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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75화 (75/253)

7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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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해의 패권은 율 대륙 바다 건너에 존재하는 거대 국가 오스 제국이 쥐고 있었다.

종교의 율법이 다르기에 이교도라 불리는.

그다음으로 강력한 해군력을 보유한 곳은 베넷 조합.

고대부터 내려온 상인 집단으로 국가가 아닌 조합의 형식이다.

그다음이 스랑 제국이며.

마지막으로 태양신 쥬교 측도 소규모 함대를 가지고 있었다.

전체적인 구도로 보면.

베넷 조합 + 스랑 제국 + 교황청

VS

오스 제국.

형태로 보면 된다.

다만, 베넷 조합은 상인 집단이기에 오스 제국과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무역을 해야 하기에 뒤로는 친하게 지냈다.

“흠…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군요.”

“몰라도 괜찮습니다. 그저 중해의 가장 큰 해상 세력인 베넷 조합이 대규모 해상 훈련을 했으면 하는군요. 그것만으로도 잠시는 안정이 될 테니까요.”

맞는 말이긴 하지만, 베넷 조합에서 리안을 위해 굳이 그렇게 해 줄 이유가 없었다.

최대 적이라 해 봐야 오스 제국인데, 딱히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니고.

“저희도 신센롬 제국의 부마를 위해서 그렇게 해 드리고 싶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듭니다.”

“네. 그렇겠죠. 그래도 두 가지 혜택을 드리고자 합니다.”

리안의 말에 밀라노정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첫 번째는 밀라노정 가문에게 위기가 되는 소식입니다. 뒤늦게 대처를 하려면 늦겠죠.”

“저희는 바다에서 안정적으로 진주 양식을 하고 있는 터라. 딱히 위기가 생길 만한 일은…….”

아펜니노 반도에 전쟁이라도 나면 양식장에 조금 차질이 생길지도 모른다.

지금 이곳은 신센롬 제국의 땅.

딱히 위협이 될 만한 세력이 없다.

“내륙에서 진주 광산이 발견되었습니다. 대규모의.”

“내륙에 진주라니요. 그런 일은… 설마!”

고대에는 진주가 흔했다.

그 당시에는 오히려 바다에서 나는 진주가 더 신기했달까.

스윽.

리안은 밀라노정 의장에게 광산 지분에 대한 10%분을 내밀었다.

“이건…….”

“고대의 방식이죠. 표현을 광산이라고 했지 실제로는 공장이라고 봐도 무방해요. 생산량을 봤을 때 몇 년 안에 진주 가격이 50%까지 떨어질 겁니다.”

그 말에 밀라노정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가격이 50%나 떨어진다면, 마진율은 그 이상으로 떨어진다.

“손실을 줄일 방법이 있긴 하죠.”

“백작 각하의 고견을 들을 수 있겠습니까?”

“어려울 것 없어요. 판매를 대행하면 되죠. 어차피 신센롬 제국에서도 판로가 당장은 없으니까.”

밀라노정 가문에서 신센롬 제국에게 유통 하청을 맡으면 된다는 것이다.

잘하면 70%까지는 방어가 가능할 것이고. 대행으로 마진도 챙길 수 있으니 손실을 많이 줄일 수 있다.

“소개장을 써 줄 테니 여제께 사람을 보내세요.”

“그래도 베넷 조합이 해상 훈련 비용을 대기에는…….”

밀라노정이 진주 양식 사업으로 잘나간다 한들 돈이 넘칠 수는 없었다.

100척에 가까운 군함을 모아서 마포라도 몇 발씩 쏘려면 그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당연히 그것만으로 베넷 조합이 움직이지는 않겠죠.”

밀라노정 의원이 베넷 조합에서 힘을 좀 쓰는 조합원이라 해도 일개 개인이다.

그를 살려 주고 말고는 베넷 조합 전체에 영향이 크지는 않다.

“그래서 이것도 준비했죠.”

“음?!!!”

밀라노정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절대로 자신이 구경할 수 없는 물건.

“신대륙 무역 허가서!”

“운송을 베넷 조합에 맡기고 싶네요.”

네르데르에서 얻은 마잎 5%에 대한 권리.

5%라면 그리 많은 양이 아닌 것처럼 보이겠지만, 고잉미샤호로는 몇 번을 왕복해야 할지도 모른다.

만약 저 짓만 한다면 일 년 내내 마잎만 나르다가 일을 다 볼 것이다.

물론 베넷 조합에서 처리하기에는 양이 너무 적었다.

다만,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신대륙으로 가는 길이 열린 것이죠.”

그들은 식민지를 가진 국가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중이다.

물론 중해에서 나오는 각종 이권으로 여전히 그 지위는 굳건하지만, 신대륙과 신항로가 개척되면서 그들의 위치가 흔들리는 중이었다.

“그거면 최소한의 마진율은 챙길 수 있을 겁니다.”

신대륙 전부가 베넷 조합을 배척하는 것은 아니다.

개척이 안 된 곳도 있고. 큰 항구가 아니라면 상선 하나가 귀했다.

그들에게 중개 무역만 해 줘도 환영받을 것이고 조금씩이나마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거다.

물론 국가에서는 싫어하겠지만, 완벽한 중앙 집권이 되지 않았기에 국가에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았다.

“4%는 베넷 조합에서 알아서 처리해 주시고. 순이익의 절반만 제게 주세요. 나머지 절반은 운송료입니다.”

“그렇게나 후하게… 그런데, 1%는…….”

“제가 따로 쓸데가 있어서요.”

마초는 신대륙 특산품으로 율 대륙 남쪽 지역에서는 더 비싸게 팔렸다.

영업만 잘한다면 더 좋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거다.

“이 정도라면 베넷 조합을 움직일 수 있을 겁니다.”

“그럼 부탁드리지요. 일주일간 시칠리섬 관광이나 하고 있을 테니. 그동안에 준비가 되겠죠?”

“걱정 마십시오. 각하! 신대륙으로 진출할 마지막 기회를 놓칠 리가 없습니다.”

“아 참! 훈련은 최대한 비밀로 해 주세요. 다른 세력이 안다 해도 위치는 모르게.”

“왜 그런… 일단 알겠습니다.”

밀라노정은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이내 수긍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마잎에 대한 허가증이니.

* * *

시칠리 섬은 아펜니노 반도의 남쪽 끝과 붙어 있다시피 한 섬이다.

말이 섬이지 나라를 세워도 될 정도로 큰.

“평화롭군.”

풍경도 아름다웠기에 내륙에 사는 돈 많은 귀족들이 겨울에 휴양을 오기도 했다.

가끔 해안으로 보이는 마을들은 평화로웠으며 항구들은 하얀색 자재를 이용해 눈이 부실 지경.

“그래 보이는군. 털어먹기 딱 좋은 곳이야.”

부선장이 말했다.

몸이 근질근질한 모양.

“흐흐흐. 그런데 여긴 아니에요. 더 좋은 곳이 있죠.”

“으음?”

“전달하세요. 이틀 뒤 아주 거하게 털 거니까 준비하라고.”

리안은 한쪽에서 지도를 가지고 왔다.

“여기. 튀니스.”

“뭐야. 여기는 이교도들 지역 아니야?!”

시칠리 섬에서 조금만 더 남서쪽으로 이동하면 오스 제국의 영향권인 항구가 나온다.

해적들이 기항지로 많이 사용하는 곳이기도 했다.

참고로 그 해적들은 전시에 오스 제국의 해군으로 동원된다.

다시 말해 해적인 동시에 군함.

사략 해적이긴 한데, 저들은 상선뿐만 아니라 항구나 마을도 서슴지 않고 습격하며, 노예 무역을 당당하게 했다.

“그러니까 가는 거죠. 그보다 잘 따라오네.”

리안은 레이더를 보며 의문의 함대가 따라붙은 것을 확인했다.

총 10척으로 전열함도 보인다.

아무리 리안이라 해도 단독으로 전열함은 어찌하기 힘들었다.

1:1이라면 몰라도 10척이라면…….

“흐리아 민.”

“넵! 백작님. 이상 없습니닷!”

그녀는 바다에서도 점점 익숙해지고 있었다.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바다에 처박히는 일은 없었다.

그나마 철갑함이라 맡길 수 있었던 거지 목재였다면 불안해서 맡기지 못했을 거다.

“교대하자. 들어가서 쉬어.”

“더 할 수 있는데…….”

아쉬워하는 그녀를 내린 이유는 언제 전투가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어서다.

리안이야 처음부터 전투에 관한 지식이 있었지만, 그녀는 조타만 배운 상황.

매뉴얼을 모두 가르치지 못했다.

조종을 잘한다 해서 전투를 잘하는 것은 아니니.

“시간 날 때 배를 둘러봐. 화포실도 좋고 기관실도 좋고.”

배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아야 전투에 도움이 되는 조종을 할 테니.

이렇게 시간이 날 때마다 그들과 교류를 하게 만들어야 했다.

그동안 지켜본 흐리아 민의 사교성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다.

머릿속은 당찬데, 막상 행동으로는 잘 하지 못하는 타입이랄까.

“화포실과 기관실 단원과 이야기를 나눌 것. 그리고 그걸 보고서로 만들어 가지고 와. 얼마나 성의 있냐에 따라 하루에 조타할 수 있는 시간을 늘려 줄 테니.”

“음… 알겠어요!!”

그 말과 즉시 그녀는 선교를 빠져나갔다.

일단 화포실에 들어갔더니.

“어머머. 넌 왜 이렇게 이쁘니?! 뭐뭐? 거긴…?! 부끄럽게……!!”

가장 먼저 마주친 것은 샤로트였다.

그녀는 소구경 마포를 닦다 말고 구멍 안으로 팔을 집어넣어 열심히 닦았다.

“시원하다고?! 애는 부끄럼도 없나 봐! 헤헤.”

자연스럽게 흐리아 민을 뒷걸음질 치게 만들었다.

‘여… 기 말고. 일단 기관실 먼저…….’

그녀는 조심스럽게 계단으로 이동해 더 아래로 이동했다.

한 칸. 두 칸.

배의 최하단.

그곳은 공기 온도가 높은 편이었는데, 기관실이 있는 부분이어서였다.

저 멀리서부터 소음이 울려 퍼졌는데…….

지직. 지지지직!

어디선가 익숙하지 않은 특이한 소음이 들렸다.

규칙적은 노이즈.

흐리아 민은 연주자 출신답게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발걸음이 옮겨졌다.

“악기를 튜닝 중인 걸까?”

그녀는 소리가 들려오는 방문 앞에 서서 귀를 기울였다.

지지직! 직직! 지지지지~!

분명 노이즈가 잔뜩 낀 음이었지만,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긁는다고 해야 하나.

오랫동안 찾았던 그리고 자신이 원했던 음색이다.

물론 자신을 가르쳤던 선생님들이 들었으면 기겁을 했겠지만…….

“아아…….”

그녀는 한참이나 밖에서 서슴거렸다.

역시나 그녀의 성격 때문.

밝고 진취적이며 모험심이 강했지만, 사람을 대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었다.

철컥!

그때 문이 열리며.

“깜짝이야!”

“으아아! 뭐야!”

방 안에 있던 사람과 흐리아 민 두 사람 모두 놀랐다.

“죄송해요. 엿들으려고 했던 건 아닌데…….”

“네?! 뭘요?”

방 안에서 나온 사람은 그녀 또래 혹은 조금 더 연상으로 보이는 여자였다.

손에는 기름때가 잔뜩 묻은 장갑을 끼고 있었다.

“그런데… 조타수로 온 간부 아니세요?”

“맞긴 한데…….”

“아. 저는 마회로 정비공이에요. 혹시 그것 때문에 온 거라면 금방 고쳐 드릴게요.”

사실 그녀는 선교 근처 고장 난 스피커를 고치고 있는 중이었다.

말단임에도 회로에 관해서는 의외로 소질이 있었기 때문.

다만 조금 특이한 것은 그녀의 손가락이 하나 없었다.

“그럼 옆에서 지켜봐도 되는 건가요?”

“네. 간부이신데… 당연히 그렇게 하셔도 돼요. 기다리시면 금방 부속품을 가져올게요.”

그녀는 후다닥 달려갔다.

“저런 아이도 해적이 되는구나.”

흐리아 민도 아이였지만, 자신의 또래가 많은 고잉미샤호가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런데 아까 전 그 소리를 내던 악기는 어디에 있지?”

그녀는 두리번거리며 소리를 내던 무언가를 찾았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저 마법적 도구만 잔뜩 있는 좁은 방이었다.

“오래 기다리셨죠?”

정비공은 방 안을 급하게 이리저리 치웠다.

방은 좁았고 겨우 누울 만한 좁은 침대와 작은 작업 선반이 전부.

그곳에 두 사람이 들어가자 비좁았다.

‘여기가 개인실인가?’

말단 단원에게 일인실은 주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기관실의 유일한 여자였기에 배려랄까.

그래도 손재주가 나쁘지 않아서 이런 대우를 받는 것이었다.

물론 기관장이 여자였지만, 그녀는 간부라 당연히 독방이었다.

‘내 방의 절반도 안 되잖아.’

참고로 흐리아 민도 간부로 들어온 것이라 개인실이 있었다.

“죄송해요. 여기가 불편하시면 공용 작업실로…….”

“아니에요. 그보다 방금 전까지 그 소리를.”

“네?!”

“징~ 지지징~ 징징~ 하는.”

“아아. 그 소리가 불편하셨구나.”

흐리아 민이 고개를 마구 저었다.

“그게 아니라. 그 소리가 좋다구요.”

“네에?!! 노이즈 때문에 수리 중이었는데…….”

“그 노이즈 소리가 좋다구요!!!”

모두를 공포에 떨게 할 Ninedevil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먼 훗날 이렇게 이야기했다.

이 음악 장르를 만든 것은 아홉 개의 손가락이었다고.

* * *

고잉미샤호를 뒤쫓는 열 척의 군함.

그들은 모두 깃발을 내린 채 천천히 운항 중이었다.

달가락! 달가락!

높아 보이는 한 인물이 나침반을 들고 있었다.

일종의 위치 추적기.

당연히 리안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서… 선장. 이런 게…….

-그냥 둬요. 흐흐.

고잉미샤호에는 통신과 관련된 천재가 타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추기경님. 어서 처리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아니야. 아직 시칠리에서 멀어지지 않았어. 괜히 긁어서 부스럼 남길 필요는 없지.”

그런데 시칠리 섬에서 남서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고잉미샤호.

“추기경님!!!”

“무슨 생각이지? 설마… 이놈들 이교도들과!”

율 대륙에서 유일하기 오스 제국과 접촉을 허용한 집단은 베넷 조합이다.

적대 국가라 할지라도 서로 무역은 해야 해서인데…….

“기회가 아니겠습니까?”

“그래. 공식적으로 매장할 수도 있겠어!”

참고로 중해의 북쪽은 율 대륙 국가들이 남쪽은 오스 대제국의 영향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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