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화
##077
땅땅땅!!!
망치 소리가 요란하다.
7척의 배가 떠났지만, 튀니스 항구 사람 모두를 태울 순 없었다.
그렇기에 한쪽 구석에 판자들을 세워 임시 수용소를 만들었다.
“이제 보물찾기를 해 볼까나.”
그사이 리안은 신물 찾기를 시작했다.
“샤로트, 쏴 버렷!”
“맡겨 주세욧. 도련님!”
그녀는 소형 마포를 어깨에 짊어지고 튀니스 항구 중심에 있는 분수대를 날려 버렸다.
쾅! 콰앙! 콰아아앙!!
한 발, 두 발, 세 발.
그렇게 쏘고 나니 분수는 그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
반짝.
분수대 아래쪽에 물이 튀어 빛나는 금속 상자가 보였다.
마포가 몇 발이나 맞았는데, 멀쩡한 걸 보면 보통 금속은 아닌 듯 보인다.
“녹여서 무기로 쓰면 딱이겠네.”
고잉미샤호의 엔진실에서는 철갑상어에서 나온 부산물을 가공 중이었다.
요즘 기관장이 두문불출하는 이유다.
헤르미가 전문 대장장이는 아닌지라 엄청난 물건은 나오지 않겠지만, 그녀의 실력이라면 명품은 나올 거다.
“S급 합성 재료. 겟!”
참고로 게임에서도 무기 합성 재료로 쓰였다.
육면체였기에 분해하면 한 면당 하나씩 6개는 나왔다.
그보다 이 안에 있는 물건이 중요했다.
딸깍.
“어멋. 도련님. 혹시 그거 저 주시는 건가욧?!! 설마 제게 마포를 쏘라고 한 것은 프러포즈?”
“는 개소리고.”
“힝.”
아무짝에 쓸모없는 이 신물을 샤로트에게 줄 이유가 없었다.
이건 주인이 따로 있었다.
목걸이의 기본 기능은 체온을 유지시켜 주는 썩 대단할 것 없는 기능.
부가적인 기능으로는 목걸이를 분리할 경우 위치 추적이 있었다.
“힝. 예뻐 보이는뎅…….”
목걸이가 워낙 이뻐서 샤로트가 탐을 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서… 선장!!!”
그때 멀리서 포트가 달려왔다.
“오스 제국의 황실과 연결되었어.”
“생각보다 늦었네요.”
참고로 장거리 통신이 가능한 시설은 많지 않았다.
튀니스의 통신 장비도 수신은 가능했지만, 발신은 불가능했으니 정규 통신이 연결될 때까지는 하염없이 기다려야만 했다.
“그럼 가 볼까나. 흐흐.”
선교에 도착하자 통신구가 반짝이고 있었다.
그걸 포트가 가서 이리저리 조작했다.
탁탁~ 탁!탁!탁!
길고 짧은 간격으로 점등이 일어났다 없어졌다를 반복했다.
거기에 맞춰 종이에 점들이 찍혔다.
일종의 모스 부호.
단거리에서는 음성 통신이 가능하지만, 장거리일 경우 음성을 전달하지는 못했다.
그렇기에 이런 식으로 의사를 주고받았다.
당연히 리안은 뭐라 적힌 것인지 알지 못했지만.
“선장. 해석할게.”
포트가 차근차근 읊어 줬다.
[나는 오스 제국의 술탄이다. 그대는 누구인가?]
“신의 계시를 받고 왔다고 하세요. 분수대에서 라의 입김을 찾았다고.”
리안의 말에 포트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응? 그게 무슨 말이야.”
“그냥 그리 말하면 알아들을 거예요.”
저들도 고대 문서에 나오는 신물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아직 해석이 안 된 부분이 많아 정확한 위치를 특정하지 못했는데, 튀니스의 분수대가 목표였다는 것을 알려 준다면 모든 수수께끼가 한 번에 풀릴 것이다.
“답신이 왔어! 한 시간 있다가 다시 연락한다는데?”
장거리 통신은 막대한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에 충전 시간이 필요하다.
다만, 이 정도로 짧게 보내고 시간을 가진다는 것은 속이 보였다.
첫째는 자신들이 찾는 신물이 진짜로 여기서 나왔는지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여기와 가까이 주둔하고 있는 동원할 수 있는 해군을 수소문하기 위해 통신 에너지가 필요할 거다.
여기저기 도시에 연락을 취해야 하니.
“도대체 뭘 또 발견한 거야……?”
포트는 신기한 눈으로 리안을 바라봤다.
그럴 것이 가까이 있으면서 신기한 것들을 발견해 낸 것만 해도 몇 건이던가.
“제가 어릴 때부터 고고학에 관심이 많아서요.”
“지금도 어린데… 도대체 몇 살 때부터 고문서를 들여다본 거야…….”
그걸 몇 년이나 들여다본다 해도 쉽게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실제로 오스 제국이 찾는 신물은 20년 가까이 된 프로젝트이니.
“꼬맹이. 그보다 그 목걸이는 뭘 하는 물건이야?”
부선장이 급 관심을 보였다.
“쓰잘데기없는 기능이 붙어 있긴 한데…….”
“음? 저번에 그 오리 보트처럼?”
“afasgiah가 어때서요. 얼마나 쓸모가 많은 녀석인데!”
일단 생긴 것만 해도 엄청나게 귀엽게 생겼다.
“그런데. 그런 별 볼 일 없는 목걸이를 오스 제국이 탐낸다고?”
“아. 이 목걸이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따로 있죠. 피라미드 황금 방의 열쇠!”
대략 몇 달 안에 오스 제국은 여기 튀니스 분수대 아래에서 이 물건을 찾게 된다.
그런데, 운이 나쁘게도 실수로 바다로 유실했고.
그걸 해변가에서 놀던 어린아이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
그 소년은 커서 훗날 율 대륙의 SSR+급 악몽으로 불리는 너폴레옹이 된다.
그리고 그 소년은 커가며 그 신물을 궁금해했는데, 그 실마리를 찾게 되었고 피라미드가 있는 곳까지 침공하게 된다.
“뭐어?!! 그 문은 열 수 없는 거 아니었어?!! 세계를 발아래 둘 수 있는 최종병기가 잠들어 있다고…….”
강제로 열고 들어갈 수 없었기에 열쇠를 찾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 헤맸다.
사실 오스 제국이 공을 들인 시간은 말이 20년이지 훨씬 더 오래되었다고 보면 된다.
“꽝이에요. 흐흐.”
“음?!”
“그거 구라라구요.”
스토리대로 진행되면, 실제로 문이 열리긴 한다.
그런데 안에 있던 것은 ‘욕심을 버려라. 그러면 세상을 가질 것이다.’라는 낙서뿐이었다.
분노한 너폴레옹은 낙서에 칼을 그었고. 나오면서 피라미드 앞의 동상의 코를 부숴 버렸다.
그 때문이었을까?
당시 세계 최강의 군대인 너폴레옹의 군대에 전염병이 돌았고.
결국 눈물을 머금고 어렵게 점령한 지역에서 철수해야 했다.
“그런…….”
“허…….”
부선장과 포트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 * *
한편 튀니스의 앞바다에서는.
“저놈들 왜 안 나오는 거야?! 벌써 서쪽으로 도망간 거 아니야?”
“주변을 정찰 중인데… 빠져나온 배는 없었습니다.”
“도대체 안에서 뭘 하고 있는 거야? 설마… 내륙으로?”
추기경이 의심을 했으나.
“부유선에 모래바람은 그다지 좋은 궁합이 아닙니다.”
“하긴. 사막에서는 배가 잘 망가지니.”
마나가 섞인 모래폭풍이라도 만나면 부유선이 먹통이 될 가능성이 가끔 있었다.
튀니스의 남쪽은 검은 대륙이라 불리었으며, 부유석에 장애를 일으키는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었다.
그래서 검은 대륙은 안쪽은 여전히 미지의 땅으로 남았다.
“어떻게 합니까? 추기경님. 계속 대기합니까?”
“성하님의 의지가 확고하시다. 다시 율 대륙이 뭉쳐서 성전을 일으키려면 전쟁의 신을 믿는 사제부터 세대교체가 되어야 한다고.”
몇 번의 성전이 일어나 율 대륙과 오스 대제국이 싸웠지만, 승자가 없는 전쟁으로 이어졌다.
이제는 무기한 휴전으로 봐도 무방했다.
아니. 오스 대제국이 너무 성장했기에 율 대륙은 전쟁을 지속할 수 없었다.
사실상 이제 포기한 것이다.
분열된 율 대륙과 달리 오스 제국은 탄에게 힘이 집중되어 있으니.
“후… 하긴. 이제 방법은 그뿐이지요.”
더 이상 태양신의 이름으로 성전을 일으키는 것은 내성이 쌓인 상태였다.
전쟁의 신 사제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줘야 했다.
그렇기에 은밀히 기존의 전쟁 신 사제들을 제거했고. 마지막 남은 주교를 암살하려 했던 것이다.
그것이 실패로 돌아갔는지 마지막 주교 세이나는 살아 있었고.
* * *
리안도 태양신 교황이 어떤 일을 꾸미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아주 간혹 스토리가 이상하게 꼬이면, 율 대륙의 국가들이 힘을 모아 마지막 성전을 일으키기도 했으니.
“누님. 동생을 데려올 때가 된 거 같은데.”
“공자님. 그게 무슨 말씀인지…….”
세이나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물었다.
크고 까만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우리는 며칠 안으로 롬에 갈 거예요. 밀라노에서 제가 알아본 바로는 흑색 탑에 누님 동생분이 갇혀 있다네요.”
“그게… 정말… 인가요?”
“알아낸다고 돈을 좀 썼습니다.”
돈은커녕 알아보려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냥 알고 있는 사실.
지금 이 순간에도 교황청의 흑색 탑에 갇힌 그녀의 동생은 세뇌를 받는 중이었다.
“하지만 교황청이라면…….”
“걱정 마세요. 내가 누구예요?”
리안의 자신만만한 표정에.
척!
세이나는 한쪽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동생을 구해 주신다면, 공자님을 제가 믿는 탱글 님 다음으로 생각하고 따르겠습니다. 탱글 님의 교리에 어긋나지 않는 한. 우리 교는 공자님을 무한히 지지할 것입니다.”
웃긴 것은 탱글교에서 딱히 교리라 불릴 만한 것도 없다.
그냥 ‘투쟁하고 싸워라’ 정도인데.
그 외 교리는 태양신 쥬교를 믿는 자들이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러니 딱히 지킬 필요도 없고. 전쟁 신 사제들은 그저 지키면 좋은 것 정도로 해석했다.
“그래 주면 고맙고요. 이제 슬슬 연락이 올 때가 되었는데.”
지금 가장 가까이에 있는 오스 제국의 대규모 함대는 이틀 거리에 있다.
오스 제국의 그들을 움직였을 거다.
99% 확률로.
“서… 선장! 연락이 왔어. 얼마를 원하냐는데?”
어차피 저들은 얼마를 부르든 간에 지불할 생각이 없을 거다.
“일만 골든. 이틀 내로 준비할 것. 기간을 넘기면 여기 튀니스의 이교도들을 모두 죽일 것이며. 하루를 넘길 때마다 일만 골든씩 가격이 올라간다고 전해 줘요.”
“뭐…?! 일만 골든?!”
일만 골든은 12,000,000페니에 해당하는 돈으로 한 국가의 예산과 맞먹을 돈이었다.
다만, 오스 제국은 세계의 중심이라 불러도 될 정도로 강대했다.
그러니 지불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문제는 그들의 수도에서 이곳까지는 이틀보다 많이 걸렸다.
“어어어엇?! 그렇게 하겠다는데?”
저들은 자신들의 2함대를 믿고 있는 것이다.
리안이 이틀을 부른 이유도 그들이 올 것이라 계산해서다.
“자자. 그럼 이틀 동안 먹고 마시며 느긋하게 기다려 볼까요?”
“저… 정말 여기서 죽치고 있어도 되는 걸까?”
포트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이교도들의 땅에 들어온 것만 해도 불안한데, 오스 제국이 저렇게 나오니 당연히 불안할 수밖에.
“걱정 마세요. 오스 제국 2함대 제독의 성격이… 흐흐.”
* * *
오스 제국의 함대는 탄에게서 직접 명령을 받아 출항했다.
목적지는 튀니스. 빠르게 이동하면 약 이틀 거리.
“탄께서 직접 명을 내리시다니… 제독. 또다시 성전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후… 그건 곤란해.”
제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당연히 그럴 것이 율 대륙의 국가들이 힘을 모은다면 해군력에선 확실히 저들이 우위에 있었기 때문.
“그보다 목걸이를 찾아오란 말은 무엇일까요?”
“모르지. 어떤 상징적인 말일 수도.”
아쉽게도 자세한 답은 전달 못 받았다.
통신 에너지 때문에 본국에서도 확실하게 전달하지 못한 것이다.
사실 말 그대로 목걸이인데 그걸 다르게 해석한 것이다.
“정말 목걸이를 찾아오라는 것이면…….”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함대를 움직여 찾아야 할 목걸이라니.”
아마 명령이 제대로 하달되어서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제독은 그런 성격이었다.
“빠르게 이동하되 신중해야 한다. 우리는 전력을 잃어서는 안 된다.”
해군력이 이교도 국가들에 비해 열세임을 알기에 그런 것이다.
물론 승냥이처럼 지들끼리 지지고 볶고 싸우느라 힘을 합칠 일은 없겠지만.
* * *
약속한 날짜가 되자 리안은 갑판으로 올라가 선원들을 모았다.
딱히 터치를 하지 않은 터라 해적들의 상태가 딱히 좋아 보이지 않았다.
아직 술이 깨지 않아 절어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밤새 포로수용소에선 비명이 끊이질 않았다.
저들도 율대륙 사람들을 이교도로 보듯이. 율 대륙 사람들도 저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이는 리안이 의도한 바였다.
“자자. 다들 정신 차리고 인원은 다 맞나요?”
“문제없다. 꼬맹이. 아무리 얼빠진 놈들이라도 배 시간에 늦는 법은 없으니.”
“좋아요! 역시 프로답네요.”
부선장의 보고에 리안이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자!! 우리는 이제 이곳을 떠나 롬으로 갑니다!”
“으으응?”
다들 아리송한 얼굴.
“이제부터 갑판에 올라올 필요는 없고.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신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축배를 듭시다!!! 술을 무한대로 방출합니다!”
리안의 말에.
“우오오오오!!!”
해적들은 영문을 모르고 함성을 질렀다.
“흐리아 민! 풍악을 울려라.”
“맡겨 주세요. 파티에서 연주는 많이 해 봤어요. 백작님.”
그녀는 배 안으로 들어가 내부 통신구에 대고 연주를 했다.
다만 그동안 파티에서 연주했던 음악과는 많이 달랐다.
[나는야! 나인데빌. 아홉 개의 악마들 중~ 유일한 천사지. 사악한 무리들이여~!!]
쇠를 긁는 듯한 시끄러운 노래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두두두두~ 철썩.
고잉미샤호는 요란하게 움직이며 바다로 입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