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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는 회귀했다-160화 (160/248)

마탑 최정상층은 외부에서 보이는 사각의 투박한 형태와는 달리 화려한 풍경을 자랑하고 있었다.

장소의 형상은 평소 신전와 대비되는 마탑의 이미지와는 달리 고풍스러운 대도서관의 구조로, 각 외벽에는 서재가 고정되어 있어 마법서와 마도서가 꽂혀져 있었다.

마탑 총괄 회의에 참여하는 이는 각 마탑을 관장하는 4명 마탑주.

“지금부터 마탑 총괄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의사를 맡은 에일린 템페리우스였다. 템페리우스 가는 마탑에 소속되지 않는 조건으로 회의 의장을 맡을 수 있었다.

본래는 그녀의 아버지가 의장직을 맡고 있었지만, 지난 4년 동안 퇴치한 마인과 흑마법사에 대한 공적이 인정되어 그녀는 아버지를 대신해 의장직을 맡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것 또한 레오가 협력했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레오가 원한 일이기도 했다.

[...니가 꼬셔서?]

현자는 옆에 없음에도 대화만으로 상황 전부를 파악했는지, 바로 직관하는 것처럼 깔죽거리고 있었다.

<협력적 관계라고 하세요.>

[이 정도면 진짜 병이다 병.]

레오 입장에서는 잘 활약한 것으로 회귀 전과 달리 협력적인 관계를 형성한 것이었지만, 현자가 보기에는 그저 꼬신 걸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회의라 할 것도 없지 않나? 축제 전에 이렇게 모인 이유가 너무 뻔한데?”

백탑주 아스피 일리난은 에일린의 말이 끝나자마자 바로 레오와 오브가 있는 방향으로 눈을 흘겼다.

마탑 최상층에, 그것도 회의하는 때에 마탑주도 아닌 이들이 있는 데에는 항상 이유가 있었다.

.마도처형자인 오브라이언, 그리고 마도 처형자였던 레오나르도라면 그 이유의 윤곽이 세세히 보였다.

“마나가 없다는 마인 때문이지?”

대외적으로는 축제에 대한 진행 및 경비로 진행된 회의였지만, 여기 있는 모든 마탑주들이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거기서 뭐가 나왔는지 보고 드리죠. 오브?”

“...예. 선배.”

오브라이언은 무표정하게 보고서를 들어 시체에 대한 결과를 보고를 시작했다.

하지만 보고서를 든 손끝이 떨리는 것은 오브의 표정과 본심이 얼마나 괴리가 있는지 무언으로 설명해주고 있었다.

‘...긴장하면 안 돼...’

지금 눈앞에 있는 고명한 대마법사들 중 한 명은 존경하는 선배의 어머니를 생체 병기로서 개조하고 키메라로 복제했다.

거기에 자신은 그런 대마법사와 배신자에게 포커 페이스를 유지한 채로 키메라와 아인의 연관성을 배제한 채로 설명해야했다.

“...그렇기에 현재로서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이 마인은 흡혈귀가 아니며, 동시에 베이스가 되는 인간에게 특수한 능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지금까지의 보고는 마탑이 아니라, 라인하르트에서 직접 부검했더라면 얻을 수 있는 정보였다.

이 마인은 마나가 없다는 사실만으로, 마탑을 포함한 제국 역사상 가장 이례적이며 특별하며 위험한 인간형 키메라였다.

“이상으로 보고는...”

“...잠깐!”

오브라이언이 보고를 끝내려던 찰나, 누군가가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상쾌한 목청으로 마무리를 끊어내었다.

“중요한 이야기가 빠진 것 같은데! 내가 직접 질문해도 되겠나?”

적탑주 제인 나르샤는 상쾌한 목소리로 전혀 밝지 않은 이야기를 이끌어나갔다. 레오를 포함한 모두가 그 기행에 괴리감을 느끼고 있었다.

“...말씀하시죠. 적탑주님.”

“그 마인이 레오나르도와 친족이라는 말이 있던 데 사실인가?!”

에일린이 말하는 것을 허락하자, 적탑주는 기다렸다는 듯이 무거운 정보를 유쾌하게 꺼내들었다.

그 말에 다른 마탑주들도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저 반응을 보아도 레오나르도는 딱히 동요하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 저런 식으로 나온다는 거지?]

<...그렇죠. 조금은 섭섭하네요.>

레오나르도는 굳이 저 마인의 정체가 자신의 부모와 외모가 동일한 것을 숨기지 않았다.

숨겨서 얻을 이득보다 감추어서 생길 손해가 더 컸기에 차라리 공개하는 쪽으로 노선을 튼 것이었다.

그러니 마탑주들은 모를 리가 없었다. 오히려 각 마탑에 양성한 마법사도 있는 만큼 애저녁에 정보가 들어가도 이상한 것이 없었다.

그럼에도 저런 질문을 대놓고 한다는 것은,

‘...이런 식으로 나온다라...’

레오나르도의 정신을 흔들기 위해서였다.

레오나르도가 적이 아니더라도, 마탑 측의 확실한 아군은 아니었다.

정식으로 소속된 곳은 라인하르트 가였고, 또한 어느 마탑의 문하에 들어가 마법을 배우지 않고 중립인 채로 각 마탑의 지식을 습득했다.

그런 만큼 저들에게는 지금이 레오를 흔들어 자기 편으로 전환시킬 기회로도 보였을 것이다.

“...아뇨. 그건 아닐 겁니다.”

레오나르도는 쓴웃음을 지으며 적탑주의 말에 대답했다. 그 말에 다른 마탑주들도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 제일 빠르게 말꼬리를 잡은 것은 백탑주였다.

“이상하군. 용병길드 측에선 네 어머니의 사진과 그 시체의 얼굴은 완벽히 일치했다. 그렇다는 것은...”

“같은 사람이 두 명일 수는 없죠.”

하지만 백탑주의 주장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애초에 백탑주도 저 대답을 예상했기에 꺼내든 주장이었다.

라인하르트에 시체 한 구가 더 보관된 것은 그녀를 포함한 모든 마탑주들이 알고 있었으니까.

“키메라의 베이스는 제 어머니일 겁니다. 몇 년 전에 실종된 제 어머니가 어째서 저렇게 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고요.”

레오나르도의 빠른 인정에도 마탑주들은 멈출 기미가 안 보였다. 이번에는 청탑주도 입을 열어 거친 추측을 내몰았다.

“그렇다는 것은 네 어머니가 마인일 수도 있다는 거겠군.”

“청탑주님! 그건 지나친...!”

“지나치다? 이게 억측이라는 건가?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일 텐데.”

청탑주의 냉혹한 말에 오브는 표정을 구기며 입술을 씹었지만 반박할 말은 없었다.

레오나르도의 어머니가 마인이라는 증거는 이 시체만으르도 충분했지만, 아니라는 증거는 명확히 존재하지 않았다.

거기에 렌의 여태까지의 행적은 회귀자인 레오조차 모를 정도로 은폐되어 있었다.

그러니 거기에 마인을 끼워넣든, 흑마법사를 끼워넣든 전혀 어색한 그림은 되지 않을 것이다.

언론사에 뿌린다면 바로 물어뜯을 정도로.

“...맞습니다. 마인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레오나르도는 눈썹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자기 자신을 복제품으로서 만든 흑마법사일 수도 있겠죠. 가능성 있는 추측입니다. 억측은 아니죠.”

오히려 청탑주의 주장에도 근거가 있다 동조하기까지 했다.

“사실 무책임한 말일 수도 있겠지만, 전 제 친모에 대해서 전혀 아는 게 없습니다. 친아버지는 본 적도 없었죠.”

레오나르도도 확신할 수 없었다.

회귀 이래로 이렇게 답답했던 적은 따로 찾을 수 없었다.

돌아가신 어머니와 이런 식으로 재회한 것도,

그리고 그 어머니가 사실은 이 모든 일의 흑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잡아먹는다.

사실 아리아스필을 죽인 것은 자신의 어머니도 연관이 있지 않을까.

과거에 메인 채로 레오나르도는 그런 미래마저 상상하며 끌려가고 있었다.

“그래서 제안하겠습니다.”

하지만

“이 시체를 마탑의 연구 소재로서 팔겠습니다.”

레오나르도는 그런 것에 익숙했다.

70년 전부터 지금까지.

“...뭐?”

에일린이 내뱉은 말이었다. 에일린에게는 전혀 언질 없이 레오가 홀로 내린 판단이었다.

“...그게 무슨 말이지? 이 시체가 네 부모의...”

“제 부모는 아니죠. 아까도 말했듯이 이건 제 부모의 외형이 일치하는 ‘키메라’에 불과합니다.”

레오나르도의 주장은 이해받기 어려울 뿐, 이해하기 쉬운 내용이었다.

“이 시체는 생물체 중에서 최초로 마나가 없는 존재입니다. 죽었지만 시체로서도 이 존재는 가치가 높죠.”

그러니 마탑에게 팔겠다는 것이었다.

“...제...제 정신인가? 레오나르도 자네는?”

이 대화를 밀어붙인 장본인인 적탑주마저 당황했다. 평소에 내는 유쾌한 목소리와 목청이 잠시 낮게 사그라들 정도였다.

“이 시체는 제가 죽인 겁니다. 제가 심장을 꿰뚫고 목을 쳤죠.”

그로 인해 냉정을 잃어 세뇌당했다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말은 저들에게 전혀 와닿지 않았다.

지금 레오나르도는 냉정하다 못해 감정을 죽인 것처럼 냉혹하게 상황을 손익으로 계산하고 있었다.

“게다가 라인하르트 측에는 목이 베인 시체가 한 구 더 있습니다. 판매한다고 하여 큰 문제는 아니겠죠.”

“...그렇다고 해도 판매는...”

“여러분 측에 손해가 되는 제안은 아니잖습니까?”

틀린 말은 아니었다. 끔찍하기는 한번 연구해보고 싶은 것이 마법사의 심리였다. 정 아니라고 한다면 끔찍하다며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청탑주 정도일까.

“하지만 마인의 시체를 판매하는 것을 신전에서 용납할 리가...”

“그렇습니까? 마인이라...”

그에 반박을 위해 레오나르도는 망토에서 관을 꺼내들었다.

아공간을 꽉 채우고 있다 말할 정도로 비대한 고동색 관은 묵직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놓여졌다.

“...마인이라 판정이 나기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하죠.”

레오의 손에 따라 관뚜껑이 열렸다.

“마기에 오염될 것.”

관에 들어있는 것은 렌과 똑같이 생긴 흑발의 여인, 가슴이 뚫린 채로 공허히 떠있는 적색의 눈은 이 시신의 싸늘함을 담아낸 것 같았다.

“이 시체에는 마기는커녕 마나 한 줌도 없습니다. 이단심문관들도 규정적으로는 그저 키메라라 분류할 수밖에 없었죠.”

그리고 마인이 아닌 키메라의 시체를 판매하는 것은 엄연한 합법이었다.

“법적으로 허가하는 것은 전부 실행한다.”

레오나르도는 관뚜껑을 덮었다.

“그게 제가 여러분께 배운 마법사로서의 도리입니다만. 틀렸습니까?”

회의장은 조용했다.

몇몇 이들은 레오나르도가 마인의 편이 아닐까 추궁하려고 하는 이마저 입을 다물고 있었다.

애초에 시체를 판다는 시점에서 레오나르도가 마인과 한편일 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아니, 지극히 합리적이지.”

유일하게 떨지 않은 것은 흑탑주 베르난 베르데인이었다. 아까 레오나르도의 주장에서도 전혀 동요하지 않은 것은 흑탑주인 그밖에 없었다.

“오히려 이 존재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할 수도 있을 테니 마탑에는 이득 아닌가?”

“...그건 그렇다만...”

대답을 한 청탑주를 포함해 에일린까지도 모두 떨떠름한 기색이었다. 레오나르도의 제안은 제대로 인간의 감성으로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괴하고 냉혹했으니까.

“그렇다면 얼마에 팔 생각인가?"

“돈으로는 안 받겠습니다.”

돈은 이미 충분했다. 라인하르트의 협력도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을 테니 금전적인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세상에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 있기 마련이었다.

“고유 마법의 술식을 먼저 넘기는 마탑주님께 이 키메라의 시체를 넘겨드리죠.”

상대할 적의 정보, 혹은 적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그 예시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래도 이게 둘이여서 다행이네. 하나였으면 큰 일이었겠어.]

<...>

[...아...미안.]

<후기에서 현자 님 말을 수정했습니다. 너무 과했던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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