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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는 회귀했다-215화 (215/248)
  • 현자가 알아챈 레오의 책략은 원리 자체는 간단했다.

    외부는 너무 단단하니 내부를 공략하는 전략.

    복제된 분신과 얼터 블레이드를 먹인 건 그에 대한 초석이었다.

    크리스는 분신이 뜯어먹히는 걸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 시대의 최대 정예라 불리는 이들이 냉정한 분석과 판단 하나 내리지 못한 것에 수치가 차오른다.

    [잘 봐. 저 녀석, 사람 고기만 처먹고 고급 무기들은 대충 남겨뒀어.]

    분명 광전사는 돌도 씹어먹고 소화시키는 괴수, 그리고 동시에 섭취한 상대의 마나까지 흡수하는 능력까지 지녔다.

    그런 폭식의 괴물이 어째서 각종 마법이나 효과를 지닌 마도구를 먹어치우지 않을까.

    ‘...처음부터 알아야했어.’

    그건 소화시켜도 이득이 없다.

    무기체인 무기는 능력은 소화시켜도 능력을 흡수할 수 없고, 위장의 자리만 차지할 뿐이니까.

    그랬기에 일부러 먹어치우지 않은 거다.

    먹이의 살코기만 먹은 채 뼈를 남겨둔 것처럼.

    [다르게 말하면 뱃속이 터질 때까지 마도구를 채워넣어도 문제없다는 소리지.]

    내부를 공략한다는 건 그런 의미였다. 그것에 가장 적합한 열쇠는 단연 크리스 라인하르트와 얼터 블레이드.

    그녀의 분신은 먹혀도 소화되기 전에 소멸하고, 얼터 블레이드는 마나만 전달된다면 복제가 가능하다.

    ‘...아직 어검술의 복제는 어렵지만...’

    그런 걸 가릴 때가 아니다. 이 미숙조차 훈련도 끝까지 받지 않고 나오지 않은 흑암 자신의 실책이다.

    “...마법 지원!!”

    썩은 웃음을 지운 레오나르도는 그렇게 후위에 마법사들에게 외쳤다.

    지금 있는 마법사들은 대부분 마탑주 급.

    그리고 그런 수준의 마법은 단 한 가지 계열으로 통일되었다.

    [중력 마법, 과성장으로 커지는 적한테는 특효약이지.]

    중력 마법, 거구의 적을 봉쇄해기에는 가장 적절한 마법.

    질량을 클수록, 커질수록 무게는 그에 비례해 배가 된다.

    [직접 대상을 지정해서는 비늘 때문에 안 먹힐 거야. 그러니까 범위 형태로 사용해. 술식은 내가 조정한다.]

    마법사들은 직접 마법을 사용하면서도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저 유령의 정체를 의심하던 마법사들은 진심으로 저 소년이 현자의 재림이라 신뢰하게 되었고, 이미 현자의 정체를 알고 있는 마탑주는 다시 한번 전설에 경의를 표했다.

    “...하지만... 저러다간 레오나르도는...!”

    다만 에일린은 저 범위 지역 내에 있는 레오나르도를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통상 중력의 수십 배는 광전사를 포함해 레오도 작용하고 있다.

    레오의 체중이 광전사보다 가벼워도 평범한의 인간라면 자기 체중에 그대로 납작하게 찌부러질 것이다.

    [괜찮아. 쟤 자살 못 하거든]

    영문을 모를 말이었지만 라인하르트와 성인 둘은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레오...나르도...!!”

    중력에 짓눌린 광전사는 온몸이 둔해지는 걸 느낀다. 마법 공격에는 분명 면역이 있을 텐데 이 마법만큼은 비늘이 튕겨낼 수 없다.

    비늘과 근육은 물을 잔뜩 먹은 모래주머니를 찬 것처럼 전신의 움직임과 감각을 방해했다.

    그런 광전사의 양손에서 화염구를 집어던진다. 돌진마저 어렵자 그나마 쉬운 마법으로 레오를 견제하고자 했다.

    퍼어어엉!!

    화염도 중력의 영향에 멀리 나아가지 못하지만, 폭발만큼은 레오에게도 충격을 주었다.

    거기에 자신도 재생에 신성까지 동원해 움직이는 마당에 저런 연한 몸뚱이를 지닌 레오나르도는 어떻게 버티겠나.

    “그러니까 말했잖아. 뚱땡아, 너무 살찌면 진짜 죽는다고.”

    레오나르도는 태연하게 농담을 하며 서있다. 실없이 웃는 목소리는 웃기긴커녕 소름이 돋는다.

    광전사는 알고 있다. 저런 농담을 하는 레오나르도가 어떤 상태인지.

    슬픔도, 분노도, 절망마저도 질려버린 저 광인은 재미와 웃음으로서 광기를 표출할 뿐이다.

    농담이라도 던지지 않으면 지금 레오는 그대로 이성의 끈을 집어던질 거다.

    “...미친 놈... 정신병자 놈이...!!”

    레오의 전신은 검은 돌의 갑주로서 둘러져 있다. 붉은 선 사이로 흐르는 것은 그저 마나가 아니라 신성이 담긴 혈액이다.

    “왜? 너도 옷 새로 맞췄길래 나도 드레스코드는 맞췄는데.”

    감정이 폭발할 것 같음에도 레오나르도의 혀는 기름칠을 하듯 잘도 굴러갔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이 사기적인 가변형 무기가 분명 이유에 포함되어 있을 거다.

    ‘...붉은 성역을 몸에 두르는 건 진짜 사기인데.’

    붉은 성역의 약점은 결계 위치가 이동되지 않고, 몸에 두르기엔 너무 불안정하고 무르다는 점이 있었다.

    하지만 이 검은 갑주는 자신의 몸 이상으로 마나 전도율이 높다. 그 덕에 중력 마법도 중화시키는 붉은 성역을 육체에 적용시킬 수 있었다.

    무겁긴 하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다. 금제가 그걸 증명해주고 있다.

    “...죽여버릴 거다!! 이 광대 자식!!”

    광전사는 자신의 광포를 내보이며 뛰어든다. 중력이 이미 본인의 육체를 망가뜨리는 경지에 이르렀음에도 돌진은 멈추지 않고 가속한다.

    “쿨럭....!!”

    간신히 중력 마법의 범위에서 벗어났을 때에는 이미 위장이 망가져 토혈이 나왔다. 중력마저 소화물을 전부 끌어당기는 이 상황에서 피가래가 흘러넘친다.

    뭐든지 소화시켰던 광전사는 그 고통에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상황에 위화감을 느꼈다.

    분명 자신의 위장에는 레오의 공격이 닿지 않았다. 닿는다 해도 그때 장권 정도로는 위장에 닿지도 않는다.

    그리고 레오의 몸은 손톱 한 조각도 먹지 않았다. 팔다리 근육 마디에 독 알약을 박아놓은 정신병자의 육신은 입에 대고 싶지도 않았다.

    ‘...그럼 왜...!’

    이윽고 광전사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자신이 먹어치운 여자, 그 여자의 능력은 아직도 몸에 흡수되지 않았다.

    냄새로 알 수 있다. 은신했지만 분명 살아있다. 그 여자가 자신에게 무언가를 먹였다.

    독보다는 조금 더 물리적인 것으로.

    ‘...배가 차고 있어...! 날붙이 같은 걸로...!’

    마치 말린 음식이 위장의 수분으로 부풀어 역류하듯 위장이 망가진다.

    아니, 그 정도 수준이다. 쌍단검은 내부에 이리저리 박혀서 토해낼 수도 없다.

    “...그렇다면...”

    마침 마나 부족으로 중력 마법은 점차 약해진다. 마탑주들조차 저런 괴물을 붙잡는 것에 마나 부족을 느낀다.

    구속이 풀어지자 광전사는 지면에 있는 시체들을 향해 달렸다. 식량은 방금의 포효로 완전히 죽어버린 시체들, 소화가 안 되는 상황일지라도 먹어야했다.

    ‘...몸집을 불려서... 배의 크기를 키워야해...!’

    성장에 도움이 되는 고기를 먹어 몸집을 불려야했다. 위장의 크기를 늘려 시간을 벌고 다시 신성과 마법을 충전해야했다.

    아직 식도는 멀쩡하다. 음식이 넘어가자 몸에 활력이 샘솟는다. 이제 저 가증스러운...

    “....크아아아악....!!”

    그렇게 생각했던 광전사의 식도가 폭발한다. 분명 마나가 풍부한 음식이었는데 화약이라도 넣은 것처럼 입과 목 전체에 폭발한다.

    ‘...현자님, 아우...’

    리오스는 명령에 따라 쓰러진 시체들에 물의 고유 마법을 주입했다.

    죽었다 해도 동료들의 시체를 함정으로 쓰는 모독에 리오스의 양심이 뒤틀린다. 어째서 레오나르도가 라인하르트의 정신 훈련을 시킨 것인지 이해가 된다.

    훈련에 갖은 비겁한 수단을 가리지 않은 사냥이 없었더라면 자신은 분명 위선 때문에 망설였을 것이다.

    ‘...안 돼... 토하면... 망설이면...!’

    지금 마법을 쓰는 동안에도 리오스는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구토를 참아내고 있는 실정이니까.

    “쿠헤에엑...!”

    드래곤의 재림처럼 보인 광전사는 추하게 토악질을 해댄다. 광기와 위압에 얼어있던 모두, 사기가 상승한다.

    죽일 수 있는, 이길 수 있는 기세가 몰아친다.

    “...레오...! 나르도...!!”

    리오스를 제외한 마법사들은 전부 마나가 고갈돼간다. 다른 마법이면 몰라도 중력 마법은 이제 사용할 수 없다.

    다 죽어가는 광전사는 탈진한 마법사들을 향해 뛰어간다.

    콰아아앙!!

    “보낼 수는 없다.”

    라인하르트의 기사도, 황실의 기사도, 신전의 기사까지 모두 합심해 저들을 보호한다. 잔류한 사제이 마법사의 마나와 체력을 보충시켜주고 있다.

    레오나르도는 방금의 격전으로 이미 탈진 직전.

    아리아스필마저 성인에게 회복 중인 상황.

    버틸 수 있는 전위는 자신들 뿐이었다.

    카아앙!! 콰아앙!!

    다 죽어감에도 광전사의 용력은 줄지 않는다.

    줄긴커녕 오히려 죽음에 다가갈수록 저 괴물은 더욱 강해진다.

    꺼지는 불꽃이라고는 생각할 수는 없는 폭발력, 전국을 내노라 하는 이들조차 버거운 괴력이었다.

    “으아아아아아...!!”

    광전사는 이제 아예 위장이 갈라지는 걸 체감했다. 이미 임산부처럼 배도 점차 튀어나온다.

    마기이든, 신성이든 이젠 재생력으로 버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재생하는 것이 내부 장기를 망가뜨린다.

    “...거기구나...!”

    하지만 이제 어딨는지 알아내었다.

    “우오오오오!!!”

    재생력을 용의 인자에 집중해 치환시킨다. 통제가 불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도박수라도 둬어야했다.

    우드드득...!!

    골격을 변하며 등의 날개뼈에서 날갯죽지가 돋아난다.

    루미네의 날개와는 달리 추하고 엉성한 형태, 크기만 클 뿐 기형적인 박쥐의 날개처럼 보였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크리스가 있는 위치까지 도달할 도약력은 충분히 채울 수 있었으니까.

    “...으으아아악...!!”

    지면이 갈라지며 그대로 광전사는 천장과 벽의 끝 모서리로 뛰어든다. 광란으로 보이기엔 너무 정밀하고 의도적인 움직임.

    “안 돼...!!”

    그곳에는 크리스와 아인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아인이 도마뱀의 접착능력과 보호색으로 크리스를 벽과 천장 틈으로 숨기고, 크리스는 계속해서 어검술로 검을 복제시키는 전략.

    간파한 광전사는 그대로 크리스와 아인째 찌부려트리고자 한다. 뱃속의 검들만 없다면 다시 전황은 뒤집을 수 있으니까.

    “젠장...!”

    어검술로 광전사의 움직임을 알고 있는 크리스는 드물게 욕설을 뱉는다. 이미 속도로 봐선 피하는 것도, 막는 것조차 무의미하다.

    어검술을 이용한 복제로 이미 분신도 쓸 수 없다.

    “아인!! 이 악물어라!!”

    그래서 크리스는 자신을 품에 앉은 아인을 그대로 지면으로 밀쳐낸다.

    “크리스 님...?!”

    아인은 도마뱀의 얼굴에도 감정이 드러날 만큼 당황했다. 저대로 가면 크리스는 그대로 죽는다.

    “...여자...!! 이대로...!!”

    광전사가 날아온다. 전신이 너덜너덜하지만 저대로 직격하면 자신은 분명 육포가 된다.

    “...여기가 내 무덤...”

    이내 검에는 힘이 들어간다. 떠올리는 거다.

    절망 속에도 필사적으로 싸워왔던 칠흑의 기사를.

    죽겠다는 위선은 버린다.

    추하더라도 싸우고 살아남는다. 레오나르도가 하듯이.

    죽으면 다신 죄를 씻을 수 없다.

    레오나르도에게 사죄하기에 살아야한다.

    “...!?”

    광전사는 당황했다. 지면에 있는 모두도 마찬가지다.

    크리스는 피하지도 막는 자세도 취하지 않았다.

    벽을 발판삼아 자신에게 뛰어든다.

    정신이 나간 것 같은 광경, 흡사 레오나르도를 보는 것만 같은 기행이다.

    “...뜯어주마!!”

    그대로 입을 벌린다. 식도와 턱 모두 넝마지만 어떻게든 저 여자를 죽이고 먹으면 회복할 수 있는 영역이다.

    “아아, 바라던 바다.”

    직진한 크리스는 그대로 오른손에 쥔 얼터 블레이드를 광전사 입에 처넣는다. 뒤틀린 송곳니에 팔과 손이 갈리지만 이 정도 고통은 같잖다.

    레오가 겪은 고통에 비하면 비교하기도 수치스럽단 말이다.

    “...날뛰어라. 얼터 블레이드.”

    턱을 다물기도 전에 손에 쥔 얼터 블레이드가 복제된다. 지금 손에 있는 것은 복제가 아닌 진품, 복제되는 속도와 질은 뱃속에 가득 찬 것과 비교할 수 없다.

    “...팔을...! 씹어...!!”

    팔의 뼈와 관절이 으스러진다. 혈관이 터지며 광전사의 피와 살점이 뒤섞인다.

    염산에 지져지는 듯한 격통.

    자신만만한 말이 허세가 될 만큼 괴롭다.

    “팔 정도는 각오했다!”

    그래서 어쩌라는 건가.

    난 어른으로서 책임을 제대로 지지 못했다.

    “라인하르트의 긍지를!! 흑암의 책임을 얕보지 마라!!”

    레오나르도에게 죽어서도 얼굴을 보일 수 없단 말이다.

    “흑...암이 대체 뭐...!!”

    성대마저 얼터 블레이드에 베여져 말이 잘 안 나온다. 하지만 크리스도 중상이긴 매한가지다.

    이대로 추락하는 동시에 찌부려트리면 된다.

    레오만큼이나 미친 여자도 그러면 죽는...!

    [스캐빈저 쿼터링]

    그 찰나 적빛의 솨사슬이 광전사를 지면으로 잡아당긴다. 각도를 뒤집어 크리스를 위쪽으로, 광전사는 아랫쪽으로 땅아래로 떨군다.

    단순히 잡아당기는 것이 아니다. 사슬은 살점을 파고들며 몸에 마나를 갉아먹는다.

    이 사슬이 무엇인지 광전사는 알고 있다. 레오에게 죽임을 당하기 전 단 한 번, 이 기술에 때문에 목숨을 잃을 뻔한 적 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누구도 이걸 쓸 수는 없다. 써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인간이라면 불가능해야한다.

    ‘....말도 안돼.’

    광전사는 알아버렸다.

    악마를 죽이는 흑마법을 사용한 미치광이를.

    ‘...레오나르도오오오...!!!’

    성대가 잘리고 묶여 소리조차 내뱉지 못한 채로 광전사는 땅에 떨궈진다.

    레오나르도의 흑마법 아래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레오의 타락...?

    여자였으면 분명 암컷타락일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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