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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는 회귀했다-154화 (154/248)

제일 먼저 했던 첫 키스는 마탑에서의 꿈 속.

내가 직접 자조하는 레오한테 입술을 부딪쳤다.

그때 그 표정과 감각을 떠올리면 지금도 온몸이 뜨거워 절정에 이르는 것 같다.

두 번째로 했던 키스는 그 직후에 레오가 날렸다.

기억을 잃을 테니 일부러 보답한 것도 있었지만, 그 강렬한 자극은 다신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세 번째는 자신이 치료를 위해 입과 입 사이로 포션을 먹였을 때의 일이었다.

위험한 상황이긴 했지만, 혀를 집어넣는 질척한 행복감은 꿈속에서조차 경험하지 못한 황홀함이었다.

그리고

“...흐에...?”

지금이 4번째였다.

전혀 맥락은 없었다. 분위기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갑작스럽다 못해 난데없어서 전혀 반응할 수가 없었다.

이런 거친 험지에서도 부드럽고 촉촉한 입술은 아주 잠깐 맞닿고 낙엽처럼 살포시 떨어졌다.

그러는 사이로 얇고도 긴 타액이, 마치 하나의 명주실처럼 이어졌다 끊어졌다.

아리아의 입에서는 어벙한 호흡만이 나올 뿐,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 토끼처럼 동그랗게 깜빡이는 푸른 두 눈은 지금 일어난 일이 무엇인지 필사적으로 파악하고자는 것 같아 깜찍하기 그지없었다.

“...어때? 밑바닥이랑 한 키스는?”

레오도 얼굴이 붉어진 건 마찬가지였다. 추억이 서린 대사를 던지며 간신히 어른의 매력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 레오로서는 최선의 노력이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하...하아... 그게... 그러니까...”

아리아는 완전히 고장났으니까.

얼굴에서는 김이 나는 것처럼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었고.

눈은 이성이 완전히 끊어져 갈 곳을 잃었지만, 본능은 눈앞의 수컷을 어떻게든 보고 싶어해 시선을 더욱 뱅뱅 돌게 만들었다.

가슴과 허벅지는 막 반죽한 밀가루 반죽이 꽈배기처럼 배배 꼬여 계속해서 육덕하게 비벼지고 있었다.

“...잘 모르겠어? 그럼...”

레오나르도는 아리아에게 대답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대답을 들어서는 당장 사랑을 나눌 명분이 없었기 때문인 것처럼.

“끄으읍~!!”

격렬하게 입술과 타액을 나눴다.

이미 몸은 아까의 격렬한 전투로 충분히 지치고 달아올라 있었다. 지칠대로 지쳤지만 왕성한 욕구는 지친 몸마저 움직이게 만들었다.

“므릅...츄,...츄릅!”

아리아는 팔로는 입술과 혀를 떼내려고 했지만, 다리와 입술은 더더욱 레오의 몸에 밀착하고자 했다. 아마 지치지만 않았다면 잡아먹는 쪽은 아리아스필이었다.

“응앗...! 으으읏....!!”

하지만 지금 우위를 잡은 것은 레오나르도였다. 레오는 밀쳐내는 아리아의 위선적인 팔을 배려하기 위해 뒤통수를 거칠게 붙들어 퇴로를 차단했다.

아리아스필은 온몸에 전류가 흐른 것처럼 같은 신음을 짜내고 있었다. 만약 조금 더 힘이 없었다면 땀뿐만 아니라 더한 체액을 실금했을지도 모른다.

[...아리아...]

입이 벌려지며 혀가 깊숙이 구강이 공유되어갔다. 몸은 빼내려고 해도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레오와 아리아의 혀가 휘감기고, 말려지며, 굴려져서 천천히 하나가 되는 감각을 체험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도망치듯 달아나는 아리아의 혀도, 이제는 먹이에 조련된 강아지처럼 레오라는 주인의 말에 순순히 따라주었다.

[좋아? 아리아?]

“...으으윽....쪼오...옥...”

혀는 분명 이어져 있어 말이 나오지 않을 텐데, 레오의 목소리가 울렸다.

숙달된 오러로 울리는 소리는 구강과 타액을 통해 전해져 아리아의 전신에 퍼져들었다.

넘겨주는 오러와 타액이 달콤하기라도 한 듯 아리아는 꿀떡거리며 전부 받아들렸다.

[아...아...]

아리아도 급히 오러로 어떻게든 위세를 잡아보려고 했지만, 흥분된 상태로는 목소리를 내듯 섬세히 오러를 진동시키는 건 무리였다.

[좋다고 말하면 더 오래 해줄 수도 있는데?]

하지만 레오나르도는 이런 섬세한 테크닉에는 통달해있었다. 아리아의 가슴이 간지러울 정도로 부끄러운 말을 하는 것도, 아무 생각도 못할 정도로 멍하게 키스를 날리는 것도 말이다.

[...조...좋....]

[...잘 말해봐. 나도 아리아가 말하는 거 직접 듣고 싶거든.]

상냥한 말투, 그러면서 혀는 멈출 줄은 몰랐다. 생각할 틈은 없었다. 조금이라도 이 경험을 뇌리에 담아놔야했다.

지금 나오는 문장은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서 나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조아요오... 더 해주세여...!]

[기특하네.]

그 기특한 갈구에 레오는 아리아의 입술에서 슬며시 입을 뗐다. 거친 숨이 몰아쉴 틈 따윈 없었다. 아리아가 한 호흡을 쉬기도 전에 레오는 맹수처럼 목덜미를 향해 이빨을 뻗었다.

“하아앙...!!!”

레오나르도는 흡혈귀처럼 아리아의 목덜미를 살짝 깨물었다. 터지는 것은 발정난 암컷의 교성 뿐, 아리아는 그에 응하는 봉사를 할 수는 없었다.

[...조금 자둬.]

이윽고 이빨 너머로 오러가 흘러들어갔다.

“하으그극...!!”

아리아는 자극에 견디지 못해 더는 정신을 잡지 못했다.

“꺄하향...♥”

단말마 같은 신음, 전류가 흐르는 것 같은 절정.

그런 쾌감을 버티지 못하고 아리아는 그대로 레오에게 몸을 맡겼다. 축 늘어진 아리아를 들쳐 메며 레오나르도는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너도 못하는 게 있구나...”

이윽고 외부의 배리어가 해제되었다. 레오나르도가 중심이 되는 배리어의 마법을 해제했기 때문이었다.

“아우!! 누가 이겼어?!”

“그보다 이게 무슨 일인가요?! 레오 군?!”

리오스와 아메리가 버선발로 베리어 너머로 뛰어들었다. 다른 마법사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나 뒤늦게 소식을 접한 에일린은 이 난장판을 향해 아예 순간이동을 해 돌입했다.

“...그러니까...”

레오는 헤롱헤롱거리는 자신의 라이벌이자 여자를 보며 해맑게 웃었다.

“싸워서 제가 이겼죠?”

졸렬한 거짓말은 덤이었다.

남자의 자존심이라는 건, 핑계에 불과했다.

***

부드러운 감촉이 이어진다. 입술의 감촉이 아니라 머리맡 전체에 따뜻한 온기가 흘러들어온다.

적당히 딱딱한 경도 아래로 느껴지는 탄력은 이 따스한 베개에 더욱 머리를 부비고 싶게 만들었다.

“...기분 좋아?”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이 느껴진다. 머릿결을 섬세히 배려하는 손가락 한 마디 한 마디가 머리 한 올 한 올에 행복감을 전달해주고 있었다.

“네에... 기분 조아여...”

그 순간, 고양이처럼 잠을 자며 머리를 비비던 아리아가 눈을 번뜩였다.

“레...레오?”

“좋은 밤이네. 달이 예쁘게 떴고.”

평소와 다르게 레오나르도는 능글맞게 아리아의 눈과 마주보았다. 어두운 방 안에서 레오의 붉은 눈은 달빛과 함께 밝게 번뜩였다.

“...가...갑자기 왜 그래!?”

아리아는 레오의 허벅지에서 새근거리며 자는가 싶더니, 화들짝 놀라며 이불을 끌어모으며 살짝 레오에게서 떨어졌다.

사실 떨어졌다고 해도 완전 밀착했던 상태에서 1cm 정도 떨어진 것 밖에 되지 않았지만, 평소 레오한테 어떻게든 달라붙으려고 했던 아리아로서는 충격적인 행동이었다.

“왜? 피곤해 보여서 무릎베개라도 해주는 거였는데.”

레오는 그런 아리아스필의 반전된 태도가 귀여웠는지 눈웃음을 지었다. 평소의 예의있고 격식있는 태도는 한 순간의 꿈인 것처럼, 지금의 레오는 자연스러웠다.

어쩌면 이게 레오의 본 모습일지도 모른다고 아리아스필은 속으로 생각했다.

“...아니면 내가 해주는 무릎베개는 별론가? 그럼 다음에는 절대 하면 안 되...”

“그건 안 돼!!”

그 한마디에 아리아는 당황스럽게 레오의 말을 잘랐다. 저 말이 끝까지 나오는 것을 막을 수밖에 없었다. 레오의 무릎베개가 평생 나오지 못한 것은 국가적인 재보가 붕괴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알았어~ 알았어. 하지만 우리 애도 자는데 조금은 조용히 해야 하지 않겠어?”

“...으윽...”

아리아는 그제서야 레오가 자신을 놀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부러 ‘절대’라고 강조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너어...”

“너무 그러지 마. 삐친 얼굴도 귀엽긴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너무 늦었거든. 착한 어린이는 일찍 자야지?”

레오나르도는 그렇게 말하며 슬며시에 침대에 기대었다.

“...여긴...?”

“...내 기숙사실. 예전하고는 조금 다른 곳이야.”

아리아는 그 말에 레오의 기숙사실을 둘러보았다. 레오나르도의 기숙사실은 처음 마탑에 찾아왔을 때와 달리 무척 넓었다. 빈약한 달빛에 의지해 보는 것일 뿐인데도 그 넓이가 확연히 보였다.

“...좀 넓네. 옷은... 설마...?”

아리아의 옷은 갑옷에서 잠옷으로 바뀌었다.

갑옷에 입던 속옷하고는 전혀 다른 형태였고, 갑옷은 자면서 벗을 만큼 부드러운 재질이었으니, 결론적으로 누군가가 갈아입혀줬다는 의미가 된다. 그 말인즉슨...

“레오는 음흉하...”

“왜? 내가 갈아입혀줬으면 했어?”

“...으...으긋...”

분한 나머지, 아리아의 얼굴은 붉게 익어있었다. 분명 자신 쪽에서 먼저 공격했는데, 레오 쪽의 반격이 만만치 않았다.

오히려 자신 쪽이 크게 당한 느낌이었다.

레오는 늘 져주는 거였나를 아리아는 진지히 고민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지 말고 여기 누워. 내일 일도 많으니까.”

레오는 이불의 빈 자리를 손으로 쓸어넘기며 신호를 보냈다. 이불을 걷어낸 자리를 보자 아리아의 표정이 부들거리며 떨리기 시작했다.

“...거...거기깃...에에...!?”

레오가 침대의 이불을 걷어낸 빈 자리는 본인의 바로 옆자리였다.

이건 말 그대로 동침을 권유해 하룻밤을 보내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 큰 남녀가 동침을 한다는 것은...

그 짐승 같은 생식...

“아인이도 자거든. 기왕 이렇게 된 거 같이 자는 게 낫잖아.”

이불 반대쪽을 걷자 아인이 새근거리며 자고 있는 것이 보였다. 물론 아인은 어떻게든 안 자겠다고 때 아닌 떼를 썼지만, 그런 효심에도 불구하고 레오는 아인을 기어코 이 침대에 재웠다.

“...어...으...”

분위기가 팍 식는 것을 체감했다. 설마 했더니 이런 중요한 부분에서 이렇게 불쾌하게 배신할 거라고 아리아는 상상치도 못했다.

“아니면... 나랑 단둘이 자고 싶어? 이거 용사님치고 너무 밝히는데? 그러면 나는 밖에서 잘까? 방도 없는지라... 아유 춥겠네...”

레오가 놀리자, 아리아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노...놀리지 마...! 애도 자는데...”

아리아는 완전히 레오에게 밀린 채로 천천히 레오의 곁으로 기어왔다. 슬며시 보이는 가슴골에 여유를 부리던 레오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레오도 남자긴 하구나?”

“...그...그게 뭐? 나라고 아무 여자한테나 그러지 않아.”

레오의 쑥쓰러운 반박에 아리아는 다시 얼굴을 붉혔다. 이불에 간신히 들어간 것일 뿐인데 서로의 심장소리가 울려퍼졌다.

“다음에는... 아인은 따로 자자...”

아리아스필은 레오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그 한 마디에 레오의 몸이 크게 떨리는 것이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럴까요? 아가씨?”

하지만 가만히 있는 건 레오답지 않았다.

“...이제와서 아가씨라고 부르는 건 반칙이야.”

아리아는 그 호칭이 새삼스레 부끄러워졌다. 회귀 전에 자신과 레오가 어떤 관계였는지 깨달은 만큼 이 호칭이 마치 ‘연극’처럼 느껴져 가슴이 쿵쾅거리는 걸 참을 수 없었다.

“널 이기기 위해서라면 반칙이라도 해야지.”

“...치사해.”

그렇게 말하며 아리아는 레오의 가슴과 팔 경계에 머리를 눕혔다. 레오의 커다란 심장 소리가 머리가 울리고 있었다. 머리를 비벼댈수록 심장 소리는 쿵쿵대며 본인의 존재감을 뻐겨대었다.

“...아가씨, 이건 제 심장에 몹시 해로울 것 같은...”

“레오가 대련으로 날 그렇게 만든 벌이야.”

아리아는 그렇게 말하며 레오의 단단한 가슴팍에 부드러운 볼을 적극적으로 비벼대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아리아의 말에 레오는 당황한 방향이 조금 달라보였다.

“...왜 대련하자고 했는지 안 물어봐?”

대련이 시작된 것은 따지고 보면 지나치게 난데없었다.

누가 아인의 편을 받을 것인지 싸우다가 조금 시간이 지나 레오가 대련을 하자 말한 것이기에 아리아에겐 충분히 당황스러울 수도 있었다.

“...레오가 그런 걸 아무 이유도 없이 부탁할 사람이 아니니까.”

아리아는 알고 있다.

회귀 전이 아니더라도, 꿀꿀한 일이 있으면 레오는 항상 대련으로 마음을 풀었다. 레오뿐만이 아니라 서로 응어리가 지는 일이 있다면 둘은 늘 대련으로 감정을 씻어냈다.

“...그리고 내가 이길 게 뻔하니까?”

“...재수없는 여자.”

레오가 그렇게 말을 박자,

“레오의 유일한 여자니까 좋네.”

아리아는 그렇게 응수했다.

“...나도...”

레오는 아리아의 머리를 쓸어넘기며 그렇게 대답했다.

“나도 좋아.”

아리아는 이미 잠에 들어있었다. 대련으로 인한 피로는 아직 풀리지 못하고 몸에 축적되어 있었다.

“...하...”

아리아가 잠들자 짧게 한숨이 나온다.

<...현자님.>

[...왜?]

현자는 이곳에 없었다. 아직 영체가 구축되지 않아 전음으로밖에 대화하지 못했다.

<낮에 했던 말 전부 사실이죠?>

그렇다 해도 정보의 전달은 가능했다.

[...그래.]

레오에게 감추어진 비밀마저도.

[앤젤라도 아직 방법을 찾지 못했어. 하지만 가설대로라면...]

만약 폭주한 검은 신성력이 몸을 완전히 변형시킨다면.

[넌 너 자신이 아니게 될 거야.]

정신이나 인간성의 문제가 아니다.

새가 알을 깨고 나가는 것처럼.

레오라는 알은 깨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존재는 태어난다.

그 존재는 알이었을 적 기억을 잊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그랬듯.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알에서 태어나는 것이 무엇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내일 아침, 남자의 우람한 아침 현상을 본 아리아가 무얼 할지는 모두가 알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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