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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103화 (103/253)

1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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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원 지대에 500여 명의 병력이 집결해 있었다.

그 반면 다른 진형은 400도 채 안 되어 보였으며, 오토 호스나 마총병의 숫자도 적어 보였다.

“도대체 뭘 믿고 저리 튀어 나왔는지.”

화려한 복장을 입은 남자가 팔짱을 끼고 상대 진형을 관찰했다.

“외삼촌. 그냥 집에 가면 안 되요??”

“조카님아. 조금만 참으세요. 저놈들을 금방 쓸어버릴 테니.”

남성은 어린아이의 등을 쓰다듬어 줬다.

실질적인 군대의 주인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는 아이였으니.

“이보시오. 용병대장.”

“네. 말씀하시지요.”

“이번 전투로 모든 걸 끝낸다면, 사례금을 두 배로 내겠소. 그러니 시간을 질질 끄는 것은 추천드리지 않소.”

“우리는 시간을 끈 적이 없소이다. 우리도 빨리 끝내고 신센롬 제국으로 이동하고 싶다오.”

그곳에 전운이 돈다는 소문이 들었다.

일이 없다면 싸움을 피하며 기간을 늘리겠지만, 돈을 더 벌기 좋은 큰 전쟁이 났다.

작은 전쟁이 오히려 사상자가 더 많이 나왔다.

규모에 숨어 태업을 할 수 있는 대규모 전쟁과 달리 소규모 전쟁은 바로 티가 나니.

“하긴. 그대들 잘못이 아니지. 비겁하게 싸움을 피해 다닌 저놈들이 문제지.”

“그보다 갑자기 회전을 하자고 하다니. 조금 이상합니다.”

“이상하긴. 돈이 떨어져 가는 거겠지.”

전쟁은 돈으로 하는 것이다.

특히나 양측 모두 용병의 비율이 높다.

전쟁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용병만 돈을 버는 구조다.

* * *

상단을 외가로 둔 레온 백작가의 첫째와 달리 둘째는 브루타뉴 공국의 다른 백작가를 외가로 뒀다.

그래서 약간의 병력과 돈을 지원받았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했다.

쪽쪽쪽~!

첫째와 달리 둘째는 더 어렸고. 막사의 한쪽 구석에서 사탕을 빨아 먹고 있었다.

“흐흐흐. 멍청한 놈들. 우리가 동맹을 늘린 걸 모르고 있을 거다.”

둘째의 진형은 결혼 동맹을 추진했고 성공했다.

계약 결혼이었는데, 30살까지 후처를 둘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래도 케리시안 남작이 이번 계승 전쟁에 끼어들지 않은 것이 천운입니다.”

“그래서 아직 기사단은 그놈의 영지에 몰려 있는 것이 확실하겠지?”

지금 새롭게 동맹을 맺은 백작가의 병력이 숲에 숨어 있었다.

전투가 개시되면 개입할 건데, 혹시 상대도 숨길 병력이 있을까 걱정이 되는 것이다.

유일하게 의심해 볼 만한 것은 케리시안 남작이 이끄는 기사단인데, 기사단의 위치는 파악하고 있었다.

“걱정 마십시오. 수상한 움직임이 조금이라도 생긴다면 즉시 알려 올 터인데, 아직 연락이 없는 것으로 보니 별일 없을 겁니다.”

보낸 첩보원은 케리시안 남작의 병력이 이곳에 당도하기 전에 먼저 도착할 것이다.

“좋아. 저놈들을 쓸어 버리고 새로운 백작을 옹립하자고.”

참고로 둘째를 지지하며 총괄하고 있는 인물은 재상이었다.

그도 영지를 가진 남작이었고. 어느 정도 세력을 가지고 있었다.

당연히 무관장이자 기사단장인 케리시안 남작과는 대척점에 있는 자였다.

* * *

한편 고잉미샤호는 거침없이 달리고 있었다.

당연히 길을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투각! 투투투가가각!!

레온 백작령의 수도를 향해 최단 코스로 숲을 가로지르며 갔다.

지금 만들어지는 이 길로 백수킹 상단의 부유선이 올 것이다.

“새로운 공단은 저쯤이 좋겠군.”

이동을 하다 보니 평평한 분지가 나왔다.

강도 끼고 있었지만, 농지로 개발하기엔 좋지 않은 지형이라 마을이 세워지지 않고 방치되고 있었다.

“꼬맹이. 케리시안 남작령에서 왜 그런 일을 한 거야? 식량을 많이 거둬들이려면, 그냥 농노를 두고 세금을 받는 게 좋지 않아?”

이동 중 혼자 열심히 고심하던 부선장이 물었다.

“농노는 자연농보다 생산 효율이 좋지 않아요. 내 것도 아닌데 열심히 일하지 않을 테니까요.”

“그건 이해했다. 그런데 굳이 식량을 사들일 필요는…….”

“식량이 없으면 다른 산업을 일으킬 수가 없으니까요. 식량이 안정적으로 공급되어야 사람들은 안심하고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있어요.”

어차피 다른 산업을 일으키면, 식량을 사들이고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을 충분히 뽑고도 남는다.

“다른 산업이라면…….”

“세기바라 우르르 남작의 오토호스 공장을 저기에 세울 겁니다.”

지금 이렇게 길을 내고 있으니 레온 백작령의 곡창 지대인 케리시안 남작령과도 멀지 않았다.

이제는 자유 농업 단지라 불러야 하나.

“여전히 이해를 하지 못하겠지만. 꼬맹이 네가 그런 거라면 그런 거겠지.”

부선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리안도 완전히 이해를 하지는 못했다.

게임을 할 때 테크트리를 타는 것이 있는데, 조건을 달성하면 마을 단위로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었다.

자유 농업 단지와 수매는 그 테크트리 종류 중 하나였다.

“결과가 나쁘지는 않을 거예요.”

농업의 테크트리인데, 웃기게 공업에 플러스 점수를 주는 항목이었다.

“서언장님!! 특이 반응입니다!!”

레이더병 똘똘이가 보고를 해 왔다.

“음?!”

“대규모 병력입니다.”

리안은 레이더에 잡힌 것을 힐끔 보았다.

마총병과 오토호스 덕에 조금 떨어진 곳에서도 신호가 잡혔다.

“총 1,000명 정도 되는가. 저기까지 합하면 더 되겠네.”

평원 지대에 세 병력이 격돌하기 직전이었다.

“작전 변경이다! 크흐흐.”

리안은 자세를 고쳐 잡고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 * *

양측 병력이 서로 전진했고 곧 있으면 마총의 유효 사거리에 도달할 것이다.

서로 한 두 발씩 주고받고 보병돌격과 오토호스가 우회 공격을 할 것이 예상된다.

그런데.

전장에 새로운 병력이 등장했고 빠르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걸 본 첫째 진형에선.

“젠장! 속았다. 어쩐 일로 저놈들이 순순히 싸움에 응해 준다 싶었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새로 등장한 병력은 그다지 쓸모없는 놈들입니다.”

용병대장이 콧방귀를 뿜었다.

둘째와 결혼 동맹을 추진한 백작가에서도 자신들의 병력이 아닌 용병을 사서 보냈다.

병력을 직접 보내고 싶어도 그럴 경우에는 계승 전쟁이 아니라 내전이 되어 버리기 때문.

“다만, 원래 사례금에 세 배를 주셔야 됩니다.”

“그런 법이 어디에 있나!”

“분명 뭔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경고를 드렸지 않습니까. 무시하고 공격 명령은 내린 것은 고용주입니다. 계약 조항에도 무리한 공격은 하지 않는다고…….”

“알겠네. 세 배가 대수인가. 스랑 제국에 있는 형님께 아쉬운 소리를 해야겠지만… 쯧.”

스랑 제국에서 운영되는 상단은 장남이 물려받고 차남은 누이의 아들인 조카의 백작위 계승을 도우러 왔다.

성공한다면 상단에서 독립해 남작위라도 받아 내어 조카가 장성할 때까지 대리 통치를 할 생각이었다.

이왕이면 반대 측을 총괄하는 재상의 땅을 빼앗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다.

드디어 완전한 귀족 가문이 되는 것이다.

“꼭 이겨야 되오. 용병대장.”

“걱정 마십시오. 이 근방에선 우리 용병대를 따라올 자들은 없으니.”

재상이 고용한 용병단과 새로 등장한 용병단 모두 어중이떠중이였다.

이미 다른 전장에서 붙어 본 적도 있었고. 조금만 전투를 지속하다 보면 급격히 멘탈이 무너져 탈주하는 녀석들이 속출했다.

유리한 전쟁에서도 그랬던 놈들이다.

“모두 들어라! 저놈들은 숫자만 많지 별 볼 일 없다. 조금만 버티다 보면 모두 도망갈 것이다. 이미 겪어 보지 않았더냐!”

“맞습니다. 대장.”

“저번 그놈들이네. 괜히 쫄았네.”

“도대체 저것들은 왜 용병 밥을 먹는 거야. 같은 용병이란 게 쪽팔리게.”

모두들 말은 그리했지만, 속이 타들어 가긴 했다.

아무리 어중이떠중이라 해도 저들의 숫자가 반절은 많았다.

철컥! 철컥!!!

점점 양측의 병력이 좁혀지고 격돌을 하려는 그때.

두그그그그극!!!

땅을 긁으며 나타난 거대한 부유선.

“뭐야! 저건…….”

너무 강렬한 등장에 다들 눈앞의 적은 잊고 넋을 놓고 있었다.

육지에서 운영되는 부유선치고는 덩치도 컸고 금속으로 덮여 있었다.

이런 시골구석에 나타날 만한 물건이 아니다.

징징징~ 지리리~ 지지징~

거기다 요란한 음악 소리가 귀를 따갑게 했다.

시선이 가지 않으려 해도 안 갈 수가 없었다.

[오오~ 죽음이여 나에게 오라. 내 영혼과 네 영혼이 한데 얽혀~ 오오~ 전쟁의 신이시여. 오오~ 탱글탱글 탱글이시여~]

음도 생소했지만, 가사도 요상망측했다.

머엉~

전장에 있던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거대한 부유선이 다가오는 걸 지켜만 봤다.

그들의 머릿속에 의문만이 가득 차 있었다.

그그그긍!

결국 부유선은 양측 진형 한가운데에 섰다. 그리고는.

퍼버버버벙!!

양쪽 마포가 일시에 불을 뿜었다.

쾅! 쾅! 쾅!! 쾅!!!!

병력에 직접적으로 떨어지진 않았지만, 주변을 완전히 초토화시켰다.

-으아아악!

-죽는다. 죽을 거야.

-도망을…….

담이 작은 자들은 그 자리에 주저앉기까지 했다.

바다에선 겨우 30문이면 쩌리 취급을 받았지만, 육전에선 병력에 직접적인 위협을 주기에 두려움을 떨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야말로 움직이는 요새였다.

[아~아~! 리안 레온 백작이다.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내 영지에서 뭔 짓거리들을 하는 것인가? 모두 무장 해제를 하고 책임자를 배로 보내라. 그렇지 않으면.]

그와 동시에.

쿠웅~!

고잉미샤호의 양측으로 나무판자가 내려왔다.

그곳으로.

투카카카캉!!

한쪽으로는 레온 백작령 기사단의 오토호스들이 내려갔고.

다른 한쪽으로는 고잉미샤호의 전투원들이 내려갔다.

정령 갑옷과 계약된 자들은 모두 갑옷을 소환했기에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위압으로 다가왔다.

[내 영지를 침탈한 도적 때로 보고 쓸어 버리겠다. 도망가는 놈들도 끝까지 추격해 목을 딸 테니 얌전히 투항하도록.]

리안의 말에 모두 공포에 질렸다.

-방금 전의 그 마포 공격을 또 받으면 전멸할 거야.

한 면에 15문. 천 명도 되지 않는 병력을 녹이는 데는 충분했다.

-리안 레온 백작이라니 그게 누구야?

대부분 용병들이다 보니 리안이 누군지 알지 못했다.

다만, 저 정도의 전력을 가진 자가 백작 주장자라면 이 전쟁은 이제 무의미해졌다.

이 전쟁은 말 그대로 계승 전쟁이니.

-도대체 대기사가 몇 명이야!!

-기사들도 있어! 이곳 영지의 기사들이 참전했어.

대기사가 아닌 일반 기사들도 무시할 만한 전력은 아니었다.

그들은 오러를 각성한 자들이며, 언제든 정령 갑옷과 계약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기사와 대기사의 차이는 정령 갑옷의 유무밖에 없었다.

물론 나이가 어릴 때 정령 갑옷을 받아 수련을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들에게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마포 공격에서 살아남아도 저들에게 모두 죽겠군.

도망갈 의지조차도 상실했다.

재상이 이끄는 둘째의 진형은 이미 백기를 걸어 올렸다.

거기다 새로 등장한 지원 세력들도 당연히 백기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

용병대에 고용주 대리인으로 기사 한 명이 끼어 있었는데.

‘자칫하다가 우리 영지로 불똥이 튈지도 모른다.’

일개 백작이 보유한 병력치고는 부담스러운 전력이다.

저런 병력이 명분 삼아 자신의 영지로 쳐들어온다면?

‘말을 최대한 잘해야겠어.’

반면 다른 세력인 첫째의 외삼촌은 패닉상태로 보였다.

“고용주. 어서 백기를 올리시길. 이건 싸우고 말고 할 상대가 아닙니다. 더군다나 리안이라면 죽었다는 그 정당한 후계자 아닙니까! 이건 계약 무효입니다.”

“좀 닥치시오! 아무리 리안 놈이 나타나도 내 조카에게도 압박 명분이 있으니 언제든 계승 전쟁을 벌일 수 있소! 그럼 계약 무효가 아니지.”

“그래서 싸우겠단 거요? 저 거대한 괴물과?”

첫째의 외삼촌은 판단이 서질 않았다.

이대로 항복을 한다고 해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리안이 살아 돌아왔다는 것은 자신의 누이가 실패했단 뜻이다.

거기다 케리시안 남작이 관리하는 레온 영지의 기사들까지도 보였다.

“젠장!!”

그때 어디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칸타프!! 멍청한 놈아. 얼른 나와!!”

“누이?? 살아 있었어???”

리안이 살아 있다면 누이는 죽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빨리 백기를 올리지 않고 뭐 해!! 멍청한 동생 놈아.”

그녀는 누군가가 몰고 있는 오토호스의 앞에 앉아서 외쳤다.

보기에 조금 민망했지만, 그런 걸 따질 사람은 없었다.

“어머니? 어머니이이이!!”

그때 조카가 삼촌의 품을 떠나 그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백작 부인도 오토호스에서 내려 아들이 있는 방향으로 걸었다.

덥석!

모자의 상봉을 방해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누이!! 어떻게 된 거요. 분명.”

“쉿!”

다가온 동생을 향해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 나지막하게 그만이 들을 수 있게 말했다.

“사자 새끼를 잘못 건드린 것 같다.”

“그게 무슨 말이요.”

“살아남으려면 가서 무조건 엎드려 빌어라. 리안 님은 우리가 감히 범접하지도 못하는 괴물이다.”

칸타프는 눈알을 데구르르 돌렸다.

“리안 놈이 혹시 누군가의 지원을 받는 거요?”

“놈이라니! 지금부터 말조심 하는 게 좋을 거다. 그리고 누군가의 지원 따위가 아니다.”

“그럼… 도대체 저 부유선은 뭐고. 저 병력들은 뭐요.”

백작 부인이 한숨을 쉰다.

“모두 스스로 얻어 낸 것이다. 아마 들어도 믿지 못할 것이다. 일단 가자!”

그녀는 칸타프가 몰고 있는 오토호스에 올라탔다.

그 사이에 자신의 아들도 끼워 넣었다.

엄마 조카 삼촌 참으로 사이좋아 보이는 가족이었다.

“일단 가면서 말할 테니 잘 듣거라. 그리고 오빠에게 돌아가 확실히 전달해. 우리 상단은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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