다.

허나 그때는 겨우 그을음만 생기고 아픈 체도 않더니 지금은 어린아이처럼 울부짖는다.

마력과 에테르의 차이였다.

‘정말이군.’

겨우 힘의 종류만 바꾸었을 뿐인데 이 정도 화력 차이라니.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직접 체감해 보니 기분 나쁠 만큼 격차가 심했다.

그 순간, 작열통을 이기지 못한 티탄의 네 주먹이 헨리를 향해 뿜어졌다.

쩍! 쩍! 쩍! 쩍!

섬뜩한 소리.

끔찍한 작열통 속에서도 티탄은 꽤 정확히 헨리가 있던 위치를 맞추고 있었다.

물론 대부분이 헨리를 맞추지 못하고 자신의 몸을 치는 것에서 그쳤으나 티탄은 그따위 고통쯤은 개의치 않다는 듯 계속해서 주먹질을 이어 나갔다.

‘이상하군. 여덟 개 눈은 분명 업화 때문에 봉인되어 있을 텐데.’

그 순간, 헨리와 눈 하나가 시선이 맞추어졌다.

그것은 티탄의 얼굴에 붙어 있던 여덟 개의 눈이 아니었다.

업화가 피어오르지 않은 다른 몸뚱이에서 생겨난 눈이었다.

‘눈 하나가 더 있었군.’

그럼 저 눈만 공격하면 시야를 차단시킬 수 있을 터.

헨리는 몸의 궤도를 바꾸어 휘둘러지는 주먹 속에서 녀석의 아홉 번째 눈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쏙!

티탄의 아홉 번째 눈은 헨리가 가까이 다가오자마자 몸속으로 들어가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이동이 가능했었군.’

특이한 신체 구조.

별로 놀랍지도 않았다.

가우스에서 상대한 종말 중에는 저런 신기한 몸을 가진 놈들이 수두룩했으니.

그즈음 티탄의 얼굴에 붙은 업화가 소화되었다.

티탄의 뛰어난 저항력이 헨리의 지옥불은 전소시킨 것이다.

그와 동시에 감겨 있던 여덟 개 눈이 다시 번쩍 뜨였다.

[ 티탄이 <석화>를 사용합니다. ]

아카이브의 알림.

보스 몬스터의 스킬 사용을 알리는 알림이었다.

티탄이 사용한 스킬은 ‘석화’.

여덟 개 눈의 시선이 교차되는 곳에 닿는 모든 것을 돌처럼 굳혀 버리는 스킬이었다.

티탄의 석화 스킬 발동에 멀리서 싸움을 지켜보던 카엘이 소리쳤다.

“안 돼!”

위험했다.

여지껏 석화 스킬에 당한 플레이어들 중 제 스스로 석화 상태에서 풀려난 자는 한 번도 보지 못했으니까.

이윽고 티탄의 여덟 개 시선이 헨리에게 교차되자 저격총의 레이저 포인트처럼 헨리의 몸에 빨간 점 여덟 개가 한데 모였다. 그리고.

[ <방어력> 스탯이 <석화>의 발동을 방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

[ 티탄의 <석화>가 발동에 실패하였습니다. ]

놀랍게도 헨리는 티탄의 석화 스킬을 방어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몬스터 웨이브에 참전하기 전에 획득해 둔 ‘방어력’ 스탯 덕분이었다.

‘이래서 스탯이 중요하다고 한 거군.’

여지껏 클레버의 조언 때문에 모아 온 스탯들이었다. 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스탯이 가진 위력에 대해 실감 할 수 있었다.

스킬 발동에 실패하자 티탄이 당황한다.

헨리는 그 짧은 간극을 놓치지 않았다.

타닷- 파아앗!

헨리는 다리를 굽혀 하늘 높이 도약했다.

목표는 티탄의 머리.

메테오는 그을음만 겨우 남겼지만 업화는 확실하게 피해를 입혔다.

군데군데 화상을 입어 터져 나간 살갗들이 그 증거.

도약한 헨리 뒤로 기다란 지옥불이 꼬리선을 그리며 무지개를 만든다.

그 불꽃선이 티탄의 머리보다 더 높이 솟았을 때, 헨리는 앞으로 몸을 말았다.

그리고 가속도를 붙여 날카로운 톱니바퀴처럼 업화를 말아 냈고.

화아아악!!

자신 스스로 하나의 메테오가 되어 티탄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헨리의 칼날이 티탄의 머리에 닿은 순간이었다.

[ <관통력> 스탯이 방어력 무시 효과를 일으킵니다. ]

관통력 스탯의 효과가 발휘되었다.

그와 함께 헨리의 칼날이 전기톱으로 나무 자르듯 티탄의 몸을 거칠게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끄어어어어어어!!”

두개골이 갈라질 때쯤, 티탄의 네 손이 헨리에게로 몰려든다.

하지만 놈의 네 손은 끝끝내 헨리에게 닿지 못했다.

놈의 네 손이 닿기도 전에, 헨리의 칼날은 이미 녀석의 사타구니까지 갈라놓아 버린 뒤였으니까.

화륵!

목표물을 베어 낸 헨리의 검이 성냥개비 불 꺼뜨리듯 지옥불을 전소시킨다.

헨리가 바닥에 착지했을 때였다.

쿠우우우-

바람 가르는 소리.

그와 함께 세상이 잠시 어두워졌다.

갈라진 티탄의 몸이 하늘을 가린 것이다.

쿠우웅!

양단 난 티탄의 몸이 각 방향으로 바닥에 쓰러진다.

[ 보스 몬스터가 처치되었습니다. ]

[ 모든 몬스터가 처치되었습니다. ]

[ 웨이브 방어에 성공하셨습니다. ]

티탄이 죽었다.

그와 함께 아카이브의 알림이 쏟아졌다. 그러나 단순한 몬스터 웨이브 때와는 뭔가 조금 달랐다.

[ 홀로 마스터 웨이브를 막아 내셨습니다. ]

[ 웨이브 클리어 기여도를 측정합니다. ]

[ 측정 완료. ]

[ 최고 기여자는 <헨리 모리스>님입니다. ]

[ 축하드립니다! <헨리 모리스>님에게 특별 보상들을 지급합니다. ]

[ <스탯 페이지>를 획득하셨습니다. ]

[ <중급 무색의 룬>을 획득하셨습니다. ]

[ <티탄의 룬>을 획득하셨습니다. ]

[ 모든 스탯이 10 상승합니다. ]

[ 100,000 어비스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

쏟아지는 아카이브 알림들.

단순 웨이브에서 이런 보상을 얻을 수 있을 수 있었나?

클레버의 기억 속에는 이런 정보가 없다. 처음에 클리어 했던 웨이브 때도 그렇고. 그렇다는 건 아무래도……

‘마스터 웨이브에서만 발생하는 특수 이벤트인 모양이로군.’

나쁘지 않았다.

이번 싸움에서 스킬과 스탯의 힘을 절실히 느낀 터라 더더욱 반가웠다.

허나 아카이브의 알림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 누구나 해내기 힘든 일을 해내셨습니다. ]

[ 어비스가 당신의 활약에 감탄하며 소정의 선물들을 지급합니다. ]

[ 100,000 어비스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

[ 모든 스탯이 5 상승합니다. ]

[ <초대장>을 획득하셨습니다. ]

추가로 떠오르는 알림들.

한 번의 싸움으로 이 정도 보상인 걸 보니 아무래도 티탄은 헨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대단한 놈이었던 것 같다.

그때였다.

저 멀리 누군가 날아오는 게 보이는 건.

날아오는 이.

데폴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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