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2)
## 외전2
“크르릉! 암컷인가?”
흑표범이 샤로트를 보며 말했다.
“응. 잘 부탁해 수컷 고양이. 이 누님이 귀여워 해 줄게.”
“난 고양이가 아니라 표범이다!!”
흑표범이 빠르게 몸을 낮추며 샤로트에게 달려들었다.
와아아아아!!!
관중들이 소리를 질렀다.
스스로 산 제물이 된 보증인은 양측으로 100명. 그 외의 관객은 5,000여 명이 넘어갔다.
리안이 데려온 정예 근위대 1,000명의 제외하고는 모두 수인.
그렇다고 1,000명의 근위대 1명, 1명이 수인들에 비해 강한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며칠간의 전투로 1,000이 넘는 수인들이 죽었다.
반대로 근위대는 별 피해가 없었다.
“형님. 흑표범 녀석이 지진 않겠지요?”
토끼 귀를 한 수인이 사자 얼굴의 사내에게 물었다.
둘은 이 신단의 최강 10인에 포함한 자들.
다음 참가자로 등록된 상태다.
보증인들을 포함해 이미 의식을 치른 상태.
“저기 암컷이 제법 강해 보이는 군. 그래도 인간은 1:1에서만큼은 우리의 상대가 아니다.”
사자는 느긋해 보였다.
그럴 것이 가장 마지막 순번이 자신이었기 때문.
이 신단에 묶여 있는 수인들 중에서 가장 강한 자이기도 했다.
샤샤샥!! 샥샥!!
흑표범과 샤로트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덩치에 비해 매우 날렵한 흑표범.
“뭐야. 고양이 씨. 생각보다 더 느리잖아.”
“고양이가 아니라. 흑표… 컥!”
싸움이 시작된 지 1분 남짓한 시간에 샤로트의 창이 흑표범의 배를 뚫렸다.
와아아아아!!!
인간 측 관중들이 환호했다.
“자! 다음!!”
샤로트는 신단에서 내려가지 않았다.
단지 100명의 제물만 바뀌었다.
“제… 제길. 형님!!”
토끼는 사자를 불렀다.
샤로트의 실력에 사자도 꽤 놀란 모양이다.
“제법이군.”
겉으로는 느긋한 척 말했지만, 속으로는 매우 놀랐다.
사실. 신단 위에서의 전투는 수인들에게 불리했다.
인간에 비해 육체적 능력이 압도적이지만, 평평한 돌바닥은 패널티로 적용했다.
벽이라도 있다면 몰라 신단 아래로 떨어진다면 패배로 처리되기 때문.
폭발적인 힘을 제대로 사용하기 힘들었다.
와아아아!!!
또다시 함성.
다른 수인이 샤로트의 창에 뚫려 쓰러졌다.
그렇게 1명, 1명. 7명이 넘어갈 때.
“어떻게 합니까! 형님.”
다음은 토끼의 차례였다.
실력으로 10인의 자리에 든 다른 수인들과 달리 토끼는 사자의 위세로 떵떵거리며 살아온 자였다.
“네놈이 약하긴 하지만. 다른 건 잘하지 않느냐.”
“제… 제가 말입니까?”
“그래. 네놈이 작정하고 도망가면 나라고 해도 잡기 힘들지.”
“아!!!”
사자는 혀로 자신의 입술을 닦은 뒤 토끼에게 조언했다.
“저 인간도 지칠 테니. 넌 체력도 좋지 않으냐.”
“역시~! 형님!!”
토끼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신단으로 올라섰다.
“뭐야. 이번엔 귀여운 암컷이네~”
샤로트가 토끼의 모습을 보며 감탄하는 소리가 들렸다.
‘저년이 시간을 잘 끌어 줘야 할 텐데…….’
사실 사자는 토끼를 위해 조언한 것이 아니었다.
토끼가 신단으로 올라가자 다음 차례로 올 수인들에게 비슷한 말을 했다.
“저 여자 인간도 체력이 무한을 아닌테지. 힘들다 싶으면 시간을 끌며 체력을 소모시켜.”
바로 자신의 차례가 오기 전에 샤로트의 체력을 최대한 빼 놓을 작정이었다.
깡총~ 깡총~
이번은 전투는 생각보다 꽤 오래갔다.
토끼는 싸울 생각이 없는지 계속 도망만 다녔고. 샤로트도 그런 토끼를 쉽게 따라잡지 못했다.
“폐하. 샤로트 공이 꽤 힘겨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게…….”
오늘따라 컨디션이 영 좋지 않아 보였다.
아무리 토끼가 빨라도 그림자를 밟는 것조차 힘겨워 보인다.
“설마… 지는 거 아닙니까?”
“샤로트의 실력이라면 지는 게 더 어렵지.”
수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안다.
아마 체력을 갉아먹기 위해서겠지.
“하긴… 우리 제국에서 샤로트 공만큼 체력이 좋은 이도 없으니까요.”
거의 1시간.
전투는 고사하고 술래잡기만 계속되었다.
스각!!!
“꺄아아악! 내 귀.”
결국 승자는 샤로트였다.
도주하는 토끼의 패턴을 분석해 예측해서 창을 휘두른 것이다.
“사… 살려… 꺅!!”
귀를 잃은 토끼는 균형 감각이 흐트러졌고. 결국 목숨을 내어놓아야 했다.
“간을 따로 챙겨 놓으라 해.”
“알겠습니다. 폐하.”
수인 중 토끼의 간은 약효가 좋다고 알려져 있었다.
훗날 아마존이 개척된다면 가장 큰 피해를 볼 자들이 바로 토끼 수인들이었다.
“으으으~”
샤로트는 피를 닦으며 신단에서 내려왔다.
그런데, 안색이 조금 좋아 보이지 않았다.
“샤로트. 괜찮아?”
“넷. 괜찮… 우우우우욱!! 우엑!!”
그냐가 입을 가리며 한쪽으로 후다닥 뛰어가더니.
웩!! 엑!! 에에엑!!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리안은 급히 그녀에게 다가가 등을 두들겨 준다.
“괜찮아요. 도련니이임… 에에엑! 우엑!”
그 순간 리안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떠올랐다.
“샤로트. 넌 쉬고 있어.”
“도련님!! 아니에요. 제가…….”
“넌 무리하지 마.”
그렇게 다음 대전에 나서는 것은 리안.
“뭐야. 약해 보이는데…….”
신단 위에 올라온 기린 수인은 긴 고개를 까딱거렸다.
샤로트의 강함을 보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는데, 별로 강해 보이지 않는 리안이 올라오자 자신감에 콧김을 뿜었다.
“과연 그럴까?”
리안은 전투가 시작됨과 동시에 하늘로 솟아올랐다.
기린은 긴 목을 길게 빼며 하늘을 바라봤다.
“이… 이건 반칙……!”
“꼬우면 너도 날든가.”
입꼬리를 올린 리안이 품에서 마권총을 꺼냈다.
철컥!
마권총의 주둥아리가 길어진다.
철컥! 철컥! 철컥!!
점점 길어지던 마권총은 머스킷만큼이나 길어졌고.
펑!!!
공기가 갈리지는 소리와 함께 발사되었다.
“무에야아아아!!”
총알아 공기를 가르며 기린의 목 측면을 강타했다.
나름 실력자였기에 즉사하진 않았지만 휘청거리다가 신단 아래로 발을 헛디뎠다.
철퍼덕!!
신단은 높지 않았지만, 떨어지는 순간 기린의 눈이 까뒤집어졌다.
장외패라는 것이 존재하기에.
“빅토리!”
리안이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리자.
와아아아아!!
근위병들이 환호를 보내줬다.
리안이 굳이 근위대를 보내지 않고 직접 올라온 이유가 다 있었다.
장외패는 땅에만 닿지 않으면 되었기에.
그런데.
펄럭!!
다음 상대는 독수리 야인.
“가소롭군. 하늘에서 나와 경쟁하려 하다니.”
이번에도 리안이 하늘로 날아오르자 녀석도 날개를 펄럭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롬 제국의 상징물인 황금 지팡이를 꺼낸 리안.
지팡이에 힘을 주자 기류가 변했다.
“어어어?!!”
어중간하게 떠오른 독수리가 비틀거리더니 그대로 바닥에 추락했다.
곧장 장외패.
와아아아!!
근위대가 리안을 향해 환호했다.
다만, 사자 수인은 인상을 찌푸린다.
“저런 멍청한 놈!”
다만, 그의 얼굴은 별로 심각해 보이지 않았다.
그럴 것이 리안의 움직임과 무구들을 지켜본 결과 자신의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크릉! 네놈이 언제까지 하늘에 있을 수 있나 보자.”
자신 있게 신단 위로 뛰어올랐다.
마총의 위력은 충분히 견딜 만했고. 황금 지팡이는 충분히 대단한 바람을 일으켰지만, 땅에는 무의미한 정도.
“어 그래. 바통 터치.”
리안은 손을 흔들며 근위대의 기사 한 명과 교체했다.
그걸 보며 벙찐 표정을 한 사자.
“비… 비겁하다.”
“혼자 2명 상대했으면 되었지. 뭐가 비겁하다고.”
리안은 손을 할랑할랑 저으며.
“잘 부탁하네. 경.”
“걱정 마십시오. 폐하.”
전투의 결과는?
꾸에에엑!
치열한 전투 끝에 근위기사의 승리였다.
와아아아!
그렇게 승리하여 제단은 파괴되었다.
수인들은 저주에서 풀려 버렸고. 모두가 뿔뿔이 흩어졌다.
시간이 지나면 저들은 이성을 조금씩 자각할 것이고. 욕구에 충실한 삶을 버릴 것이다.
“폐하. 다음 신단으로 이동하옵니까?”
“철수한다.”
그렇게 리안은 아마존에서 곧장 철수했고. 다른 지역에 흩어져 개척 중인 병력들을 소집해 담당하게 했다.
다음 해 샤로트는 리안의 후계자를 낳았다.
비슷한 시기에 아마존은 정리가 되었다.
#<리안력 7년>
남극을 향하는 대함대.
중심에는 항공모함이 있었으며 그 주변으로 30척에 가까운 전투함들이 호위를 했다.
“저기… 대제독!!”
“대제독도 아니고. 제독도 아니라고!!”
항공모함의 선교에 있는 남자가 발작을 하듯 손을 내저었다.
제로스 kimg 공작.
그는 과거 고잉미샤호의 항법사였다.
“죄송합니다. 공작님.”
“하… 내가 어쩌다가.”
리안이 황궁에 들어가면서 그도 반쯤 은퇴를 했다.
이제 살맛이 좀 나겠다 싶었는데, 남쪽에서 대규모 해전 소식이 들렸다.
-얼음 괴물과 우리 롬 제국의 함대가 싸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전멸했습니다.
세계에 롬 제국의 적수가 없었다.
이제 남은 일은 경쟁이 아니라 개척이었다.
사실 점령보다 어려운 것이 개척과 유지였다.
-뭐라고?! 설마 그대가 나를 찾아온 것은…….
-황제 폐하의 명령입니다. 얼음 괴물을 찾아 토벌하십시오.
-그건 또 무슨 개소리야!
그렇게 항법사는 강제로 차출되어 왔다.
물론 리안이 불가능한 일을 시킨 것은 아니었다.
“어디로 가면 되겠습니까? 공작님.”
“후… 저쪽인 것 같네만.”
얼음 괴물은 이전 함대와 싸우느라 대부분의 힘을 소모했고. 추격에만 성공한다면 어렵지 않게 토벌이 가능할 것이니.
항법사가 할 일은 전투가 아니라 추격이었다.
“저쪽으로 물길이 이상해.”
얼음 괴물이 지나간 곳은 해류에 변화가 생긴다.
뛰어난 항법사라면 추격이 가능했다.
물론 제로스 kimg 공작이 아니더라도 상관은 없었지만, 대함대를 맡길 수가 없었기에 그에게 맡긴 것이다.
원래라면 대제독으로 샤로트를 임명했겠지만,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대제독!! 저기!”
“제독 아니라니까!!”
항법사는 다시는 이런 판에 엮이고 싶지 않아 완강히 제독이란 명칭을 부정했다.
“죄송합니다. 공작님.”
“뭐 해? 공격하지 않고.”
“어떤 식으로.”
“알아서 공격해. 은퇴한 지 오래돼서 신식 전함의 교리는 나도 모른다고!”
“알겠습니다.”
#<리안력 10년>
얼어붙은 북쪽의 땅.
개척하기 가장 난도가 높은 곳 중 하나이기도 했다.
휘이이잉~!!
딱딱한 칼바람이 닿는 모든 것들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모든 것이 하얀색 천지.
그곳을 외로이 한 남자가 깃발을 어깨에 짊어지고 걸어갔다.
“죽지 않아. 죽지 않아. 죽지 않아!!”
넘어지고 자빠지고. 길을 잃고. 헤매면서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그렇게 며칠이나 걸었을까.
“어어어?!”
눈앞에 인위적이고 거대한 돔 형태의 언덕이 보였다.
그 위에는 요사스럽게 눈을 홀리는 오로라가 펼쳐져 있다.
“와아아아! 드디어. 드디어!!!”
간디바는 힘껏 봉우리의 위에 뛰어 올라갔다.
퍼석!!
그 중심부에 과감하게 깃발을 꽂자.
하늘을 수놓던 오로라가 순식간에 깃발로 빨려 들어왔다.
휘이이잉~!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그런데, 그동안 따갑던 차가운 바람이 아니라 뜨거운 바람이었다.
“거… 거기!! 뉘시오.”
거대한 돔 안에서 사람 하나가 튀어나왔다.
아무래도 이 거대한 돔 안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말이 진짜인가 보다.
“나는 간디바 백작. 아니 후작이다!”
간디바는 개척에 성공했고. 보상으로 걸린 후작위를 받게 될 것이다.
* * *
압도적인 존재감의 사내가 차를 홀짝이다 내려놓았다.
아주 찰나의 시간이었지만 꽤 지루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10년은 넘은 것 같은데?”
“그… 그것이. 소… 송구하나이다. 주인이시여.”
거대한 사내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냥 여기 있는 후보들 먼저 진행시키는 것은 어때?”
“부… 불가합니다. 모두 모이지 않는 이상 시작되지 않게 만들어 놓은지라.”
“쯧. 알겠다. 난 잠시 자고 있을 테니. 마지막 남은 놈이 오거든 깨우거라.”
그렇게 신은 턱을 괴고 눈을 감았다.
속닥속닥.
눈치만 보던 100여 명의 남녀들이 옆의 사람들과 조심스럽게 대화를 나눴다.
처음에는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뒤늦게 깨달을 수 있었다.
-그쪽은 몇 등이요.
이들은 지구란 행성의 게임을 즐겨 하던 100명의 랭커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