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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는 회귀했다-122화 (122/248)

돌아가는 건,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었다.

모두가 기절하고 탈진한 사이.

정신이 유일하게 깨어있는 글라디오는 저택에 대기 중인 기사들을 불렀다.

기사들은 거의 붕괴가 된 영묘를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떻게 하면 소형 운석 마법이 떨어져도 견디게 만들어둔 영묘를 이렇게 페허를 만들 수 있었는지.

그리고 라인하르트 가의 정예 인력이나 다름없는 본가의 인물들을 어떻게 넝마로 만들었는지.

본인들의 실력과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환자의 운송을 도운 것은, 간신히 상태와 능력을 회복한 아인이었다.

그렇게 저택으로 돌아간 뒤에는 치료와 상황의 정리가 이어졌다.

라인하르트의 방계들은 현 상황에 대해 혼란이나 불만을 금치 못했고, 몇몇 휘하 가문들은 이를 기회삼아 최대한 복구 작업에 협력했다.

이 위기를 기회 삼아 가문에 눈에 든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었으니, 그 긍정적이며 세속적인 사고방식에는 탄복해야 마땅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부상자들의 회복과, 상황의 정리 및 결속의 분열은 막을 수 있었으니 지금은 불행 중 다행이라는 요약이 적절했다.

라인하르트 일가의 치료는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었다.

응급처치 외에는 성인인 루미네의 치료를 치중하고, 루미네가 몸을 회복하자 대부분의 치료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아마 보통 사제나 치료사라면 전치 6개월은 넘길 것을, 루미네가 회복되자마자 한 달 정도로 단축이 일어났다.

그렇게 라인하르트 가문의 본가 측 인물들은 전원 회복했다.

레오나르도까지도.

***

감각이 이상하다.

정신이 몽롱하고, 동시에 몸이 무거운 것을 깨닫는다.

아마 막무가내로 마나를 처음 썼을 때, 느꼈던 통각과 피로가 물씬 몸에 새겨든다. 마비된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감각이 둔하고 무거워졌다는 피로감은 확실히 존재했다.

“...으...윽...”

분명 레오 자신은 메리 라미아와 전투를 하다가... 분명...

‘...엄마를...’

어머니의 머리를 베었다. 착각이 아니었다. 분명 자신이 창으로 벤 것은 어머니 렌의 얼굴이었다.

“...하아...”

숨이 거칠어진다. 엄마를 죽였다. 그뿐일까.

“...아가씨를...”

모두를 다치게 만들었다. 자아가 붕괴되어 크리스의 눈을 찔렀을 때처럼, 무능력하게 모두를...

“...아...아아...”

“아버지.”

오열하는 찰나, 침대 밑에서 회백색 머리카락을 지닌 자안의 소녀가 튀어나왔다.

“으아?!”

순간적으로 놀라 흘리던 눈물마저 눈알로 다시 들어가는 착각이 들었다. 침대 밑에서 나온 아인은 급히 눈물을 닦는 레오를 물끄럼히 바라보고 있었다.

“울고 계십니까? 아버지?”

“...아...아니. 그냥...”

마땅한 변명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이럴 때는 감추는 것이 미덕인데, 너무 혼란스럽게 들킨 나머지 제대로 된 변명도 할 수 없었다.

“슬픔에 차 오열하는 것도 괜찮지만, 우선은 가문 사람들과 루미네 성인님을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뭐!? 안돼!”

지금 이런 흉한 꼴, 그리고 그런 흉한 짓을 해놓고 무슨 염치로 바로 본다는 말인가.

적어도 할 말은 생각하고...

“안타깝게도 아버지의 의견은 결정될 수 없습니다. 다수결의 의사에 따라 아버지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아버지께서 깨어나는 즉시 보고하라 결정을 받았습니다.”

“...그게 무슨...”

너무 민주적인 나머지, 한 소수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지 않았는가. 그 유일한 소외된 존재인 레오는 급하게 반론을 제시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우가 일어났다고!?!”

아인의 보고 속도는 누구보다 빨랐다. 마나 부족으로 탈진한 레오 대신 마나를 보급하기 위해 리오스와도 일시적으로 마나를 연결했기 때문이었다.

사념을 즉각적으로 보고 받는 것도 가능했다.

이윽고 계속해서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일어났나?! 레오나르도?!”

파괴된 가구와 저택의 수리비 회계 정리를 하던 글라디오부터 시작해.

“일어났다고 들었어요! 레오나르도 군!”

직접 아리아와 함께 돌아가면서 간호해 몇 분 자지 못한 시리카도.

“괜찮은가?! 레오?!”

분신을 쓰면서까지 추가적으로 순찰을 하던 크리스도,

“그 바보가 일어났나?!”

감전된 내상을 마저 치료받던 마르켄도.

“레오 기사님!! 부상은 괜찮으신가요?! 더 치료가 필요하지 않으세요!?”

간신히 부상에서 일어나 계속된 의료와 치료로 지쳤을 루미네까지.

“레오! 일어났어!?”

자신한테 부상을 크게 입었을 아리아마저.

하나 같이 각자 하고 있던 일까지 멈춰가며, 부상의 통증과 피로를 무시하면서까지.

일어난 지 5분 도체 되지 않아서 레오의 병실로 모였다.

다들 레오의 상태에 대한 걱정이나, 어떤 위로를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을 뿐 그를 향해 분노하거나 원망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

그랬기에 더욱더 죄악감이 들었다.

붕대도 풀지 못한 저들을 보니, 자신이 한 무차별적인 잘못과 실수를 떠오르니 더더욱 가슴을 옥죄어오는 것 같았다.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불미스러운...”

“레오...”

아리아는 레오나르도를 껴안아주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머리를 쓰다듬었다.

“자책하지 마. 본인을 위해서가 힘들다면, 우리를 위해서라도.”

손이 맞닿을 때마다 그리운 온도가 느껴진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회귀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아주 어렸을 적에도 엄마에게 이런 위로를 받았던 적이 많았다.

“...엄마...”

레오는 자신의 배를 뚫었던 존재가 떠올랐다. 자신이 목을 벤 어머니가 떠올랐다.

아리아는 레오나르도가 순간 자신을 엄마라고 착각한 줄 알고 한편으로 기묘한 감정이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어머니는 어떻게 된 거죠?!”

그 한 마디에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어쩌면 이 이야기가 지금부터 시작할 무거울 본론의 전주가 될 것이다.

“...네 어머니, 렌은...”

[네가 죽인 건 네 어미가 아니다.]

갑자기 사념의 소리가 울렸다. 정말 익숙한 목소리, 하지만 이 소리는 레오 자신만 들었을 텐데, 다른 이들도 이 소리를 듣는 것처럼 보였다.

[여기다. 이쪽.]

레오의 팔찌가 떨리기 시작한다. 이내 팔찌의 보석 부분에서 붉은 구슬이 떨어져나온다.

붉은 구슬에서는 현자의 모습이 드러났다. 마치 본인의 모습을 그대로 환상의 형태로 송출하는 것처럼 모든 이들이 그 구슬 쪽을 바라보았다.

“현자님?!”

[오냐.]

“어떻게...?”

[어떻게 들리게 말하냐고?]

현자는 한숨을 내쉬면서도 피식 웃음을 내었다. 본인이 생각해도 아이러니의 극치이기는 했기 때문이었다.

[네가 갑자기 발과...폭주했을 때, 몸에서는 계속 신성력이 뿜어져 나왔어. 그리고 검은 돌은 주인의 마나를 먹고 성장하지.]

레오나르도도 그 배경 설명에 이해한 눈치였다. 정말 아이러니하다면, 아이러니한 이야기였다.

“검은 돌이 또 성장한 건가요?”

[운이 좋게 말이다. 하여간, 내 제자가 목수...명줄이 질긴 건 알아줘야 돼.]

현자는 그날따라 근엄하며 인자한 목소리로 설명하고 있었다. 말 단어도 힘겹지만, 간신히 순화된 언어를 골라가며 말하고 있었고, 거기에 가성까지 써가면서 말하는 건 듣기도, 보기도 참 묘했다.

“...왜 그러세요? 평소처럼 하시지.”

[하하, 난 평소에도 이랬잖니. 허허.]

오늘 처음으로 현자의 존재가 무서웠다.

뭐지? 검은 신성이 현자의 돌에 흘러들어가서 인격을 반전시키기라도 했나?

{하하, 그러게나 말입니다. 아무래도 피로가 많이 쌓이신 것 같군요.}

광녀에 가까웠던 성녀도 평소와 많이 다르게 대본을 읽는 듯, 어색하게 자애스러운 말투를 구사했다.

레오는 이제는 소름이 끼치기 시작해, 루미네에게 눈짓을 하며 조심히 물었다.

“...왜 저래요? 진짜 무섭게...?”

“...용사 후손 앞에서 대놓고 그러는 건 너무... 쪽....아니 부끄럽다고 언행에 주의를 기울이시는 중이랍니다.”

루미네도 만만치 않게 저들이 경멸스러웠는지 평소에 잘 담지도 않는 욕설을 사용할 뻔했다.

하긴 따지고 보면 본인 동료 후손 앞에서 평소와 같이 경박하고 저질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것은 분명 수치스러울 테고, 삼가하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저렇게 태세 전환한다는 시점에서 본인들이 제정신이 아닌 걸 인지한다는 것인데, 그럼 왜 자신들한테는 숨쉬듯이 그런 광기를 보여준 것인가.

그걸 의문을 여기며, 동시에 어렴풋이 알고 있는 레오와 루미네였기에 경멸의 눈초리를 감출 수 없었다.

[...어쨌든... 그때 쓰러뜨린 건, 네 어머니가 아니야.]

현자는 본인이 생각해도 본인 태도가 창피했는지, 급히 화제를 전환했다.

{예, 저도 보증할 수 있습니다.}

성녀도 마찬가지였는지, 화제를 전환시키기 위해 남의 어머니 이야기를 꺼내는 발악을 보여주었다.

“...그게 사실인가요?”

그 말에 이번에는 아인이 입을 열었다.

“예, 제가 유전자를 확인해본 결과, 그 두 존재는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하물며 아버지의 유전자와 불일치하는 부분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렇구나.”

레오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자신이 죽인 것이 친모가 아니라는 것에 눈물이 나오면서도, 어머니가 어떤 일이 당했는지 걱정이 되어 또다시 눈물이 나왔다.

“...아...아버지, 이걸로 닦으세요.”

아인은 그런 아버지의 눈물이 보기 안타까웠는지, 출력의 지연을 느끼며 손수건을 내밀었다.

“...죄...죄송해요... 여러분도 저 때문에...”

“아니, 자기 친모랑 똑같은 상대를 베었는데 맨정신을 유지하는 게 더 이상한 거다.”

그렇게 말하며, 마르켄은 드물게 꿀밤 대신에 레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회귀 전에는 이런 적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었다.

“...그럼... 제 어머니는...”

“...미안하지만, 그전에 묻고 싶은 게 있다네. 레오 군.”

글라디오는 레오나르도를 곧게 바라보며 말했다. 이건 가주로서도, 레오나르도를 신뢰한 인물로서도 중요한 문제이자 질문이었다.

“...현자 님과의 관계... 그리고 레오나르도 군의 정체를 알고 싶네. 미안하지만... 확인할 필요는 있으니 말이네.”

맞는 말이었다. 만약에 레오나르도가 숨긴 비밀이 예상 외로 위험한 것일 가능성도 있었고, 사실 원초적으로도 궁금할 수밖에 없는 문제였으니까.

“...현자 님.”

레오나르도는 현자를 부르며 조심스레 바라보았다. 현자는 가성 대신 진솔하게 눈을 마주치며 그 고백을 허락했다.

[말해. 이젠 숨기는 게 더 힘들다. 아리아한테도 반 정도는 말했잖아.]

“...그렇죠.”

아리아는 그 말에 현자와 레오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가슴골이 드러나는 옷 사이로 보이는 흉터는 레오의 죄악감을 더욱 세게 조여오기 시작했다.

‘...더는 숨겨선 안돼.’

생각을 몇 번이고 정리하고, 입을 몇 번 다신 끝에 레오나르도는 입을 열었다.

“...저는 본래 이 시대의 인물이 아닙니다. 몸은 몰라도, 정신만큼은 먼 미래에서 되돌아온 사람이죠.”

모든 일의 고백은 시작되었다.

“전 미래에서 온 회귀자입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들의 후기]

???: 그는 순애의 화신이었어요. 전 순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미물이었답니다.

???: 오오!! 어둑시니!! 아아!! 회귀자!!

사생활 보호를 위해 얼굴과 이름은 가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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