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서클 마법사의 환생-400화 (외전 완결) (400/522)

# 400

외전 (9)

헨리는 반나절이 넘도록 고민했다.

그러나 이번에 소요된 반나절이 그동안 차원 지식의 사용에 대해 고민한 시간의 전부는 아니었다.

그전에도 헨리는 차원 지식에 손을 댈지 말지를 숱하게 고민해 왔다.

하지만 참았다.

아니, 참을 수가 있었다.

헨리에겐 굳이 차원 지식이 아니더라도 일말의 가능성이 있을지 모를 수많은 연구 과제들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제 헨리에게 핑계를 제공해 줄 만한 연구 과제가 남아 있지 않았다.

쉬웠다.

모든 과제들이 쉬웠고 고민도 쉬웠으며 세상의 모든 문제들이 쉽게 느껴졌다.

머리가 터질 것 같거나 과부하가 걸릴 것 같지도 않다.

그냥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쉽게 느껴졌다.

999개의 위대한 연구를 달성해 내는 동안, 헨리는 자기도 모르게 진화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류 역사상 둘도 없을 천재로 말이다.

그래서 정말 최후의 수단으로 차원 지식에 손을 댄 것이다.

예전의 헨리가 마신에게 차원 지식을 주입받았을 땐, 몸이 그 방대하고 위대한 지식을 감히 이해하지 못해 스스로 진화란 걸 해 버릴 정도였으니까.

그래서 정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푸라기나 잡는 심정으로 차원 지식에 손을 댔다.

헨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검지를 들었다.

그런 다음 허공을 종이 삼아 헨리가 기억하고 있는 차원 지식의 모든 것들을 순서대로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글씨체는 상관없었다.

정자든 필기체든 기억나는 걸 그냥 허공에 적어 놓기만 하면 알아서 정자로 적힌 종이로 탈바꿈되어 책상에 정리돼 올라가 있을 테니까.

물론 이 또한 헨리가 만든 마법 중 하나였다.

헨리는 쉴 틈 없이 손가락을 휘둘렀다.

마치 지휘자처럼 한나절이 넘는 시간동안 끊임없이 손가락을 휘둘러 글자를 써 내려갔다.

중간에 하울이 잠깐 들어왔지만 헨리가 광기에 젖어 미친 듯이 손가락을 휘두르는 모습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연구실을 나갔다.

그렇게 한나절 동안 헨리는 마신에게 주입받은 지식의 반의 반을 겨우 적어 낼 수 있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서야 헨리는 주입받은 지식의 전부를 종이에 토해 낼 수 있었다.

백과사전 몇십 권은 족히 될 만한 양의 종이 더미가 책상에 쌓여 있었다.

머릿속에 기억나는 지식 전부를 종이로 탈바꿈시켜 낸 것이다.

헨리는 그것들을 붙들고 이번에는 지식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헨리는 이것을 ‘정립 작업’이라고 불렀다.

모든 지식은 누가 봐도 쉽게 응용할 수 있을 만큼 잘 정리되어 있어야 했으니까.

그리고 그것은 헨리가 가진 지식에 대한 신조 중 하나이기도 했다.

최대한 간결하고 쉽게, 누가 봐도 이해하기 쉬운 친절한 지식으로.

헨리는 친절한 지식을 위한 정립을 시작했다.

그렇게 밥도 먹지 않고 잠을 자는 것도 까먹은 채 몇날 며칠을 걸려 지식 정립 작업에 온 힘을 쏟아부었다.

* * *

정확히 열흘이 걸렸다.

굶어죽거나 잠이 와 쓰러지진 않았다.

헨리는 대마법사였고 그런 문제 따윈, 손가락 몇 번만 튕기면 얼마든지 초월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쉴 틈 없이 정립 작업을 해 낸 끝에 헨리는 단 열흘 만에 차원 지식에 대한 정립 작업을 끝마칠 수 있었다.

쉬지 않고 움직이던 헨리의 손가락이 마침내 마지막 글자 옆에 온점을 찍었다.

헨리의 눈앞에 수백 장의 종이가 쌓여 있었다.

분명히 열흘 전만 해도 수십 권짜리 백과사전만큼의 양에 달했던 지식의 양이, 이제는 불과 종이 몇백 장 정도의 분량으로 압축된 것이다.

헨리는 습관처럼 그것을 마법으로 제본한 뒤 사인까지 끝마친 후 책의 커버를 덮었다.

종이와 가죽 커버가 맞닿는 그 소리가 들릴 때까지 헨리는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그 일을 진행했다.

그리고 마침내 책의 가죽 커버와 첫 장의 종이가 맞닿으며 부드럽게 공기를 내뱉는 소리가 들렸다.

텁-!

짧고 굵은 소리.

그러나 그 소리가 들린 순간, 헨리는 오랜 시간 석화의 저주에서 깨어난 기사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전신에 닭살이 돋음을 느꼈다.

“…….”

침묵.

잠깐의 침묵인 줄로만 알았던 고요함은 점점 더 길어져 갔다.

그리고 마침내 그 시간이 10분을 넘겼을 때, 헨리는 닭살이 아닌 등골 시리는 소름이 끼치고야 말았다.

“아무…… 일도 없다고……?”

몇 년간 두려움으로 인해 감춰 두었던 차원 지식을, 자신의 입맛에 맞춰 깔끔하게 정립해 냈다.

일을 진행하는 동안 습관처럼 굳어진 지식의 광기가 헨리를 움직이게 했다.

헨리는 이게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더더욱 희열감에 젖어 일을 했다.

그런데 마침내 모든 작업을 끝마쳤음에도 불구하고 헨리는 침묵 외에는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되레 열흘간 먹지도, 자지도 못하며 쌓인 피로감이 온몸을 덮치는 듯했다.

소름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헨리의 입술이 다시금 움직였다.

“정말…… 이게 끝이라고?”

동공이 떨렸다.

직접 해냈지만 직접 겪고도 믿을 수가 없는 눈초리.

그리고 그 모든 현실을 직시했을 때 헨리는 그제야 한 가지 감정과 마주할 수 있었다.

“아, 안 돼……!”

눈가가 파르르 떨리고 목 근처가 시큰거렸다.

울대가 화끈거렸고 눈앞이 뿌옇게 흐려졌다.

마른 줄로만 알았던 눈물샘이 차올라 폭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슬픔에 의해 뿜어진 눈물이 아니었다.

실로 오래간만에 마주한 감정.

그것은 공포였다.

그리고 헨리는 지금, 그 공포에 질려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겁에 질린 자의 불쌍한 눈물을 말이다.

* * *

그날, 유라시아 대륙에는 유래 없는 천재지변이 일어났다.

지진이 일어나고 태풍이 불었으며 천둥벼락을 동반한 우박이 떨어졌다.

제국민들의 피해가 막심했다.

하지만 아무도 몰랐다.

그것이 헨리의 슬픔에서 비롯된 일이란 것을.

헨리가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었다.

십수 년 만에 마주한, 스스로가 만들어 낸 공포와 맞닥뜨린 헨리는, 그 어떤 파훼법이나 도망칠 구멍도 찾지 못해 정서적으로 궁지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두려웠다.

모든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남자가 마지막 희망이자 금기라고 믿었던 카드에게까지 버림받게 된 것이다.

그로 인한 이루 말할 수 없는 참혹한 감정을 감히 진정할 수가 없었다.

천재지변은 일주일이 넘도록 지속됐다.

헨리는 단지 자신이 느낀 슬픔과 공포를 갓 태어난 신생아가 울듯이 표출해 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진솔한 감정 표현 속에는 그동안 절제해 왔던 막대한 양의 마력과 온갖 절제되지 않은 폭력들이 활화산처럼 뿜어져 나왔다.

그러니 이 천재지변의 실상을 누군가 알게 된다면 그 사람은 필히 이 말도 안 되는 기현상을 천재지변(天災地變)이 아닌 인재(人災)라고 불렀을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점을 꼽으라면 일주일이 넘도록 지속된 천재지변임에도 불구하고 제국이 입은 피해는 극히 적다는 것이었다.

피해를 줄이는 데에는 제국의 각 기관들의 도움이 컸다.

천재지변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대륙 곳곳에 흩어져 있던 제국의 기관들이 제국민들을 보호해 준 것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단연코 마탑의 발달된 생활마법과 의탑의 의료마법들이었다.

며칠이 더 지나고 나서야 천재지변이 멎었다.

온 대륙을 뒤흔들던 끔찍한 재앙은, 아이러니하게도 헨리의 마력 탈력으로 그 피해를 멈출 수 있게 되었다.

헨리는 체내의 마력 대부분이 빠져나가 기절하고 말았다.

물론 마력의 대부분이 빠져나갔다고 해서 죽지는 않았다.

헨리는 8서클 마법사였다.

8서클 마법사가 가진 마력은 바다와 같았으니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채워질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헨리는 기절할 수밖에 없었다.

두 눈 가득히 굳은 눈물 자국과 함께 말이다.

* * *

헨리가 정신을 차린 것은 며칠 뒤의 일이었다.

헨리는 며칠 뒤에 다시 방문한 하울에 의해 발견되었다.

의탑으로 옮겨져 제국 최고의 의술사들의 손을 거쳐 다시 건강을 회복했다.

하지만 육체의 건강은 어떻게 겨우 회복시켰다고 한들, 대륙을 뒤흔들 만큼 상처 입은 헨리의 정신까지 치유하지는 못했다.

그것은 마음의 병으로, 오직 헨리만이 딛고 일어서야만 나을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헨리는 병실의 침대에 앉아 멍하니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다.

드라칸의 배려로, 병실 바깥의 풍경은 차디찬 북부의 풍경이 아닌, 푸르른 산천초목이 우거진 회복에 도움이 되는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드라칸이 넋이 나간 헨리 곁에 앉았다.

“대마법사님.”

드라칸의 물음에도 헨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넋 나간 노인네처럼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벌써 며칠째였다.

마음 같아서는 오래 전에 개발한, 사람의 정신을 주무를 수 있는 정신 마법이라도 사용하고 싶었다.

하지만 상대는 무려 헨리였다.

고작해야 7서클 수준의 마력으로는 헨리의 정신은커녕 헨리의 마력 방어도 뚫지 못할 게 뻔했다.

그래서 드라칸은 몹시 답답했다.

제국 최고의 의술사이면 무엇하나, 정작 자신이 가장 치료하고 싶은 사람을 치료할 수가 없는데.

드라칸이 슬픔에 젖은 목소리로 물었다.

“대마법사님, 무엇 때문에 갑자기 이러시는지 말씀이라도 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중에서도 가장 답답한 것.

그것은 다름 아닌, 멀쩡하던 헨리가 갑자기 왜 이렇게 된 건지 갈피조차 잡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드라칸은 최선을 다했다.

의탑 내 최고 의술사들을 모아 헨리의 몸 구석구석을 정밀하게 검사했지만 몸뚱이만큼은 건강했다.

그래서 더 미칠 노릇이었다.

“하…….”

결국 드라칸은 오늘도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대신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라며 헨리의 곁을 몇 시간 정도 지키다가 갔다.

드라칸이 떠난 후, 다음엔 하울이 병실을 들렀다.

그후엔 로난이, 그 다음엔 하인이, 실버가, 반이, 맥도웰이…….

헨리에게 신세를 졌던 모든 이들이 번갈아 가면서 헨리의 곁을 지켰다.

* * *

그렇게 1년의 세월이 지났다.

이제는 사람들 모두가 대마법사가 미쳤다고 수군거렸다.

마법 공부를 너무 많이 해서 미쳐 버린 것이라고 말이다.

물론 그것을 직접 입 밖에 내뱉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특히 황궁 내부에선 더더욱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간만에 골든이 헨리를 찾아왔다.

매일은 아니었지만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병실을 찾아와 대답 없는 헨리와 담소를 나누고 가는 헨리의 가장 친한 친구 골든.

골든의 얼굴에는 주름이 잔뜩 져 있었다.

대륙을 제패했던 그 골든 잭슨 에드워드도 세월을 피하지 못해 이젠 노인네가 된 것이었다.

골든이 말했다.

“그놈 참, 대답 한번 안 하면서 살아 있긴 참 오래도 살아 있네.”

헨리가 대답하지 않을 거란 건 알지만 그래도 들으라고 하는 소리였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헨리는 대답이 없었다.

골든이 침대 위에 앉은 헨리 옆에 앉았다.

골든이 말했다.

“이 친구야! 내가 하울 그놈한테서 재밌는 걸 받아 왔는데. 한번 볼 테냐?”

이번에도 대답은 없다.

하지만 골든은 하울한테 받은 것을 헨리 앞에 흔들어 보였다.

그것은 책이었다, 그것도 몹시 두꺼운.

책 머리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차원 지식에 대한 모든 것.

골든이 하울에게서 받아 온 것.

그것은 다름 아닌 헨리가 마지막으로 정립한 최후의 지식서였다.

골든이 말했다.

“네가 허락하진 않았지만 하울 그놈, 최근 네 연구실 정리를 시작했다. 아 물론 정리라고 해서 없애는 건 아니고, 그냥 더러워진 연구실을 청소하는 것 정도야. 그런데 책 정리를 하다 보니 이 책이 네가 집필한 마지막 책 같다며 한번 가져가 보여 드려 달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혹시나 해서 가져와 봤지. 이걸 보면 무슨 반응이라도 할까 싶어서.”

유쾌한 척 말했지만 골든의 목소리에는 슬픔이 젖어 있었다.

그리고 헨리는 역시나 이번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골든 역시 그럴 줄 알았다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대신 손끝에 침을 묻히고 가만히 책을 펼쳤다.

“내 살다 살다 친구 놈 잘못 둬서 책이란 것도 다 펼쳐 보는구먼그래. 어디 보자……. ‘내 염원을 이뤄 줄지도 모르는 마지막 지식의 정립을 시작해 보려 한다…….’”

골든은 자리에 앉아 머리말을 읽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한 광경이었다.

골든은 분명히 뛰어난 검사임과 동시에 훌륭한 황제였지만 책과는 거리가 먼 사내였다.

하지만 하울이 집어 준 탓일까?

혹은 책의 첫 문장이 그를 매료시킨 것일까?

골든은 별안간 무슨 이유에선지 가만히 차원 지식서를 조용히 정독하기 시작했다.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병실에선 조용히 책장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이따금씩 마른 기침 소리가 병실을 울렸다.

그렇게 다시 몇 시간이 지났다.

골든은 느릿한 속도였지만 마침내 헨리가 집필한 차원 지식서를 정독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런데 책의 마지막 장을 막 덮은 직후, 골든은 자신이 책을 다 읽었다는 사실에 놀라기보다는 한 가지 의문점을 가지게 되었다.

“이상하군.”

“…….”

“살면서 책 한 권을 끝까지 읽지 못한 내가 이걸 다 읽었다는 것도 신기하긴 하지만……. 이 지식서, 완전히 쓸모없는 책이었잖아?”

그것이 골든이 책을 읽고 내린 감상평이었다.

그리고 골든이 그런 감상평을 내린 이유는 간단했다.

차원 지식서는 분명히 평생 책 한 권 보지 않은 골든조차 정독하게 할 만큼 쉽게 쓰여 있었지만 정작 책 속에 담긴 ‘차원의 힘’은 ‘신력’이란 게 없으면 사용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신력이 없으면 쓰지도 못할 힘을 뭐 하러 이렇게 공을 들여서 정리를 해 놨어? 아니면 너 혹시, 마력을 신력으로 바꾸는 법을 알아서 이런 책을 쓴 거냐?”

그냥 은연 중에 추측해서 뱉어 본 말이었다.

단순히 호기심에 기반하여 내뱉은 말.

이유는 간단했다.

골든이 아는 헨리는, 자기도 쓰지 못할 쓸모없는 지식을 지식서로 정립해 낼 만큼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는다는 그 누구보다도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뭐?”

1년이 넘도록 반응하지 않던 헨리가 누군가의 말에 반응한 것은.

* * *

너무 놀란 나머지 골든도 굳었다.

헨리는 대꾸만 한 것이 아니었다.

헨리의 눈동자는 정확히 자신을 보고 있었다.

더 이상 정신 나간 노인네가 아닌, 정신이 똑바로 박힌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던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놀라웠다.

1년이나 실성한 것처럼 굴던 놈이 갑자기 거짓말같이 정신을 차리다니?

그러나 골든이 놀라든 말든 헨리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다시 되물었다.

“다시 말해 봐. 뭐라고? 아니지, 마력을 신력으로 바꾼다고?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골든은 전혀 알아듣지도 못할 말을, 헨리는 한동안 혼자 지껄이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 어?”

그리곤 눈 깜짝할 새에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 * *

황궁은 난리가 났다.

실성한 줄로만 알았던 헨리가 갑작스레 정신을 차린 후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종된 줄로만 알았던 헨리는 금방 하울에 의해 발견되었다.

헨리는 자신의 연구실에 있었다.

그런 다음 이전처럼 무엇인가에 광적으로 몰두해 연구를 진행했다.

그러나 하울은 이번에는 그냥 연구실을 나오지 않았다.

용기를 내서 광적인 집중력을 보이는 헨리에게 다가가 질문을 건넸다.

“스승님…… 혹시 폐가 안 된다면 지금 무얼 하고 계시는 건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멈칫.

순간, 광적인 집중력이 잠시 멎었다.

그리고 헨리는 하울에게 고개를 돌린 후 나직이 말했다.

“……완성되면 알려 주마, 하울.”

“……!”

하울의 용기는 의미가 있었다.

당연히 무시당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하울의 물음이었지만 의외로 헨리는 하울에게 따뜻하게 대답해 주었다.

하울은 그 짧은 대답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

하울이 울먹임을 참으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그리고 그 한마디의 대답을, 하울은 모두에게 전할 생각이었다.

저 짤막한 대답 한마디를 전하면, 모두의 걱정을 불식시킬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헨리는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다시 새 연구에 집중할 수 있었다.

* * *

헨리가 처음 차원 지식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건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첫째로는 혹시라도 지식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강제로 9서클의 경지에 오를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 이유는 신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에서의 차원 지식은 헨리에게 있어 별 쓸모가 없는 지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 번째 이유였던 9서클로의 강제 각성은 애석하게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두 번째 이유, 신력의 부재로 인한 차원 지식의 쓸모없음은 우연찮게 내뱉은 골든의 감상평에 의해 새로운 영역의 연구에 대한 열쇠를 얻게 되었다.

‘내가 왜 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마력을 신력으로 변환시키는 것.

사실상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그동안 헨리가 이루어낸 999가지의 연구들도 말이 안 되는 것들을 말이 되게 만들었다.

새로운 지식을 창조해 내는 것.

그건 더 이상 헨리에게 그다지 문제가 되는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헨리에게 마력을 신력으로 치환시키는 힘은 또 하나의 도전일 뿐 완전히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헨리는 이미 신력을 한 번 소지해 본 적이 있다.

아니, 아예 마법의 신이라는 지위에 오르며 신력과 마력, 두 가지를 동시에 가져 본 경험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헨리는 마력을 신력으로 치환시켜 내는 연구를 시작함으로써 두 가지 기대를 품을 수 있게 됐다.

그중 하나는 새로운 연구를 통한 혹시 모를 9서클로의 각성.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혹시라도 지식의 정립에는 성공했으나 설사 각성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렇게 습득한 차원의 힘을 통해 주신을 만나는 것이었다.

주신.

그는 모든 차원을 관장하는 최고신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게 불가능이란 없었고, 그가 모르는 일 따윈 없었다.

그래서 헨리는 그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대체 왜 자신이 9서클이 될 수 없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떼를 쓰려는 게 아니었다.

정말 순수하게 궁금해서였다.

이윽고 헨리의 집중력이 극에 달했다.

집중력이 극에 달하면서 먹지도 자지도 않은 채 연구에 집중하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졌다.

그러나 헨리의 입가엔 희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왠지 모를 좋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 * *

“됐어……!”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마침내 헨리는 마력을 신력으로 치환시키는 방법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자그마치 대마법사의 1년의 시간이 들어간 거대한 연구 성과였다.

헨리는 이번에도 역시 습관처럼 사인과 제본까지 마친 후 책 커버를 덮었다.

마지막 장과 커버가 부딪치는, 기분 좋은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9서클로의 각성은 없었다.

아쉬웠다.

하지만 이렇게 될지도 모른다며 이미 오래 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끝마친 상태였기에 별로 실망하진 않았다.

지식서에 따로 이름을 붙이진 않았다.

어차피 여기에 적힌 지식은 헨리를 제외한 그 누구도 활용할 수 없을 테니까.

그러니 쉽게 말하자면 헨리가 저술해 낸 천 번째 지식서는 다름 아닌 오직 헨리만을 위한 불친절한 지식서인 셈이었다.

그러나 헨리는 신경 쓰지 않았다.

이번 연구도 다른 999개의 연구와 마찬가지로 오직 자신만을 위한 연구였으니까.

헨리는 이름도 붙이지 않은 지식서에 적힌 대로 마력을 신력으로 치환시키기 시작했다.

우웅-!

주문을 외자 살결이 떨렸다.

동시에 체내에 고여 있던 수많은 마력들이 바깥으로 뿜어지며 새로운 기운이 되어 헨리의 숨과 함께 같이 호흡되었다.

낯설지만 익숙한 촉감이었다.

헨리는 가진 마력의 일부를 천천히 신력으로 치환시켜 냈다.

차원 지식서에 적힌 대로 주신이 있는 차원으로 ‘차원 이동’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윽고 필요한 만큼의 신력이 마련됐다.

헨리는 떨리는 눈빛으로 준비된 신력을 소모해 차원 이동을 시전했다.

그리고 주문을 외운 그 순간.

번쩍!

연구소에서 헨리의 흔적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 * *

시야가 바뀌었다.

헨리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낯선 공간이었다.

주변이 모두 새하얀 그런 공간.

그러나 왠지 모르게 이 새하얀 공간이 어색하지만은 않았다.

그때였다.

“또 보게 됐구나, 헨리.”

헨리는 소리가 난 방향으로 얼른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곳에는 일전에 보았던, 자신과 똑같은 외형을 한 ‘주신’이 있었다.

이번에 본 주신은 많이 늙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의 주신은 하인의 육체를 빌려 쓴, 젊은 헨리의 외형을 복제했다.

그런데 지금은 원래 모습인 늙은 헨리의 외형을 복제한 것이었으니까.

그러나 주신은 외형의 젊고 늙음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단지 방문자와 똑같은 외형을 가졌다는 것에 중점을 둘뿐.

주신이 살갑게 맞아주자, 헨리 또한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악취미는 여전하시군요. 주신님.”

“클클, 너만 할까? 내 참, 하다하다 마력을 신력으로 바꿔서 이곳까지 찾아오는 놈이라니……. 설마 했던 일이 진짜가 될 줄이야.”

주신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클클 웃었다.

이에 헨리가 물었다.

“제가 이곳에 올 줄 혹시 알고 계셨습니까?”

“그럼 당연히 알다마다. 헨리, 모든 존재에겐 정해진 운명이란 것이 있단다. 그런데 그 운명이란 것만큼은 내가 어찌할 수가 없는데 네 운명이 딱 그렇더구나.”

“운명……이요?”

“그래, 한번 정해진 운명은 무슨 수를 써도 바꿀 수가 없지. 헨리, 너는 처음부터 신이 될 운명이었다. 그래서 시간을 되돌리기 전에도 신이 될 수 있었던 것이고 시간을 되돌리고 난 후에도 신력을 가짐으로써 이곳 신계에 발을 들일 수 있게 된 것이란다.”

운명.

헨리는 운명을 믿지 않는다.

그런 건 점술가들의 말장난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말장난 같은 말이 주신의 입에서 튀어나올 줄이야.

헨리가 놀란 눈초리로 주신을 바라보았다.

“새삼스럽지만 자넨 참 대단해. 오직 한 가지 목적을 이루기 위해 결국엔 신까지 되어 버렸으니까. 그래, 헨리. 모든 걸 포기해 가면서까지 시간을 되돌렸건만 다시 신계에 발을 들인 소감이 어떻더냐?”

주신은 순수하게 헨리의 심정을 물어보았다.

어차피 운명이란 정해진 것.

그리고 헨리는 그 정해진 운명에 맞춰 충실하게 궤도를 달렸을 뿐이다.

헨리는 잠시 입을 다물고 생각에 잠겼다.

운명과 신과 주신.

그 세 가지 단어를 곱씹던 헨리는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운명이란 건 절대로 바꿀 수 없다고 했는데…… 그런데도 왜?’

헨리가 느낀 이상함.

그것은 다름 아닌, 어차피 헨리가 신이 될 운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굳이 주신이 시간을 되돌려 가면서까지 헨리가 신의 지위를 포기하게끔 만들려고 했는지에 대한 의문점이었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리고 깊은 상념 끝에 헨리는, 자칫 건방져 보일 수도 있는, 아니 건방짐을 넘어 위험할 수도 있는 가설 하나를 세울 수 있었다.

‘어차피 신이 되었을 운명이라면 굳이 그런 감언이설을 내세워 나를 과거로 되돌리지 않아도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신은 날 설득해 시간을 되돌려 주었지. 굳이 왜 그랬을까? 단순히 재미나 여흥을 위해? 아냐, 단순히 장난으로 치부하기엔 천계의 멸망을 좌시했다는 점이 마음에 걸려. 그렇다면 다른 이유가 있다는 건데……. 설마 내가 두려워서?’

그렇다면 말이 됐다.

주신이 단순히 여흥이나 재미를 위해 헨리를 과거로 되돌린 게 아니라면 반드시 헨리가 신위를 포기하게끔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헨리는 그 이유로 주신이 자신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참으로 건방지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추측이었다.

그때였다, 주신의 눈빛이 섬뜩하게 변한 것은.

“역시 머리가 좋구나, 너는.”

“……예?”

“네가 생각한 대로다. 너는 보통 신 따위가 아닌 새로운 주신이 될 가능성을 가진 아주 특별한 운명을 타고났다.”

‘어, 어떻게? 분명 신끼린 서로의 머릿속을 들여다보지 못한다고 했는데?’

“후후, 놀랐느냐? 그건 아직 네가 완전한 신이 아니기 때문이란다. 넌 아직 인간의 육체를 버리지 못하고 편법으로 이곳에 오지 않았느냐?”

“……!”

“놀랄 것 없다. 하던 말을 계속 하자면 네 예상대로 넌 나와 같은 주신이 될 수 있는 운명을 타고났지. 그 예로 그 누구도 죽인 적 없던 천신을 죽여 본 경험이 있지. 게다가 신도도 한 명 없는 네가, 오직 네가 가진 고유의 힘을 신력으로 치환시켜 이곳까지 오지 않았더냐. 이러한 재능은 오직 주신에게만 허락된 것이란다, 헨리.”

주신은 담담하게 헨리가 가진 재능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자신의 설명을 듣는 헨리의 머릿속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어떠냐, 헨리. 알려 줄 정보는 충분히 알려 주었다. 그러니 이제 너의 욕심을 내게 보여 다오……!’

주신의 말마따나 헨리는 주신이 될 운명을 타고났다.

하지만 이 세상에 주신은 오직 단 한 명만이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주신은 그 한 명이 자신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태껏 어떻게든 헨리가 신위를 포기하게끔 최선을 다해 방해 공작을 펼쳐 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헨리는 결국 다시 이곳에 왔다.

그리고 그 순간……!

“그래서요?”

“……뭐?”

“주신이니 뭐니 하는 그 자리, 저는 관심 없습니다. 제가 이곳에 온 이유는 왜 제가 9서클이 될 수 없는지에 대해 여쭙고 싶어서 오게 된 것입니다. 아, 그전에 겨우 이런 이유로 다시 이곳에 오게 되어 죄송합니다, 주신님.”

“……?”

주신은 너무 놀란 나머지,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헨리는 진심이었다.

주신이 될 수 있는 운명 따위, 헨리에겐 아무래도 좋았다.

헨리는 뼛속까지 ‘마법 우월주의자’였으니까.

현재 헨리의 관심사는 오로지 ‘왜 그 난리를 피워도 9서클로 증진할 수 없는것인가?’에 대해서일 뿐이었다.

그래서 처음 다짐한 대로 이곳에 온 목적에 충실하게 행동했다.

그런데 그 행동이 주신을 당황케 만들었다.

주신이 물었다.

“헤, 헨리. 방금 듣지 못했느냐? 너의 운명은 주신이 될 수 있는 운명이다.”

“관심 없습니다. 전 제가 평생을 소원하던 9서클이 되는 게 제 유일한 염원이며, 9서클을 이룬 후엔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늙어 죽는 것이 제 마지막 소원입니다.”

이번에도 진심이었다.

헨리의 머릿속을 아무리 뒤져 봐도, 그 어떤 마음 한구석에도…… 주신의 자리에 대한 욕심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하……!’

이에 주신은 허탈함을 느꼈다.

자신의 자리를 위협받을까 싶어 그동안 숱한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정작 방해 공작을 받은 당사자는 주신의 자리에 관심도 없었다니!

그동안 혼자 발광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맙소사……!”

자괴감이 들었다.

주신이 자신의 이마에 손을 짚으며 스스로의 욕심에 부끄러워했다.

그리고 헨리는 참을성 있게 주신의 대답을 기다렸다.

주신이 다시 고개를 드는 데까진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몹시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주신이 말했다.

“……이거, 내가 다 부끄럽군.”

“무엇을 말씀이십니까?”

“아냐…… 아무것도 아닐세. 그보다 자네가 9서클을 이루지 못한 이유에 대해 알려 주도록 하지.”

헨리의 진심을 확인했으니 더는 헨리를 경계할 필요가 없다.

주신의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주신이 말했다.

“헨리, 너는 혹시 일전에 내가 너에게서 가져간 네 심장의 일부를 기억하느냐?”

“심장의 일부라면……. 설마?”

“그래. 너는 이미 9서클이 될, 아니 10서클이 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충분한 자격을 이루었다. 하지만 혹시 네가 주신의 자리를 탐할까 싶어, 훗날 약점으로 삼기 위해 빼둔 이 손톱만큼의 심장이 너의 성장을 막고 있었다.”

“고작 그것 때문이었습니까?”

“그렇단다, 헨리.”

“그럼 혹시…… 그 심장, 제게 다시 돌려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약점으로 삼기 위해 빼 둔 심장의 일부를, 헨리는 뻔뻔스럽게도 다시 돌려줄 수 있냐고 물었다.

하지만 주신은 거절할 수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헨리는 조금도 주신의 자리를 탐내지 않았으니까.

지금 헨리의 머릿속은 오로지 9서클로의 증진으로만 가득 차 있었다.

‘아아, 이 얼마나 순수한 아이인고…….’

주신은 다시 한번 스스로의 추악함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헨리의 소원은 여전히 9서클의 경지를 이루고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인간으로서 죽는 것이다.

그리고 헨리가 인간으로서 죽는 그 순간, 그가 가진 주신이 될 운명은 섭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소멸될 터였다.

주신이 대답했다.

“그래…… 돌려주마.”

“감사합니다, 주신님.”

헨리는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올렸다.

그리고 서클의 진전을 이루지 못한 이유가 자신에게 있지 않고 타인에게 있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안도했다.

분노는 없었다.

주신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했으니까.

주신은 허탈한 심정과 함께 헨리에게 받아 두었던 심장의 일부를 헨리에게 돌려주었다.

피잉-!

별똥별 같은 빛 한 점이 주신의 손끝에서 날아가 헨리의 가슴팍에 박혔다.

그리고 그 순간, 헨리는 황금빛 이채에 휩싸이며 비로소 심장에 새로운 원이 그려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음?”

심장에 그려진 원은 하나가 아니었다.

무려 두 개였다.

주신의 말마따나, 헨리는 진즉에 10서클에 상회하는 깨달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심장에 그려진 10개의 고리.

심장에 그려진 10개의 고리를 확인한 헨리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지어졌다.

헨리가 주신에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주신님. 그럼 강녕하십시오.”

짧은 목례, 그리고…….

번쩍!

헨리는 차원 이동 마법을 사용했다.

목적지는 당연히 사랑하는 사람들이 살아 숨 쉬는 유라시아 대륙이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늙어 죽고 싶다는, 헨리의 마지막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8서클 마법사의 환생》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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