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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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목소리로 부탁하는 테레지아의 부탁.
모든 이들이 그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느라 조용했다.
“그대가 내 막내딸과 함께 신센 롬 제국의 황좌를 가져가 주길 바라요. 미안하지만 줄 수 있는 것은 껍데기만 남은 이름뿐이랍니다.”
그녀의 말대로 신센롬 제국은 껍데기만 남았다.
게르 왕국연합은 탈퇴했고. 슐 지역은 독립했다.
남은 것은 트리아 왕국과 헝그 왕국 그리고 보헴 왕국 정도다.
“가문에서 반대가 심할 것입니다. 그래서 세 개의 핵심 왕국 모두를 그대에게 물려주지 못합니다. 그나마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것은 보헴 왕국뿐이니 내 딸 앙드네드에게 보헴의 왕위를 물려 주겠어요.”
앙드네드와 결혼한다면, 보헴 왕국이 딸려 온다 하지만, 신센롬 제국의 핵심은 트리아 왕국과 헝그 왕국이었다.
그 두 왕국을 뺀다면 의미가 없겠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히 제게 과분합니다. 폐하.”
리안이 원하는 것은 이름이다.
솔직히 다른 왕국들을 가지고 와봐야 전쟁 수습을 하느라 발목만 잡힌다.
헝그 왕국의 기병들은 거칠어 그들을 통제하는 데도 많은 정치력이 소모된다.
“황태자. 많이 섭섭하느냐?”
그리고 그녀는 레오폴드에게 물었다.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부탁드리고 싶을 정도입니다.”
“넌 착하지만, 너무 마음이 여려서 걱정이란다.”
“형님이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니.”
여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리안을 바라보았다.
그녀도 리안이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다른 이들은 리안이 트리아 왕국과 헝그 왕국을 탐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녀는 리안을 꿰뚫어 봤다.
두 왕국을 손에 넣어서 괜히 심력을 소모하지 않을 거라고 봤다.
‘마음 같아서는 두 왕국도 물려주고 싶지만.’
거절할 것이 분명했다.
슐 지역을 잃은 트리아-헝그 왕국은 신경 쓸 것은 많은데, 이득은 많지 않은 힘만 센 국가다.
안정화시키는 데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살면서 가장 큰 행운이 사위일 줄은 몰랐네. 잘 부탁하네. 사위.”
그렇게 그녀는 눈을 감았다.
* * *
얼마 지나지 않아 철혈 여제라 불리던 테레지아 하브스는 신의 품으로 떠났다.
공교롭게도 그녀가 세상을 떠나기 하루 전에 로이센 국왕 프리들 왕도 죽음을 맞이했다.
건강에는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보아 독살이 유력했다.
어찌 되었든 여제의 장례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레온과 앙드네드의 결혼식과 동시에 신센롬 제국의 대관식이 동시에 이루어졌다.
-빵이 없다면 스테이크를 먹으면 되지요.
이 말이 원래는 앙드네드의 말이 될 수도 있었다. 물론 진짜로 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이것은 스랑 제국의 황가를 전복시키기 위한 유언비어였다.
황후는 외국에서 왔기에 백성의 원성을 돌리기에 딱 좋았기 때문이다.
“황제 폐하 만세!! 보헴 여왕 만세!!!”
원래라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해야 할 그녀가 백성들에게 환호를 받았다.
다른 나라들이 가뭄으로 고통받는 중임에도 보헴, 트리아, 헝그 왕국은 그 피해가 적었다.
최악의 가뭄이 올 것을 느낀 그녀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기우제를 지냈기 때문이다.
봄의 여신은 그녀의 기도를 들어주었고. 많은 비는 아니었지만, 조그마한 가호를 내려 주었다.
그 덕분에 전쟁으로 피폐하진 나라지만, 다른 나라에 비하면 살 만했다.
-최악의 가뭄.
-아사자 속출.
-종말이 오는 것인가?
자극적인 기사들이 쏟아졌다.
그 덕분에 세 왕국의 백성들은 외부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게 되었다.
그들은 보헴 왕국의 여왕이 된 앙드네드를 사랑했다.
“그대 덕분에 반발이 적네요.”
“아니에요. 모두 서방님의 능력 덕분이에요.”
보헴 왕국은 리안도 환영했다.
그들은 무려 7년이나 전쟁을 했고. 그 누구보다 강력한 왕을 원했다.
리안만큼 그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사람은 율 대륙에 손에 꼽힐 정도로 적었다.
“그보다. 왜…….”
며칠이 지났지만, 리안은 앙드네드의 몸에 손을 대지 못했다.
“그대의 이성과 몸은 성인이 되었지만, 아직 나이는 성인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죠.”
“그게 중요한가요?”
앙드네드는 이해하지 못했다.
제법 많은 귀족 가문들은 조혼을 시켰고 어린 나이에 임신을 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가문의 존속만큼 중요한 것은 없었기에.
“잉태를 할 수 있냐 없냐가 더 중요한 것이…….”
“모험을 할 수는 없어요. 봄의 사제는 오랜 시간 명맥이 끊겼다가 이제 막 생겼으니. 혹시라도 모르니 성인식까지 기다려요.”
“음… 여신님은 괜찮다고 하시는 것 같은데…….”
그녀는 봄의 여신에게 가장 사랑받는 인간.
여신의 의지 정도는 어느 정도 눈치를 챌 수 있다.
다만, 목소리로 직접 의사를 주고받는 것이 아니다 보니 긴가민가했다.
“일단 나라부터 안정시키죠. 이 땅은 그동안 너무 많은 피를 흘렸어요.”
“네. 서방님의 뜻이 제 뜻이에요.”
그렇게 앙드네드를 달랜 리안은 황제를 상징하는 지팡이를 꽉 쥐었다.
지팡이는 상징물로 보헴 왕국, 트리아-헝그 왕국 그리고 알바 공국 및 리안에게 속한 공작령들의 상징물들에 기운을 받아들였다.
알바 공국이 독립해 버려 잉글슨 측에서는 상당히 심기를 불편하게 여겼지만, 어쩔 방법이 없었다.
만약 항의한다면 또다시 전쟁이다.
잉글슨은 리안이 부담스러웠다.
* * *
시간이 흘러 스랑 제국 아니 이제 스랑 공화국이 되었다.
율 대륙은 거대한 공화국의 탄생에 경악했다.
사실 입헌 군주제가 될 수도 있었는데, 황제가 삽질을 했다.
밀서를 써서 외국에게 지원을 요청했고. 수많은 왕국들이 그에 응했다.
왕도 왕이지만 귀족들의 등살에 병력이 파견되었다.
-최연소 장군 탄생. 너폴레옹 스랑 공화국을 구한 어린 영웅. <데빌즈 헌터>
이후 더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다.
외국의 군대를 이용해 자신들의 백성을 죽일 것을 계획했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낀 스랑의 국민들은.
-충격 속보. 스랑 제국의 황제 처형.
분노에 차서 황제를 죽였다.
이것으로 스랑 제국은 공화국이 되었다.
“이렇게 될 것을 예상했단 말인가?”
최연소 장군이 된 너폴레옹은 많은 이들의 축하를 받았지만, 마음은 찝찝했다.
자신은 정체불명의 인물에게 돈을 받았다.
문제는 그가 말하길 돈을 받은 사람은 많다고 했다.
“무서운 자들이다.”
정말로 공화국이 세워졌고. 자신은 보란 듯이 출세했다.
문제는 그들이 지원했다는 다른 청년들이다.
아니. 꼭 청년만 지원했다고 어찌 보장하겠는가.
“이걸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마음이 초조했다.
모든 이들이 경쟁자로 보이기 시작했다.
* * *
율 대륙이 한창 시끄러운 사이 리안은 동방에 와 있었다.
“거참… 일이 이렇게 흘러가네.”
지금 리안은 조선국의 왕좌에 앉아 있었다.
가 순신의 능력이 좋아도 너무 좋았던 탓이었다.
“감히 용왕의 신하를 끌어내리고 이 자리에 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느냐.”
리안은 조선국의 국왕을 무릎 꿇려놓고 꾸짖었다.
참고로 여기에도 쿠데타가 일어났었는데, 원래 왕을 끌어내리고 새로운 왕이 즉위했다.
어찌하다 보니 명분도 알아서 생겨 버렸다.
‘하여튼 이 게임은 통수 게임이지.’
뭐가 이리도 통수가 많은지.
동방, 서방 가릴 것 없이 반란이나 암살 따위가 너무 많았다.
사실 리안 원래라면 새어머니에게 죽을 목숨이었지만.
“주군. 인천항에 배가 들어왔습니다.”
그때 가순신이 귓속말을 해 왔다.
“크흠!! 그대는 왕의 자격이 없으니 처형하도록 하겠다.”
리안의 말에 대신들은 충격에 빠진 모양.
그렇다고 크게 항의하는 자는 없었다.
이미 도성은 가순신에 의해 완전히 장악된 상태였고. 가 순신은 백성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거기다가 이전 왕이 용왕의 신하였다는 말까지 퍼뜨리자 백성들은 수긍했다.
“저… 저기. 용왕의 신하이시여.”
대신 중하나가 급히 리안에게 고했다.
리안은 대전을 나가다 말고 말해 보라는 듯이 그의 앞에 섰다.
“이 나라는 어찌하옵니까.”
딱히 자세하게 생각하지는 못했다.
왕의 자리를 비워 두었다가는 골치가 아파질지도 몰랐다.
“음… 가 장군.”
“네. 주군.”
“아들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대충 이전 왕의 공주와 나이가 얼추 맞지 않나요?”
“그… 그렇긴 하온데…….”
“그럼 되겠네요.”
“무엇을 말이옵니까?”
“왕.”
리안의 말에 대전이 정적에 휩쓸렸다.
왕이라는 자리가 이리도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것이라는 건가?
더군다나 리안의 말대로라면 그 공주를 여왕으로 삼고 가 순신의 아들을 부군이 되어 실질적인 통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용왕의 신하이시여!! 이는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옵니다. 즁 제국의 뜻을 살필 필요가…….”
“내 가게 되면 물어보리다. 그곳의 황제에게.”
“……?!!”
리안이 말하자 모두의 눈에 경악이 가득 찼다.
아무리 용왕의 신하라 하더라도 하늘을 받드는 천자에게 직접 물어보겠다니.
“안 그래도 만날 볼 생각이었으니. 거기 천자라 불리는 자도 혼이 좀 나야 하니.”
다음에 이어진 말에 조선국의 신하들은 거품을 물기 직전이었다.
도무지 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그들은 알 수 없었다.
“내 항구에 다녀올 테니 그대들은 새로운 왕을 맞이할 준비를 해 놓도록. 아. 저기 저놈은 목을 잘라서 저잣거리에 걸어 두고.”
그리 말하고는 쌩하니 밖으로 나가 버렸다.
당연하게도 리안이 사라지니 병사들이 왕을 끌어냈다.
“놔!! 이거 놔라! 나는 이 나라의 왕이다!! 살려 주시오. 제발. 살려 주시오!!!”
그의 절규는 오래가지 않았다.
쿠데타에 성공에 기세가 좋던 신하들은 새로운 왕을 추대하기도 전에 새로운 왕을 모시게 되었다.
“주군. 정말 괜찮겠습니까?”
“문제가 없다는 것을 장군도 알고 있지 않나요?”
만약 외세라면 백성들이 들고일어날 테지만, 공주와 백성들에게 평판이 좋은 가순신의 아들이라면 문제가 없다.
많은 사대부들이 반대하겠지만, 그들은 충분히 힘으로 누를 수 있다.
아니. 이미 눌렀다.
왕도 별도의 절차 없이 목을 그어 버렸는데, 그들은 잘못 나댔다가 멸문당할 것이라는 본보기였다.
끼리리릭!! 끼리리릭!
항구는 북적거렸다.
제법 많은 배들이 몰려 왔는데, 커다란 배들의 출현으로 많은 이들이 놀랐다.
큰 배들은 대부분 수송선들이었다.
작은 배들도 보였는데, 다른 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을 뿐이지 조선국의 배들에 비하면 상당히 컸다.
더군다나 놀라운 점은 작은 배 다섯 척은 모두 철갑선이라는 점이었다.
그중 한 척은 가순신도 익히 알고 있는 형태.
“황제 폐하!!!”
고잉미샤호에서 가장 먼저 내려 리안에게 달려온 것은 다름 아닌 해리 78,900세였다.
“아니. 이곳에는 어쩐 일입니까?”
그의 얼굴은 상당히 들떠 있었다.
아마도 인어 아가씨를 피해 도망온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인어 아가씨가 임신할 수 있었던 것은 리안이 지팡구의 왕이 가지고 있던 옥쇄에 달린 붉은 실 덕분이다.
아무리 인어들의 특성이 강하다 해도 신물이 더 강력했다.
“혹시나 싶어서 와 봤습니다.”
“반란이 코앞일 텐데요? 이런 중요한 시기에.”
잉글슨의 귀족들은 충격적인 것을 목격했다.
바로 스랑 제국이 공화국이 된 것이다.
이게 왜 충격일까? 그 과정에서 수많은 귀족들도 죽었기 때문이다.
왕이 없다면 봉건제를 떠받드는 귀족도 없다.
“그래서 왔습니다. 돌아갈 때쯤이면 반란이 터진 이후일 겁니다.”
해리 공작도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 그가 하는 일은 알리바이를 만드는 것이다. 왕좌를 찬탈했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자금도 많이 필요할 것 같아 회수도 할 겸 해서 왔습니다.”
지팡구와 즁 대륙 쪽은 잉글슨과 밀라노정이 맡았는데, 해리 공작가의 지분도 상당히 섞여 있었다.
특히나 은과 금의 가치 차로 상당한 이득을 보았다.
“좋은 소식 기다리죠.”
“주군은 과거 롬 대제국의 영광을 누리실 것입니다.”
해리 공작은 그리 말하고는 커다란 배들을 이끌고 떠났다.
그럼에도 항구에는 여전히 커다란 배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밀라노정 가문의 것으로 그들도 리안에게 충성을 맹세한 상태였다.
그들의 깃대 가장 높은 곳에는 레온 제국의 깃발이 걸려 있었다.
리안은 신센롬 제국을 물려받으며 이름도 바꾸었다.
이를 두고 뭐라고 하는 이들은 없었다.
많은 국가들이 연방에서 이탈했기에 더는 신센롬 제국이라 부르기도 모호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그걸 따질 선제후도 남지 않은 상태였다.
“우리도 돈이나 벌러 가죠.”
“알겠습니다. 주군.”
리안은 가순신과 함께 고잉미샤호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