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인간의 육체라 하기엔 너무나 컸다.
엄청나게 크고, 두껍고, 무겁고, 동시에 단순했다,
그것은 그야말로 병기였다.
“...우...우선 옷부터 입자.”
아리아의 병기를 본 레오는 심장이 터질 각오로 간신히 고개를 돌렸다. 자신의 본능은 어떻게든 저 나신을 보고 취하라 함성을 내지르고 있었으나 지금은 그래선 아니되었다.
‘...누, 눈치 없이 여긴 왜 커져가지고...!’
아리아의 병기를 보자 레오의 병기는 그에 반응해 몸집을 부풀렸다. 그 때문에 단단히 동매어 둔 수건마저 그 부피에 밀려 흘려내릴 정도였으니까.
“...그. 그러죠. 죄송해요. 흉한 꼴 보여서...!”
레오의 병기를 다시 본 아리아는 가슴이 터질 만 같아 급히 수건으로 몸을 가렸다.
지금도 기억에 생생했다. 함께 동침했던 그날, 자신이 입을 꽉 채운 그 단단한 물건의 진한 냄새가 아직까지 혀끝에 남아있었으니까.
‘...괜히 가슴은 또 왜...!’
레오의 것에 못지 않게 아리아의 것도 반응해 빳빳히 서있었다. 수건이 조금만 얇았더라면 레오에게 바로 들킬 정도로.
“...아하하...”
“...하하...”
어색한 웃음이 흘러나오면서도 두 이성의 시선은 서로의 육체를 힐끔거리면서도 확실히 흝고 있었다.
그건 이제 감춘 흑심이라 표현할 수 없었다. 그저 자신의 본능에 솔직한 것일 뿐.
“...그럼...”
방으로 돌아온 아리아스필은 침대에 개져 있는 자신의 옷을 잡아들었다. 당장이라도 몸을 가려야했다.,
조금이라도 전라로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신의 이성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얼른 입을게요...!!”
하지만 아리아가 간과한 것이 하나 있었다.
“...아리아...!?”
침대에 올라간 순간, 아리아의 뒤태는 실오라기 하나 없이 맨살이 드러나있었다. 그 무방비한 엉덩이는 레오로선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방심이었다.
“...아...아! 죄...죄송해요...! 얼른...!”
아리아가 속옷에 급히 허벅지를 멀어넣으려하자 맨몸의 곡선이 음부를 더욱 강조했다.
“야야...!!”
그 모습에 본능이 자극된 것일까, 아니면 당황해서 어떻게든 가리고자 해서일까.
레오나르도는 옷도 제대로 입지 않은 채로 아리아에게 수건을 들고 뛰어갔다.
“...레, 레오! 잠깐...!”
지면은 물론 레오의 발에도 물기가 있었다. 그리고 아리아는 아직 속옷조차 반 정도밖에 못 입은 상태.
“...꺄아악...!!”
당황한 레오는 그대로 넘어졌고, 속옷도 제대로 못 입은 아리아는 넘어진 레오를 밀어내지 못했다.
“...그...미...미안...”
레오나르도의 커다란 몸은 그대로 아리아를 덮치듯 아리아를 감싸고 있었다. 그의 대흉근부터 복근의 밑까지 완전히 아리아를 뒤덮어놓았다.
“하아....하아...”
그대로 덮쳐진 아리아도 그 넓은 몸에 시선을 뺏았기고 말았다. 자신의 풍만한 유방과 레오의 각진 흉근은 닿지 않았음에도 서로의 심박음을 공명시키고 있었다.
“...그...레오...”
“...어...”
피냄새가 약간 남아있는 탓일까.
머리가 멍했다.
팔을 타고 피부가 맞닿기 시작했다.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숨은 거칠어지지 않았다. 이 앞의 일은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숨은 점차 안정감을 찾아갔다.
단지 뜨거운 숨소리가 주변을 꽉 채울 뿐.
“...레오.”
“아라아...”
농밀한 시선이 지그시 교차한다. 천천히 입이 열리며 서로에게 다가간다.
1cm, 2cm씩 접근할 때마다 서로의 체취가 진해져간다.
눈이 부드럽게 닫히며 전신이 밀착되려는 순간.
“노크를 3회 했음에도 반응이 없으셔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문이 잠겨있지 않아 바로 열겠습니다.”
드르륵...!
아인의 목소리와 함께 문이 벌컥 열렸다. 기다리는 의미에서 5분 간격으로 노크를 한 배려가 이런 참극을 창조해내었다.
“어...?”
“아...”
아인의 눈에 보인 것은 자신이 자랑스러워하고 사랑하는 두 부모가 동생을 만들고자 거사를 치르는 현장이었다.
1초, 2초의 찰나에 아인은 모든 상황을 판단해내렸다.
“죄송합니다.”
드르륵...
아인은 처음부터 열지 않은 것처럼 조용히 문을 닫았다. 어른의 세계를 책으로만 배운 아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배려였다.
“아인아! 그런 거 아냐!”
“그래! 엄마 아빠 그런 사이가 아니야!!”
정말 신빙성 없는 말이었고.
이 사건은 동생 이름을 아인이 정하는 거로 비밀로 할 수 있었다.
현자가 전부 정리된 20분 뒤에서야 나타난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
아리아의 성혈투술은 순차적이며, 예상보다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부른 이유가 이거 때문입니까?”
“왜? 조건이 있다고 말했잖아.”
레오나르도가 아리아스필의 성혈투술을 봐주는 건 무료가 아녔다. 몇 가지의 조건을 거는 대가로 수련을 봐주는 것일 뿐.
처음에 글라디오는 납득했다.
먼저 해주겠다 제시를 해준 것조차 감사한 입장, 그런 와중에 조건이나 대가를 가릴 처지가 아니라는 건 가주인 그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저희도 수련이라니요?”
제시한 조건이 너무 생뚱맞았기에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레오가 내민 첫 번째 조건은 다른 본가 라인하르트의 수련, 그 수련을 자신이 담당하는 것이 가장 먼저 나온 요구였다.
“그럼 너희들은 뭐 탱자탱자 놀 거야? 가주라는 양반이 저래서야.”
100여건이 족히 넘는 탁자 위의 작업을 끝내고, 절반이나 더 남은 일 건마저 뒤로 한 채 글라디오는 그런 면박을 받았다.
“...수련이라 한다면 정확히 어떤...”
“전반적으로 다. 싸움에 도움될 만한 거 전부.”
루미네의 조심한 질문에 레오는 투박하고 단순히 대답했다. 그 질문에 즉각적으로 긍정을 표할 순 없었지만, 그건 레오에겐 알 바 아니었다.
“진주목걸이를 돼지 목에 거는 꼴을 보고 있자니 배알이 꼴려서 가만히는 못 있겠더라고.”
비꼬는 어투였지만 레오에겐 마음 깊은 곳에 응달진 곳에 나온 직구였다. 영웅들의 덜 깎인 재능들을 재확인하고는 그런 날카로운 직구가 준비될 수밖에 없었다.
“저희의 실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뜻입니까?”
겸허히 받아드리려고 했으나, 크리스는 쉽사리 저런 비판을 수용하기 어려웠다. 흑암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도록 스스로의 날을 갈고 닦아왔다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부족하다... 표현이 조금 아쉽네. 크리스티나 양은 싹수가 보여서 더욱.”
일부러 이름에 티나라는 부분만 강조해서 읊자 크리스의 얼굴이 미묘하게 일그러지고 붉어졌다.
모습만 봐선 자신보다 연하인데, 저런 어투로 놀리니 뭐라 반응해야할지 난해하고 난감했다.
“정확히는 왜 ‘안주’하냐는 거지. 더 성장할 수도 있는데 굳이.”
사자에게 충분히 날개를 돋아나게 할 힘이 있음에도 그저 지면에서 달리며 먹이를 사냥하는 꼴에 안주하는 게 레오에겐 불쾌하고 열받았다.
“...성장? 내가 말인가?”
다 늙은 마르켄으로서는 납득할 수도, 납득이 되는 발언은 아니었다. 자신은 이미 일흔이 넘긴 노장, 그런 노인에게 성장이란 단어는 썩 어울리는 울림은 아니었다.
“...이런 게 참 싫단 말이야.”
그런 반응을 예상했는지 레오는 피식 웃으며 양손을 치켜들었다. 이내 올라온 한 손은 차례로 영웅들의 몸을 스쳐지나갔다.
“꼭 차고 넘치는 자식들은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게 어떤 건지 몰라. 재능의 무게와 가치를 아는 건 거의 목만 축이면서 메달리는 놈들을 뿐이지.”
그게 자신이라는 걸 은연 중에 내비치는 레오였고.
[내가 보기엔 너도 만만치 않게 흥건한데? 저기 네 재능이 흘러내린 거 아냐?]
그게 기만이라는 걸 알고 있는 현자로선 작아진 몸으로 태연히 비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 레오는 미래의 레오보다도 자신의 재능을 보잘 것 없이 인지하고 있었다.
“얼굴을 피로 흥건히 만들기 전에 닥쳐. 애늙은이.”
[할 순 있고?]
“대신 저 천사가 더 끔찍한 걸 해줄 건 같네.”
현자는 식겁한 표정으로 천천히 뒤를 바라보았다. 흉부 형태로 생긴 그림자가 현자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현자, 너무 늦게 오셨잖아요~!}
[놔라. 놓으라...! 읍읍...!]
앤젤라의 자애로운 가슴은 작아진 현자를 완전히 감싸 포옹할 수 있었다.
옛 전설들이 저런 추태를 내보이는 건 보기 흉했지만 조용해진다는 이득은 이를 감수하기 충분했다.
“그래서 요약해자면...”
현자의 훼방에 머쓱해진 레오는 어줍지 않은 비유나 완곡어 따윈 때려치기로 했다.
“너희들, 적어도 2배로 능률 올릴 수 있다고.”
전혀 와닿지 않는 이야기였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는 각자의 업계에서 인정받는 일류, 그런 자신들의 능률이 2배로 증폭된다는 점은 바로 납득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레오의 확신은 허세나 과장 따위가 아니었다. ‘적어도’라는 표현부터가 이미 이 주장이 축소되었다는 걸 반증하고 있었다.
“...어차피 못 믿는 눈치인데, 까놓고 그건 내 알 바 아니야.”
처음부터 말로는 바로 설득될 거라는 기대는 품지도 않았다. 쉽게 납득할 거였다면 진작에 성장 한계선을 인지하고 도달했을 테니까.
“어차피 너흰 조건대로 하겠다고 계약했잖아. 이제 와서 납득이 안 된다고 약속을 물러서야 라인하르트의 명예도 참 보기 좋겠어? 안 그래?”
“...그럼 훈련 내용부터 말하지 그러나?”
조롱에 가만히 있을 마르켄이 아니었다. 레오는 예상대로의 반응에 만족했는지 슬며시 옷의 목덜미를 내렸다.
“...목에...”
“절취선이 있으면 편할 것 같아서.”
레오는 자신의 목에 두꺼운 펜으로 점선을 그려놓았다. 그 문신은 종이공예를 할 때 가위로 자르기 편해 미리 길을 그려놓은 것처럼 친절히 [cut off]라 적혀있었다.
“훈련은 간단해. 내 목덜미를 깔끔히 공격하는 거. 절취선이 있는 부분으로 하면 돼. 단순하지?”
너무나 단순해서 오히려 광기가 느껴졌다. 상식이나 배려가 있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상상치도 못할 괴기스러운 훈련법이었다.
“...제정신입니까?”
“아니. 알잖아.”
무례한 질문이라고 생각지도 않았는지 레오나르도는 그대로 즉답했다.
“하지만 레이널드 님, 행여나 중상을 입거나...”
“그래서 네가 있잖아. 게다가...”
같잖은 걱정에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너희 정도라면 아마 오늘 내론 생채기도 안 날 거여서. 너희들 걱정부터 해.”
다소 거만한 레오의 태도에 다들 약간 떨떠름한 표정으로 각자의 무기를 들었다.
레오가 살아온 기간이 어쩌면 그걸 증명해주는 근거라고 판단했는지도 몰랐다.
“확실히 버텨온 기간만 생각하면 저희를 쓰러뜨릴 수도...”
“아니, 그건 아니지.”
하지만 그런 신뢰마저 레오는 태연히 깨부쉈다.
“어떻게 1명이 5명을 이겨. 상식적으로 불가능하지.”
“...그러면... 왜...?”
“근데 내가 버티는 건 잘하거든. 어지간히 독한 놈이 아니면 죽이지 않아도 나가떨어져.”
기묘하면서도 자신감에 차있는 목소리에, 라인하르트 일행은 망설이는 눈치로 무기를 쥐었다.
훈련 내용이 기묘한 것도 이유였지만, 저 위화감의 근원을 모른 채로 돌진하는 건 어리석다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두 남정네는 나 죽이고 싶어서 안달날 걸. 당신 딸내미하고 뭔짓했는지 알면...”
콰아아앙!!
화청의 불꽃이 산탄의 형상으로 레오에게 흩뿌려졌다.
“...죽여도 상관없다 했지?”
그런 말은 한 적 없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효과 죽이네.”
이건 거짓말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해가 질 때까지 레오나르도는 멀쩡한 상태로 귀가할 수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길 수 있는 방법]
[뭔짓 했으면 장가를 가는 게 어때?]
현자의 깐죽에 공격을 회피하던 레오가 눈을 부라렸다.
“한 번만 더 장가 얘기 더 하면 진짜...!”
현자의 (정색)
[나 이제 그만할 건데?]
[앞으로 계속 그만할 건데?]
[난 다신 안 할 건데?]
리오스도 합세했다.
“이번엔 제가 할 건데요?”
“터치해서 내가 장가 얘기할 건데요?”
“그리고 이 바통을 아인이한테 넘길 건데요?”
바통을 받은 아인이었다.
“그럼 장가라곤 확실히 발음 안 하겠습니다. 장과, 장과.”
흐름은 탔다.
"[짱가~ 짱가~ 우리들의 짱~가!]"
"[우리들의 짱아앙가~!]"
"[짱가!! 가라!!!]"
그 이후 마인드 크러시로 레오가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