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은 다른 때보다도 고되고 고통스러웠다.
차라리 레오를 불철주야로 상대하는 것이 호사로 느껴질 정도로 비명과 고통이 이어진다.
“끄아아아아악!!”
“으어어...어어어...!”
손목에 출혈을 내고, 주먹으로 뼈를 골절시키면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아아악...! 끄아아악...!!”
날개뼈를 주먹으로 골절당한 루미네는 체통에 얽메이지 않고 세찬 비명을 내질렀고.
“어어어억... 으어어헝...!”
리오스는 베인 손목에서 세차게 뿜어져 나오는 피를 보며 울먹이는 신음을 짜내었다.
언뜻 보면 훈련이 아니라 고문에 가까웠다.
“...괜찮은 겁니까?”
“원래 정신적으로는 안 괜찮은 훈련이야.
유일하게 부상 없이 훈련다운 훈련을 진행 중인 크리스는 저 둘을 눈치를 보았다.
그래도 이 자리에선 가장 연장자인데 가장 편한 방식으로 수련을 진행하는 것은 마음에 걸리는 일일 수밖에 없었다.
“자자, 비명만 지르지 말고 넌 마법으로 지혈하고, 넌 신성으로 골절 치료해야지.”
그러건 말건 레오나르도는 부상에 앓아누운 둘을 강제로 일으키며 치료를 재촉했다.
이미 두 자릿수가 넘도록 레오에게 갖은 부상을 입은 그 둘에게는 그 재촉이 마치 악마의 재림처럼 보였다.
“...알겠습니다아....!!”
“...너무 아파요오오...!!”
울먹이면서도 그들은 자신의 부상을 천천히 치료시켰다.
어차피 레오가 부상을 직접 치료해줄 것도 아니기에 그들은 스스로 고통을 완화시키는 선택지밖에 없었다.
“...허억...허억...”
“아이고... 으으윽...”
젖먹던 힘까지 짜낸 것처럼 그들은 말도 제대로 못 한 채로 자신의 육체를 회복시켰다.
손목에서 출혈이 계속되던 리오스는 이내 혈색이 되돌아오며 상처가 지혈되었고, 도살될 거위마냥 부러진 루미네의 날개는 신성에 따라 골격이 되돌아갔다.
“루미네는 10분 30초 정도, 리오스 넌 15분 정도인가? 당장 실전에선 하등 못 쓰겠네.”
물론 그에 대한 레오의 평가는 냉혹하다 못해 공감 능력이 전혀 없었지만 말이다.
“...허억... 이제 또 부러뜨릴 건가요...?”
“으흐흑... 순애의 악마 같으니라고....”
이미 체념한 듯 두 명은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각자의 손목과 날개를 내밀었다. 어차피 피하고 도망친다 한들 레오라면 지옥 끝까지 쫒아가서 분질러버릴 테니까.
“아니, 오늘 수련은 여기까지.”
하지만 의외로 레오나르도는 오전이 끝나가는 참에 수련을 마쳤다. 사냥 훈련 때 소요한 시간에 비하면 짧은 걸 넘어 반의 반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전 아직...”
크리스는 쌍검을 꺼내들며 자신의 이기어검술에 수치를 느꼈다.
지금 자신이 하는 건 그저 검에 작은 진동을 주는 것 뿐, 레오가 시연했을 때처럼 공중에 띄워 휘두르는 건 상상할 수도 없었다.
“당연하지. 적어도 2달 정도는 진행할 수련이야. 급하게 한다고 능사가 아니라고.”
레오나르도는 피식 웃으며 그들을 다독이자 그렇게 격려했다. 이내 크리스의 블레이드 한 자루를 빌리며 손에 오러와 신성을 불어넣었다.
“내가 이 경지에 오르기까지 적어도.”
촤악!
군체처럼 늘어난 블레이드는 공중에 뻗어가며 공중에서 소용돌이처럼 회전해냈다.
“10년이나 걸렸어. 2달도 빡빡하게 잡은 거라고.”
그것도 단순히 오러만 단련해서가 아닌 신성의 힘까지 빌려야 이 기술들을 사용할 수 있었다.
아마 미래의 자신이 저들에게 이 기술을 가르치지 않은 것도 본인 스스로가 그 능력대부분을 사용하지 못한 탓이 컸을 것이다.
“...아... 그렇군요.”
본인들의 재능에 대한 신뢰가 드러나는 격려에도 그 셋은 표정은 썩 밝지 않았다.
지금 레오는 2달조차 빠듯하다 생각했지만, 실제로 이들에게 남은 시간은 일주일 밖에 없는 상황.
레오 본인에게 직접 설명하지 못한 것이 다시 상기되어 그들의 양심을 옥죄여왔다.
{‘...안타깝군요. 신은 어째서 저들을 어여삐 여기지 않는 것일까요...’}
[‘...역시 기억을 되돌리는 게 우선순위야. 하지만... 그러면...’]
두 영걸들이 무거운 고민에 잠긴 사이.
“...어?”
이 문제의 직간접적인 원인인 레오나르도에게서 갑작스러운 감탄사가 나왔다.
[...아리아잖아? 뭘 놀라고...]
“...레, 레이널드 님...!”
멀찍이 떨어져있던 아리아스필은 울먹일 듯한 표정으로 레오나르도를 응시했다.
술을 마신 뒤로 어제 일은 전혀 생각나지 않았고, 깨어난 장소는 레오의 침대.
히지만 방에서 레오나르도는 이미 나가서 없었고, 이미 시간은 오전의 끝자락에 다다라있었다.
“어디 가셨던 거에요?”
그랬기에 아리아는 불안한 의문이 들었다.
“어제 제가 뭘 했는지 좀...!”
어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도저히 생각나지 않았으니까.
“...어?”
또다시 나오는 감탄사.
그건 아리아스필만이 낸 것은 아니었다.
레오나르도와 바로 곁에 있었던 사람들마저 당황한 채로 빈 허공만을 멍하니 보았다.
“...어디로 갔지...?!”
레오나르도는 증발이라도 한 듯 그 자리에서 그대로 사라져있었다. 그것도 현자까지 함께.
바보가 아닌 이상 그 도주 원인이 아리아스필이라는 걸 모르진 않을 거다.
이 하찮은 도주은 오후 동안 지속되었다.
도망치는 수준은 아리아를 제외한 일원들과 했던 첫 훈련과 비등한 수준이었다.
***
“그... 레이널드 님...!!”
아리아스필의 목소리가 복도에 울려퍼졌다. 아직 아리아스필은 레오나르도가 집요하게 자신만을 피한다는 걸 자각하지 못했다.
“...”
레오나르도는 호흡을 포함한 마나, 신성, 그리고 기본적인 신진대사마저 최소화시켜 본인의 기척을 감추었다.
일류 암살자와 첩보원도 간신히 할 은신술.
그런 은신술을...
[고작 여자 하나 피하자고 쓰냐?]
아리아스필과 마주치기 싫다는 이유로 발휘해내는 레오였다. 현자는 다른 때보다 한심하다는 듯 반쯤 감은 눈으로 레오를 내려다보았다.
아마 자신보다 연애 능력이 못한 인간을 꼽자면 레오나르도가 유일했다.
<아가리 닥쳐. 누군 좋아서 이러나?>
[어, 그래? 그럼 아리...!]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러지 않겠습니다.>
현자가 아리아에게 레오의 위치를 고발하려고 하자 레오는 자존심을 휴지처럼 구긴 채로 사죄를 연발했다.
사과와는 별개로 따지고 보면 레오 본인이 아리아에게 잘못한 점은 딱히 없었다.
그저 지금 아리아스필을 마주하기엔 레오나르도가 그때의 폭로가 너무나 부담스러웠을 뿐.
‘아니 왜 아리아가 저렇게 변한 거지? 분명 냉철하고 침착하고 무표정한 게 그 녀석의 느낌이었는데...’
2회차의 아리아는 처음 봤을 때는 사람 냄새도 나고, 소녀스러운 모습도 많이 보였다.
첫 대면 때에는 약간 실망스럽고 걱정되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해할 수 있었다.
아리아가 의지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면 그런 성격을 보일 수도 있었겠다고 생각이 문득 들은 것이었다.
어쩌면 1회차의 아리아도 이런 면모를 지녔지만 부담감에 감추었을지도 모른다는 후회마저 들 정도였으니까.
‘...그래도...’
그날 한 고백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그 아리아스필이 자신의 신체 일부분을 수집하고, 사진으로 유사 자위를 즐기며, 동침을 한 날에는 몰래 구강강간을 했다는 걸 어떻게 바로 받아들이겠는가.
‘...물론 그런 점도 싫진 않지만, 오히려 좋기도... 아니 뭔 생각을 하는 거야...!! 난...!!’
설산의 절벽에 피어난 한 떨기의 꽃과 같은 그녀가 그런 과잉성욕을 지닌 치녀라고는 레오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좋긴 좋아도 받아들이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으니까.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
“여기서 뭘 하십니까?”
그 순간, 벽 천장의 사각지대에 매달린 레오를 바라보며 아인은 태연히 시리카에게 받은 막대사탕을 핥았다.
아무리 단련된 무인이라도 찾아내지 못할 레오의 은신술이었지만, 아인은 인간의 범주를 넘어섰고, 마나가 없는 존재마저 색적할 만큼 감각도 뛰어났다.
‘...아인아 말하지 마. 제발 말...’
레오가 입을 뻐끔거리며 아인에게 텔레파시를 보냈지만.
“아인아, 거기에 뭐 있어?”
“아버지가 계십니다.”
아인은 안타깝게도 눈치보단 직관적인 명령에 익숙한 아이였다.
아리아는 그 한 마디에 전력으로 그 방향을 향해 질주했고, 레오는 천장에서 내려와 전력으로 도주를 시작했다.
“잠깐만요!! 레이널드 님!! 잠시만 멈춰서세요!!”
아리아는 절박히 레오의 가명을 부르며 집요히 추격해왔고.
“...으아아아아!!”
레오는 뭐라 항변도 못한 채 큰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옹골차게 도망쳐내었다.
오러는 기본이고 성혈투술까지 동원한 추격전, 언뜻 봤을 때는 장기전으로 갈 것 같았으나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있었다.
“어?!”
갑자기 복도 바닥에 암석이 돋아나며 레오를 붙잡은 것이었다. 아리아 본인조차 짐짓 당황한 듯 정령의 힘을 감지해내었다.
[원하는 것 같아서.]
이미 정령은 아리아의 사념만으로 스스로 판단해 마법을 발휘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아리아스필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호재.
“...레이널드 님...”
아리아스필은 레오나르도를 점점 벽 쪽으로 몰아갔다. 아무리 넘어졌다 한들 평범하게 다가가면 도망칠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게... 그러니까... 일부러 그런 건...”
완전히 코너로 몰린 레오나르도가 횡설수설하며 변명하는 찰나,
“...정말 죄송해요...!!”
아리아는 그대로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마음 같아선 허리까지 숙이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그렇게 되면 몸과 얼굴이 부딪칠 수 있으니 감수할 밖에 없었다.
“...응...?”
레오나르도에겐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 갑작스러운 사과에 뭐라 대꾸도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제가... 어제 술자리에서 실수를 해서 그런 거죠...? 정말 죄송해요...! 염치는 없지만... 아무리 떠올려도 기억이 나지 않아서...”
아리아스필은 레오가 저러는 이유의 원리 정도는 이해하고 있었다.
분명 어젯밤 술자리에 껄끄러운 일이 있었기에 자신을 피하는 것.
1회차든, 2회차든 레오나르도라면 그럴 거라는 직감이 보다 명확히 들었다.
“...전혀 기억이 안 나? 그게?”
레오나르도는 슬며시 경계를 풀며 아리아의 고개를 들게 했다.
“...네, 죄송해요... 잘못한 사람이 할 말은 아니지만... 처음 술을 먹어서 그런지 도저히 생각이 안 나서요...”
아리아는 완전히 주눅든 채로 비맞은 강아지처럼 애처롭게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저렇게 레오가 기피하는 걸로 봐선 어제 자신이 한 실수가 보통의 것이 아닌 게 분명했다.
으레 어른들이 술이라는 놈이 정말 원수라는 말을 그제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너무하네... 어제 그렇게 심하게 해놓고 기억도 못해?”
레오는 그 망각이 기회라는 듯 태도를 바꾸어 실실대기 시작했다. 현자는 그런 기회주의에 기가 찬다는 듯 고개를 돌린 채로 벽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네...?! 제가...! 어떤 걸...!”
아리아는 완전히 살얼음판에 선 어린 아이마냥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실수의 정도를 모르니 어느 정도 불안해야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나 좋아한다고 고백했잖아. 바보야.”
레오나르도는 선의의 포장을 덧씌워 어제의 일을 이야기해주었다. 포장된 이야기만으로 아리아의 얼굴이 점차 붉어졌다.
“네...?! 그게... 어떻게...!”
“아주 바지가랑이를 붙잡고 울며불며 애원하던데? 결혼해주시면 뭐든 다 할게요~ 개처럼, 노예처럼 대해주셔도 좋아요~ 라면서?”
“...제가 그랬다고...요!?”
“그럼~ 이것도 많이 순화한 거다.”
과한 성희롱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어제 일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아주 선의로 가득찬 순화이자 포장이었다.
“...그, 그렇군요...! 그...그게... 그러니까... 그럼...”
그 선의의 거짓말만으로도 얼굴이 완전 홍당무가 된 아리아는 시선을 피하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이내 부끄럽지만 한편으로 기대된다는 듯이.
“...대답은 어떠셨나요...? 받아주실 건가요?”
“...어? 그건... 그보다 너 내가 한 말 믿긴 하네?”
거짓말을 한 레오 쪽에서 오히려 당황한 듯 아리아에게 되물었다. 저렇게 순순히 자신의 말을 신뢰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부자연스러웠다.
“...그건...”
아리아스필은 양손을 뒤로 깍지를 낀 채 허벅지를 꼬며 부끄럽다는 듯 말을 더듬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처음부터...”
늘 속으로나, 타인에게는 당당히 주장할 수 있는 감정이지만 레오 본인에게는 차마 설명하기 어려운 뜨거운 감정이었다.
“첫 만남 때부터 좋았으니까요...! 좋아서 좋아서 매일매일 참고 있었으니까요...!”
아리아는 소리를 치는 것으로 간신히 마음을 고백했다.
뜨거운 공기 속에 진행되는 짧은 정적.
그 정적만으로 불안한 감각이 되살아났다.
“그, 그래?”
레오는 그런 아리아를 보자 입술이 꿈틀거리며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깨물고 싶을 정도로 귀여워서야 화낼 것도 못 화내지 않은가.
“...그래서... 괜찮으신가요?”
“아니, 안 되겠다.”
그 부정 한 마디에 아리아는 세상 모든 걸 잃어버린 듯 눈을 포함한 모든 게 죽어버렸다.
농담이었지만 레오마저 걱정스러워 바로 뒷말을 덧붙였다.
“당장은.”
“...네?”
“기억은 되찾고 대답하자고. 지금 상태에서 대답하면 나중에는 복잡하고 곤란하잖아.”
말을 끝까지 듣자 아리아의 생명줄이 간신히 이어졌다. 만약 대답이 2초만 늦었다면 아리아는 그대로 실신했을 것이다.
“...그렇긴 하지만...”
“고작 그거 참는 걸로 그렇게 아쉬워하냐?”
레오나르도는 벽으로 몰아넣은 아리아에게서 빠져나오며 피식 미소를 내보였다.
“난 40년 넘도록 참아왔는데.”
“저한테...40년...?”
아리아는 잠시 멈칫했다.
그 말에 내포한 의미를 해석했을 땐, 이미 아리아는 사랑의 열로 실신해버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여담]
[...어휴, 눈꼴시려.]
“더 시릴 눈꼴이 있긴 해? 애늙은이”
[말이나 못 하면... 으휴...]
현자는 어려진 모습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도리개질을 쳤다.
“그보다 정말 기억을 되찾을 방법이 있긴 해?”
말은 자신있게 했지만 레오에겐 기억을 되찾는 문제가 난해하기 짝이 없었다.
기억을 되찾은 후에 대답하겠다고는 했지만, 정작 되찾는 방법도 기간도 몰랐으니 이젠 불안하기까지 했다.
[있다고 했잖아.]
“그런 것치곤 어떻게든 감추고 말을 뱅뱅 돌리니까. 그렇게 숨겨야 의미 있는 방법이야?”
현자는 있다고만 한 채 제대론 방법을 말하진 않았다.
방법을 설명하지 않는 게 도움이 될 거라곤 했지만 그 침묵은 본인에게는 답답할 수밖에 없는 문제였다.
[...뭐, 성검이 내 생각대로면 쉽게 풀리겠지만...]
“아니면 난 평생 기억 못 되찾는 건가?”
[말 끝까지 들어. 말만 짧은 게 아니라 인내심도 짧아.]
그렇게 독설을 내뱉은 현자의 표정은 미묘히 슬퍼보였다.
[네 기억은 떠올리지 못하는 게 아니라 삭제된 거에 가까워. 그러니까 치료는 기대할 수도 없고, 그나마 복구가 답인데... 그것마저 안 되면...]
뜸을 들인 끝에 현자는 방법을 설명했다.
[마지막 수단이지만 내가 준비해놓은 백업 마도구로 데이터를 다시 덧씌우면 돼. 너의 기억을 똑같이 지식으로 존재하는 데이터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 복구를 가능하게 하는 거지.]
“그런 게 있긴 해?”
레오로선 쉽사리 믿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한 사람의 지식, 즉 인간 대부분의 기억을 저장시켜놓은 마도구는 듣도보도 못했으니까.
[있어. 쓰면 일회용이 되겠지만.]
그때 현자의 얼굴은 어린 아이였지만, 어째서인지 레오의 눈에는 한 노인이 형성되었다.
미련에 찬 그 모습이 썩 낮설지는 않았다.
마치 예전에도 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