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서클 마법사의 환생-407화 (407/522)

2부. 7화

“스승님! 어푸! 어푸!”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천재지변처럼 들이닥친 물은 순식간에 재하를 휘감고 숨통을 조여 갔다.

“살려, 푸훕! 주세요! 푸흐읍!”

재하는 수영을 할 줄 모른다.

그래서 죽을 것 같았다.

그때.

딱!

손가락 튕기는 소리.

그와 동시에 조여오던 숨통이 순식간에 편안해졌다.

물도 사라졌다.

숨도 가쁘지 않았다.

재하가 바닥에 주저앉은 채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어 보이자 헨리가 말했다.

“어떠냐?”

“무, 뭐예요 방금?”

“환상 마법이다.”

“환상요?”

“그래. 너에게 실제 같은 환상을 보여 준 게지.”

“…….”

그 말에 재하는 헨리의 의도를 대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허나 동시에 그런 의문도 들었다.

‘이런 힘을 갖고 있었으면 굳이 도민호를 속일 필요가 없었잖아……?’

그때였다.

“표정에 의아함이 가득하구나.”

“…예?”

“환상 마법은 산 자에게 자주 사용해선 안 된단다. 특히 극의에 달한 환상 마법일수록 더더욱 조심해야 하지.”

“왜요?”

“어떤 힘이든 믿음을 유발하는 힘은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거든.”

“……?”

그 말에 재하가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으나 대충 함부로 사용해선 안 된다는 것은 알았다.

“근데 왜 저한테는 쓰신 겁니까?”

“모름지기 실전만큼 한 번에 이해시키기 쉬운 것도 없는 법이니까.”

“아, 네…… 아무튼 스승님께서 하시려는 게 뭔지는 알 것 같네요.”

“충분할 것 같지 않느냐?”

“예, 충분하다 못해 넘칩니다. 그럼 이제 스승님의 레벨을 정해야겠군요.”

“등급표가 어찌 되느냐?”

그 물음에 재하는 휴대폰에 설치해 둔 ‘헌터 대백과’ 앱을 실행시켰다.

그런 다음 세계 랭킹표와 국내 랭킹표를 보여 주며 말했다.

“랭킹은 크게 국내 외로 구분을 두며 특성이나 기타 지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집계합니다.”

“넌 몇 위냐?”

“랭킹 집계는 S랭크부터입니다. 전 당연히 없죠.”

“하잘 것 없구나.”

“하잘 것 없어서 죄송합니다.”

헨리는 재하의 휴대폰을 받아 헌터들의 정보를 확인했다.

그러나 복잡하게 여러 명 확인할 것 없이 몇 명 정도만 보았다.

“정했다.”

“벌써요?”

“그래.”

“기준치로 잡으신 헌터가 누군가요?”

“투신.”

“예?”

“세계 랭킹 맨 위에 적힌 투신이라는 헌터보다 강하게 설정할 것이다.”

“……예?”

그 말에 재하는 황급히 자신의 휴대폰을 다시 켰다.

그리고 헌터 대백과에 등재된 투신을 찾았다.

사실 재하는 투신이 누군지 알고 있다.

허나 그럼에도 투신을 찾은 건 자신이 아는 그 투신이 맞는지 재확인하기 위함이었다.

허나 한국에는……

아니, 이 세상에 ‘투신’이라 불리는 헌터는 딱 한 명뿐이었다.

“진심이세요?”

“그래.”

“언제는 귀찮은 게 질색이라고 하시더니 갑자기 왜 이런 선택을 하시는 거세요?”

“그래야 편하니까.”

“예?”

“재하야, 난 지구에서 노닥거릴 시간이 없단다. 가우스에는 수많은 이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고 난 하루라도 빨리 종말을 몰아낼 방법을 찾아내야 해.”

“그렇긴 하지만…….”

“걱정하지 말거라. 내 일과는 별개로 너를 강하게 만들어 주겠다는 약속은 잊지 않았으니. 그리고…….”

헨리가 어린 손주 다독여 주듯 불안해하는 재하에게 자상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선택이 옳았다는 걸 너도 곧 알게 될 거다. 아무리 이 세상이 법에 의해 돌아간다고 한들, 세상은 항상 거대한 힘 앞에 굴복해 왔으니까.”

“예, 스승님.”

재하의 끄덕임에 헨리가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허공에 아공간을 열어 책 한 권을 꺼낸 다음 책 위에 마법을 부리기 시작했다.

“됐다.”

“방금 뭘 하신 건가요?”

“번역 마법을 사용했다.”

“번역 마법이요?”

“그래. 이건 마법사를 꿈꾸는 자들을 위해 내가 직접 쓴 마법의 기초와 이해에 대한 책이다. 좀 전에 이 책에 쓰인 모든 문장을 한국어로 번역해 두었으니 읽는 덴 문제가 없을 게다.”

“이걸 제게 주신다는 건…….”

“마법을 배우고 싶다면서? 그럼 기초를 알아야지. 이제부턴 틈만 나면 이걸 읽도록 해라. 이 책을 완전히 네 것으로 만들었을 때 그때가 되면 다음 단계를 알려 주마.”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법의 기초와 이해>

친절한 설명치곤 책 제목이 꽤나 도발적이었다.

재하는 책의 두께를 보고 살짝 안색을 굳혔지만 이내 곧 자신감을 내비쳤다.

“제가 각성만 안 했으면 한국대에 갔을 몸이란 걸 보여 드리겠습니다.”

“한국대가 뭔진 모르겠지만 그러도록 하려무나.”

“예, 스승님.”

그때부터였다.

재하가 지구 최초의 마법사가 되기 위한 초읽기를 시작한 건.

*“네, 무엇을 도와드릴…… 헉?”

헌터 협회의 본청 건물.

그곳의 데스크를 담당하던 직원들은 깜짝 놀랐다.

“시, 신재하 님?”

왜냐하면 화제의 인물로 떠오르고 있는 신재하가 자신들의 앞에 나타났기에.

허나 그는 신재하가 아니었다.

신재하로 의태한 헨리였다.

헨리가 말했다.

“헌터 면허를 재발급받기 위해 왔습니다만.”

“아, 네! 지금 바로 담당자님을 불러드리겠습니다!”

언젠간 신재하가 재검사를 받으러 올 것이란 건 알았지만 그게 당일일 줄은 몰랐다.

덕분에 협회는 난리가 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다.

회견장에서 봤던 한재호 팀장이었다.

“반갑습니다, 신재한 님. 이쪽으로 오시죠, 제가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한재호는 지하에 위치한 대기실에 따뜻한 차와 함께 잠시 기다려 줄 것을 부탁했다.

“호록.”

차는 향기가 제법이었다.

‘저 녀석들만 아니었다면 더 향기로웠을 텐데 말이지.’

헨리가 있는 곳은 평범해 보이는 대기실.

그러나 이곳은 결코 평범한 대기실이 아니었다.

이곳은 취조실을 테마로 한 특별한 대기실이었는데 벽면 한편이 특수 거울로 되어 있어 얼핏 보면 보통의 거울처럼 보이지만 그 너머에는 사람들이 대기자를 볼 수 있는 환경이었다.

그리고 현재 대기실 건너편에는 협회장을 비롯한 협회의 고위 간부들이 신재하를 보기 위해 급히 모인 상황.

협회장이 말했다.

“한 팀장.”

“예, 협회장님.”

“정말 신재하가 자기 입으로 2차 각성을 주장했다고?”

“예, 그렇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여기 있는 사람들 중 신재하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신재하는 오늘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핫한 화제의 인물이었으니까.

“검사자는 누구야?”

“이명진 헌터입니다.”

“이명진이라면 확실하지.”

“예, 혹시 몰라서 미리 초빙해 두었는데 타이밍이 좋았습니다.”

그때였다.

대기실에 이명진 헌터가 나타난 건.

대기실에 들어온 이명진이 예의를 차려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신재하 헌터님. 저는 협회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명진 헌터라고 합니다.”

이명진 헌터.

그는 S급 헌터로, 타인의 정보를 읽는 능력이 특화되어 국내 최고의 검사원으로 근무 중인 헌터였다.

“신재하입니다.”

그의 인사에 재하도 예를 갖춰 꾸벅 목례했다.

“그렇잖아도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원래는 D급 헌터셨는데 A급 게이트 안에서 2차 각성을 하셨다고.”

“예.”

“당일 날 바로 검사받으러 오실 줄은 몰랐는데 의외시네요. 그럼 바로 시작하도록 하실까요? 우선 2차 각성자에 대해 재검사를 하는 이유는 혹시 모를 신체 변화나 갑자기 생긴 질병을 감지하기 위한 목적이 크구요. 더 나아가…….”

천편일률적인 설명들.

이윽고 설명이 끝났고 이명진이 양손을 내밀었다.

“자, 제게 양손을 주시고 몸에 힘을 빼 주세요. 에테르는 잔잔한 수면처럼 평화를 유지해 주시구요. 혹시라도 발동 중인 스킬이 있다면 모두 해제해 주시길 바랍니다.”

검사 과정을 안내받으며 헨리는 이명진이 내민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의 손을 잡자마자 바로 환상 마법을 발현시켰다.

이윽고 이명진의 스캔 능력이 발동되었고……

“…….”

헨리의 손을 붙잡은 이명진은 한동안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는 듯하더니 이내 곧 눈썹을 꿈틀거리며 식은땀을 흘렸다.

검사를 마친 이명진이 손을 놓으며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끝입니까?”

“예,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이명진은 끝까지 예를 차린 다음 밖으로 나왔다.

그런 다음 간부들이 모여 있는 옆방으로 향했다.

이명진이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이었다.

“어떻게 됐나?”

“등급이 뭔가?”

“스탯이 얼마야?!”

쏟아지는 질문들.

그 질문에 이명진은 잠시 손바닥을 보이며 기다릴 것을 요청한 후, 미리 개인 텀블러에 담아온 얼음물을 들이켰다.

그리고 얼마간 심호흡을 하는 듯하더니 품에서 수첩과 펜을 꺼내 자신이 본 신재하의 상태창에 대해 작성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작성을 마친 이명진이 작성된 페이지를 찢어 간부들에게 넘겨주었고 간부들은 서둘러 그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이, 이게 뭐야?”

“이게 진짜라고?”

“이명진 헌터! 이거 진짜야?”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종이를 확인한 간부들이 두 눈을 비비며 자신들이 본 게 맞는지 연신 확인한다.

그러나 이명진은 한 치의 거짓도 없이 자신이 본 것을 적어 냈고 그렇기에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전부…… 전부 다 사실입니다. 거기 적어드린 것들 모두 다 제가 본 그대로고 덧붙여 한 글자도 빠뜨리지 않고 모두 적었습니다…….”

설명하는 이명진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린다.

당연했다.

이명진이 자신의 능력을 통해 본 것은 단언컨대 그의 검사원 경력 중 가장 충격적인 것이었으니까.

그가 적어 낸 종이에는 이렇게 적혀져 있었다.

++

[ 특성 : <강화S>, <감각S>, <은신S>, <친화S>, <회복S>, <에테르S> ]

근력 : 99

체력 : 99

감각 : 99

에테르 : 99

++

“모든 능력치가 99?”

“이게 말이 된다고?”

“심지어 특성이 6개야. 헥사곤 플레이어는 해외에만 있었는데…….”

“심지어 특성 랭크도 전부 S야…….”

놀라움의 연속.

당연했다.

그 유명한 투신의 상태창도 이 정도 수준은 아니었으니까.

이명진이 자신의 안경을 추켜올리며 말했다.

“저도 처음엔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혹시라도 제 능력 계통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닌가 하고요. 그런데 몇 번이나 확인해 봤지만 신재하의 상태창은 제가 본 그대로였습니다. 게다가…….”

“게다가?”

“그에겐 제가 본 6개 특성 이외에도 또 다른 힘이 느껴지더군요.”

“또 다른 힘?”

“그런 게 존재하던가?”

“그런 힘이 느껴진다는 건 난 처음 들어 보네만.”

“학회에서도 아직 보고된 적이 없는 걸로 아는데…….”

놀라움이 중첩된다.

당연했다.

그들에게 있어 신재하는 해외에서도 본 적 없는……

어쩌면 헌터 역사상 전무후무한 존재일 테니.

그때, 여지껏 잠자코 있던 협회장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무섭군.”

“무엇이 말입니까, 국장님?”

“만약 그가 다른 나라로 가게 된다면 말이야. 혹은…….”

협회장은 말끝을 흐렸다.

그러나 자리에 있는 사람 모두 협회장이 무슨 말을 하려 하는지 잘 알았다.

협회장이 끝까지 잇지 못한 단어.

그것은 다름 아닌, ‘빌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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