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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234화 (234/253)
  • 234화

    ##234

    발견되었다는 함대는 도망친 아르헨 공작이 아닐 것이다.

    누군지 예상이 되었다.

    우라질 후작.

    바다에서 그자를 본다면 욕부터 나올 것이다.

    해상 지휘 능력 A급에 승리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성격까지.

    심하면 멀쩡한 함선을 자폭까지 시켜 버린다.

    상대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깃발은 우라질 후작의 것이겠지?”

    “어떻게 아셨습니까?”

    A급 지휘관답게 머리 회전이 빠르다.

    리안이 도착할 때가 되었는데도 오지 않자 순찰 라인을 아래로 내렸을 것이다.

    “서둘러 매복한다.”

    리안이 급하게 항복을 권유한 것도 그 때문이다.

    낮은 확률로 우라질 후작이 저런 식으로 나올 것 같은 예감 때문에.

    그 낮은 확률이 적중했다.

    * * *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북상하던 아르헨 공작은 때마침 함대를 이끌고 남하하는 우라질 후작을 만나게 되었다.

    “반갑네. 후작!!”

    우라질 후작의 함대는 전열함이 없었다. 그 대신 무장 카락급으로 구성된 배가 80여 척을 보유 중이다.

    그는 화력이 아닌 전술로 상대하는 걸 좋아했다.

    대부분의 배들은 승조원이 적게 든 대신 기폭 장치가 달린 마나석을 싣고 있었다.

    “아르헨 공작님이 아니십니까. 그보다 꼴이 왜 그러신지.”

    “빌어먹을. 놈들에게 당했네. 남쪽에서부터 항구들을 점령해 오고 있었어.”

    “역시나. 시간이 지나도 오질 않고. 코파나 영지 쪽으로 정찰을 보내 봤지만 잡히는 것이 없더니.”

    그는 해적 출신으로 평민에서부터 후작까지 오른 인물.

    그만큼 능력 하나는 뛰어났다.

    “알았으면 어서 도와주게나.”

    “음… 그보다 어쩌다 당하신 겁니까?”

    “가면서 설명해 주겠네. 지금쯤이면 내 항구가…….”

    “설명 먼저. 아무것도 모르고 저더러 싸우라는 것입니까?”

    “후… 알겠네. 그러니까.”

    아르헨 공작은 리안의 함대 구성에 대해 설명했다.

    당연히 고잉미샤호에 대한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흥미롭군요.”

    우라질 후작이 턱을 만지작거리며 입꼬리를 올린다.

    “자. 어서 가세나.”

    “제가 왜 가야 합니까?”

    “그러니까… 동맹이지 않은가!”

    “동맹이라. 지금 공작님의 전력으로 동맹이라…….”

    “내겐 칙 공작령에도 병력이 있어! 그걸 빼 버리는 수가 있다고!”

    그 말에 우라질 후작은 고개를 좌우로 살랑살랑 흔들었다.

    “아니죠. 그 병력은 빼지 못할 겁니다. 그거라도 없으면 무슨 명분으로 항구를 되찾으시려고요.”

    “누가 항구를 빼앗겼다고 했나?!! 남신대륙에서도 제일가는 방어력을 가진 항구이네!”

    “과연 그럴까요? 그런 괴물 같은 사거리를 가진 마포라면 해안 포대는 무력화시킬 것이고. 해안포가 없으면 상륙은 쉬울 테니.”

    아르헨 공작은 이가 갈렸지만 겨우 참았다.

    생각해 보니 이 녀석은 해적 출신.

    절대 자신이 손해 보는 짓은 하지 않는다.

    “자네와 국경이 닿은 콘토트 영역을 넘기겠네.”

    “뭐. 그 정도 성의라면 이웃 영지끼리 못도와 드릴 것도 없지요.”

    콘토트 영역은 두 사람이 평소 기 싸움을 벌이던 곳이었다.

    이번 독립 전쟁이 발발하지 않았더라면 둘은 벌써 영지전을 벌여도 벌였을 것이다.

    “전군 항진하라!”

    후작이 망토를 펄럭이며 명령했다. 그런데…….

    “아니. 왜 이리 둘러 가는가?!”

    “학습 능력이 없으신 겁니까?”

    “지금 나를 모욕하는 건가?!”

    “우리의 숫자가 많다 한들 사거리가 차이 나는 적에게 돌격이라니. 나참. 더군다나 그 철갑선은 쾌속선으로 보인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며칠이고 숨바꼭질이라도 하고 싶은 게로군요.”

    “크흠…….”

    아르헨 공작이 입을 다물었다.

    곰곰이 살펴보니 우라질 후작의 함대는 대양으로 나와 크게 적을 감싸는 듯한 움직임이다.

    “포위망을 좁힌다.”

    우라질 후작이 통신으로 좌우 배에 명령을 내렸고 통신을 받은 배들은 다시 옆으로 전달했다.

    옆의 배가 겨우 보일 정도로 펼쳐졌던 진형은 조금씩 좁혀지며 아르헨 항구로 향했다.

    “후작님. 다수의 함선 발견했습니다. 이미 항구를 공격 중으로 보입니다.”

    가까이 가 보니 여러 척의 배들이 항구에 닿아 있었고. 병사들이 요새를 공략 중이었다.

    “어서! 후작. 지금 공격할 차례요.”

    “너무 성급한 것 같습니다. 그 철갑선은 보이지 않는군요. 그리고 전투함의 숫자도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는데.”

    “저 큰 수송선에 가려졌겠지. 그리고 전투함은 원래 얼마 없었소.”

    곳곳에는 연기가 자옥했고. 큰 수송선들 때문에 배들이 잘 보이지 않았다.

    “음…….”

    그때 병사 일부가 요새의 성벽 위에 올랐다.

    “시간이 없소.”

    “알겠습니다. 전군 항구로 접근해 적선과 함께 적들에게 포격을 가한다.”

    포위망은 별의미가 없어졌지만, 적들이 요새를 공략하고 있는 좋은 타이밍이다.

    지금 공격한다면 적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샤샤샤샤!

    우라질 후작의 함대가 즉시 항구로 가까이 붙었다. 그때.

    퍼버버버벙!

    갑자기 불을 뿜는 해안 포대들.

    후우우우웅!!

    포탄이 일제히 우라질 함대로 날아왔다.

    콰아아앙!

    정신없이 쏟아지는 포격에 함대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미 첫 공격으로 10척이 넘는 배가 침몰했다.

    “빌어먹을! 속았다.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공작님.”

    “그… 그게!!”

    요새를 점령하던 병사들도 가짜였다.

    성문이 열리더니 일부는 들어가 버리고 일부는 다시 승선했다.

    후우우웅!!!

    그 와중에도 해안 포대들이 포격을 쉬지 않았다.

    쾅쾅쾅!!

    쏟아지는 포탄에 한 척, 두 척 침몰한다.

    “후퇴한다!”

    급히 배를 돌리는 우라질 함대들.

    그들은 부랴부랴 항구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부지런히 이동했지만.

    퍼버버버벙!!!

    만의 입구 쪽에 떡하니 기다리고 있는 것은 전투함들이었다.

    그들은 길게 늘어져 도주하는 우라질 후작의 함대에 포격을 가했다.

    펑펑펑!!!

    그뿐만 아니라 항구 쪽에서는 몇 척의 전함이 꽁무니를 쫓아와 포격을 가했고.

    퍼퍼퍼퍼벙!

    해안 요새의 포격도 여전했다.

    콰아아아앙!!

    우라질 후작의 함대는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그의 특기인 자폭도 하지 못했다.

    항구의 출구인 만은 좁아서 한 번에 2~3척만 이동할 수 있는데, 다가가기도 전에 침몰했다.

    쿠아아앙!

    그 함선들이 침몰할 때 기폭 장치가 터져서 주변의 배들도 휩쓸렸다.

    연쇄적으로 뒤를 따라가던 배들도 폭발에 휩쓸렸다.

    완전히 엉망진창이었다.

    “항복한다. 하얀 깃바…….”

    우라질 후작은 항복을 하려 했지만.

    퍼어어어엉!!!

    그가 탄 기함도 화염에 휩쓸렸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포격은 멈출 줄을 몰랐고. 마지막 남은 배가 침몰하는 순간.

    휘이이이잉~!

    포격도 그쳤다.

    그야말로 압도적으로 적들을 소탕한 것이다.

    “대… 대단합니다.”

    뽀느노 백작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쪽의 피해는 거의 전무했고. 80척에 달하는 적들의 함선은 녹아내렸다.

    “운이 좋았어요. 항복을 받아 낸 백작님의 공이 큽니다. 국왕 전하께 보고할 때 꼭 첨부하도록 하지요.”

    “감사합니다. 공왕 전하. 이제 우라질 후작의 항구로 가는 것입니까?”

    “아니요. 우라질 항구에는 기뢰가 있습니다.”

    섣불리 상륙을 하려 했다가는 곤란하다.

    기뢰가 없는 길을 아는 사람은 우라질 후작뿐이다.

    그렇다고 다른 곳을 상륙해 봐야 남신대륙은 열대우림이 많아 기동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럼 칙 공작령으로 바로 가서 상륙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곳이 가장 병력이 많습니다. 싸우면 우리의 피해도 클 겁니다.”

    칙 공작령으로 가지 않았던 이유는 남신대륙의 귀족들의 병력을 모아놓았기 때문이다.

    최소 4만 이상의 병력이 모였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물론 이쪽은 정규군이었기에 싸울 만하겠지만, 그래도 숫자는 저쪽이 우위다.

    “그럼…….”

    “육상으로 이동해 내륙에 있는 도시들을 하나씩 칠 겁니다. 그럼 칙 공작령에 주둔한 병력들은 알아서 흩어질 거예요.”

    “아……!”

    확실한 우두머리가 없는 연합.

    자신들의 영지가 공격받으면 그곳의 병력을 부랴부랴 불러들일 것이다.

    그렇다고 함께 뭉쳐서 리안이 공격하는 곳에 오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영지로 돌아갈 것이 뻔했다.

    리안이 어디로 공격을 갈지 모르니 말이다.

    * * *

    리안이 예상한 대로 적들은 리안이 내륙으로 진출을 하자 빠르게 흩어졌다.

    처음에는 한데 모여 리안의 병력을 치자고 했으나 의견은 합일되지 않았다.

    당장 공격당하거나 당하기 직전인 영지들은 당장 자신의 영지로 병력을 이동시키길 원했고. 주변의 다른 영지들은 리안이 자신들의 영지로 방향을 틀까 두려워 섣부르게 이동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

    “선장. 첩보가 들어왔어. 서쪽에 1만. 북쪽에서 3만.”

    보고를 받은 리안이 지도를 살폈다.

    지금 리안은 강을 따라 서쪽으로 이동 중이었다.

    덩치가 작은 배들은 강에서도 운용이 가능하니.

    “생각보다 덜 흩어졌네.”

    “같은 수면 충분합니다. 공왕 전하.”

    뽀느노 백작이 리안에게 말했다.

    “제가 말했죠. 미래의 전쟁을 보여주겠다. 남서쪽 강을 타고 갑니다.”

    배들이 고잉미샤호를 따라 이동했다.

    하루.

    이틀.

    삼 일… 그리고 일주일.

    그렇게 하루하루 지나갈 때마다 다급해진 적들은 쪼개지고 다시 한 번 더 쪼개졌다.

    그렇게 적들을 몰고 다니다가.

    “여기가 좋겠네요.”

    더 이상 강으로 이동하기 힘들어지자 수륙양용이 가능한 고잉미샤호만을 대동한 채 완전히 육로로 올라섰다.

    퍼버버벙!!

    사통이 발달한 도시.

    그곳에 포격을 한 다음 3만의 병력으로 손쉽게 장악했다.

    * * *

    남신대륙의 가장 중심부에 위치한 곳.

    그곳이 장악당하자 모든 영지들이 오돌오돌 떨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이란 것은 리안이 배를 포기하고 육상 병력으로 이동한다는 점.

    이제 그들도 육로로 행군을 할 것이다.

    “어쩌면 좋습니까. 더는 병력을 쪼갤 수 없습니다.”

    “싸워야 합니다. 비록 질지라도 병력의 숫자를 줄여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일정 병력 이하로 떨어지면 저들은 이 험난한 남신대륙에서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테니까요.”

    개척이 안 된 남신대륙에서 소수로 움직였다가 게릴라를 당하기 쉽다.

    일단 리안의 병력부터 줄이자는 것으로 의견이 모이기 시작했다.

    “보고입니다!! 적들의 1만 병력이 서쪽으로 이동 중이라고 합니다.”

    “나머지 2만은?”

    “장악한 요새를 지킨다고 합니다.”

    잠시간 침묵.

    “병력 구성은?”

    “그것이… 아무래도 검은 땅의 노예들로 이루어진 부대 같습니다. 그리고 전 병력 마총으로 무장을 했습니다.”

    “뭐?! 마총이라고?”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마총이 비싼 무기이긴 하지만, 마총을 사용하기 위해선 마나 유저 이상이어야 한다.

    “오히려 잘되었지요. 근접전이 벌어지면 마총병들은 아무짝에 쓸모가 없습니다.”

    “마나 유저라 해 봐야 일반인과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고.”

    특히 집단전에선 무기가 더 중요했다.

    아무리 힘이 더 강하다 하더라도 리치가 긴 창으로 찔러 대면 어쩔 도리가 없다.

    “우리 병력이 12,000이니 해 볼 만합니다. 피해를 감수하고 일단 붙기만 한다면…….”

    그런데, 이런 회의는 다른 곳에서도 일어났다.

    4만의 병력이 쪼개진 것이니 그들도 1만의 병력이 따로 빠져나왔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아마 레올리라 백작이 이끄는 병력이 먼저 치겠지요?”

    “아마도 그럴 겁니다. 혹시 모르니 우리도 따라붙지요.”

    각 부대는 거리가 제각각이기에 지금 출발한다 해도 도착하는 시간은 다를 것이다.

    리안도 그걸 노리고 1만의 병력을 미끼로 던진 것이다.

    척척척!!!

    리안이 이끄는 검은 부대는 계속 행군했다.

    그러다가 1만2천여 명의 적들을 발견하고 평야 지대에서 진을 쳤다.

    “정말 괜찮은 것입니까? 공작 전하.”

    뽀느노 백작은 살짝 걱정이 되었다.

    전 병력이 마총으로 무장한 부대를 본 적이 없다.

    그러고 싶어도 마총 자체가 비싼 무기인 데다가 마나 유저도 흔하지 않다.

    1만 명만 무장시켜도 엄청난 비용이 깨진다.

    “못 보셨죠? 1만의 병력이 마총으로만 무장하면 어찌 되는지.”

    리안의 자신만만한 표정에 뽀느노 백작은 침을 꼴깍 삼켰다.

    따지고 싶었지만, 이미 해전에서 압도적인 위력을 보여 준 리안이었기에 그럴 수 없었다.

    더군다나 이벨 왕국의 병력은 아예 데려오지도 않았다.

    자신의 병력을 자신이 운용하겠다는데 어떻게 뭐라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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