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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205화 (205/253)

205화

##205

소규모 전투. 이동. 소규모 전투. 견제.

이렇다 할 큰 전투는 없었다.

다만, 샤로트가 이끄는 군대는 스랑 제국의 군대보다 열악한 길을 선택했기에 조금 느렸다.

뒤처질 때마다 소규모 전투로 괴롭히며 속도를 늦추고 그 시간에 주력은 더 전진하는 식.

“적들이 평원 지대에 들어섰습니다.”

“음…….”

샤로트가 손톱을 뜯으며 생각을 했다.

“우리도 얼른 가서 대치하죠. 대치만.”

적들은 오히려 평원에서 대회전을 펼치고 승부를 보고 싶어 했다.

이렇게 평행선을 그리며 따라붙는 샤로트의 군대가 매우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계속되는 소규모 전투에 행군 속도가 더뎌지니 속이 타들어 갔다.

투투투투투~ 타르르르르~

드럼 소리에 맞춰 평원에 대군이 집결하기 시작했다.

샤로트는 절묘하게 진을 짰다.

평원이라 해서 완전 평지는 아니고 언덕들이 존재한다.

이 언덕들을 이용해서 교전 거리를 짧게 만들었다.

모든 병력이 마총으로 무장하였지만, 사거리가 짧은 것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당연히 이 진형으로 적들이 들어온다면 무조건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적들의 진형이 뒤로 빠집니다!”

스랑 제국군은 이 평원에서 한없이 대치만 할 수 없기에 물러났다.

“우리도 전진.”

샤로트는 그럴 때마다 따라서 전진했다.

지형은 잘 관찰하며 적들이 달려들 수 없게.

그런데.

“샤롯! 저기. 기병이 오는데? 대략 3천 기.”

해적 중 하나가 샤로트에게 말했다.

짧게 샤롯이라 발음하는 걸 봐선 평소 친하게 지내던 해병대로 보인다.

“오오옷!!! 공격!! 전군 돌격입니다.”

샤로트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저것은 스랑 제국군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을 해 보고…….”

“그땐 늦어요. 스랑 쪽도 저 기병이 오는 걸 봤을 테니. 적들이 접근하는 각도를 봤을 때!! 저건 도련님이에요.”

걸음걸이를 보고 사람을 알아보듯. 기병의 운용을 보고 리안임을 확신하는 샤로트.

“에잇. 모르겠다.”

샤로트에게 와 있던 연대장이 옆에 있던 신호병의 뿔피리를 빼앗았다.

뿌우우우우~!!!

그는 있는 힘껏 돌격 나팔을 불었다.

갑작스러운 명령에 다들 어리둥절했지만…….

“짜식들아!! 돌격이다. 돌격!!”

“가자. 돌격하라면 하는 거다.”

“전진!! 저건 승리의 나팔이다.”

리안과 함께 붙어 있는 시간이 길었던 해적들이 연대장이나 백인장으로 있다 보니 단번에 돌격 명령을 내렸다.

그들은 명령대로 행동해서 실패한 경험이 없다.

그러니 뜬금없는 명령에 곧장 반응을 한 것이고. 뜬금없는 명령이라면 리안이었다.

와아아아아!!!

적정한 거리에서 따라붙던 샤로트의 군대가 갑작스럽게 돌격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제껏 라인 배틀을 위해 줄지어 이동했었지만, 지금 그딴 것은 보이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다 죽어 가는 좀비였다면, 이제부터는 인간을 발견하고 사냥에 나서는 좀비처럼 보였다.

“뭐… 뭐야?!”

스랑 제국의 사령관은 갑작스럽게 무분별한 돌격을 감행하는 샤로트군을 보고 당혹스러워했다.

새로 등장한 기병이 아직 적인지 아군인지도 분간이 안 가는 상황.

“적이다! 저 기병들은 적이다. 대열!! 대열을 유지하라!! 3연대와 4연대는 방향을 틀어라.”

리안의 기병이 합류했음에도 여전히 숫자는 스랑 제국군이 많았다.

다만, 리안의 기병이 너무 절묘하게 치고 들어왔다.

“기병대를 내보내라.”

“늦을지도 모릅니다.”

새로 등장한 기병대는 갑자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스랑 제국의 기병대가 그들을 견제하기 이동했다.

파바바바박!!!

당연히 리안은 그것을 예측하고 동선을 잡았기에 먼저 적 보병을 뚫고 들어갔다.

더군다나 연대로 움직이는 파르시오 대형은 유연하지 못했다.

“뚫고 간다!!!”

리안은 적들의 약점을 뚫고 그대로 적진을 관통했다.

샤로트 군대를 견제하기 위해 짜여졌던 진형이었기에 속수무책으로 뚫렸다.

허리가 순간적으로 잘리자 병사들은 패닉에 빠졌다.

앞에서는 적들이 돌격해오고 등 뒤에선 적 기병대가 날뛰었다.

언제 다시 기병이 돌아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적의 돌격을 막아 내야 했다.

탕!!! 탕!!

결국 스랑 제국의 마총병들은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유효 사거리가 아님에도 산발적으로 마총을 쐈다.

“빌어먹을 누구야?!!”

지휘관이 질책을 했지만 늦었다.

몇 발의 총성이 전염되어.

타다다당!!

마구잡이로 마총을 쏘기 시작한다.

어이없을 정도로 명중률은 형편없었고.

타다다다당!!

오히려 샤로트의 군대는 적정거리에 멈춰서는 여유 사격을 하며 전진하기 시작했다.

사거리도 짧고 위력도 약했지만, 스랑 제국의 병사들은 집단처럼 쓰러지기 시작했다.

퍼버버벅!!

사기가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하급 지휘관들은 전장을 보며 수시로 지휘부를 바라봤다.

‘이대로는 전멸이다.’

이쪽도 빨리 돌격 명령을 내려야 한다.

적들은 전 군이 마총으로 무장했다. 반면 이쪽은 창병의 숫자가 더 많다.

그나마 이쪽 마총의 긴 사거리도 이제 의미가 없어졌다.

타다다당!!

재장전을 마친 적들이 다시 마총을 발사했다.

그제야 지휘부에서 명령이 떨어졌다.

“돌격!! 돌격하라. 적들은 창병이 없다.”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던 창병들이 눈물을 머금고 샤로트의 군대로 돌격했다.

그런데…….

철컥! 철컥!!!

그들이 마총을 세우더니 뾰족한 꼬챙이를 총 끝에 달았다.

그냥 접근만 하면 일방적으로 적들을 상대할 수 있을 거라 믿었지만, 마총에 꼬챙이를 꽂으니 창과 길이가 비슷해졌다.

“대열 유지!! 자리를 지켜라!!”

샤로트군의 하급 지휘관들이 명령을 내렸다.

처음에는 무분별하게 달려왔지만, 서로 연대와 대대가 달라도 어깨와 어깨를 붙이며 꼬챙이를 꽂은 마총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 뒤로.

“발사!!!”

이 열 삼 열의 병사들이 마총의 장전을 마치고 발사했고.

타다다다당!!! 으어억!

창병들은 속수무책으로 또다시 쓰러졌다.

문제는 창병들이 적진을 뚫고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창병 vs 꼬챙이를 꽂은 마총병.

고슴도치 대 고슴도치는 의외로 서로 유효타를 주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끌리면.

타다다당!! 컥!!!

또다시 마총이 발사되었고 한가득 마총병들이 쓰러졌다.

그러는 사이.

투다다다닥!!!

리안이 이끄는 기병들이 적 기병대를 뒤에 달고 보병들의 뒤에 들이닥쳤다.

웃긴 것은 스랑 제국의 기병대 때문에 그 규모가 훨씬 커 보이는 착시 효과를 일으켰다.

“도… 도망!!!”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진 스랑 제국군 보병들의 이탈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어느순간 전열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버티는 연대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샤로트의 보병에게 반원으로 포위당해 학살당했다.

와아아아아아!!!

스랑 제국군은 결국 뿔뿔이 흩어져 도주를 시작했다.

리안의 뒤를 쫓던 스랑 제국의 기병대는 지휘부를 보호하기 위해 물러났다.

“대승입니다. 전하!!”

리안을 따라나섰던 노르망의 귀족들은 기뻐했다.

명성이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평가절하된 것으로 보였다.

‘적들이 약한 것이 아니었어. 레온 공왕이 강한 것이었다.’

노르망 귀족들의 머릿속에 리안의 이미지가 확실하게 잡혔다.

리안이 곳곳에서 활약했지만, 주목받게 된 결정적인 전장은 아일리 섬과 신대륙.

당연한 것이 상대적으로 율 대륙 본토의 전장보다 평가가 낮을 수밖에.

“도련니이이임!!!”

샤로트가 신나게 리안에게 달려들었다.

리안은 가볍게 한발 물러섰고.

“우왁!!!”

덕분에 리안의 옆에서 아부하던 귀족 하나가 샤로트의 박치기를 당했다.

어린 여자의 박치기라지만 샤로트는 중견급 대전사.

리안이 아님을 알고는 안기지 않고 박치기와 동시에 그대로 무릎을 세워 니킥을 꽂아 버린 것.

“재수옴 남작!!”

급히 동료 귀족들이 그를 부축했다.

아무래도 한동안 요양이 필요해 보인다.

한 명의 중요한 기병이 하나가 전투에서 열외되었다.

“갑자기 달려들면 어떻게 해.”

“죄… 죄송해요. 도련님.”

울상을 짓는 샤로트.

“뭐. 그래도 호응 잘 해 줬어.”

믿고 있었다.

멀리서도 알아보고 모루가 되어 줄 것이라고.

그래서 신나게 망치가 되어 휘두를 수 있었다.

사전의 협의 없이 모루와 망치 전술이 즉석에서 펼쳐졌다.

“됐어. 재수옴 남작의 기사들은 다른 이가 지휘하면 돼.”

여전히 해롱거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불쌍한 남작이었다.

“전쟁터에서 노인과 여자아이를 조심하란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라고.”

리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신은 피했다 이거였다.

사실 이 사단은 리안이 피해서 일어난 것이지만.

나중에 사과의 뜻으로 만가 영약이라도 하나 챙겨 줘야 할 것 같다.

“모두 잠시간 휴식하고 다시 이동합니다. 샤로트는 잔당을 추격하고.”

“네. 도련님!”

샤로트도 병력을 정비하고 부대들을 쪼개서 추격을 시작했다.

리안은 샤로트의 부대에 몇 안 되는 기병들까지 흡수하고는 이동했다.

“이제 어디로 가는 것이옵니까? 공왕 전하.”

다들 아쉬운 모양이었다.

대승을 했기에 적들을 추격하면 전공을 확대시킬 수 있으니 말이다.

“스랑 제국의 수도 파리로 갑니다.”

“허…….”

다들 예상은 했지만, 진짜로 갈 줄은 몰랐다.

스랑은 대국이다.

지금 당장 병력이 없어도 각지에서 다시 대군을 끌어모을 수 있을 것이다.

* * *

스랑 제국의 수도에 사는 시민들은 매일 불안에 떨어야 했다.

율 대륙의 중심이자 최강국인 수도까지 적들이 들이닥칠지 누가 알았단 말인가.

“저들이 왜 공격을 하지 않는 것인가?”

황궁에서는 다른 쪽으로 의문이 들었다.

남부에서 병력이 올라오기 전에 승부를 봐야 하는 것이 저들일진대 미동이 없었다.

사실 저들이 작정하고 황궁으로 치고 들어온다면, 지킬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폐하!!! 정체불명의 기병대가 해적왕의 군대에 합류했습니다.”

“뭐라? 규모는. 규모는 어찌 된다더냐.”

지금도 아슬아슬한데 병력이 충원된다면 위험하다.

어쩌면 황제인 본인이 수도의 백성들을 버리고 파천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

그것만큼 모양이 빠지는 것이 없다.

민심을 잃을 가능성도 높다.

지금 그는 태양왕이라 불리며 백성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3천이 조금 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3천이라…….”

황제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3천이라면 버겁긴 하지만, 대세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이쪽은 대륙제일검 노더 류거와 대륙 최정예로 불리는 친위대가 있으니.

“폐하!!!”

그때 또 다른 첩보부 관리가 뛰쳐 들어왔다.

첩보장의 입을 거치지 않고 곧장 대전에서 소리칠 정도라면 매우 중요한 정보일 것이다.

“이번엔 또 뭐더냐!!”

사실 이 정도가 되면 아무리 여유롭고 거만한 성격의 황제라 할지라도 속이 타들어 갔다.

또 다른 부대가 합류라도 한 것일까?

“기병을 이끌고 합류한 자가 레온 공왕이라고 합니다.”

“뭐?!!”

“그리고…….”

“또 뭐가 있더냐?”

특이한 것이 있었다.

* * *

리안은 의기양양하게 해적왕 아일리 섬 연합군과 합류했다.

와아아아!!!

리안을 본 아일리 섬의 병사들이 환호했다.

그들의 왕이 온 것이다.

이제 그들은 아이리 섬의 병사가 아니라 알바 공국의 병사들이니까.

귀족들도 앞다투어 리안에게 다가왔다.

“공왕 전하를 뵙습니다.”

리안은 손을 흔들어 호응해줬다.

“그런데 그거 다 뭐냐?!”

해적왕이 뒤늦게 나타나 물었다.

그럴 것이 리안의 뒤에는 수많은 깃발들이 보였다.

리안이 이끌고 합류한 병력은 겨우 3천인데, 그에 비해 가문 깃발이 너무 많았다.

거기다가 깃발들의 상태가 너무 안 좋았다.

마치 패배한 군대의 깃발 같았다.

“가서 잘 보이는 곳에 전시하세요.”

리안이 명령하자 상태가 안 좋은 깃발들이 수도에서 관찰하기 좋은 강변에 꽂히기 시작했다.

그걸 지켜보며 해적왕에게 말했다.

“오면서 주웠어요.”

“설마… 저 많은 깃발들이…….”

“저걸 보면 가만히 못 있을 겁니다.”

“으음…….”

해적왕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이곳까지 오며 제대로 된 전투를 한 적이 없다.

스랑 제국을 상대로 이렇게 허무하게 전쟁에서 이긴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해적왕의 눈에 리안이 악마로 보였다. 그냥 악마가 아니라 마왕으로.

* * *

스랑 제국의 황궁은 발칵 뒤집혔다.

리안이 가져온 깃발들은 그저 그런 깃발들이 아니었다.

저 깃발들이 의미하는 것은 북쪽에서 돌아올 병력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남쪽에서 새롭게 모인 병력을 기다려야 한다.

“북쪽의 모든 부대가 패배했다면… 이곳 수도가 앞으로 전쟁터가 될 수도 있사옵니다.”

“그 전에 수도가 불바다가 될지도 모르옵니다.”

황궁까지는 들어오지 못해도 저들이 작정하면 수도에 사는 시민들의 주거 지역은 약탈할 수 있을 것이다.

엄청난 재산피해가 발생할 것이고 복구하는 데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 것이다.

“폐하. 굽히지 마시옵소서. 어차피 전쟁에서 지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맞다. 스랑 제국이 작정하고 물량을 짜내어서 싸운다면? 시간이 조금만 더 흐른다면?

당연히 이길 수 있다.

인구가 괜히 국력이란 말이 나온 것이 아니다.

“대신들은 협상을 준비하라.”

그러나 황제는 싸울 의지를 잃었다.

지지는 않겠지만 민심과 국력이 낭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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