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적으로 레오나르도는 멀쩡했다.
“오셨어요? 아가씨.”
오히려 생각 이상으로 멀쩡해서 헐레벌떡 달려온 둘이 당황해버렸다. 아까까지 레오나르도가 받을 스트레스가 심각할 것을 말했기에, 걱정은 더욱 극에 치달을 수밖에 없었다.
“...레오...?”
“...선배...?”
레오나르도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딱히 치료도 받지 않고, 그저 침대에 앉은 채로 이불을 덮고만 있었다.
“...왜 멀쩡한 겁니까? 선배?”
“...뭐? 리오스 님이 설명 안 해주셨어?”
레오나르도 쪽에서 당황한 눈치였다. 분명 리오스에게 건물에 도착한 이후로 설명해줄 거로 생각했는데.
“...리오스 님?”
“...아~ 까먹었~ 쿠헷...!”
리오스의 자신 넘치는 개소리에 아리아의 응징이 시작되었다.
“오빠, 숨쉬는 법도 까먹어볼래?”
“...쿠...헥...농담이야... 사실 나도 어쩔 수 없었다고...!”
아리아는 리오스의 목을 팔로 휘감으며 초킹을 걸었다.
“어쩔 수 없다니, 어쩔 수 없군요. 용사님. 아예 사는 법을 까먹게 해주시죠.”
오브도 이번 일에는 만만치 않게 짜증이 난 눈치였다. 사실 리오스의 기행에 화가 안 날 인물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도 한몫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 에일린조차 ‘능력과 가치관은 출중하나 성격이 짜증나서’ 인간 관계를 맺지 않은 인간이 리오스였다.
“...오브브...! 너마저...”
“알겠어요. 오브라이언 씨.”
레오에 대한 마음만큼은 뒤지지 않는 둘이었기에, 거짓 정보로 마음을 흔든 저 순애의 수호자를 자칭하는 역적의 목을 비틀 필요가 있었다.
“우선 진정하시고요. 차라리 지금 다 모였으니 설명해드릴게요.”
이들을 정말로 부르고자 한 장본인인 레오나르도는 짜증에 찬 둘을 진정시키며 다독였다.
따지고 보면 둘을 걱정시킨 것은 자신이 내세운 은폐 작전 때문이었으니까.
“설명이라니...?”
“부검 결과에 대해서요. 지금 부검은 끝내놓은 뒤거든요.”
그 말에 아리아스필은 조금 경악한 표정이었다. 저 말은 마치...
“...직접 한 거야...?”
“...그렇죠. 그게 확실하니까요.”
레오나르도의 무표정한 긍정에 다들 말은 없어도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자기 부모가 아니라는 걸 안다고 할지라도, 본인의 어머니와 똑같이 생긴 시체를 절개하고 내부를 확인한 것이었다.
베테랑 부검의나 검시관들조차 하기는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난 그것 때문에 쓰러진 줄 알았다고...”
아리아스필은 진심으로 걱정했는지 눈물을 살짝 글성거렸다. 아무리 레오나르도라도 그런 가혹한 행동에는 한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계속 몰아붙인다고 생각했으니까.
“죄송하지만 사실 그게 작전의 일부였어요.”
계속된 전투로 인한 피로와 부모를 직접 해부했다는 충격.
“실신했다고 해도 그리 이상하게 생각할 여지는 없죠.”
아무리 레오나르도가 철벽같은 정신력을 지녔다고 해도 이번 일만큼은 흔들려도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보이는 그림이 그랬으니까.
“덕분에 신뢰할 수 있는 사람만 병실에 부를 수 있었죠.”
덕분에 안정을 핑계로 여러 마탑 측 인물이 오는 걸 막고, 신뢰할 수 있는 인물들만을 부르는 것에 성공할 수 있었다.
겉보기에는 레오의 실신으로 부검은 실패한 것처럼 보일 테니까.
“영악하군. 그래서 인정할 수밖에 없고.”
에일린은 그런 레오나르도의 계책을 보며 감탄을 숨길 수가 없었다. 자기 부모에게까지 저렇게 냉철히 감정을 배제할 수 있는 인간은 레오밖에 없을 것이다.
그를 포섭하지 못한 것이 그녀의 유일한 한이었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 흠...”
아리아는 고의적으로 생각하는 자세를 취하며 에일린을 힐끗거렸다. 누가 봐도 에일린을 눈치주는 것 같았기에 주위의 분위기는 싸늘했다.
이 차가운 기류 속에서 싸움의 전조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또 그때 추태를 들추어내 유열을 즐길 생각인가? 용사는 본디 의협과 인덕이 넘치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속이 좁군.”
당시의 추태를 매번 입에 담아 자신에게 수치를 주는 용사를 바라보며 에일린은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물론 얼굴이 떨리는 건 덤이었다. 사실 지금 생각해도 부끄러웠다.
정말 사랑 때문에 사람이 미친다던데, 자신도 그런 나약한 부류의 인간이 아닐까.
에일린의 그 감정을 불쾌히 곱씹었다.
“악취미처럼 말씀하지 말아주시죠. 저는 단지 신뢰할 수 있는지를 걱정하는 거예요. 주류로 정신을 흔들어 정보를 빼내는 것도 충분히 걱정할 문제잖아요?”
그럼에도 아리아는 뻔뻔한 표정을 유지하며 에일린의 흑역사를 연속해서 찔러대었다. 그건 이젠 연적에 대한 견제가 아니었다.
주제도 모르고 자신의 자리를 넘보는 불여시에게 조롱하는 것일 뿐.
‘...이미 아인한테 공인받았지!’
레오는 에일린에게 전혀 이성으로서의 감정이 없다고 확답받았다.
설사 그게 사실이 아니더라도, 아인이 그렇게 말했다는 시점에서 에일린은 비집고 들어올 가능성이 없는 것이다.
“...둘 다 좀 그만하세요. 지금 어떤 상황인지 모르십니까?”
“...레오, 그치만 저 마법사가 먼저...!”
“아뇨. 누가 봐도 아가씨가 먼저 시작하셨어요.”
그 단호한 한마디에 아리아는 울상이 되고, 에일린은 회심의 웃음을 내지였다. 아리아는 당연하게도 자기 편을 들어줄 주 알았던 레오가 저리 차갑게 말하니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에일린 씨는 뭘 잘했다고 웃습니까? 주정 부리고 난동 피운 거 수습한 사람들이 누군지 아시잖아요.”
“...하...하지만...”
에일린의 목구멍 속에서 ‘따지고 보면 너 때문에 그렇게 된 건데...’라는 말이 나올 뻔한 것을 억눌렀다.
여기서 더 말하는 것은 추태나 다름없었다.
“...그래요. 레오를 봐서라도 두 명 다...”
“오빠는 좀 빠져.”
“리오스 자넨 이 대화에서 끼어들지 말게.”
리오스도 레오의 지원사격으로 거들려고 했으나, 두 여자가 합세해서 독설을 집중포화를 내렸다.
“...오브... 다들 날 싫어해...”
“네,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오브는 아니지?”
“......그래서 레오 선배님, 하시던 말씀은 뭐였죠?”
오브마저 리오스는 무리인 눈치였다. 사실 순애를 좋아하는 건 별개로 리오스에겐 사람을 짜증나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특히나 말투와 실눈으로 짓는 미소가 그 특징을 극대화시켰다.
“...하... 우선 그때 일은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평소 에일린 씨라면 신뢰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에일린은 취했음에도 변장 마법을 지우지 않았다. 아무리 고도의 훈련을 받은 마법사라도 음주에선 마법이 어그러지기 마련인데, 에일린은 한시도 유지한 환상 마법을 풀지 않았다.
물론 마법사이기 이전에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음주는 적당히 자중할 테지만 말이다.
‘...에일린은 이런 면에서 철저한 줄 알았는데...’
에일린을 이렇게 만든 장본인은 제대로 된 영문도 모르고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부른 이유는...”
똑똑
그 순간, 창문에서 노크 소리가 울렸다.
“...이상하군. 방음 마법과 보호막을 설치해뒀을 텐데...”
분명 에일린은 각종 방음 마법과 방호 마법을 보호막의 형태로 설치해뒀다. 그럼에도 자신이 탐지하지 못하고 창문을 두드리는 것에 에일린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뇨. 적절한 때 잘 왔어요.”
검은 독수리의 형상을 한 사역마가 부리로 창문을 두드렸다. 그 사역마가 누구인지는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아버지.”
“아인이?!”
아리아가 독수리에게서 아인의 목소리를 듣자 가장 경악해버렸다. 독수리와 아인 간의 괴리감에 당황해버린 것에 가까웠다.
“...자기 딸도 못 알아보는 부모가 있군그래?”
“...으윽...”
아리아는 분한 눈치로 얼굴을 찌푸렸다. 이건 분명한 자신의 실책이었다.
“죄송합니다. 은신 정찰에 탁월한 까막독수리을 변해서 알아보기 힘들었을 겁니다.”
“아니야! 이건 못 알아본 내 잘못이지!”
“잘 아는군.”
“입 다무세요.”
아리아는 그렇게 말하며 급히 창문을 열었다. 그러자 검은색 깃털을 날리며 아인이 다시 인간의 형상으로 돌아왔다.
“아인 님, 독수리로 변하셔서 뭘 하신 겁니까? 정찰입니까?”
오브는 사역마인 아인에게 경어를 사용하며 물었다. 마법사인 입장에서는 명예를 버린 굴욕처럼 느낄지도 모르지만, 오브는 그런 것에 달관한 마법계의 괴짜였다.
“예, 정찰입니다. 찾고자 하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찾았니? 아인아?”
“아뇨. 시각 정보는 얻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후각 정보가 계속된 걸로 봐선 아무래도 아버지의 추측이 맞는 것 같습니다.”
아인은 딱딱한 어투로 보고하는 것을 넘어, 기계가 정보를 나열하듯 설명을 이어갔다.
“잘했어. 조금은 쉬고 있어.”
레오는 침대에서 일어나 아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인은 본인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입꼬리가 조금 올라가 웃는 상이 되어 있었다.
“...추측이라는 건 역시...”
“네. 마탑도 다를 바는 없는 것 같습니다.”
레오나르도는 찌뿌둥한 몸을 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바깥 아카데미의 풍경은 축제 분위기로 각자 활기차게 교내를 꾸미고 있었다.
축제 준비로 인파도 붐벼 이미 축제라 착각할 정도였다.
“...마탑에도 내통자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입니까!? 선배?!”
다들 오브가 소리를 치자 경악했다. 오브가 경악하는 것도 놀라웠지만, 저렇게 무표정인 채로 큰 소리를 내는 것 또한 경악스러웠으니까.
“어, 추측이 아니라 확신할 수 있어.”
부검에서 나온 결과와 아인의 오감이 그걸 설명해주고 있었다.
“키메라에게도 급이 있죠.”
삼류가 만든 키메라는 다른 생물의 신체를 누더기처럼 기워 엮는 부류다.
이런 키메라는 기술자의 경우와 기술에 따라 강하기도 하지만, 재료 및 시간 절감을 위해 대충 만든 것에 가깝기에 키메라로서의 질이 매우 저급하다.
“...키메라는 건...”
“예, 그 시신도 키메라의 일종이었습니다.”
이류가 만든 키메라는 이미 있는 두 생명체를 융합하는 것으로.
이는 상당한 기술력과 시간을 요구하지만, 성공하면 안정성이 높은 키메라가 완성된다.
“점토사와 같은 방식을 생각하시면 돼요.”
“...그때...”
“...그리고 일급품은...”
일급품은 위에 나온 방법부터가 다르다.
“세포부터 배양하는 방식이죠.”
세포부터 배양해 인공적으로 생물을 만드는 작업.
분명 키메라로서는 최상급의 생명체를 만들 수 있지만, 기본적인 실력부터 시작해 시간과 자본이 지나치게 필요해 마법사는 물론 흑마법사도 추천하지 않는 방법이었다.
“그건 알고 있습니다. 선배. 하지만 그게 마탑의 내통자하고 연관이...”
“있어.”
그것도 지금이라면 비극과 역설의 극치일 것이다.
“아인이 데이터가 베이스니까.”
누구보다 아인의 곁에 있고, 그녀를 분석해온 레오이기에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아니, 사실 처음부터 알았어야 했다.
“그 키메라는 우리 엄마의 생체조직과 아인의 데이터를 조합한 개체야.”
이건 내가 역사를 바꿨기에 일어난 사건이었으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전 친척집에 내려가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용돈도 받고, 좋은 밥도 얻어먹을 수 있었거든요.
그리고 이젠 별로 좋을 것 같지가 않습니다.
부모님께서 제가 노벨피아에서 100만뷰 웹소설을 쓴다고 자랑하셨더군요.
부모님은 100만뷰에 집중하셨지만, 전 노벨피아라는 고유명사에 집중하게 되었고.
스핀오프 ts편이 무료인 걸 보고 인생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