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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서클 마법사의 환생-324화 (324/522)

# 324

The New God (3)

피이잉- 퍼어엉!

단순히 불씨 같은 게 터질 때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헨리는 이 소리를 예전에 탑에서 주최했던 마법 대련에서 들어본 적이 있었다.

응축된 거대한 에너지의 충돌, 그리고 폭발.

그 끝에 남는 것은 날카로운 폭발음과 사방을 밀어내는 위협적인 빛의 파편들이었다.

그러나 폭발은 한 번만 일어난 게 아니었다.

격돌하는 창의 개수는 여전히 발에 채이듯 넘쳐 났다.

그것들은 방금 전의 폭발을 신호탄 삼아 폭발의 연쇄를 일으켰다.

그리고 헨리는 번쩍이는 섬광 속에서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눈초리로 그 광경을 바라보는 아서스를 보았다.

멍청하게 벙찐 아서스의 얼굴.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폭발이 일어난 까닭은 간단했다.

아서스가 다크 스피어 속에 담은 신력의 양을 늘릴 때마다 헨리 또한 바짝 추격하듯이 올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서스는 그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아니 눈치채지 못한 것이 아니라 알 수가 없었다.

제아무리 아서스가 가진 신력이 많다 할지라도 그래 봤자 아서스는 인간이었기에 신이 된 헨리의 신력을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신과 인간의 차이점이었다.

아무튼, 헨리는 그런 이유로 아서스가 늘리는 신력의 양을 꾸준히 쫓아 늘렸다.

다행스럽게도 아서스가 신력의 양을 천천히 늘려 준 덕분에 헨리도 간신히 따라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녀석이 창에 30%가 넘는 신력을 담았을 때, 헨리는 그때가 되어서야 승부수를 띄우기로 마음먹었다.

언제까지고 치킨 게임 같은 신력 늘리기만 할 순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그래서 헨리는 창에 담긴 신력의 양이 30%를 넘었을 때, 좀 더 속도를 올려 31%에 달하는 신력을 부여했다.

그 결과, 헨리는 그 1%가 만들어낸 차이 덕분에 아서스의 수많은 다크 스피어들을 집어삼킬 수 있었다.

“이, 이게 갑자기 무슨……!”

유성처럼 사방으로 흩뿌려지는 빛의 파편들을 보며 아서스는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아무리 신력을 늘려도 파훼되지 않던 창들이 갑작스럽게 폭발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폭발의 여파로 발생한 빛의 색깔들이, 하나같이 자신의 창을 닮은 검은색이 아닌 금빛에 가까운 섬광임을 알았다.

그 말은 곧, 파훼된 것은 헨리의 창이 아닌 자신의 창이라는 뜻이었다.

아서스의 동공이 눈에 띄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헨리는 그 흔들거리는 동공을 보며 다시금 미소 지었고 아서스는 그런 헨리의 미소를 보고 뒷목이 얼큰해졌다.

‘이, 이 망할 놈이!’

천천히 불을 지피듯이 창에 담아내던 신력을, 아서스는 회광반조의 그것처럼 급격하게 출력을 올렸다.

대체 무슨 술수를 부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뜻대로 흘러가게 두진 않겠다는 뜻에서였다.

아서스의 신력이 쌓아올린 장작을 불태울 때처럼 거세게 불타올랐다.

크기만 커질 뿐, 정갈하게 형태를 유지하던 창들도 늘어난 신력으로 인해 어느새 불꽃처럼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헨리는 펼친 손을 꽉 쥐었다.

그리고 눈을 반쯤 감고서 시선을 흐트러트렸다.

전신에 차오르는 신력의 양을 느끼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부족했던 것일까?

헨리는 전신에 스며든 신력의 양이 아직은 좀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수치로 비교하자면 이제 막 40%를 넘기고 있었다.

아서스가 가진 그릇은 수치로 따졌을 때 49.9%의 신력밖에 담지 못한다.

그러니 현재 헨리와 아서스의 격차는 대략 10% 정도의 차이가 나는 셈이었다.

이에 헨리가 검을 뽑아들며 말했다.

“그래도 이만하면 할 만하지.”

10%의 차이였지만 잠깐 사이에 40%의 격차를 좁혔다.

이는 절망뿐이었던 과거와 비교했을 땐 획기적일 정도로 장족의 발전이었다.

헨리가 콜소드를 소환해 내자 헨리의 신체에 결집되며 황금빛 이채가 뿜어졌다.

녹색 마력으로 일렁이던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금빛 궤적을 그리며 검을 뽑아든 헨리는 곧 바닥에 발을 굴렀다.

쿵! 휘오오-!

바닥을 박차자 익숙한 마력 무장이 회오리치며 헨리의 전신을 끌어안았다.

이 역시 콜소드를 뽑았을 때와 같은 금빛이 어우러진 이채가 한껏 헨리를 감싸 안았다.

‘색뿐만이 아니야, 확실히 다르다!’

마력에선 결코 느낄 수 없는 것.

그것은 바로 온도였다.

헨리는 자신의 전신을 휘감는 황금빛 이채에서 따스함을 느꼈다.

따뜻하기 그지없는 신력.

신력이 따스한 이유는 아마도 모두가 헨리에게 간절한 믿음을 보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헨리의 전신에 황금빛 이채가 번쩍이자 아서스도 그제야 헨리에게 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신력이 생겼음을 알 수 있었다.

‘대체 어떻게!’

아서스는 자신을 물었던 개가 실은 광견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와 같은 충격을 받았다.

그 충격은 가히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였다.

그래서 폭발시키던 신력에 더욱 더 큰 힘을 불어넣어 수십여 개의 다크 스피어를 한 곳에 밀집시켰다.

그리고 헨리에게 쏘아 보냈다.

화앙!

에너지 덩어리는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무시무시한 화력을 이빨처럼 드러내 보였다.

그리고 헨리를 향해 맹렬히 질주했다.

헨리는 자세를 고쳤다.

헥터에게서 배웠던 헥터 검술의 기본 초식이자 모든 검술의 기본이 되는 자세.

헨리는 양손으로 검을 쥔 후 겨눔세를 취했다.

쏜살같이 달려드는 어둠의 창을 가르며 헨리의 검 또한 빠르게 정면으로 그어졌다.

부웅!

눈앞으로 덮쳐지는 다크 스피어를, 헨리는 조금의 이물감도 없이 깔끔하게 베어 냈다.

베어진 다크 스피어는 양측으로 갈라지며 헨리를 지나쳐 갔다.

헨리가 베어 낸 다크 스피어는 물속으로 가라앉듯이 천천히 허공으로 사라졌다.

씨익.

조금의 폭발음도 들리지 않고 허공으로 사라지는 다크 스피어를 보며, 헨리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 지었다.

검을 내지르며 자신의 신력이 아서스의 것과 맞부딪친 그 찰나의 순간, 헨리가 가진 신력의 양이 아서스의 것과 동일하게 맞추어졌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끝이다.’

기적적인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그조차도 타이밍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 모든 것들은 자신을 믿어 주는 남은 이들의 힘이자 그러한 자신을 믿는 스스로가 행한 기적이라고 생각했다.

부웅!

검을 휘두른 헨리는 이윽고 허공에 한 번 더 검을 휘둘렀다.

마치 핏물을 털어내듯이 말이다.

물론 에너지 덩어리를 베어 낸 것이니 검 날엔 조금의 핏물도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검을 휘둘러 보인 것은, 아서스에게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세레머니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 세레머니는 아서스에게 있어 훌륭한 도발이 되었다.

“어, 어떻게……!”

그러나 아서스는 이미 그로기 상태였다.

아서스의 표정은 마치, 먹고 있던 음식이라도 떨어뜨린 것 같은 종류의 표정이었다.

딱!

넋이 나간 아서스의 낯짝을 보며, 헨리는 그제야 승리를 확신했다.

그래서 헨리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병풍처럼 허공을 가득 수놓고 있던 매직 스피어들이 일제히 모습을 감추었다.

사라지는 매직 스피어들.

숱한 양의 매직 스피어들이 사라지자 매직 스피어에 가려져 있던 맑은 하늘이 모습을 드러냈다.

태양은 여전히 하늘 높이 솟아 있었고, 거둔 매직 스피어 사이로 따스한 햇볕이 쏟아졌다.

헨리는 그 햇살을 기분 좋게 받아들였다.

마치 라가 헨리의 승리를 축복해 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아서스는 거의 망부석처럼 그 자리에서 굳어 서 있었다.

녀석의 표정에는 혼란이 가득했다.

이에 헨리는 아서스와의 거리를 좁혔다.

그 얼빠진 표정을 좀 더 가까이 감상하기 위해서.

거리를 좁힌 직후, 헨리가 말했다.

아니, 말하기 위해서 입을 열려고 했다.

그러나 헨리가 입을 열기도 전에 망부석처럼 굳어 있던 아서스가 먼저 질문을 던졌다.

“대체 어떻게 한 거지?”

“뭘?”

“신력 말이다! 없던 신력이 잠깐 사이에 생겨났을 리가 없을 텐데 대체 어떻게……!”

“아아, 이거?”

아서스의 물음에 헨리는 하려던 말을 뒤로 미룬 후 전신에 황금빛 이채를 틔워 냈다.

그리고 녀석보다 조금 더 큰 키를 이용해, 녀석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궁금해?”

“어서 말해라!”

뜸을 들이는 헨리.

헨리를 보며 약이 오를 대로 오른 아서스가 진노 어린 살기를 띄워보였다.

그러나 그까짓 살기 따윈 더 이상 헨리에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했다.

헨리가 말했다.

“귀엽긴. 궁금하면 네가 모시는 그 잘난 야누스에게 한번 물어보지 그래?”

“뭐라고?”

“마음 같아선 산 채로 붙잡아 곁에 두고 두고두고 고문하고 싶지만…… 애석하게도 네놈이 싸질러 놓은 게 워낙에 많아서 말이야.”

헨리는 다시 검을 뽑았다.

말 그대로였다.

예로부터 악질 범죄를 저지른 놈들은 절대로 사형시키지 않았다.

지하 감옥에 가둬 둔 후 솜씨 좋은 고문 기술자들과 치유술사들을 불러들여 입에서 제발 죽여 달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처절하게 고문해 그 죗값을 치르게 했다.

그리고 아서스는 분명히, 그런 대접을 100년은 받아도 시원찮을 만큼 악질 중의 악질 범죄자였다.

하지만 현세에서 아서스를 그렇게 다룰 수 있는 놈은 오직 헨리 한 사람뿐이다.

그리고 동시에 아서스가 싸질러 놓은 똥 찌꺼기들을 치울 수 있는 사람도 오직 헨리 한 사람뿐이고.

그렇기 때문에 헨리는 아쉬운 마음이 가득해도 원한에 의거한 사적인 욕심을 부릴 수가 없었다.

그 점이 몹시 비통했다.

하지만 비통해도 참아야만 했다.

그래서 헨리는 이를 악물고 검을 치켜들며 말했다.

“정말 지긋지긋 했고 두 번 다신 보지 말자.”

묻고 싶은 것도 많았고 하고 싶은 말들도 많았다.

하지만 참았다.

참고 참으며 속으로 꿀꺽 삼켰다.

그 인내심을 모아 징글징글한 작별 인사와 함께 검을 내질렀다.

황금빛 이채가 궤적을 그리며 대각선을 그렸다.

목표 지점은 단연코 빌어먹을 아서스의 희멀건 목덜미였다.

그리고 헨리의 칼날이 아서스의 목덜미에 닿으려던 순간, 겁에 질린 아서스가 비명을 내질렀다.

“안 돼에엑!”

돼지 같은 비명.

그런데 그때였다.

헨리가 온 힘을 다해 내지른 칼날이,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잡아당겨지듯 아서스의 목덜미 언저리에서 멈춰 선 것이다.

헨리의 손이 칼끝과 함께 부들부들 떨렸다.

분명히 힘을 주어 내질렀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극의 자석에 밀려나듯 칼날이 내질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헨리가 불쾌한 표정과 함께 미간을 찌푸렸다.

‘이 무슨……!’

영문을 모를 상황에 헨리가 불만을 토로했다.

그런데 그 순간, 아서스의 전신에서 검회색 연기가 치솟아 올랐다.

“이런!”

헨리는 치솟는 연기를 발견하자마자 아서스로부터 멀찍이 거리를 두었다.

그리고 칼끝으로 아서스를 겨누며 놈의 변화를 예의주시했다.

“사, 살았…….”

자신의 몸에서 연기가 치솟는 것을 본 아서스가 안도가 가득 담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 중얼거림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눈가에 눈물이 맺힐 정도로, 헨리의 칼끝으로부터 극도의 공포를 느꼈던 아서스는 이내 몸 전체를 아래로 축 늘어뜨렸다.

마치 머리에 화살을 맞아 죽은 짐승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서스의 육체는 제자리에 꼿꼿이 서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전신에선 검회색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아래로 축 늘어진 아서스의 머리가 뒤로 헤까닥 뒤집혔다.

그리고 뿜어진 검회색 연기가 이내 곧 아서스의 육신 전체를 감싸 안기 시작했다.

기이한 광경이었다.

헨리는 여전히 칼날을 치켜들고 그 광경을 예의주시했다.

불길한 예감이 전신을 주물렀다.

아서스는 분명히 죽은 것만 같았다.

잠깐 보였던 연기 사이로 축 늘어진 아서스의 육신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순간, 헨리는 문득 잠시 잊고 있었던 존재를 떠올렸다.

그리곤 생각나는 대로 입 밖으로 내뱉었다.

“야누스…….”

휘오오오!

헨리의 입에서 야누스의 이름이 새어 나오자, 아서스를 감싸 안던 검회색 연기가 폭발하듯이 사방으로 뿜어졌다.

휘이이이이-!

엄청난 풍압이었다.

하지만 헨리는 조금도 고개를 숙이지 않고 빳빳하게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도끼눈을 뜨고서 그 광경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이윽고 바람이 멎었다.

멈춘 바람의 중심에는 인간의 외형을 가진, 우주처럼 새카만 인영이 바닥과 두 뼘 정도의 높이를 두고서 허공에 떠올라 있었다.

바람이 멎자, 헨리는 주변 공기가 급속도로 차가워짐을 느꼈다.

그에 헨리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하…… 이건 완전히 반칙이잖아?”

헨리의 말이 끝난 순간, 시커먼 인영의 얼굴에서 붉은 눈동자가 천천히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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