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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는 회귀했다-156화 (156/248)

맛있다.

흥분될 정도로 맛있다.

레오의 체액은 우유 같으면서도 꿀처럼 질척하게 입 속을 감쌌다.

감미로운 향이 비릿하게 구강을 타고 코에 스며든다. 분명 지독한 향기인데 혀는 멈출 기세를 모른다.

마치 탐스러운 꽃을 빠는 나비처럼.

아리아는 입의 흡입을 멈추지 않았다.

‘하...! 맛있어...! 맛있다고...! 레오...!’

이성이 날아가는 것 같다.

아니, 이미 날아간지도 모른다.

아리아가 하는 것은 이젠 애무가 아니라 흡입이었다.

레오의 체액을 한 줌이라도 자신의 체액으로 치환시키고 싶었다.

암컷이 되고 싶었다.

레오만을 위한 암컷이.

여자가 된 용사에겐 이 밤은 너무 짧았다.

***

아리아스필과의 대련은 기본적으로 힘겹다 못해 까다롭기 그지없었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능력치를 전투로서만 구분한다면 부족한 부분이 있기 마련이었다.

공격 위력이 뛰어나다면 범위가 좁거나.

민첩성이 높다면, 그 대가로 방어력을 감수하기 마련.

등가교환처럼 뛰어난 것이 있으면 자연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이 상식이었다.

하지만 아리아스필은 달랐다.

총제적인 패러미터가 완벽한 정오각형에 달하는 종합 능력치를 지닌 용사.

아마 신체를 넘어 물리적인 능력에 한해서는 완벽한 존재를 꼽자면 레오나르도는 주저없이 아리아스필을 꼽을 것이다.

레오나르도 본인도 각종 기술에 통달했다고 자부할 수 있지만, 그건 억지로 한계를 깎아내고 힘을 끌어낸 것일 뿐.

능력의 잠재성은 아리아스필이 레오나르도를 짓누를 만큼 아득히 상회하고 있었다.

“커헉...!”

오늘 그것이 증명되고 있었다.

파앙!!

일순에 날아오는 검격이 다섯 번, 회피는 고사하고 흘려치는 것에만 급급했다.

‘...성검의 빛이...!’

맹공을 퍼붓던 아리아는 성검의 신성을 폭발시켰다. 충격으로 밀려나는 것도 문제였지만, 성검의 빛마저 조절하여 섬광으로 시야를 멀게 만들었다.

평소 아리아라면 생각하지 않을 전략적인 공격에 레오나르도는 맥을 추지 못하고 충격에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카앙!!

이어지는 마무리 공격, 마법을 쓸 틈도 없이 아리아는 일격에 자신의 무장을 해제시키고 그대로 목에 칼을 겨눴다.

“내가 이겼지?”

시야가 천천히 회복되며 레오의 눈에는 완벽한 승리를 쟁취한 용사의 미소가 들어나있었다.

여기선 더는 말할 체면도 없군.

“...그래. 내가 졌다. 이렇게 지는 건 정말 오랜만이네.”

레오나르도는 허탈하게 웃으며 아리아를 바라보았다. 이런 완벽한 패배는 회귀 전에나 있을 뿐, 지금은 전혀 경험해보지도 못했다.

이렇게 패배한 것이 씁쓸하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리아가 이 정도까지 성장할 수 있는 것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다음에는 내가 이길 테니까 두고...”

“그래? 지금 확인해볼까?”

몸이 그대로 쓰러진다. 아리아가 레오의 옷깃을 붙잡은 채로 그대로 잔디밭에 몸을 눕힌 것이었다.

반항할 수는 있었다. 마나가 완전히 고갈된 것도 아니었고, 팔이나 다리도 그저 혹사했을 뿐, 골절이나 파열 같은 부상을 입은 것도 아니었다.

‘...힘이 들어가지 않아...’

하지만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마치 주사기로 혈관에서 피를 빼낸 것처럼.

몸에 힘이 축하고 빠진다. 머리는 멍해지며 신경계는 녹이라도 잔뜩 슨 것처럼 둔해졌다.

“...아...아리아? 장난 그만하고...”

“장난 아닌데? 승자인 만큼 패자를 완전히 굴복시키려고 하는 것일 뿐이야.”

굴복이라니, 짐승도 아니고 그런 기묘한 발상이 어디서 나오는지 의문이었다.

간신히 반항을 위해 팔을 들었지만, 가위라도 눌린 것처럼 손가락만 까닥거리는 것이 가능할 뿐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어설픈 반항이 시작되기도 전에, 아리아는 양팔을 양손으로 잡아 짓누르기 시작했다.

체중을 실으려고 몸의 방향을 앞쪽으로 내밀자 자연히 풍유한 가슴의 골이 레오의 시야와 맞닿았다.

눈을 둘 곳이 없었다. 차라리 시선만 문제였다면 그나마 다행이었다. 저 흉악한 유방은 한계를 모르는 부피로 레오 본인의 흉근에 닿고 있었다.

심장 소리가 서로에게로 울린다. 단편적인 생각 밖에 할 수가 없었다.

태양빛에 빛나는 푸른 눈, 새하얀 목선을 스쳐 내려가는 고혹적인 백발, 그리고 시야의 8할을 채우는 가슴의 확장성.

이제는 참을 수가 없었다. 시선에 들어오지 않은 육체의 곡선이 몸에 닿을 데마다 인내심이 깎여나갔다.

“...고상한 척하더니...역시 남자구나.”

아리아는 레오의 하반신을 힐끗 보더니 천천히 푹신한 둔부를 비벼대었다.

“...아...아리아!! 진짜 그만해!! 더는...!!”

“왜애? 레오의 아래쪽은 더 해달라고 하는데...!”

아리아는 아예 엉덩이를 주저앉히며 내 물건을 풍만한 압력으로 짓눌렀다. 그렇지만 그 압력에 고통은 없었다. 정 고통은 있다면 누르는 행위가 아니라, 뻗어나는 것에 고통을 느꼈다.

“...이제...”

아리아의 몸은 천천히 뒤로 빠졌다. 그럴 때마다 흔들리는 가슴의 역동성이 레오의 시각에 자극을 주었다.

섬세한 손길이 바지의 버클을 풀었다. 이미 충분히 부풀었음에도 아리아는 아주 간단하게 바지와 동시에 속옷을 붙잡아내렸다.

퍼억...

대롱거리는 육욕의 막대는 그대로 아리아의 입술에 몇 번 부딪쳤다. 보통이라면 얼굴을 찡그려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

하지만 아리아는 찡그리기는커녕 홍조를 내보이며 입맛을 다셨다.

“...레오... 잘 먹을게...”

야시시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앙 벌리는 용사의 얼굴을 끝으로.

...의식이 끊어졌다.

“하으악...!!”

경악스레 놀라며 이불을 걷어차고서야, 그 모든 것이 꿈인 것을 알 수 있었다. 혹시 몰라 급히 바지 안쪽을 살펴보았지만, 속옷은 질척하긴커녕 상쾌하다 느낄 만큼 뽀송거렸다.

아까 꾼 꿈이 무안하게 침대 옆에는 어린 자신의 딸이 눈을 감은 채로 편안히 숨은 내쉬고 있었다.

갓 떠오른 햇살이 창문 사이로 내리쬐며 창가에는 새가 짹짹거리며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일어났어? 레오?”

눈 앞에는 앞치마를 두른 아리아스필이 있었다. 잠옷 차림으로 자신이 요리할 때 사용하는 앞치마를 두르고는 그녀는 막 일어난 반려에게로 다가왔다.

“아...예... 아가씨...”

방금 꾼 꿈이 지나치게 민망했는지 레오의 말은 예전처럼 다시 존대하는 어투로 되돌아가버렸다.

아까의 음탕한 꿈을 생각하면 지금 아리아를 제대로 마주볼 염치가 없었다.

“갑자기 왠 존댓말? 또 놀리려고?”

그런 레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리아스필은 매혹적인 앞치마를 자랑하며 고개를 돌린 레오와 눈을 마주치려고 노력했다.

“...그게 아니고... 아 아침 안 드셨죠? 얼른 먹고 준비하죠.”

“아, 그건 괜찮아.”

아리아스필은 군침을 삼키며 만복을 자랑했다.

“우유를 먹었거든. 배불러!”

“...우유?”

이상했다. 분명 우유는 사둔 적이 없었는데... 설마... 아까 꿈이...

‘에이... 아가씨가 따로 구한 거겠지.’

그런 거겠지? 그런 걸 거야.

***

마탑주의 총괄 회의는 생각 외로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마탑주는 이름과는 다르게 마탑에 장시간 머무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았다.

역설적이게도 그건 그들의 각 색을 담당하는 마탑의 우두머리이기 때문이었다.

마탑 각 지부의 예산 관리부터 시작해 마도 아카데미의 관리에 협력, 마법 세미나 및 학회, 불법 마법사의 처리부터 재판, 비소속 혹은 비공식 마법사 감찰까지.

마탑주는 높은 위치에 있는만큼 마법 연구는커녕 수련도 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었다.

물론 자기 단련까지 완벽히 수행하는 것이 마탑주이기 이전에 마법사의 덕목이었지만, 그것을 완벽히 해낼 철인 같은 마법사는 그리 많지 않았다.

“레오나르도, 그 애라면 다를지도 모르지만.”

청탑주 블루아 블랑이 그렇게 입을 열자 눈앞에 마법사는 짧은 경악을 침묵으로 표현했다.

청탑주는 레오나르도에게 친선적인 대련이기는 하나, 전투로서 패배한 이력이 있었고.

동시에 딸인 플라투스 블랑은 레오나르도에게 신전에서 몇번이고 구타당해 입원한 이력이 있었으

“의외로군. 블루아. 난 당연히 예전 일에 앙금을 지니고 그 아이를 불쾌하게 여길 거라고 생각했다만.”

흑탑주 베르난 베르데인는 이 직설적인 사실이 청탑주의 감정에 얼마나 거슬릴지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흑탑주는 그것에 굳이 눈치를 보지 않았다. 그건 둘이 동등한 마탑주이기 전에 문제였다.

“...예전 일을 언제까지 들먹일 건가? 베르난.”

둘은 마탑의 아카데미에 함께 다녔던 동기였다. 죽마고우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태생적으로 고독히 마법 연구를 즐기는 두 천재에게는 끌리는 부분이 있었다.

거기에 지혜를 추구하는 청탑과 실용을 추구하는 흑탑은 본래부터 관계가 원만하고 전대 마탑주들 또한 친분이 깊었기에 자연히 그들도 관계는 싫어도 돈독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제 안 할 걸세. 자네가 레오나르도를 인정할 걸 들었으니까.”

“...아주 친아들이 따로 없군. 베르난.”

청탑주 블루아 블랑은 늘 베르난이 레오나르도를 감싸고 도는 것을 썩 너그러히 보지 않았다.

그건 레오나르도에게 생긴 앙금이 있기 이전에 느낀 감정이자 문제였다.

자고로 마탑주라면 냉정하게 판단하며 마법사를 통솔하며 조율해야하길 마련이거늘.

베르난은 지난 4년 동안 레오나르도라는 소년이자 청년에게 지나치게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

타입 디아트에 대한 투표에서도 마도구학이 전문인 흑탑의 수장이 바로 아인을 해부를 유보하는 쪽으로 찬성했을 정도이니.

청탑주로서는 약간일지언정 불쾌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자네는 친딸을 그리 냉정히 내치지 않았나?”

“플라투스 본인이 냉정하지 못했기에 내가 냉정해진 것일 뿐이야.”

지금 생각해도 답답한 딸내미였다.

자신의 혈육일지라도 감싸줄 수 있는 부분이 있고, 납득조차 할 수 없는 방향이 있기 마련이었다.

유학에 돌아와서는 마탑에 돌아오기는커녕 자신을 차버린 남자에게 미쳐서 신전으로 가는 기행만으로도 블루아의 기분은 잡쳐졌다.

하지만 플라투스는 그것도 모자라 신전의 사제에게 행패를 부리고 성인과 용사에게 시비와 추태를 부려대었다.

레오나르도가 차라리 직접 두들겨 팬 게 나을 정도였다. 적어도 동정표 겸 용서할 여지도 남는 거였으니까.

그 증거로 블루아는 딸에 대한 변호도 없이 그에 대한 처벌을 인정하고, 플라투스를 지방 아카데미로 좌천시켰다.

그건 그가 마법사를 혈통보다 실력으로 평가하는 이라는 걸 증명하는 결단이기도 했다.

“그렇다 해도 자넨 너무 레오나르도를 감싸고 돌아. 후계자라도 삼을 생각인가?”

그 말에 베르난은 피식 웃게 되었다.

“그럴 일은 없지. 본인이 원치도 않은 뿐더러 적임자는 따로 있으니까.”

“...적임자?”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는 설명이었다.

“뭐 그건 뒤로 하고, 곧 있으면 마탑에 도착하는군. 그 동안 남은 독서를 하겠네.”

“그보다 왜 순간이동을 안 쓰고 마차를 고집하는 건가?”

효율을 중시하는 블루아로서는 이런 마차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굳이 개인이 직접 순간이동을 할 것도 없이 워프 게이트를 써도 될 것을 베르난은 이 마차를 고집했다.

“흑탑에서 개발한 비행 마차이니 한번 시승해보는 것이지. 이런 식으로 경치를 구경하는 것도 좋지 않은가?”

“뱃멀미가 있는 사람에게 꼭 권유해야했나?”

“오히려 그래야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법이지. 부디 개발자에게 잘 조언해주게.”

블루아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쥐며 베르난의 책을 바라보았다.

“...그 책은 뭔가?”

“점토사 본인이 썼던 육체연성학의 일지일세.”

“뭐?! 그걸 왜 보는 건가?!”

블루아로서는, 그 전에 멀쩡한 인간이라면 경악할 수밖에 없는 기행이었다.

인체를 연성하고 합성하는 귀재라 불린 흑마법사.

동시에 마탑을 습격한 괴인이기도 대형 범죄자인 그가 집필한 책을.

몰래 보다 들킨 것도 아닌, 대놓고 정독하는 것은 블루아로서는 충격적인 기행이 따로 없었다.

“합법적인 경로로 얻어 읽는 책일세. 지금 확인하러 가는 시신에 대한 정보에 도움도 될 테니까.”

블루아는 베르난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검은 머릿결 아래에 있는 붉은 눈동자는 떨림 하나 없었다.

“그렇다고 흑마법사의 책을 읽나?!”

허가했다 하더라도 범죄자가 작성한 잔혹한 실험일지였다. 마법사로서 냉정히 생각하더라도 베르난의 방식은 늘 비상식적이었다.

“필요하다면. 정 불쾌하다면 집어넣도록 하지.”

그러고는 베르난은 대신할 다른 책을 꺼내들었다. 분홍색 표지에 검은색 무늬를 양장한 것이 척 봐도 평범한 책은 아니었다.

“이번 책은 또 뭔가?”

물리적 환경이든, 정신적 환경이든 정신이 멀쩡히 있을 곳이 없는 블루아에게 베르난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여기사 아가씨의 50가지 그림자]라는 책일세. 아메리가 읽기에 한번 구해봤네.”

“...미안하지만 자네 나이가 올해로 몇이었지?”

“예순하고도 둘이지. 그건 갑자기 왜 묻나?”

블루아는 차마 그게 ‘몇몇 불순한 학생들이 멋대로 만들어낸 자작 성인 소설’이라 지적하지 못했다.

만약 알고 있다고 대답한다면 더더욱 혼란스러울 테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작품의 전체적인 내용을 수정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군요.

죄송합니다. 사실 이걸 수정하는데도 많은 고민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 초심을 떠올리니 망설임이 사라졌습니다.

프롤로그 후기에 빛길엔딩을 뿌린 미친짓을 벌이고, 나중에 가서야 사과한 초심!

그 초심을 발휘해 이 자리에서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수정하는 일이 없도록 퇴고하는 습관을 들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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