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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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9932-dana135 요새에 주둔 중인 병사들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몇 번의 진동 끝에 이제 끝났나? 라고 생각하는 순간.
쏴아아아아!!!
물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요새의 옆면이었다.
옆면은 인공 구조물이 아닌 천연 산맥.
퇴적물로 인해 가려졌지만, 사실 그곳에는 고대에 만든 거대한 배관이 있었다.
“뭐… 야… 이게…….”
갑자기 요새 안으로 물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외에 높은 산맥에서도 물이 쏟아져 내린다.
온 사방이 물난리다.
“우아아아악!!!”
빠르게 쏟아져 들어온 물이 병사들을 휩쓸고 지나갔다.
그나마 고지대에 있던 사람들은 운이 좋았다.
“도… 도망!!”
"제기랄. 성벽으로 올라가라!!!"
그들은 빠르게 높은 성벽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물이 차는 속도가 줄어들었고 대피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다만 저지대에 있던 병사들은 순식간에 당했다.
초반의 물살은 너무도 빨라서 수영을 할 줄 아는 병사들도 쓸려 나갔다.
“젠장!! 이게 다 뭐야. 갑자기……!!”
거의 절반에 가까운 병력이 수장당했다.
그나마 지금은 물이 조금 찬 상태라 안정적이었다.
일부는 물에 휩쓸렸다가 수영을 해서 빠져나오는 중이다.
그러나 그들의 봉변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쏴아아아아아~!!
산맥 높은 곳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물을 타고 뭔가 거대한 것이 요새 안으로 떨어졌다. 아니 날아온 것인가?
그것이 닮은 것은…….
“부유선?!!”
바로 고잉미샤호였다.
그 배에 탄 선장 리안은 외쳤다.
-전 포대 개방!!!
마포실은 분주해졌다.
포병장 토우기슈끼는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깡총깡총 뛰었다.
앞니가 없어서 다행이지 얼핏 보면 살찐 토끼 같아 보인다.
"움직여!! 이놈들아. 거기 농땡이 부릴래?!!"
고잉미샤호의 포문들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로이센의 병사들에게는 재앙과도 같았다.
샤아아아~
어느새 물이 찬 요새 한가운데 자리 잡은 고잉미샤호는 서서히 성벽으로 접근하기 시작했고.
퍼버버벙!!!
즉시 마포를 난사하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속수무책으로 일방적인 학살.
“우리… 우리 포대는!!”
“방향이 맞지 않아!”
요새의 포대는 참고로 고정포다.
인간의 힘으로는 옮기기 힘들었고. 빠르게 포각을 수정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더 암울한 것은 성벽 위의 포를 요새 안쪽으로 겨눈다 해도 그걸 쏠 포병들이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물을 피해 성벽 위로 피신한 포병들도 상태는 좋지 않았다.
그들은 흩어진 상태.
마포는 그냥 사람만 모아서 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짧은 순간에도 서로의 마나가 얽혀 복잡한 절차를 거친다.
합이 맞지 않으면 마포의 정확도를 기대할 수 없다.
마포병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팀이 필요한 것이다.
참고로 샤로트가 홀로 소형포를 짊어지고 다니며, 다른 포병이 만지지 못하게 하는 것도 그 이유.
“북문!! 3조!! 3조!!! 이쪽으로!!!”
마포 조장은 애타게 조원들을 찾았지만.
퍼버버버벙!!!
고잉미샤호의 포성에 묻혀 버렸다.
"젠장. 물이 언제까지 차오르는 거야?!!"
또한 그것 말고도 문제가 있었다.
요새로 유입되는 물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
그럴수록 고잉미샤호는 요새 안에서 미쳐 날뛰고 있었다.
이제는 성벽의 높이와 거의 비슷해졌다.
“수문… 수문을 열아라!!!”
요새의 사령관은 남쪽 성벽에 올라가 있었다.
그 덕에 물에 수장되는 화는 피할 수 있었다.
“그럼… 우리가 빠져나갈 곳이…….”
“협곡과 연결된 비밀 통로가 있다! 그곳으로 나가면 된다. 일단 저놈들을 내보내는 게 더 중요하다.”
퍼버버벙!!
겨우 부유선 한 척에 이 거대한 요새가 이 정도로 당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이미 지휘관의 왼쪽 팔뚝은 뜯겨 나간 상태고 붉은색에 젖어 있었다.
“서… 선장!! 저놈들… 문을 여는데?”
그때 파수대에서 보고받은 마법사 포트가 고개를 앞으로 내밀며 전달했다.
아주 조금씩이지만 남쪽의 요새 성문? 아니 수문이 열리고 있었다.
원래 이곳은 고대의 거대한 댐이었으니.
“흐흐. 안 열면 알아서 멈추는데. 바부들.”
여기 요새와 수원지는 마법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요새는 일종의 저수지 역할을 하며, 일정 이상 수위가 차오르면 물이 알아서 멈춘다.
물론 타이머가 걸려 있어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재가동을 시켜야 하지만, 저들이 알 리가 없다.
주기적으로 새로 가동시켜야 하는 반자동 형식인 이유는 안전 때문으로 추정된다.
“포대!! 장전!! 최후의 한 발도 남김없이 쏘고 갑니다!!”
리안은 만족하지 않았다.
수문이 열려 물살이 일어났지만, 고잉미샤호는 육지 전용으로 개발된 부유선이 아니다.
해양 활동을 메인으로 잡고 개발된 함선.
겸사겸사 땅에서도 다닐 수 있는.
샤아아아아!!!
오히려 물살에 저항해 거슬러 올라가기까지 했다.
계속해 물이 유입되기에 수위가 낮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가능했다.
퍼버버벙!!!
고잉미샤호는 끈질기게 남쪽 성문 근처에 붙어 포대들을 무력화시키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적들이 보이면 성벽 근처에 붙어 마총까지 난사했다.
타다다당!!!
성벽에 있는 적들은 감히 대적하지 못하고 도망가기 바빴다.
샤로트는 갑판으로 나와 뭉쳐서 어딘가로 도망가는 자들을 향해 정밀 조준 사격을 했다.
펑!!!!
“사령관니이이임!!!”
그 뒤로 요새 사령관을 본 자가 없다고 한다.
남쪽의 성벽은 완전 초토화가 되었다.
성벽으로 오를 수 있는 길들은 부서지고. 포대들도 난장판이 되었다.
기능을 찾기 위해선 대대적인 공사가 필요할 것이다.
그나마 북쪽 방면의 적들은 거리가 멀어 사정이 나았다.
“신신롬 제국의… 부유함……!”
그곳에는 기병대장 잘리톨 리치 장군도 있었다.
요새 사령관이 요새를 담담하지만, 지위가 가장 높은 사람은 그였다.
“대… 대장님! 어떻게 합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신센롬 이 황자는 규격 외 인물…….”
두려움 없이 총탄이 날아오는 전장에서도 용맹하게 앞서 돌격하는 그였지만, 완전히 기가 죽어 버렸다.
슐 지역을 귀신같이 휩쓸고 다니더니… 결국 최악의 요새라 불리는 이곳까지 나타나 완전히 깽판을 쳐 놓았다.
“그저… 지켜보는 수밖에…….”
고잉미샤호는 한 참이나 요새 안의 몰살을 가르며 초토화를 시키더니 북문 방향으로도 다가왔다.
그리고는 외부 스피커로 누군가 소리쳤다.
-로이센의 북쪽 성문 아저씨들. 섭섭하시죠. 이건 서비스!!!
어린아이 목소리였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펑!!!
한 발의 마포가 발사되었다.
“젠장!!”
놀란 잘리톨 리치 장군이 앞서서 거대한 장막을 펼쳤다.
공기막은 놀랍게도 포탄을 튕겨 냈고.
퍼어어엉!!
그 포탄이 성벽에 맞고 터졌다.
화염탄이었다.
그것이 근처에 터졌다면 적지 않은 인명 피해를 입혔을 거다.
와아아아아!!!
뒤에 있던 병사들이 환호했다.
참고로 그는 바람 속성의 상위 대전사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공기막으로 마포의 물리력을 감당할 수 없었을 거다.
“모두 긴장해!! 엄폐할 수 있는 곳을 찾아라!”
그들은 반격하지 못했다.
수단을 가지지 못했다고 해야 하나.
결국 마지막까지 고정 마포를 요새 안으로 돌려서 쏠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럼 안녀어엉~!”
모두가 긴장한 가운데 고잉미샤호는 방향을 틀어 남쪽으로 향했다.
별로 아쉽지 않다는 듯 급류를 타고 남쪽 성문으로 빠져나간다.
포탄이 다 떨어진 것이다.
“악마 같은 놈들…….”
신센롬 방향인 남쪽 성벽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한참이나 포격을 하고. 마총을 퍼부었으니 대부분 전사했을 거다.
“밧줄을 걸어라!! 요새를 빠져나간다. 어서 국왕 폐하께 알려야 한다.”
밧줄도 온전한 것을 찾지 못해 군복을 벗어 길게 연결시켰다.
그들은 감히 북쪽 성문을 열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면 정말 성벽 위에 고립되어 버리니.
“남쪽 성벽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합니까? 우리도 열어 줘야 물이 빠지지 않겠습니까?”
“물이 쏟아지는 반대쪽 협곡으로 빠져나갈 길이 있을 거다.”
그렇지 않았으면 성문을 열지 않았을 거라는 합리적인 추론이 가능했다.
그들의 생각으로는 성문을 열면 고잉미샤호가 물살에 의해 떠밀려 밖으로 나갈 줄 알고 있었을 거고.
반면 북쪽 문은 산맥과 연결된 부분도 이리저리 절벽들로 연결되어 있어 빠져나갈 곳이 없었다.
있다고 해도 아는 사람도 없었고.
그러니 성벽을 타고 내려가야 한다.
“서둘러라!!”
* * *
고잉미샤호는 물살에 떠밀려 빠르게 협곡을 빠져나갔다.
“오오오!!! 이거 최고네에~”
리안은 간만에 긴장을 하며 조종구를 잡았다.
협곡은 구불구불했고 급류로 인해 위험천만하기 그지없었다.
“우아악!!! 부딪힌다!! 선자아앙!”
“꼬맹이. 제대로 운전하는 것 맞지?”
“이런. 이래서 육지가 싫어.”
선교에 타고 있던 사람들도 모두 물건을 붙잡고 떨었다.
거친 바다에서도 태평하던 사람들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
‘별로 안 위험한데.’
사실 거친 바다와 비슷하거나 난이도가 어렵지 않았다.
부유선은 물에 부력만으로 뜨는 기체가 아니다.
공중에 뜰 수 있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잘만 조절하면, 물살 정도는 이겨 낼 수 있다.
오히려 파도가 심한 곳은 공중에 떠도 파도가 와서 때리지만, 지금 상황은 물살이 빠를 뿐이지 높낮이가 심하지 않았다.
“으아아악!!! 젠자아아앙!!”
리안은 그런 그들을 골려 주려고 고함을 질렀다.
“왜 그래에에에~!!”
“너무 쉽고요. 헤헷!”
거의 급커브에 가까운 협곡에서 고잉미샤호는 부드럽게 코너를 돌았다.
위기감이 전혀 없이.
“젠장! 속았네.”
“미친… 으어어엉!!! 선자아앙. 그런 장난 치지 마…….”
“어휴. 마법사 삼촌은 그렇게 담이 약해서 어떻게 해적질을 하고 다녔어요.”
리안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 * *
참고로 n9932-dana135 요새는 두 개가 존재했다.
그렇기에 트리아 왕국(신센롬 수도)과 가까운 쪽을.
n9932-dana135(남).
슐지역에 가까운 쪽을.
n9932-dana135(북).
이라 불렀다.
이런 식으로 불러도 상관이 없었던 것은 원래 슐 지역이 신센롬 제국의 땅이었고. n9932-dana135 요새는 그저 부유선이 지나다닐 때 관세를 내는 톨게이트에 불과했었으니.
“사… 사령관님!!! 북쪽에서 물이 내려옵니다!”
n9932-dana135(남) 요새는 한바탕 작은 소란이 있었다.
많은 양의 물은 아니었고 북쪽이 지대가 조금 더 높았기에 여름철에는 약간의 물이 이런 식으로 내려오곤 했다.
문제는 지금은 겨울이고 최근 비가 온 적이 없음에도 얕은 물이 내려왔다는 것.
“음? 도대체 무슨 일이지?”
사령관은 직접 밖으로 나가 확인했다.
여름철보다 조금 많은 물이었다.
그래 봐야 성인 남성의 무릎 정도?
n9932-dana135(북)에서 터져 나온 물은 얼마 가지 않아 멈췄고. n9932-dana135(남)에 도착하자 이 정도만 남게 된 것이다.
“어어어어……?!!”
그때 병사 하나가 북쪽을 향해 넋을 놓고 바라봤다.
갑작스런 물난리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부… 부유함…….”
그의 말에 다른 병사도 협곡을 바라봤고.
“이런. 빌어먹을 놈!! 뭘 얼빠지게 쳐다보고 있어?!! 사령관님… 어서 안으로!!! 적이 옵니다.”
“뭐?!! 무슨.”
요새 밖으로 나와 물을 관찰하던 사령관도 저 멀리 협곡 사이를 바라봤다.
“젠장. 미친놈들인가. 이런 요새에 부유선이라니.”
일단 안으로 피신부터 하고 봐야 할 것 같았다.
급히 오토호스에 올라타려는데… 깃발이 조금 이상했다.
“뭐야? 우리 제국의 것이잖아?”
그래도 혹시나 몰라 어서 요새 안으로 피신한 다음 성벽 위에 올랐다.
굳게 문이 닫히고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기다렸다.
스아아아아~!!
부유선이 지나가는 곳은 물이 튀어 올라 바닥이 보였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여유롭게 요새로 접근했다.
덜컹!
그리고는 근접한 상태에서 멈춰서서는.
찰캉. 찰캉.
갑판 위로 소년 하나가 천천히 걸어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를 본 요새 사령관의 눈이 점점 커졌다.
“이… 황자님?!”
* * *
하나. 둘. 하나. 둘.
요새의 뒤쪽 가장 가까운 도시의 이름은 레지안.
그곳에 신센롬 제국의 병력들이 하나둘 집결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한 가지 의문을 가졌다.
“도대체 무슨 수로 이 황자님이 이곳으로 온단 말이지?”
신센롬 제국의 여제 테리지아의 명령.
-그 아이는 자신이 한 말을 어긴 적이 없어요. 소극적이긴 하지만, 말에 책임을 다하는 아이죠. 그러니 꼭 올 겁니다.
군의 최고 통수권자로서는 무책임한 듯한 발언이었지만, 그녀는 군인들에게 존경받는 여제였다.
이전 전쟁 때 임신한 몸으로 헝그 왕국의 의회에서 한 연설은 아직도 회자될 정도.
“훈련은 잘 되고 있나? 다운 백작.”
“여왕께서 일찍 총동원을 내려 주신 덕분입니다. 전쟁이 봄에 벌어진다면, 최소한은 갖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카를 대공 전하.”
원래라면 동원 시기는 날이 조금 더 풀려서 할 예정이었다.
동원을 책임진 다운 백작으로서는 오히려 잘된 일이라 생각했다.
“그래. 여제께서 그대에게 거는 기대가 커.”
“최선을 다해서 여제 폐하의 관심에 부흥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운 백작은 이름난 명장을 스승으로 모셨고. 그의 전쟁에도 부관으로 참여한 경험이 있었다.
조금 심각하게 신중한 성격이라는 점만 빼면 일군을 이끌만한 재목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소식을 들어 보니 로이센 왕국은 이미 진격을 시작한 모양이더군. 로이센 국왕인 프리들이 직접 작살 왕국을 쳤다고 하네. 그리고 슐 지역에 주둔하고 있던 병력들이 보헴 왕국을 압박 중이고.”
보헴 지역은 단독으로 전쟁을 할 여력이 없다.
주요 거점 방어를 제외하고 대외적인 군사력은 신센롬 제국에 기댔다.
“지금 우리 군의 훈련도로는 보헴 왕국을 구원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그대가 수고를 해 주게. 나는 주력을 이끌고 먼저 가서 대치하고 있을 테니.”
“보헴 지역으로 곧장 가는 것은 위험합니다. 프리들 국왕이 합류하면 밀고 내려올 것인데…….”
“걱정 말게나. 트리아 왕국의 국경지로 갈 것이니. 보급선 때문에 거기까진 밀고 내려오진 못할 거야.”
실제로 로이센 왕국도 보헴 지역까지만 진출한 뒤 압박할 생각일 것이다.
트리아 왕국은 신센롬 지역의 수도가 있으니.
그들의 목적은 단지 슐 지역의 소유권 그리고 그 후에는 휴전 혹은 종전이었다.
로이센 왕국도 그다지 싸우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전략에 큰 이변이 생겼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n9932-dana135(남) 요새에서 들려 온 이상한 소식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