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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228화 (228/253)

22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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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안이 세기바라 남작에게 요청한 것은 간단했다.

“L2 버전의 마총은 얼마나 개발되었나요?”

“이미 개발이 끝났고 개량 중인 상태입니다.”

마나 유저가 아니더라도 사용 가능한 초기 형태의 마총이 L1.

여기서 사거리와 위력을 조금 더 늘린 것이 L2 버전이다.

“L1 버전을 수출합니다. 라이선스 형태로.”

“괜찮겠습니까?”

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평등이란 것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이것이 스랑 제국에 널리 채택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그리고 고잉미샤호의 설계도는 분석이 끝났어요?”

“네. 그것도 이미 완료했습니다.”

“그럼. 맡겨 두고 갈 테니 개조 부탁드리죠.”

“알겠습니다. 전하.”

리안은 고잉미샤호를 병기창에 정박시키고 오토마차에 탔다.

리안의 주변으로 오토호스들이 호위했다.

오토마차는 관도를 따라 그대로 레온 백작령의 수도를 향했다.

마차 안에서 항법사가 물었다.

“정말. 마총을 판다고?”

“스랑 제국과 전쟁을 할 때 전투 중에 L1 일부가 그들에게 넘어갔을 겁니다.”

병사가 사용하는 무기가 적에게 노획당하지 않을 확률은 0에 가깝다.

저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분석을 했을 거다.

“일반인이 쏠 수 있는 마총. 구미가 당길 겁니다. 특히나 인구가 많은 스랑 제국은 이미 개발에 착수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럼 굳이…….”

“넘겨주는 쪽이 나아요. 그러면 개발을 따로 하지 않고 설계대로 생산을 할 테니.”

완성 설계도를 넘김으로써 오히려 연구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음… 그보다 스랑 제국이 L1으로 무장하면 정말 무서운 일인데…….”

“무섭죠. 그런데 걱정 안 해도 돼요. 무장이 끝날 때쯤에는 전쟁을 못 하니까.”

“그런데… 가도가 왜 이리 붐비는 거야?”

수도로 가는 길에 마차와 사람들을 꽤 많이 마주쳤다.

생각해 보니 가도는 석회로 포장까지 되어 있었다.

나중에는 단순한 포장이 뿐만 아니라 길 양측에 턱도 있고 장식도 보이기 시작했다.

푯말도 세워져 수도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표기도 되어있다.

“언제 이런 것까지 했지?”

리안이 레온 백작령에 돌아오는 것은 꽤 오랜만이긴 했다.

“음?!”

“헛!”

리안과 항법사는 거의 동시에 입을 쩍 하니 벌렸다.

원래라면 레온 백작령의 수도는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런데, 성벽 너머까지 건물들이 즐비한 상태.

가도는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었고. 건물들도 3~4층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이게 무슨…….”

마차가 도시 안으로 진입했다.

원래라면 이곳은 허허벌판이어야 정상.

투트트트트…….

오토마차가 속도를 줄였다.

깔끔한 거리로 사람들이 북적이며 다녔기 때문.

물론 중앙의 거리는 부유선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넓었기에 오토마차가 멈추는 일은 없었다.

“멈추시오!!”

도시의 중간쯤에는 옛날의 수도 경계인 성벽이 있었다.

그곳을 통과하려 하니 마차를 세웠다.

“공왕 전하께서 타고 계신다.”

리안이 창문 밖으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얼굴을 보여 줬다.

얼굴을 확인한 문을 지키던 경비병이 급히 군례를 올렸다.

“충!!”

이곳의 주인은 누가 뭐라 해도 리안.

당연히 모든 문지기들은 리안의 얼굴을 숙지하고 있었다.

문을 지키던 자들이 급히 길을 터 주자 오토마차는 다시 출발했다.

“거참…….”

리안은 성벽 안을 보고서 다시 놀랐다.

성벽 밖도 웬만한 도시보다 번화했는데, 안은 훨씬 더 발전했다.

“이게 무슨…….”

항법사도 상당히 놀란 모양.

이곳은 기본이 4층 건물이었고. 공방들도 꽤 많이 보였다.

이 정도면 웬만한 나라의 수도보다도 훨씬 발전해 보였다.

아니. 건물들을 정비했는지 훨씬 더 깔끔했다.

“오라버니!!!”

영주성에 도착하자 여동생 나탈리아가 마중 나와 있었다.

성문에서 미리 언질을 준 모양이다.

“많이 컸구나.”

리안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역시 어린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컸다.

그래도 여전히 어린아이였지만.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전하.”

나탈리아의 친모인 마스쥬가 리안에게 고개를 살짝 숙였다.

“작은어머니도 영지를 관리하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아무리 나탈리아가 천재라고 해도 어린아이다.

사람들을 만나고 조율하는 등의 일은 쉽지 않다.

“제가 고생할 게 뭐가 있겠나요. 딸 아이가 다 한걸요.”

“그보다 정말 많이 바뀌었네요. 잘했어. 나탈리아.”

“사람들도 넘쳐나고. 돈도 넘쳐나는데. 이 정도도 못 하면 바보지.”

스랑 제국의 전쟁으로 난민이 많이 발생했을 거다.

그 난민을 받아들여 인구와 노동력을 확보했을 거고.

만가 섬과 진토닉의 수출로 상당한 돈이 계속 유입되었을 거다.

그렇다 해서 그 두 가지로 이렇게 개발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못하는 사람이 바보가 아니라 할 수 있는 사람이 천재인 것이다.

“여기서 이럴 것이 아니라 얼른 들어가죠.”

“오라버니. 내가 안내할게!”

나탈리아가 작은 손으로 리안의 손을 잡고 앞장섰다.

영주성도 이전에 비해 상당히 많이 바뀌었다.

“진짜. 예전과 같은 곳이 맞는지…….”

촌티가 풀풀 날리던 예전 영주성에서 완전히 환골탈태했다.

이제는 공왕의 궁전이라 해도 부끄럽지 않을 수준.

“오라버니 방은 여기야!”

리안의 원래 방을 넓혀서 최고급으로 비싼 가구들로 꾸며 놓았다.

“잘 머물지도 않는데 이렇게…….”

“왕 체면 있지. 더 꾸미고 싶었는데…….”

아마 예산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도시의 발전도만 해도 이쪽으로 넘어온 돈을 아득히 초과했다.

세금을 거두는 족족히 도시 발전에 투입시키는 듯 보였다.

물론 보유금이 있겠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보유금. 유사시에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해.”

솔직히 침실이 너무 넓어서 부담스러웠다.

침실도 침실인데, 침실로 가기 전의 거실도 상당했다.

욕실은 화장실과 분리되어 있었고. 당연히 마도구를 이용해 수세식으로 꾸며 놓았다.

리안이 묵어 본 방 중에 전생을 포함해 이 정도로 화려한 곳은 없었다.

“고마워. 나탈리아.”

“우웅!”

여동생은 칭찬에 기분이 좋은지 얼굴이 불그스름해졌다.

“다른 곳도 구경시켜 줄래?”

“응!”

짐을 대충 풀어 놓고 궁전을 구경했다.

방금 도착해서 딱히 급할 것도 없어서였다.

“저긴 뭐야?”

그러다가 정원에 작은 건물이 보였다.

“별궁이야.”

리안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나하고 어머니가 지내는 곳.”

“구경시켜 줄래?”

“조금. 부끄러운데. 웅.”

그녀는 리안은 그녀를 따라 별궁이라 불리는 곳으로 갔다.

성도 넓은데 굳이 따로 별궁을 만든 것은 정원이 좋아서인가 싶었는데…….

“여긴… 왜.”

수수하기 짝이 없었다.

하급 귀족들이 살 법한 곳.

이 커다란 도시를 다스리는 자가 머물 곳이 아니었다.

“나는 이곳의 주인이 아닌걸.”

레온 백작령은 레온 공왕의 집.

그렇기에 궁 안에 따로 방을 마련하지 않고 이렇게 작게나마 따로 만든 것이다.

“오빠가 이 땅의 주인이면, 동생인 너도 이 땅의 주인이지.”

“아니야. 나중에 오라버니도 결혼을 해야 하고.”

“후… 괜찮으니까. 네 방도 성안에 만들어. 그걸 보고 뭐라 하는 사람이 있으면 오라버니가 쫓아 버릴 테니까. 그게 새언니라 하더라도.”

“정말……?”

아마도 작은 몸으로 집무실과 이곳을 오가는 것이 힘들었을 거다.

“웬만하면 집무실 옆에. 그것도 내 방만큼 돈을 들여. 너는 이 공국의 내정을 책임지는 사람인데, 대우가 좋지 않으면 이 오라버니가 욕을 먹어.”

“미… 미안해. 그건 생각 못 했어.”

리안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도시 개발과 내정에는 천재적인 재능을 보였지만, 어떤 부분은 아직 어린아이처럼 보였다.

“다른 곳도 구경시켜 줄래?”

“꺄악!”

리안은 그녀를 들어 올려 목마를 태웠다.

성이 생각보다 넓어서 다리가 아플 거다.

그럼에도 굳이 이렇게 안내를 받는 것은 여동생과 친해지기 위해서였다.

* * *

리안은 궁전에 머물며 뒹굴거렸다.

부지런히 돌아다닌 것은 딱 첫날뿐.

“오라버니. 매일 그렇게 방에서 누워만 있으면 배 나온다.”

“흐아아암~ 봐주라. 그동안 너무 돌아다녔더니…….”

“이얍!!! 일어나. 밥 먹으러 가자~~!”

결국 동생에게 이끌려 식당으로 향했다.

그러다 고용인이 리안에게 달려와 알렸다.

“스… 스랑 제국에서 사신이 왔습니다!!”

“오호~ 벌써?”

이제 리안도 왕이란 타이틀이 있었기에 영업을 위해서 직접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아무리 가장 급이 떨어지는 공왕이라도 무게가 있으니.

“밥은 나중에 먹자.”

“힝~ 알겠엉.”

여동생은 생각보다 바쁜 일과를 보냈다.

그 바쁜 시간을 겨우 쪼개어 리안에게 밥을 먹으러 온 것이라 조금 미안했다.

“이리로 안내하세요.”

리안은 대전으로 부르지 않고 자신의 방으로 불렀다.

딱히 대전에 불러 봐야 이곳의 신하들과 의논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전하. 대 스랑 제국 외무부의 볼티노 백작이라고 합니다.”

리안을 보고 깍듯이 예의를 차리는 귀족.

그는 리안의 프라이빗 공간으로 초대된 것에 매우 감격했다.

아무리 침실과 분리되었다고 해도 왕의 주거하는 거실에는 아무나 초대받지 못하기에.

“네. 반가워요. 이리로 앉으세요.”

리안은 웃으며 소파에 아무렇게나 앉았다.

“배려에 감사드리옵니다. 전하.”

“그래서. 스랑 제국 측은 내 제안을 어찌 생각하나요?”

리안은 딱히 신변잡기 따위를 하지 않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우리 스랑 제국에 제안을 보내 주셔서 황제 폐하께서는 매우 기뻐하셨습니다. 동시에 간악한 잉글슨만 아니었다면 더 돈독한 사이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하셨습니다.”

“영원한 아군이 없듯이 영원한 적도 없으니 앞으로 차차 신뢰를 쌓아 가면 되겠지요.”

“그러하옵니다. 우리 스랑 제국은 그런 의미로 전하께서 제시하신 L1의 라이선스 생산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리안은 활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 돈 비가 내리는 소리가 벌써부터 들리는 것 같네.’

“그리고 비용 또한 제시한 그대로를 받아 드릴 것입니다. 다만…….”

“다만?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생산 설비를 갖추는 데 시간이 걸리니. 완성품이 있다면 그걸 받아가고 싶습니다.”

스랑 제국은 여전히 전쟁 중이다.

아직도 로이센 왕국과 신센롬 제국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잉글슨에선 계속 로이센에게 전쟁자금을 대주고 있으니 쉽지 않은 전쟁이다.

“그렇군요. 재고가 1만 정이 있으니 부유선을 보내면 실어 드리지요.”

“감사드리옵니다. 대금은 보내드리는 부유선 편으로 즉각 지불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양측은 계약서에 사인을 교환했다.

여유가 생긴 볼티노 백작.

“참으로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마치 공왕 전하처럼 젊음이 넘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구경이라도 하시겠습니까? 이 몸이 안내를 해 드리죠.”

“아닙니다. 빨리 본국으로 돌아가 봐야 해서.”

스랑 제국은 아마 난리도 아닐 거다.

아직 리안과 치른 전쟁도 제대로 수습을 못 하고 있을 거다.

“네. 그럼 살펴 가세요.”

그렇게 스랑 제국을 보내고 나니.

얼마 가지 않아 잉글슨에서도 찾아왔다.

“전하. 잉글슨의 외무성 소속 호로섹 백작이옵니다.”

잉글슨도 역시나 리안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리안은 이번에도.

“생산해 둔 2만 정을 가져가세요.”

사실 비축된 L1 마총은 4만 정이었다.

스랑 제국보다 잉글슨에 더 많은 분량을 넘겼다.

“이걸로 숨통이 좀 트일 것 같습니다. 로이센 군은 지금 병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거참. 안타깝네요.”

그런 리안을 보며 호로섹 백작은 속에 천불이 나는 것 같았다.

‘미친놈아!! 네가 나서서 병력을 갈아 마셔서 그리되었잖아!’

다만 내색은 딱히 하지 못했다.

“아. 그리고. 우리 잉글슨에서 이번에 신형 함선을 건조할 계획입니다. 스랑 제국 측에서 해군의 군비를 올린다는 소문에 우리는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스랑 제국도 참 대단했다.

오랜 전쟁으로 휘청거리는 것 같아도 돈은 또 어디서 그리 나는지.

“스랑 제국의 민생이 개판이 되었다고 하던데 그럴 돈이 있으면 백성들이나 챙길 것이지.”

“그러게 말입니다. 스랑 제국은 참으로 악의 국가입니다.”

리안은 적당히 호응을 해줬다.

“그래서 말인데… 연구소에서 공왕 전하의 기함인 고잉미샤호를 분석했으면 한다는… 물론 공짜는 아니옵고.”

“아. 그거요? 이거 가져가세요. 우리 쪽에서 분석이 끝났습니다.”

리안은 고잉미샤호의 설계도를 넘겼다.

당연히 적당히 완벽한 설계도는 아니었다.

물론 이것만 해도 잉글슨 측에서는 감지덕지일 것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처음부터 설계를 하는 것보다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거다.

“감사드리옵니다. 전하. 보상은…….”

“됐어요. 잉글슨의 해군이 스랑 제국에 뒤처지는 것은 못 볼 꼴이니까.”

당연히 리안의 의도는 그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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