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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59화 (59/253)

< 59화 >

오래 전 율 대륙에 부유선이란 것이 없던 시절.

모든 배들은 돛으로 항해를 해야만 했다.

마법이 법칙이 아닌 신비로 취급받던 야만의 시절.

그때 가정 악명 높은 해적이 누구냐? 라고 말한다면 단연 바이킹일 것이다.

지금의 노르드 부족들이 그들이었는데.

잉글슨 왕국의 북부를 점유할 수 있었던 것도 부유함이 나온지 얼마 안 되는 시점이었다.

지금은 점점 밀려 잉글슨 북쪽 끄트머리에서 겨우 버티는 중이고.

소부족들은 잉글슨에게 회유당해 하나둘 잉글슨의 귀족이 되어 갔다.

이미 그들의 땅인 발트해에도 율 대륙의 법칙을 따르는 왕국체제로 변환 중이었다.

어쨌든 각설하고.

"누가 부유함으로 지나간대요?"

"응? 그럼……!"

리안은 즉시 모든 선원들을 소집했다.

"전투 인원들은 각 조별로 배를 만듭니다. 기한은 내일 아침까지."

"아니… 갑자기 무슨……."

"네? 배라니요. 선장!"

"젠장. 우리 조는 취사병이 셋인데… 망했네."

선원들은 아리송한 가운데, NO! 라고 외치는 사람은 없었다.

"거창한 건 필요 없고. 뗏목이면 됩니다. 흐흐."

어리둥절한 해적들을 달래듯.

"우리는 이곳 강 상류에서 뗏목을 타고 제3 공업 도시로 들어갑니다."

"……?!"

"뭐 해요. 다들 움직이지 않고!! 해적질하기 싫어요? 그럼 접어야겠네……."

라고 말하는 순간.

"우오……!!"

"소리는 내지 말고! 밤이라 도시까지 들릴지도 모르니까."

"오오오↘"

리안의 말에 작게 환호를 지르고는 고잉미샤호 아래로 뛰어내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열정을 다해 나무를 베어 내고 밧줄로 엮어 뗏목을 만들었다.

슥삭슥삭!

톱이 있는 사람은 톱질을 했지만.

퍽!! 퍽!! 퍼어억!!

대부분은 커틀러스(검면이 넓은 도)로 나무를 찍어 대고 있었다.

일반인이었다면 한 세월이 걸렸겠지만, 마나 유저의 비율이 많은 해적들이었다.

마나 유저가 아닌 해적들도 일반인을 훨씬 상회하는 육체 능력자들이다.

당연히 칼 한 자루로 나무를 쓰러뜨리는 일은 크게 어렵지…….

"뭐가 이렇게 오래 걸려요."

"우린 나무꾼이 아니라고. 꼬맹이."

부선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 간부들은 왜 구경만 해요?! 이래 가지고는 어느 세월에 다 만드나."

리안의 호통에 결국에는 간부들까지 총동원되어 뗏목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들이 나서기 시작하니 순식간이었다.

퍽퍽!!

대전사들은 인간이 아닌 무언가로 봐야 하지 않을까?

그들은 거대한 도끼나 커틀러스로 나무들을 마구 찍어 댔는데, 겨우 몇 번의 도끼질만으로도 성이느이 몸통만 한 나무들이 쓰러졌다.

타륵! 타륵!

일단 단원들은 쓰러진 나무의 잔가지를 쳤고.

화르르르!

샤토르가 화(火)속성을 이용해 수분을 날렸다.

가끔 실수로 불이 붙을 때가 있었는데…….

"거참!!"

부선장이 나서서 금방 수습했다.

스르르르!

그 외에 보급장 세바스가 목(木)속성을 이용해서 덩굴로 빠르게 조립을 시작했다.

옮기는 것은 물론이고 뗏목을 연결시키는 것도 순식간이다.

평소에 들고 다니던 화분도 필요가 없었다.

이곳은 숲이기에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은 널렸다.

"후~!!"

한겨울인데도 해적들은 웃통을 깐 이들이 종종 보인다.

그들이 흘린 땀에 아침과 붉은 여명이 반짝였다.

"다들 수고했어요. 감기 안 걸리게 얼른 들어가 땀 좀 닦고. 완전 무장한 뒤 출발합니다~!"

* * *

슐 지역 제3 공업 도시 아키루루의 사람들은 표정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최근 들어 물자 징발을 많이 당했기 때문.

이곳을 점유하고 있는 로이센 왕국이 신센롬 제국과의 전쟁을 위해서였다.

"젠장! 도둑 같은 놈들. 해도 해도 너무하잖아."

"이참에 쓸어 버려? 지키는 로이센 왕국 병사도 얼마 없잖아."

이곳을 지키는 병력은 겨우 1,000명 남짓.

연대라고 불리지만, 완전히 편제되진 않았다.

5만이 넘는 인구의 도시를 지키는 병사치고는 너무 적었다

자국이라면 몰라도 점령한 지 얼마 안 되는 지역이니…….

"마총은 쏠 수 있고?"

"젠장. 마총은 무슨 마나 유저도 아닌데… 후~"

그렇다고 반란을 일으키기에는 부담스러웠다.

전문적으로 전투를 배운 군인에게는 민간인은 바닥에 아장거리며 다가오는 병아리 수준.

무기만 해도 그렇다.

마총 몇 발만 쏴도 군중들은 겁에 질려 뿔뿔이 흩어질 것이다.

-조금 모자라더라도 무리한 징발은 하지 않는다.

또 로이센 왕국의 국왕 프리들은 매우 총명했다.

불만을 가질 수 있지만, 분노로 반란을 일으킬 정도는 아닌 수준.

"뭐. 전쟁이 끝나면 원래대로 돌아가겠지. 그렇다고 큰 적자를 본 것도 아니고."

그렇다.

생업에 지장이 갈 정도는 아니었기에 모두가 씩씩거릴 뿐 봉기는 하지 않는 것이다.

군인은 민간인에게 지지 않는다. 질색할 정도로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광기에 젖은 시민이 아니라면.

이것만 봐도 프리들 국왕이 얼마나 유능한지 알 수 있었다.

시민들의 감정은 불만 정도에 그쳤다.

"그래도. 그놈들 너무한 거 아니야? 아주 깡패가 따로 없어."

가끔 음식점에서 돈을 지불하지 않거나 트집을 잡아서 무리하게 깎는 경우도 많았다.

뭐. 그 정도야 점령군이니 그럴 수 있다고 치지만.

"혹시. 그 이야기 들었나? 테트라트 거리의 그 빵집 둘째 딸이 글쎄……."

"젠장. 무서워서 딸내미를 밖에 내보내겠나."

"자네 딸은 괜찮을 거야. 암. 괜찮고말고."

"무슨 뜻으로 하는 이야기인가?"

"아니네. 그보다 집이라고 안전한 건 아니라 하더군."

치안의 공백 때문인지. 아니면 범인이 로이센 왕국의 병사들인지 알 수 없지만, 요즘 흉흉한 소문들이 많았다.

사실 이런 악의적인 소문은 신센롬 제국의 스파이들의 공작이 대부분이었지만.

당연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로이센 왕국 측도 대응을 했다.

"제군들! 요즘 흉흉한 소문들은 들었을 거다."

"양이 미일 연대장님. 저희는 억울합니다. 우리 로이센 왕국의 군율이 율 대륙 전체에서 가장 빡센 건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러는 자네 대대에서 이번에 사고 친 놈이 있더군."

"그건… 어딜 가나 그런 또라이 같은 놈은 하나씩……."

아주 문제가 없지는 않았다.

다만, 방금 대대장의 말처럼 어딜 가든 꼭 한 놈씩은 사고를 치기 마련이고. 이 정도면 민간에 피해를 안 끼치는 축에 속하는 신사 점령군이였다.

주둔군은 매일 아침 빠지지 않고 조회를 하며 나름 노력하는 모습도 보였다.

"후… 그래서 순찰은 잘 돌고들 있겠지? 치안을 유지하지 못하면 다 우리가 손가락질을 받는다."

"알고 있습니다."

휘하 부하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괜한 문제가 일어나 봐야 자신들만 손해이니.

"성벽 위는 항시 군기를 엄정히 하고. 내 불시에 순찰을 돌아 문제가 있는 대대는 감봉이다."

"미일 연대장님. 딱히 적도 없는데, 3교대는 너무 혹독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맞습니다. 이곳에 주둔한 것이 완편되지 않은 우리 연대뿐이라지만, 한나절이면 다른 연대가 있지 않습니까? 문제가 생기면 그때 도움을 받으면……."

반란이 일어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다.

어찌어찌 도시에서 로이센 왕국을 몰아내는 데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곳에 주둔한 군대가 곧장 움직일 거다.

그 반면 도시는 고립된다.

각종 요새와 관문들이 유일하게 기대할 수 있는 신센롬 제국의 군대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슐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로이센 왕국의 병사들이 방심하는 이유다.

"세상은 그리 합리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어떤 미친놈들이 나타나 봉기를 할지 몰라. 설령 그것을 막아낸다 하더라도. 조기에 발견하거나 진압하지 못한 우리 연대는 국왕 전하께 질책을 받겠지."

양이 미일 연대장은 자신의 부대가 후방에 배치된 것이 못마땅했다.

웬만한 연대장보다 자신이 유능하다 여겼다.

이번 신센롬 제국과의 전쟁에 따라가지 못한 것을 이해 못 할 정도…….

"알겠……."

그때 회의실의 문이 벌컥 열리며 병사 하나가 달려 들어왔다.

"바… 바이킹입니다!!!"

"음?"

"……??"

"웬…….?"

* * *

고잉미샤호는 상류에 세워 둔 채 일부만 남겨 두고 모두 내렸다.

선원들은 어깨에 뗏목을 지고 강까지 날랐다.

첨벙! 첨벙!!!

쌀쌀맞은 날씨였지만, 강은 얼지 않았고 그 위로 뗏목들이 물살을 따라 떠밀려 갔다.

그 위에는 당연히 해적들이 우글거렸고.

"샤로트!! 그건 또 뭐야!"

그중 가장 황당한 것은 단연 샤로트였다.

그녀는 소형 포대를 뗏목까지 홀로 짊어지고 왔다.

"도련님… 헥헥. 제 처녀 무대라구욧!"

"아니… 그게 무슨 말이야."

"포대원으로서 첫 발사라니까요.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쏴보겠어요. 엊그제 요새를 공략할 때도 구경만 했다구요……!!!!"

보통 포병들은 백병전이 벌어지면, 마총을 든다.

그들은 대부분 마나 로드를 개척한 유저이기 때문.

거기다가 전문직이라 죽으면 곤란했기에 원거리 무기를 들게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작은 체구의 소녀였지만, 대기사는 대기사였다.

자신의 몸무게보다 무거운 것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으니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물론. 다른 포병들도 일부는 소형 포를 뗏목에 실기는 했다.

가끔 포가 쓰일 일도 있어서 리안이 시키긴 했는데…….

2인 1조나 3인 1조인 다른 사람들과 달리 샤로트는 혼자였다.

더 황당한 것은 마나포는 아무리 작아도 무거워서 포병이 아닌 다른 병과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샤로트는 다른 이의 도움 없이 무슨 자신감으로 저러는지 모르겠다.

"그… 그래……."

리안의 머리로는 SSR+급 네임드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나마 추측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오늘은 백병전을 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포를 옮기는 데 오러를 쭉쭉 뽑아 쓰는 걸 보니.

"가자!!!"

우오오오오!!

뗏목들은 강을 따라 천천히 이동했다.

해적들은 긴 장대를 이용해 나름 운전이라는 것을 하며 도시로 접근했다.

"으하아하암~"

성벽을 돌던 로이센 왕국 병사들은 잠에서 덜 깬 상태다.

3교대이긴 했지만, 밤에 근무를 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지금같이 추운 날은 더더욱.

"저기… 뭔가 꾸물꾸물거리는데……."

아침이 되자 오히려 그들의 긴장은 풀렸다.

눈도 반쯤 풀려 멍하니 먼 곳을 바라보는데, 강에서 시커먼 무언가가 떠내려오고 있었다.

"그림자겠지."

아침 햇빛으로 인해 눈이 부셔 사물을 잘 분간할 수 없었다.

다만. 계속 보고 있으니 뭔가 소름이 돋았다.

오래전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너희 할아버지 때만 해도 말이야. 북부에는 바이킹 놈들이 살았단다.

그들은 해안가만 털지 않고 강이 연결된 곳이라면 내륙까지도 들이닥쳤다.

강이 떨어져 있으면 배를 어깨에 짊어지고서 말이다.

"바… 바이… 킹!"

"무슨 개소리야. 바이킹이 사라진 지가 언제인데."

여전히 그의 후손들이 해적질을 하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귀족 행세를 하며 국가를 세웠다.

지금 율 대륙 북해의 동쪽인 칼트해는 3개의 노르드 국가가 세워졌다.

여전히 대부분 나라는 야만적인 부족 국가라고 손가락질하지만.

"젠장!! 진짜로 뭐가 오고 있긴 해!!"

그때였다.

탕!!

갑작스러운 마총 소리에 강을 바라보고 있던 병사 하나가 쓰러졌다.

뗏목의 숫자는 많았지만, 그중 몇 개는 한참이나 먼저 출발했었다.

선발대였다.

그들은 수문을 통과한 뒤 곧장 문을 내리는 시설을 장악했다.

겨울에다가 전시가 아니었기에 당연히 열려 있었다.

타다다당! 탕! 탕!!!

그 이후 곧장 교두보를 마련하고. 주위에 보이는 병사는 족족다 쏴 버렸다.

해적답지 않게 강을 등지고 반원으로 진형을 만들었다.

퉁~ 퉁~ 투두둥~!

그들이 만든 교두보에 다른 뗏목들이 하나둘 도착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중간쯤에는 리안이 타고 있었다.

깡총!

뗏목에서 뛰어내린 뒤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다지 근엄해 보이진 않았지만, 내용은 살벌했다.

"이제부터 이 도시를 청소합니다. 이번에 포로 따위는 없습니다. 도망가는 놈들은 굳이 쫓지 않되 굳이 살려 둘 필요는 없어요."

못해도 1천 명 이상 주둔하고 있을 거다.

적의 숫자가 훨씬 많다.

"닥치는 대로 죽이세요. 적에게 우리의 두려움을 새기세요."

어설프게 쳤다간 오히려 역으로 당한다.

시가전이 되기 전 빠르고 강력하게 폭풍처럼 몰아붙여야 한다.

반격할 엄두도 못 내게.

* * *

다만 이곳 도시를 지키는 양이 미일 연대장은 제법 강단있는 인물이었다.

갑작스러운 습격에도 당황하지 않고.

"바이킹이라니. 전령은 똑바로 말하라."

"그것이. 강을 통해 적들이 작은 뗏목들을 타고 들어오고 있습니다. 초병들은 일부 마총에 맞아 전사했습니다."

"규모는?"

"알 수 없습니다! 곧장 이곳으로 달려온 터라……."

연대장은 몇 초간 생각에 잠기더니 명령을 내렸다.

"적의 규모는 많을 수 없다."

합리적인 판단이다.

정규 군대는 절대 적진 한가운데 나타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시민들이 동요하여 합류하기 전에 조기 진압이 중요했다.

"대대장들은 즉시 부대를 모아 집결하라. 숨거나 각개 전투를 하지 말고 최대한 뭉쳐서 군집의 힘을 보여 주도록. 괜히 소수로 쪼개져서 시민들의 사기를 높이지 말 것을 명심하라."

군대의 가장 큰 힘은 집단전에서 나온다.

대대장들은 연대장의 말을 귀담아들은 뒤 부하들을 모으러 돌아갔다.

< 59 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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