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인자는 회귀했다-133화 (133/248)

이단심문관들은 신전에 오래 있지 못한다.

마인과 악마를 퇴치하기 위해 늘 외부에 출장을 나가기 때문이었다.

고로 아리아스필과 이단심문관의 접점은 다른 성기사들에 비해 상당히 적었다.

애초에 샤를리안은 아리아스필과 몇 번 마주본 게 다였고, 갤러위드는 아리아스필이 근래 신전에 있었던 4년 동안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동안 그들이 얻은 것은 서면적인 정보 뿐이었다.

그랬기에 실질적으로 아인과 라인하르트 간의 관계가 얼마나 긴밀한지는 몰랐다.

오히려 표면적으로 봤을 때는 라인하르트에겐 아인의 존재는 민폐로도 보였다.

만약 정식으로 가문의 혈족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인간으로서의 윤리성부터 시작해, 정식 후계자나 가주 후보와 같은 정치적 문제에도 분명 걸리는 상황일테니까.

하지만 이단심문관 갤러위드가 아인에게 혐오를 표출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흥분하는 겁니까?”

갤러위드는 차게 식은 눈으로 갑자기 들이닥친 아리아를 바라보았다. 분명 라인하르트 일가와 루미네는 다른 방에 있는 것을 확인했는데, 순간이동 마법이라도 쓴 듯 어느샌가 나타나 있었다.

“흥분할 이유를 만들어놓고 그걸 묻는 것도 대단하네요...!”

그렇게 일갈하며, 아리아는 급히 아인에게 달려갔다.

“괜찮아...?! 안 다쳤어?!”

“괜찮습니다. 파손은 없습니다.”

하물며 있더라도 복구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고 덧붙이는 아인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리아의 표정에는 걱정이 역력했다.

오히려 덤덤했기 걱정한 것이었다. 아리아는 이런 대우를 받았음에도 덤덤한 자신의 아이를 걱정한 것이었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누가 보면 제가 폭력을 휘두른 줄 알겠군요. 멋대로 와 부딪치고, 멋대로 넘어진 것일 뿐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걸 말이라고 해...!?”

말만 보자면 말이다. 그게 아까의 망언을 이해해줄 여지를 주지 않았다.

“사과 정도면 충분한 일 아닙니까? 왜 용사님의 사고방식을 강요하는 거죠?”

“개소리도 정도껏 하세요. 부딪친 사람이 그릇까지 깨져서 잔해에 쓸렸는데, 그딴 식으로 망발을 내뱉은 게 당연한 겁니까?!”

“망발?”

그 한 마디에 갤러위드는 아리아에게 밀리지 않게 오러를 전개시켰다. 위압에 샤를리안도 잠시 주춤할 정도였다.

“망발을 누가 했다고 생각하십니까?”

“거울로 일일이 보여줘야 아시겠습니까?”

그 위압에 주변에 있었던 사용인들은 급히 가주나 다른 일행을 부르고자 달려갔다. 저 상황에선 무슨 일이 터져도 이상할 게 없었다.

“모욕적이군요.”

“당신이 내 딸한테 한 것만 할까요?”

“딸이라니, 어지간히 가족놀이에 빠지셨나봅니다. 그것도 레오나르도 기사가 부탁한...”

아리아스필은 성검을 빼들었다.

“그 주둥아리로 레오나르도 부르지 마.”

성검의 빛은 아리아의 의지와 공명하는 것인지 더욱더 진하게 빛났다. 섬광만으로 눈 앞에 있는 두 이단심문관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게 무슨 짓...!”

“당신들이 먼저 시작한 거잖아. 아니면 뭐? 잘나신 이단심문관들은 성검을 든 용사마저 무시하는 건가?”

성검의 빛에 둘은 잠시 위축되었다. 저 섬광은 빛의 신이 내린 광명 그 자체, 이단심문관이기에 그들은 더욱더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그럴 리가요. 하지만 용사님이라고 해서 모든 행위가 용납되는 건 아니죠.”

“그건 댁도 마찬가지고, 댁은 더 싸가지 없이 개짓거리를 했어.”

갤러위드 뿐만 아니라, 샤를리안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레오라면 화를 삭히고, 조금 더 온건한 방법으로 풀 것이 분명했기에 참으려고 했다.

하지만 저들은 이미 선을 넘어도 한참 넘겼다.

“지금 개짓거리라고...”

“못 들었어요? 귀가 막혔으면 성검으로 친히 귓구멍을 파드릴까요?”

아리아스필의 말에 샤를리안은 주먹을 파르르 떨었다. 사실 그녀는 라인하르트에 또다시 성검이 내려온 것에도 불만을 품고 있었다.

빛의 신을 믿지도 않았던 아리아스필이 성검의 선택을 받은 이유는, 그저 빛의 신의 간택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무슨 일이지?”

이윽고 가주 글라디오가 그 자리에 걸어왔다. 그 옆에는 마르켄과 크리스도 있었다.

루미네는 치료를 위해 병실을 오가고 있었고, 다른 이들은 마법사들이 언제 오나 워프 게이트에서 대기 중이었다.

“...이게 무슨 무례지? 이단심문관?”

그리고 이 상황을 파악한 글라디오는 그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오러가 없음에도 그로 인한 위압감은 충분했다.

“...무례는 사죄드리죠. 저희도 흥분한 것 같군요.”

갤러위드의 사죄에도 글라디오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있었다. 갤러위드의 사과가 형식적인 탓도 있었지만, 아인의 옷에 스프가 묻은 것이나, 그릇의 깨진 잔해가 묻은 이유가 더 컸다.

“사죄는 잘못한 이에게 하는 것라 생각됩니다만.”

“...저것에겐 이미 했습니다.”

“저것?”

부르는 방식만 봐도, 그게 오해가 아니라는 건 확신할 수 있었다. 마르켄과 크리스에게도 적의가 감돌기 시작했다. 애시당초 이단심문관들은 라인하르트 가를 잘못 파악하고 있었으니까.

그들은 염세주의와는 거리가 멀었다.

어지간한 괴짜였으니까.

그랬기에 마지막까지 전장에서 싸워, 전례 없는 초대형 게이트를 막아낸 것이었다.

실제로 라인하르트가 있었기에 세계 자체는 지켜낼 수 있었다.

다만 그걸 지킨 보상을, 진정으로 받아야할 자들은 이미 사라졌다는 것이 통탄할 일이었다.

“...우리 가문의 식솔에게 그게 무슨 망언이지?”

“...하...”

갤러위드는 그걸 너무 뒤늦게 알아버렸다. 지금도 그랬다.

“...10년 전의 이단 사냥을 아십니까?”

그는 과거의 망집에 시달려 지금의 상황조차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

“그게 지금의 무례를 설명할 수 있는 거면 좋겠군. 진심으로.”

“제 동료들은 마법사가 인공적으로 만든 사역마, 키메라들에게 살해됐습니다.”

사역마의 규정이 철저해진 사건.

몇몇 마법사들이 마탑에 지속적인 지원을 받기 위해, 키메라의 연구를 감행했다.

인간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고지능의 사역마, 그게 연구의 목표였다.

그리고 그 실험은 성공으로 시작해, 결과적인 피해를 이끌어냈다.

키메라들은 자신의 실험체, 복제품들을 이끌고 대대적인 공격을 시작했다. 고로 그 사태에 많은 이단심문관들이 진압을 위해 투입되었다.

그 중에는 갤러위드의 동료들도 다수 있었다. 지금도 그의 눈과 귀에는 생생하다. 아무 죄도 없이 그렇게 죽어나간 동료들의 절규가.

“...타입 디아트는 제 동료들의 마지막을 모독하는 존재입니다.”

“그게 그 무례한 언동의 이유인가? 그게 성황의 결정을 무시할 만큼?”

성황의 결정이라는 말에 샤를리안은 움찔했다. 성황은 루미네의 동급으로 존경하는 인물이었고, 사실 지금 행동에 대한 감당이 조금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성황님은 ‘유사 정령체’로서 저것을 인정한 것이었죠. 그게 생명으로서의 인정인지, 하물며 용사님의 자식이 될 수 있는 인정인지 전 의문이군요.”

갤러위드의 말에 아리아의 표정이 완전히 일그러졌다.

“헛소리군.”

하지만 그 전에 분노한 것은 글라디오였다. 평소의 온화한 태도와 표정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듣는 귀가 아까울 정도로 헛소리야.”

자신의 손녀도, 가문의 기사도 그런 식으로 헐뜯은 것은 참을 필요가 없는 모욕이었으니까.

“...가주님, 언동이 경박하...”

“경박한 생각은 괜찮고, 경박한 언동은 괜찮지 않은 건가? 생각보다 줏대가 없군.”

단호했다. 영상을 봤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이런 모욕을 듣고 가만히 있는 것은 온건한 게 아니라, 비굴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 비극의 원인이 아인에게 있나?”

“그건 모르는 일이죠. 저게 어느순간...”

“그런 논리로 가면, 이단심문관들도 어느 순간 마인으로 돌변할 수 있다만. 실제로 이단심문관 중에 마인이 된 비율은 그리 적지 않던데.”

이단심문관들과 대행자들은 마인을 직접 사냥하는 위험 직군, 다르게 말하면 그만큼 마기와 접촉할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때때로 그들은 목숨이 위태롭거나, 함정에 걸려들 때 그대로 마인이 되어버리는 선택지를 골라버리기도 한다.

“그건 비약적인 발상이군요. 게다가 그 수도...”

“잘 아는군. 그렇다면 아인에게 대하는 논리와 그게 다를 바가 뭐지?”

가볍게 논파당했다. 애초에 그저 억하심정에 분풀이하는 것이었으니 논리의 허점을 찾아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결국은 그때 당한 울분은 그저 약자에게 푸는 것으로밖에 안 보이는군. 이단심문관이라는 자가 체통도, 직업 윤리라는 것도 없나?”

“...그렇다 해도 유사 생명체에게 애고, 딸이라는 건....”

반성의 여지도 없자, 글라디오는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안 그래도 레오나르도에게 있었던 일로 머리가 복잡한데, 신전에서 온 사람들은 저런 꼴통도 따로 없었다.

“그건 우리의 생각이지. 그걸 언제 자네들에게 강요했나?”

“그 사과가...”

“자네 논리대로 가면, 아인은 물건이지. 그러면 자네는 남의 집에 가서 도자기를 넘어뜨려 깨뜨리곤, 그런 식으로 행동하나? 그게 이단심문관의 예절인가?”

그 말에 그들은 완전히 할 말을 잃었다.

논리적으로 글라디오의 말은 틀린 것이 없었으니까.

흑백이 확실하게 본인들의 잘못이 드러났으니까.

“...그럼...”

“됐네. 자네들은 가보게. 신전에는 이 무례를 보고해두도록 하지.”

사실 이 무례를 받아준 것만 해도 많이 참아준 것이었다. 이 사태를 초래한 것은 라인하르트의 내실과 내부에서 나온 문제였으니까.

“저희는 신과 신전에 충성을 맹세했지, 라인하르트의 명령을 따를...”

“남의 주택에서 행패를 부리는 손님들에게 나가라고 하는 건, 당연한 명령이지.”

그 말에 그들은 이를 악물고 주먹을 쥐어떨었다. 인간은 때때로 본인이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죄를 인정하지 않는 어리석은 행태를 보여주는데, 저 이단심문관은 그 우둔한 언동을 완벽히 재현해주고 있었다.

“...루미네 성인 님...!”

그 순간, 루미네도 이런 난장판이 되기 직전의 자리로 걸어오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글라디오 가주님.”

그 사과에 샤를리안은 물론, 갤러위드도 당황했다. 성인 루미네는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허리를 숙여 라인하르트의 가주에게 사죄한 것이었다.

“성인 님께서 사과할 문제가 아닙니다.”

“아닙니다. 갤러위드 님과 샤를리안 님께서 이런 사안에 민감하셨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미리 고려하지 못한 제 잘못이 큽니다.”

샤를리안은 입을 떨었다. 이렇게 수치스러운 자리가 또 있겠는가.

자신이 제일 존경하고, 경애하는 인물이 자신의 행동에 대해 타인에게 고개 숙여 사죄하는데.

그것에 수치를 느끼지 않을 인간이 어딨겠는가.

“...서...성인 님...”

“...두 분은 저와 같이 나가주셔야겠습니다. 가주 님의 명령은 타당하니까요.”

그러자 루미네와 같이 왔던 시리카는 당황스러운 기색을 물었다.

“...괜찮을까요? 지금 저택에는 부상자가 많은데...”

{틀린 말은 아닙니다. 루미네 수사, 지금은 치료가 시급하죠.}

천사 앤젤라는 영체인 채로 루미네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사실 앤젤라도 아인이 때리는 철권이 아픈 건 사실이었지만, 그게 아인을 혐오할 이유까진 되진 않았다.

애초에 앤젤라는 성인으로서 인격은 검증이 되기는 되었으니까.

“...확실히 그건 그렇군요. 그럼 부상자를 완치시키고, 따로 처분을 받겠습니다.”

그 반응에 두 이단심문관들은 완전히 사색이 돼 있었다. 수치와 분노, 짜증과 수모가 뒤섞여 그들의 표정을 마구 뒤흔들어놓고 있었다.

“눈빛이 왜 그러십니까?”

“...예?”

“제일 잘못한 주제에, 왜 하는 수 없이 고개를 숙인다는 듯이 눈을 부라리냐고요. 예?”

아리아스필의 분노는 전혀 풀리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제일 흥분하고, 분노한 이는 단연코 아리아였다.

“그게 무슨...”

“입바른 변명은 됐고요.”

아리아는 샤를리안의 면상을 뚫을 기세로 강렬히 노려보며 말했다.

“그렇게 레오를 평가절하하던데, 그럼 그 잘난 실력 좀 봐요. 이단심문관 님아.”

“...그게 무슨...”

“‘그게 무슨’이라는 말밖에 못하나? 이단심문관을 할 게 아니라, 국어부터 다시 배워야할 수준인데요? 도덕 교육보다 시급하네.”

회귀를 알게 된 모두는 점점 분을 분출하는 아리아를 보며 생각했다. 어디서부터 아리아 성격이 변한 것일까.

분명 회귀 전 아리아는 좀 더 침착한 것 같았는데.

“당신들은 레오고, 아인이고 편할 대로 평가하던데, 전 그러면 안 됩니까? 애초에 전 용사인데, 신전 소속인 이단심문관을 문책할 권리도 있는 거 아니냐고요.”

왜 지금은 사랑이 광증 수준으로 도진 왈가닥이 있는 것일까. 물론 이게 화낼 일인 것은 맞았지만, 성격의 괴리감은 두려울 정도로 컸다.

“...좋습니다. 우선 제가...”

“아뇨. 됐고 둘 다 덤벼요.”

그 한 마디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분노나 상황과는 별개로 너무 무리한 제안이었기 때문이었다.

“...괜찮겠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무리...”

“괜찮을 거예요.”

루미네는 지금 상황은 둘째치고, 모두의 걱정이 정말 하잘것없는 우려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1대2라는 겁니까? 그건 대련으로서도...”

“하...”

갑자기 아리아는 주변을 돌아보더니 빗자루로 급히 그릇 조각을 쓸어담는 시녀에게로 걸어갔다.

“...아...아리아스필 님...?”

“빗자루 좀 빌릴게요.”

그렇게 빗자루를 가져오고는 들어보였다.

“뭐하시는...”

“성검 대신에 전 이걸로 싸워도 충분하거든요. 그래도 무서우시면 이단심문관 때려치우세요.”

그러자 둘의 표정은 약간 일그러진다. 이정도로 무시당한 적은 난생처음일 것이다.

“...좋습니다. 응하지 않을 이유는 없군요.”

“...저도 상관없습니다. 아버지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상관없기는커녕, 아버지의 뜻에 따르기는커녕, 샤를리안은 본인의 분노를 어떻게 표출할지만을 절실히 고민했다.

“...그럼 가볍게 손을 섞어드리겠습니다.”

셋은 빈터에 가 손을 풀었다. 관절이 풀리는 소리와 함께, 대련은 시작되었다.

콰아아앙!!

시작과 동시에 빗자루는 그대로 샤를리안의 복부에 격돌했다. 갑옷을 뚫고 회전해 날아간 빗자루의 끝은 그녀의 복부에 큰 충격을 주었다.

샤를리안은 맥없이 맞은 배를 쥐면서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실제로 자세는 이미 틀어져 구부러져 있었다.

“왜? 네가 무시한 내 레오는 배가 뚫려도 일어났다고.”

빗자루를 던진 용사는 주먹을 쥐며 말했다. 애초에 그녀는 맨손으로 시작해도 상관없었다.

“아직 덜 맞았어. 개자식들아.”

땅에서는 토지의 정령이 암석을 형성해 아리아의 손에 검을 쥐어주었다.

아직 시작한 지 10초도 되지 않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여담 아리아의 천장 없는 리세마라(?)]

그날 밤

루미네는 침대에서 몸을 뒤척이던 도중,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자리가 익숙치 않은 것도 있었지만, 그날따라 목이 메였기 때문이었다.

{일어나신 겁니까? 루미네 수사?}

“...아...아뇨... 물만 마시고 다시 자려고요.”

그렇게 생각하며 루미네는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을 보았다. 안타깝게도 물통에는 물이 다 떨어져있었다.

“...그러고 보니... 식당에...”

저택 식당에 여분의 물이 있을 테니, 거기로 가면 되는 일이었다. 굳이 사람을 부를 필요도 없이 자신이 가면 되는 일이었기에, 루미네는 잠옷 차림으로 방 밖을 나섰다.

철컥...! 철컥...!!

그 순간, 루미네의 귀에 어떤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무슨 소리죠?”

{...흠... 제가 보기엔 현 용사의 방에서 나는 소리인 것 같습니다. 확인해보겠습니다.}

앤젤라는 강림하지 않은 채로 자리를 나섰다. 강림에 성공한 뒤로는 영체 상태로도 조금 더 멀리 떨어져 있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우...}

<...무슨 일이에요?>

앤젤라의 눈에는 그 장면이 차례로 보이고 있었다.

착척...! 착척...! 착척...! 착척...!

어떤 방법을 빼놓은 것인지, 아리아는 검은 돌의 검을 든 채로 수리가 되지 않은 검집에 납도와 발도를 수없이 반복하고 있었다.

“...자위 영상 떠라... 자위 영사앙....!”

<무슨 일인데요? 앤젤라 님...?>

앤젤라는 짧게 대답했다.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나아가는, 인간의 끝없는 도전을 보고 있습니다.”

성녀다운 미화의 극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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