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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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센롬 제국은 갈대밭이 있는 쪽으로 병력이 치우쳤다.
당연 로이센 왕국은 그곳을 향해 꿋꿋하게 전진했다. 마치 감정이 없는 노예병처럼 보일 정도.
츠츠츠츠!!!
두 병력이 점점 가까워질 때쯤.
퍼버버버벙!!!
어디선가 광음이 들려왔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날아온 마포알.
트트트트!!! 끄아아악!
볼링공처럼 마포알은 로이센 군을 쓸고 지나간다.
몸이 분리되고 찢겨 나갔다.
“어디서 날아오는 거야? 우리 포병대는?!”
“갈대숲!! 갈대숲이다!!”
로이센 군의 포병들이 따라오고 있긴 했다.
이제 부랴부랴 설치하려는 중.
“포병은 전쟁의 신이다.”
당황하는 로이센 군을 보며 리안이 말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쏘다니…….”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거죠.”
리안이 살던 시대에는 포병이 직접 관측하고 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사거리가 점점 멀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너무 멀어서가 아니라 갈대숲 때문에 시야가 가려졌기 때문.
리안은 통신 마법사들을 최대한 활용했다.
“이런 생각을 다 하시다니. 대단하십니다.”
“이제 압박을 시작하죠.”
리안이 명령내리자 신센롬 제국의 병력도 앞을 향해 전진했다.
로이센 군에 비해 그들은 인간미가 넘쳤다.
두려운 기색이 얼굴에 드리웠다.
다만, 두려움을 참고 꿋꿋이 나아갔다.
그들은 지금 소속감을 느끼는 중이다.
츠츠.츠르르르.츠츠.
군악대가 열심히 드럼을 치며 독려했다.
“겁도 없이 우리 쪽으로?”
로이센 국왕 프리들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동안은 몇 번 두들겨 주면 모래성처럼 무너지며 도망가기 바빴던 군대가 신센롬 제국의 병사들이었다.
자리를 지키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얼간이들.
그런 그들이 속보로 전진 중이었다.
퍼버버버벙!!
그때 또다시 마포 사격이 휩쓸고 지나갔다.
“전열을 지켜라!!! 곧 있으면 우리 포대도 설치된다.”
로이센은 포격에 제대로 쓸렸지만, 빈 곳을 속속히 채웠다.
율 대륙 최정예다운 모습이다.
“대왕! 적이 산개합니다!”
“뭐?! 감히 누구 앞에서 산개를 한다고?”
퍼버버벙!!!
그 와중에 적의 포대는 또다시 로이센 군을 휩쓸었다.
야금야금 피해가 누적되는 중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로이센군의 포대는 설치 중.
“젠장! 기병들에게 갈대숲을 뒤져서 포대를 부숴 버리라고 해! 그리고 우리도 전진한다.”
“알겠습니다.”
* * *
갈대숲에는 1만에 가까운 로이센 군의 기병들이 숨어 있었다.
그들은 명령이 내려오길 기다렸다.
“북부에서 온 그대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한다.”
5천이 조금 넘어가는 북부의 기병대들.
그들은 붉은색이나 갈색 머리가 많았고. 몸도 다른 이들에 비해 머리 하나가 더 큰 경우가 많았다.
한때 율 대륙을 공포에 떨게 하던 바이킹의 피가 섞인 자들.
“그 신센롬 제국의 지휘관 놈이 시엘라를 썼다던데.”
“겁이 없는 놈이군. 우리 선조도 전우에게 시엘라는 쓰지 않았는데.”
초창기엔 전우에게 시엘라를 썼지만, 동료가 죽기라도 하면 광전사로 변하거나 급격히 정신력이 소모된다.
그렇기에 없어져도 한참 전에 없어진 행태다.
“그럼. 많이 죽이면 되겠네.”
사람의 생각이란 것은 비슷했다.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갈대숲에 숨겨진 포탑을 부수면 된다.”
“그것이 끝나면 적 보병을 들이쳐도 되는가?”
“상관없다.”
그 말이 끝나자 북부에서 온 자들이 오토호스를 몰기 시작했다.
갈대숲에 포대를 숨기다니 기묘하긴 했지만, 오토호스는 빠르다.
금방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투타타타타!!!
오토호스들이 달렸다.
그런데 털이 삐쭉삐쭉 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타다다다당!!!
갈대숲에서 갑자기 이상한 복장의 남자들이 나타나 마총을 갈겼다.
“뭐… 뭐야?!”
“쪼… 쫓아!”
방향을 틀고 추격을 하려는 순간 그들은 꽁지가 빠져라 도주했다.
기껏 가 보면 이미 사라진 후.
그러다 또 이동하면.
타다다당!!
또다시 나타나 마총을 쏘고 도망가 버리는 이상한 복장의 남자들.
“뭐야!! 저놈들은!!!”
“피해가 너무 큰데?!! 일단 뒤로 빠져서 재정비하자고.”
“젠장. 그러자.”
북부에서 온 자들은 지휘권이 일원화되지 않았다.
기사들이 자신의 기병들을 데리고 합류한 상태다.
타다다당!!
뒤로 물러나는 그들을 향해 집요하게 총탄을 쏟아붓는 신센룸 제국의 레인저들.
제대로 싸우지도 않고 몇백의 기병들이 녹아내렸다.
기병 하나가 다섯에서 열 명의 보병까지도 상대할 때가 있지만, 지금은 반대의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
“아니. 저딴 놈들에게 우리가 도망쳤다고?”
“정규군 복장도 아니었어.”
“빌어먹을. 이러다 우리 평판만 깎이는 거 아니야?”
그 말에 모든 기사들의 눈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이들은 평판으로 먹고사는 자들이다.
말 그대로 평판이 있어야 주군을 모시던, 누군가에게 고용이 되든 할 것이니.
“가자!! 이번엔 흩어지지 말고 뭉쳐서 간다!! 숨어서 쏘건 뭐건 뚫고 지나간다.”
이 와중에도 마포 소리는 요란했다.
일단 포대부터 어찌해야 할 것이다.
* * *
로이센의 포탑이 완성되자 곧장 프리들 국왕에게 보고되었다.
“포대가 완성되었습니다. 어디로 쏩니까?”
“저기. 아니… 저기…….”
빠르게 판단하고 행동하던 프리들 국왕이 오늘따라 머뭇거렸다.
적의 보병은 산개한 상태.
쏴 봐야 경미한 피해만 있을 것이다. 어디 마땅히 쏠 곳도 없어 보인다.
“도대체 어떻게 돼먹은 거야.”
그 와중에 로이센 군의 밀집 부대가 평소처럼 신센롬 제국에게 뭉쳐서 들어갔다.
타다다당!!
그런데, 신센롬 제국의 보병들은 마총을 갈기고는 그대로 도주했다.
무질서한 도주처럼 보였지만.
척척척!!
그 뒤로는 다른 대대가 길게 늘어서 있었다.
쫓아가던 로이센 군은 또다시.
타다다당!!
마총 세례를 맞았다. 그 뒤는?
“도망가!!!”
뒤도 안 돌아보고 또 도망갔다.
웃긴 것은 아까 전 도망갔던 부대가 재장전을 마치고 다시 줄을 맞추고 있었다.
퍼버버벙!
그 와중에 또다시 쏟아지는 신센롬 제국의 포탄들.
산개한 적들과 달리 뭉쳐서 한 번에 몰아치는 로이센 군의 특징상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우리 기병들은 뭐 해? 어째서 아직 저것들을 치워 버리지 못한 것이지?”
갈대숲이란 특성.
오히려 기병에게 더 유리한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했다.
기동력에서 오는 거대한 충격을 갈대로 인해 코앞까지 와도 눈치를 채지 못할 것이기에.
* * *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젠장!! 늪지입니다.”
“우회한다!!”
갈대숲의 땅은 단단하지 못했다.
오토호스의 기본 원리는 부유선과 비슷하지만, 단단한 땅 위를 이동하게 기본값이 정해져 있기에 물도 아니고 단단한 지면도 아닌 곳을 만나게 되면 심하게 요동치게 되어 있다.
기수가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그대로 바닥에 처박힌다.
철퍼덕!
오토호스의 주둥이가 땅에 꽂혀 그걸 빼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자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그때.
샤라라락!
갈대들이 쓰러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적 기병대입니다!”
신센롬 제국의 기병대가 갈대숲을 뚫고 나왔다.
“천사가 왔다. 개 같은 놈들아!”
그들의 이름은 윙드 후사르.
율 대륙에서 가장 명성이 높은 기병대였다.
등 뒤에 날개 장식이 가장 인상적이다.
이들이 이끄는 기사들은 대부분 바람 계열의 대기사들이었다.
“반격한다!!”
숫자는 로이센 군이 많았지만, 문제는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자들이 너무 많았다.
더 웃긴 것은.
스아아아~!
신센롬 제국의 기병들은 그 늪지를 아무렇지 않게 이동하며 로이센 기병들의 목을 수확했다.
이것은 오토호스 자체가 달랐기 때문이다.
말의 영혼을 뽑아서 오토호스에 이식한 에고 오토호스가 아닌. 진짜 순수한 실력으로 오토호스를 운전하는 자들이 윙드 후사르들이다.
원래라면 바다를 항해하는 부유선과 같은 원리인 오토호스가 늪지를 만났다 해서 저리 허우적거리는 것이 이상한 것이다.
“후퇴해야 합니다.”
“이미 엉켜 버렸어.”
그때였다.
로이센 기병들 뒤로 또 한 무리의 병력이 나타났다.
프리들 국왕이 진전이 없자 추가로 기병을 더 밀어 넣은 것이다.
그들은 곧장 북부의 기병들을 구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투트트트!!!
별도의 명령이 필요하지 않았다.
로이센의 교리가 교전 중인 아군을 발견하면 명령 없이도 즉시 공격하라는 것이니.
퍼버버벅!!
로이센의 추가 기병들이 신센롬의 옆구리를 들이쳤다.
아무리 윙드 후사르라 하더라도 측면 그것도 자신들보다 많은 적들에게 공격당한다면 버틸 수 없다.
“후퇴한다.”
공격을 받은 신센롬 제국의 기병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젠장!! 도와줘.”
윙드 후사르가 떠난 자리에는 막심한 피해를 입은 북부의 기병이 남았다.
남은 그들은 로이센 왕국의 기병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부상자들도 많았고. 자력으로 늪을 벗어나지 못하는 자들도 많았다.
“저런 얼간이들.”
기병대장은 인상을 찌푸리며 부하들을 풀었다.
한시라도 빨리 적의 포대를 무력화시켜야 하기에 최소한의 구호 조치만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퍼버벙벙!!
평야에 있는 로이센 보병을 향하던 포격이 자신들에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끄아아악!
구조를 하느라 이리저리 얽혀 있었는데, 그야말로 일제사격 한 방에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포탄 단 한 발에 열 명씩 쓸려나가기도 했다.
“제기랄! 포병이 먼저다.”
결국 로이센의 군대는 구호를 포기하고 즉시 병력을 추슬러 적 포대의 예상 지역으로 달렸다.
차르르륵!!! 펑!! 펑!!!
그런데, 달리는 도중 설치된 함정에 의해 일부 기병들이 꼬꾸라졌다.
타다다당!!
혼란을 틈타 다시 레인저들이 출몰해 괴롭혔고.
“늪지입니다!!”
중간중간 늪지가 가로막아 둘러가야 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또 레인저가 나타나 발목을 붙잡았다.
* * *
로이센의 국왕 프리들은 속이 타들어 갔다.
“도대체 기병들은 뭘 하는 거야?”
보병 간의 전투는 점점 치열해졌다.
신센롬 제국의 보병들이 치고 빠지며 약을 올리듯 전투를 하고 있지만,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보병 간의 교환비는 얼추 비슷하게 떨어졌다.
아니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도 신센롬 제국의 피해가 더 심했다. 그러나.
퍼버버벙!!!
적 포대의 포성이 들릴 때마다 수십 명씩 쓸려 나갔다.
전체적으로 보면 로이센 군의 피해가 더 컸다.
“우리 포대는?”
“예열이 끝났습니다.”
“빨리 쏴!!!”
결국 로이센 군도 포대 설치가 끝났다.
미리 설치해 둔 신센롬 제국과 달리 로이센 군이 더 많이 전진했기에 포대를 미리 설치할 수는 없었던 상황.
펑!! 펑!!! 펑!!!
로이센 군의 포대도 불을 뿜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훨씬 파괴력은 미미했다.
그럴 것이 적들의 라인은 얇고 산개되어 있었다.
그들은 밀어붙이면 그대로 도주해 2선의 병력이 싸우고를 반복했다.
“획기적인 전략입니다!!”
신센롬 제국의 부사령관다운 백작이 감탄을 터뜨렸다.
무서운 결집력을 가진 로이센의 전술이 빛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전장이니까 먹히는 겁니다. 원래라면 박살 나는 것은 우리겠지요.”
포병이 활약하고 있으나 보병의 실력 차로 인해 피해는 거의 비슷하게 나고 있었다.
갈대숲도 상황은 비슷할 것이다.
레인저 개개인은 기병보다 약하다.
갈대숲이란 환경을 이용해 악착같이 버티고 있는 것이다.
“슬슬 병력을 갈대숲 쪽으로 미세요. 그리고 버팁니다.”
이제 더 이상 물러나기 힘든 상황이다.
계속 뒤로 빠지며 전투를 하다 보니 진형이 엉망이 되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안색이…….”
“아직 버틸 만해요. 콜록!! 콜록!!!”
리안이 입에서 피를 토했다.
“신관!!! 신관을 불러라.”
다운 백작이 급히 사제를 찾았다.
대기하고 있던 사제가 리안의 곁으로 왔다.
“무리하시면 안 됩니다. 안정이 필요합니다.”
리안의 마나가 상당히 뒤틀린 상태. 결국.
“끄으으읏!!”
발작을 하며 쓰러졌다.
신관은 급히 신성 마법을 퍼부으며 리안을 안정시켰다.
이제는 코피까지 주르르 흘리는 리안.
“편히 쉬십시오. 공왕 전하. 부족하지만 제가 지휘하겠습니다.”
“끅. 버티세요. 버티면… 으으윽!!”
결국 리안은 눈을 까뒤집으며 정신을 잃었다.
그걸 지켜보던 다운 백작은 경의를 표하고는 지휘봉을 잡았다.
“3연대. 4연대부터 순차적으로 움직인다.”
보병들은 밀리고 밀려 갈대숲 앞까지 이동했다.
이제 그들은 더 이상 도망치지 않았다.
자리에 버티고 서서 마총을 장전했다.
“우리는 시엘라!!! 공왕 전하를 배신하지 말자!”
제법 많은 수가 죽었다.
갈대숲 안에서도 전투가 진행 중이라 했다.
병사들도 알고 있는 것이다.
리안이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