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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199화 (199/253)

< 199화 >

##199

품에서 통신구가 지르르 울렸다.

리안은 단상에서 내려오며 데스몬드 궁전에서 일하는 고용인에게 조용히 무언가를 명했다.

“아··· 알겠습니다. 후작··· 아니··· 공왕 전하······.”

원래 공국은 왕국이 특정 지역을 다스리기 번거로울 때 자국의 왕족을 공왕으로 삼아 자치권을 부여한다.

공작이 다스린다 해서 공국. 공국을 다스린다 해서 공작을 공왕이라 높여 부르는 것.

자치권이 분리된다 해도 결국엔 그 밥에 그 나물.

다시 말해 웬만큼 공을 세우지 않고 왕족이 아님에도 공왕이 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아일리 섬의 형제들이여!!”

리안이 큰 소리로 외쳤다.

“나는 공왕이 되며 잉글슨에 바쳐야 할 세금을 반으로 줄였다.”

“오오오오.”

귀족들이 감탄을 내뱉었다.

앞으로 귀족들뿐만 아니라 백성들의 팍팍한 삶도 조금은 나아질 것이다.

“거기다 군대는 더 이상 보낼 필요가 없다.”

봉신과 주군의 주종 관계는 토지를 줌으로써 세금과 병력을 보낼 의무를 가진다.

그동안 아일리 섬의 젊은이들이 타국에서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던가.

‘어차피 징병제는 이제 사라질 건데.’

징병을 한 병사들은 전투력이 더럽게 떨어졌다.

웃기게도 징병+용병 시대에서 상비군의 시대로 넘어가는 중이다.

원래라면 상비군의 유지비가 많이 들어 용병이 유행하는 중인데 말이다.

“와아아아아!!!”

그것도 모르고 귀족들은 환호를 질렀다.

이미 국왕과 리안 모두 징병제와 용병제에 대해 토론을 나눈 뒤였다.

-로이센 왕국이 그렇게 잘 싸울 줄이야.

-앞으로 직업 군인이 대세일 겁니다. 그리고 서둘러 군사 학교를 세우소서.

리안은 어쭙잖은 조언을 하며 잉글슨에 대한 충성을 보여 주는 척했다.

어차피 잉글슨도 급히 군사 학교를 추진 중이었다.

해군 사관 학교도 있었지만, 사실 장교를 키운다기보다 뱃사람을 키우는 과정이었다.

“드디어 때가 왔다. 형제들이여!”

뜬금없는 리안의 외침.

귀족들은 무슨 때가 왔다는 말인지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웠다.

“고위 귀족에게는 야망의 실천을. 하급 귀족들에게는 영지를 가질.”

“······?!”

그렇다.

리안은 분명 연설 초기에 알바 공국의 땅이 위협받고 있다고 했다.

“커튼을 열어라!!”

리안이 외치자.

촤아아아!

연회실에 있던 모든 커튼이 활짝 열렸다.

사실 대부분의 창문은 커튼이 열려 있었지만, 모양을 내기 위해 반쯤만 열린 채 리본으로 묶여 있었다.

“오오오~”

커튼을 건드린 진짜 목적.

“지금부터 노르망 상륙작전을 시작하는 바이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먼 바다에서 검은 점들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 점은 배였고 그 배에는 해적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웃기게도 아일리 섬의 귀족들에게 해적은 친숙했다.

드루이드를 내쫓을 때 동맹으로 참여했던 것이 해적왕과 그 부하들이었으니.

“공을 세운 자에게 율 대륙 본토의 영주가 될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리안이 선포하자.

“와아아아아!!!!”

귀족들이 환호했다.

사실 그동안 아일리 섬들이 얼마나 무시를 당해 왔던가.

율 대륙 본토에 관광이라도 가면, 아일리 섬 귀족들은 귀족 대접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마치 인종 차별처럼.

잉글슨 귀족들도 섬나라 촌놈이라 불리는 판국에 그 잉글슨의 식민지 취급을 아일리 섬의 귀족은 오죽했겠는가.

그런데, 율 대륙 본토의 땅.

그곳의 귀족이 된다면 그 어떤 나라에 가서도 무시당하지 않을 것이다.

체면을 중시하는 귀족들에게는 그것 하나만으로 목숨을 걸 만하다.

여전히 귀족들에게 땅이야말로 진정한 가치라 여겨지는 때다.

***

해적왕은 해적 섬의 모든 배들을 이끌고 데스몬드 섬에 상륙했다.

백 척이 넘는 배들이 모여 있으니 그 위용이 대단했다.

“어서 오십시오. 해적왕 할아부지.”

“그 할아부지는 좀 빼고 부르지 그러냐. 덩치도 커졌는데 할아부지라 하니 영~”

해적왕이 웃으며 말했다.

확실히 리안의 덩치는 하루가 멀다 하고 쑥쑥 크고 있었다.

“에이~ 한번 할아부지는 영원한 할아부지죠.”

“내 피부가 얼마나 탱글탱글한데.”

해적왕은 소드 마스터라 나이가 역행했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름이 자글자글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바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자외선에 직빵으로 맞아서 그랬다.

“에고. 이거나 바르고 그런 소리를 하세요.”

“이게 뭐냐?”

“태양 크림.”

“태양 크림?”

“피부 노화의 원인은 햇빛이니 그걸 바르면 개선이 될 거예요.”

“뭐라?!”

“아직 몇십 년을 더 사실 거니 새장가 드셔야죠.”

독왕 형제가 리안의 명령에 따라 자외선 차단제를 만들었다.

그냥 내뱉은 말인데 진짜로 만들어 버린 것.

‘이걸 팔아야 하는데··· 해적왕 할아버지만큼 좋은 모델도 없지.’

노리고 해적왕에게 준 것이다.

참고로 선크림을 바른다고 생긴 주름이 없어지지 않지만, 소드 마스터들은 다르다.

이들은 이미 인간이란 종을 뛰어넘은 존재다.

‘도대체 햇볕을 얼마나 받고 살았던 거야?’

재생 능력이 있음에도 주름이 그걸 뛰어넘어 생긴 것이다.

다른 소드 마스터들은 3~40대 얼굴을 유지했는데, 심하면 20대처럼 보이는 자들도 있었다.

다시 말해 해적왕은 관리가 똥이란 말이었다.

“크흠. 이게 효과가 있단 말이지.”

“나만 믿고 발라 봐요. 그렇다고 너무 많이 바르진 말고. 아직 대량 생산 전이니까.”

그리 말하고는 본인도 발랐다.

“넌 피부도 좋은데 왜 바르더냐.”

“피부는 어릴 때부터 관리해야 하는 거라구요.”

소드 마스터가 될 것이 아니라면 한번 상한 피부는 되돌리기 힘들다.

더군다나 이 세계에 피부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

“크흠. 알겠다.”

“1주일에 한 번씩 사진을 찍어 놓는 것도 잊지 말고요.”

“사진은 왜?!”

해적왕이 미심쩍은 표정으로 리안을 바라봤다.

“효과 비교도 할 겸. 제작자에게 보여 줘서 해적왕 할아부지의 피부에 맞게 개선점을 찾아야죠.”

“음. 그렇군. 주름을 의학적으로 접근했나 보군.”

알아서 납득해 주신다.

물론 개선은 개뿔이고 홍보가 목적이다.

이미 설계는 끝이 났고 밀라노정에게 원료도 주문이 끝난 상태다.

“그래. 일단 피부는 되었고. 노르망 땅을 받았다고?”

“어때요?”

“뭐가 어떠냔 말이더냐.”

“거기 공작 자리가 비어서 말이죠.”

“뭐?!”

리안이 노르망의 공작을 동시에 가져도 상관없다.

지금 이 순간 노르망의 공작은 리안이었으니.

이걸 해적왕에게 양도하겠단 말이었다.

“크흠. 내게 후작 작위를 약속한 나라가 한두 군데가 아니긴 하지만······.”

“언제까지 부하들에게 해적질을 시키시려구요. 그냥 우리 알바 공국의 해군이 되세요.”

해적왕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그냥 후작위도 아니고 노르망은 나름 생산성이 좋은 율 대륙의 영토다.

그곳에 나오는 돈으로 부하들을 먹여 살릴 수 있을 거다.

거기다 공작이라면, 상단을 따로 만들어 상행위를 한다 해도 뭐라 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

해적 대신 해군과 상단을 운영하면 되는 것이다.

“전쟁 중이 아니라면 용병 일을 해도 뭐라 하지 않겠습니다.”

최고의 군사 작전은 실전이다.

다른 나라 상선일지라도 돈만 주면 보호해 주면 된다.

“구미가 당기는군.”

“그럼 승낙한 것으로 알게요.”

“아직. 승낙을 한 것은······.”

“오오~ 때마침 제 배도 오네요. 여기~~”

리안은 그대로 해적왕을 지나쳐 달려갔다.

촤아아아~

고잉미샤호가 부두에 닿았다.

선원들이 우르르 내리기 시작했다.

“어글리 아저씨. 수고했어요.”

리안이 부선장에게 손을 흔들었지만.

“누가 어글리야!! 젠장. 마누라~~”

리안이 해적왕을 생깠듯이 부선장도 리안을 생까고는 저 멀리 달려갔다.

그곳에는 레인스타 여백작이 두 손을 모으고 있었다.

무언가에 기도를 하는 듯 보인다. 그런데.

“뭐야?”

부선장이 한쪽 무릎을 꿇고는 여백작의 배에 귀를 가져댔다.

“헐. 저 토끼 양반이··· 역시 토끼과는 번식력이 뛰어난 걸까?”

참으로 미스터리 한 일이다.

“선장님. 공왕이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그때 세바스가 다가와 인사를 했다.

역시 믿을 사람은 세바스밖에 없었다.

“오. 감사요. 상황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죠?”

“각지에서 온 레온 영지의 병사들을 라드 백작령으로 올려보내고 있습니다.”

라드 백작령은 원래 잉글슨의 땅이었는데, 리안이 점령한 뒤 동생 라드 레온에게 준 것이다.

최근 자신의 이름을 따서 라드 백작령으로 바꾼 것이란다.

“잘했어요. 병력은 얼마나 되죠?”

“요즘 경기가 안 좋아서 그런지 8천 명가량 됩니다.”

“오··· 기대 이상이네요.”

리안이 신대륙에 있는 동안 레온 영지는 열심히 병사들을 모았다.

강제로 징병한 것은 아니고 돈으로 고용한 것이다.

이미 용병대들은 각지의 전쟁에 동원되어 있으므로 사지만 멀쩡하면 싸움을 못 하는 일반 시민들도 막무가내로 받아들인 것이다.

“마총은요?”

“전군에 지급이 완료되었습니다.”

세기바라 우르르 남작이 일을 제대로 해 주었다.

아직 공장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을 텐데, 선방을 해 주고 있는 것이다.

듣기로는 나무로 대충 지은 공장이라나.

마치 컨테이너를 여러 개 옮겨 붙이듯. 통나무집을 여러 개 붙여 지은 다음 벽들을 뚫은 것처럼 만들었다고 했다.

“자금은 최대한 지원해 주세요.”

“예산이 부족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시간이······.”

임시 공장 옆에는 대규모로 공장이 지어지고 있다.

지금 브루타뉴 왕국은 호황이라고 했다.

군인 모집에 대규모 토목공사까지. 율 대륙의 난민들과 부랑아들이 브루타뉴로 몰려오는 중이라나.

“인구는 빵빵하게 늘겠네요.”

이미 레온 백작령의 인구는 일시적으로 브루타뉴 공국의 수도를 뛰어넘었다고 했다.

물론 공사가 끝나면 고향으로 돌아갈 사람이 절반 정도 되겠지만.

“훈련은 어떻게 되었죠?”

“확실히 떨어지기는 합니다. 그래도 전투에서 아주 못 쓸 정도는 아닙니다.”

참고로 이들에게 지급한 마총은 마나 유저가 아니더라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문제는 무겁고. 연사 속도도 낮고. 위력도 떨어지며. 당연히 사거리도 짧다.

“좋네요.”

그러나 전군이 마총으로 무장했다.

창병을 섞는 일반적인 테르시오 진형과는 완전히 다르다.

접근해 성공해 일제 사격 한 방이면 적들의 사기는 완전히 꺾일 것이다.

“우리 배의 기사들을 배정하세요.”

“알겠습니다. 선장님.”

고잉미샤호의 해병대는 이제 모두 기사가 되었다.

그들은 신컨의 재에게 장교 교육을 스파르타식으로 받았고. 신대륙에서 경험을 쌓았다.

그들은 이제 연대장이 되어 부대를 지휘할 것이다.

참고로 1개 테르시오 진형이 1천 명으로 구성되어 있어 연대도 1천 명으로 잘랐다.

이미 일부는 레온 백작령에서 모집된 연대들을 이끌기 위해 고잉미샤호에서 내린 상태였다.

***

스랑 제국의 황궁은 또다시 시끄러워졌다.

그럴 것이 리안이 돌아오며 해적왕이 대규모 함대를 동원했다는 것이 첩보로 들어왔기 때문.

“잉글슨에서 레온 후작에게 공왕을 내렸다고 합니다.”

“아일리 섬 외에 노르망 공작도 넘겨 줬겠군.”

“그리 예상되고 있습니다.”

브루타뉴 공왕에서 대량으로 진토닉을 샀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리안과 전쟁을 해야 할 판국.

스랑 제국은 대국이라 리안 하나쯤이야, 하고 생각들을 하고 있지만 마음속에는 공포심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고 있음을 다들 눈치채지 못했다.

“누가 막을 텐가?”

“······.”

섣불리 나서는 자가 없었다.

지금 한창 상승세를 타고 있는 리안을 잡는다면 엄청난 명성을 누릴 수 있겠지만······.

‘리스크가 너무 크다.’

나름 이름난 장군들조차도 황제와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그럴 것이 리안이 그동안 무슨 짓을 하고 다녔는지 이제 알려질 만큼 알려졌기 때문.

쿵!

그때 대전의 문이 열리고 황태자가 들어왔다.

대전 회의 중에 옆문이 아닌 중앙문을 열고 들어올 수 있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폐하. 소자가 가겠나이다!”

이황자가 이번 노르망 전쟁에서 결정적인 승리를 거뒀다.

지금 노르망이 함락되기 일보 직전인 것도 그의 공.

그 공을 인정받아 신대륙으로 보내졌다. 아마 더 큰 공을 세워 올지도 모른다.

황태자의 지휘가 흔들리는 것이다.

“음······.”

황제는 고민에 빠졌다.

이름난 장군들도 한 발씩 뒤로 물러나는 판국에 황태자라니.

거기다 황태자란 무게가 있으니 병력도 충원해야 할 것이다.

“병력을 끌어 올 수 있는 곳은?”

“키예프 루스 제국에서 배편으로······.”

이황자가 전쟁터에서 분주할 동안 황태자도 나름 노력을 한 모양이다.

사실 루스 제국은 스랑이 아닌 신센롬 제국을 지원하기로 했었다.

스랑 제국이 지금 신센롬 제국과 손을 잡고 있으니 병력을 스랑 제국으로 보내도 상관은 없었다.

스랑 제국의 자국 내 문제가 해결되면 즉시 로이센 왕국을 칠 수 있을 테니.

“황태자가 고생했구나. 언제 도착한다지?”

“지금 우리 제국 내에 상륙한 것으로 아옵니다.”

북해를 통해 병력이 들어오지 못하니 남쪽 중해 쪽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이벨 왕국이 도왔으며 거의 첩보 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좋아. 장군들은 황태자를 도와 노르망을 마무리 짓도록.”

그때 첩보장이 누군가에 귓속말을 받았다.

정보가 갱신된 것이다.

“폐하! 브루타뉴 공국에서 리안 공왕이 목격되었다고 합니다.”

“그렇군. 하긴 상륙하는 것보다 브루타뉴를 통해 병력을 이동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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