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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22화 (22/253)

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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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들의 등장으로 군함들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편대장을 맡고 있던 함장은 고민에 싸였다.

“함장님!! 어떻게 합니까? 지금 이대로 싸운다면 피해가 클 겁니다. 부디 퇴

각을······.”

부관은 조언을 했다.

해군은 배 한 척을 포위하겠다고 넓게 원이 그려진 상태.

반면 해적들은 장사진(뱀 모양의 일자진). ‘ㅣ’ 모양으로 세로로 빠르게 접근

하고 있었다.

가까이 접근하는 순간 크게 옆으로 돌며 길게 늘어설 것이다.

“저지한다.”

“함장님!!”

원래라면 장사진은 그다지 좋은 형태의 진이 아니다.

공격 측이 ‘ㅣ’모양으로 접근하면.

수비 측은 ‘ㅡ’모양으로 방어한다.

합쳐서 ‘ㅗ’ 모양인데.

공격 측은 선두부터 집중포화를 받게 되어 각개격파의 우려가 있었다.

다만.

“맞서 싸우다니요. 수비 진형을 짤 시간이 없습니다. 기껏 해 봐야 세 척! 그

것도 불안정할 겁니다.”

근처에 있는 배끼리 뭉치면 얼추 그렇게 될 것이다.

다만 뭉치기 위해 속도를 내야 하고 다시 속도를 늦춰 라인을 만들기 전에 충

돌할 것이다.

결국 ‘ㅗ’모양이 아니라 ‘ソ’모양으로 사선으로 휘어진 채 교전이 시작될 확

률이 높다.

각개격파가 불가능해진다.

이런 식이라면 세 척으로는 절대 저지할 수 없다.

접근을 허용하는 순간 적은 옆으로 틀어서 ‘=’ 모양이 될 것이고 라인 배틀이

시작된다.

그러면 당연히 마포가 많은 쪽 그러니까 쪽수가 많은 쪽이 이긴다.

다른 아군이 부랴부랴 합류할 때쯤이 되면 이미······.

“여기서 우리가 물러나면 통신선이 위험하다. 통신선이 퇴각할 시간을 벌어야

해.”

“적들은 우리의 통신선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맞아. 그래도 대략 30% 확률로 발각되겠지.”

통신선은 각종 마법 기기들로 떡칠이 되어 있어 느리다. 아니 더럽게 느리다.

정찰선들이 진형을 정비하기 위해 퇴각한다면 통신선은 홀로 남게 된다.

“뭉쳐서 도주하면······.”

“끝까지 쫓아 오겠지. 저들은 이미 장사진을 펼쳤다.”

부유함은 주변으로 부유 물질을 방출한다.

한 척일 때는 주변 환경에 별 영향을 못 끼치겠지만 배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

결국.

“따라잡히겠지. 바람과 조류조차도 저들의 편이다.”

저들의 입장에선 순풍이다.

부유 물질이 선두의 배에 집중해서 몰릴 거다.

“흩어져서 퇴각하면······.”

“전열을 다잡는 데 오래 걸리겠지. 그동안 우리 통신함은 30%가 아니라 거의

100%로 발견될 거고.”

다시 개입하기 전에 벌집이 되거나 적들에게 나포될 것이다.

“설마. 이걸 노린 걸까?”

그러다 고개를 저었다. 불가능하다.

“억수로 운이 좋은 놈이군.”

***

리안의 생각은 반대였다.

“운도 지지리 없네.”

철갑선에 갤버포로 겨우 2발이 맞았는데, 재수 없게도 한 발은 해병 대기실

중 한 곳이 맞아 유효타가 되었다.

물론 더 재수가 없었다면 2명 중상이 아니라 몇 명이 죽었겠지만.

[도대체 네놈들은 뭐 하는 놈들이야?!!]

그때 해적선에서 통신이 들어왔다.

다가오는 저 배 중에 가장 짬이 높은 해적일 터.

통신선이 아니고서야 1:1 그것도 단거리 통신만 되니 누군가 대표로 통신을

해 온 것이다.

“여왕벌을 찾았는 뎁쇼.”

[올몬드 해적단의 선장이 바뀌었다더니 진짜로 어린애네. 그래서. 해군 통신

선은 어디에 있다는 거야?!]

“쫓기느라 놓쳤습니다. 다만 어디쯤에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쯧. 안내해라.]

“일단 저놈들부터 어떻게 하는 게 먼저 아닐까요? 헤헤.”

리안은 달려오고 있는 해적선과 통신을 했다.

초면부터 싸가지 없이 반말을 찍찍 뱉는 것이 기분 나빴지만, 저들에게 짬 처

리시킬 걸 생각하니 기분이 다시 좋아졌다.

[쯧. 이딴 상황은 생각도 못 했는데. 일단 저놈들부터 정리하고 이야기한다.

만약 통신선을 발견하지 못하면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해적 편대장은 리안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리안은 귀를 후볐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형님들.”

[누구보고 형······.]

삑.

통신이 끊어졌다. 아니 끊었다.

샤아아아~

해적선들은 속도를 늦추지 않고 고잉미샤호를 스쳐 지나갔다.

저들도 아는 것이다.

지금 진형이 자신들에게 극도로 유리한 것을.

퍼버버벙! 펑! 펑!!

그들은 곧장 전투에 돌입했다.

“자자. 우리는 이만 가죠.”

“합류하지 않고?”

“저런 놈들과 어울려 봐야 하천에 사는 하급 피라미밖에 안 된다고요. 자고로

대어는 큰물에서 노는 법! 자 출발~”

리안은 싸움을 뒤로하고 적의 통신선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으로 향했다.

어차피 먼 곳에 있지는 않을 거다.

전투가 벌어진 걸 보고 받았을 거고. 그렇다면 단거리 통신이 가능한 거리에

있을 거다.

전투 내용을 실시간으로 본대에 보고를 할 테니.

“서··· 언장님! 찾았습니다.”

더군다나 고잉미샤호에는 레이더라는 최첨단 아이템이 있지 않은가.

“좋아!”

리안은 즉시 선내에 방송을 했다.

“각 해병 대기실 별로 보고 하세요.”

[1번실 이상 무.]

[2번실 이상 무.]

.

.

[3번실 2명 결원. 나머지는 이상 무.]

해병 대기실은 갑판 바로 아래에 있다.

백병전을 위해 갑판 위에서 대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특히나 범선 시대와는 달리 흔들림이 심한 부유함의 갑판은 매우 위험하다.

특히나 리안이 모는 부유함일 경우는 더더욱 그렇고.

“함포실. 위협 사격 실시하세요.”

적 통신함을 발견하자마자 함포부터 발사했다.

퍼버버벙!

물론 맞추지는 않았다.

그냥 무력시위일 뿐.

통신선에는 마포를 설치할 여유 공간 따위는 없었기에.

끼릭. 끼릭.

해군의 통신선에서 하얀 깃발이 올라왔다.

싸워 봐야 무의미하다는 것을 저들도 아는 것이다.

쿠웅!

그러나 리안은 깃발이 다 올라가는 걸 기다려 주지 않고 거칠게 접선을 했다.

휘릭휘릭~ 거리며 로프가 걸려 단단히 고정했고 해적들은 빠르게 통신선으로

넘어갔다.

“나는 본 함의 함장······.”

통신함의 함장이 갑판까지 나와 항복 의식을 진행하려 했지만.

퍽!!!

부선장이 그의 면상을 후려갈기고는.

“비켜~! 다 비켜! 저항하면 다 뒈진다!!!”

해병대를 대동한 채 통신함의 곳곳을 수색했다.

아무리 거칠고 단순무식한 부선장이라 해도 막무가내로 이러는 건 아니었다.

해병대를 지휘하려고 선교를 나가려는 그를 붙잡은 리안이.

-부선장 아저씨. 시간을 주면 안 돼요. 주요 문서들을 태우기 전에 하나라도

더 건지세요. 상대가 어떻게 나오든 강경하게!

그런 명령까지 받은 마당에 성격이 급한 부선장의 눈알이 완전히 뒤집힌 거다.

드디어 자신의 능력을 쓸 때가 온 것이다.

약탈은 전문 분야이지 않은가.

“당장 멈춰! 손목 날아가기 전에.”

항복을 위해 선장이 갑판으로 나간 사이 해군들은 배 곳곳에서 서류를 없애고

있었다.

찢고. 태우고. 물에 던지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런 그들을 일일이 제지하고 서류들을 챙겼다.

한편. 리안은 느긋하게 적선으로 향했다.

“끄으윽!”

통신선의 함장은 망연자실하게 주저앉아 있었다.

해적들에게 명예가 짓밟혔음에도 전투 병과가 거의 없어 저항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안녕하세요. 고잉미샤호의 선장 리안이라고 합니다.”

그를 발견한 리안은 방갑게 인사를 했다.

“꼬마들?!”

헛것을 본 것이 아닌가 싶어 눈을 비볐다.

아니다. 분명 꼬마들이었다. 그것도 세 명이나.

“패장이 계속 그렇게 편히 앉아서 상대를 맞이하기 있기, 없기? 빨리 항복 절

차를 진행하세요.”

“허······.”

하도 어이가 없는 통신함 함장은 어정쩡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의가 없으시네요. 아무리 우리가 해적이라 해도 그렇지.”

“아니. 항복 절차를 받아주지 않은 건 그··· 쪽······.”

“페어플레이를 안 하니까 그렇죠.”

리안은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지금도 보라.

해병대들이 눈에 보이는 종이란 종이들은 모두 가지고 갑판으로 올라오고 있

었다.

“아니. 원래 통신선은 이렇게들 한다고!! 서로 적당히 눈감아 주는 것이 관

례······.”

“저는 어려서 그런 건 모르겠고. 항복 절차를 안 거치면 포로 대우를 해 줄

필요가 없단 것 정도는 알고 있네요.”

리안은 마권총을 만지작거리며 싱긋 웃었다.

서류뭉치들을 보니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역시 해적들이라 물건을 챙기는 것 하나는 일류다.

“으··· 대스랑 제국 통신함 함장 레고르스 중령은 잉글슨 왕국에 항복하는 바

입니다. 부디 아량을 부탁드립니다.”

그는 자신의 의장용 검과 함께 국기를 넘겼다.

의장용 검은 실전성이 거의 없는 장식품에 가까웠다.

배가 건조될 때 함께 세트로 제작되는데, 보통은 선장실에 장식품으로 걸어

둔다.

딱히 배에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고. 배의 주인이 바뀔 때나 보여 주기식으로

넘겨주고는 했다.

“설치지만 않으면 적법한 포로 대우를 받게 될 거에요. 국기는 풀려날 때 드

리죠.”

해적에게는 원래 포로 따위는 없다. 오롯이 노예로 팔려갈 상품만 있을 뿐.

그러나 지금은 잉글슨 왕국의 동맹으로 참가했기에 적당히 법을 지킬 필요가

있었다.

나중에 몸값을 받을 수도 있고.

“그런데··· 정말 선장이 맞는 겁니까?”

“뭐. 어쩌다 보니. 그리되었네요. 독방. 괜찮으시죠? 중령 아저씨.”

배를 빼앗겼으니 그는 더 이상 함장이 아니다.

리안은 그를 고잉미샤호의 감옥에 가두도록 지시했다.

나머지는 통신선의 큰 선실 몇 곳에 몰아넣고 해병대에게 감시를 지시했다.

“오오. 이렇게 생겼구나.”

리안은 곧장 선교로 향했다.

확실히 일반적인 배와 달리 선교는 상당히 넓었다.

복층 구조였는데, 위층은 지상으로 조타석이 자리했고 아래층은 갑판 아래에

위치했다.

이러한 모양을 띠는 것은 통신 장비들 때문이었다.

일 대 다수 통신이든, 장거리 통신이던. 통신 자체가 생각보다 상당히 까다로

운 마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복잡하고 정교한 마도구들이 필요했다.

특히나 다른 배에 마법적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더더욱 그랬다.

덕분에 통신함과 연결된 배들은 간단한 마도구만으로도 통신이 가능했다.

그래서 그런지 통신함에는 통신을 전문으로 하는 마법사만 다섯이다.

“몸값이 두둑하겠네. 흐흐.”

더군다나 통신함은 제국조차도 단 두 척만 운영하는 귀한 몸이다.

큰 전쟁이 아니면 항해도 하지 않는다.

“꼬맹이. 이놈들은 어떻게 할까?”

정보 장교인 다섯 명의 마법사들은 마나 구속구를 차고 한쪽에 몰려 있었다.

그들은 딱히 저항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마법사의 몸값은 비싸기에 해적들이라 해도 자신들을 해치지 않을 거라 생각

했기 때문.

다만. 해적은 해적이기에 겁은 좀 먹은 듯 보인다.

“제일 만만한 사람이 보자. 음··· 저 아저씨만 풀어 주고 나머지는 가두세요.”

마법사는 위험한 족속들이기에 특별 관리가 필요했다.

“딴생각 못 하도록 해병대 몇 놈을 남겨 놓지.”

“네. 그리 해 주세요.”

한 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마법사들이 끌려갔다.

남은 마법사는 눈치를 살살 봤다.

확실히 유약해 보이는 면상이었다.

“뭘 그리 겁을 먹고 그러세요. 대스랑 제국 장교가.”

“나··· 난 전투 계열이 아닙니다.”

포로로 잡힌 입장이라 리안이 꼬마라고 무시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기본 훈련은 받잖아요. 아. 그게 아닌가.”

그냥 요식 행위로 할 뿐일 테지.

그래도 마법사는 위험하다.

해적선의 통신 마법사 포트만 해도 겨우 2서클에 유약한 성격이면서 화염 마

법으로 백작 부인에게 위협받던 리안을 구해 준 적이 있다.

“서··· 선장!”

그때 서류 뭉치를 한가득 안고 온 포트.

그에게 구해진 적이 있었기에 기분이 좋을 땐 삼촌이란 애칭을 써줬다.

“마법사 삼촌. 어때요. 뭐 좀 건졌어요?”

“노다지야. 이거.”

포트는 바닥에 서류들을 풀어 헤치며 펼쳐놓았다. 그리고 몇몇 서류들을 보여

준다.

“봐도 모르겠네요. 암호도 읽을 줄 아나요?”

“이런 어린애 낙서처럼 끄적인 것은 따로 해독할 필요도 없어. 제국의 암호문

이라고 하기엔 너무 조잡해.”

국가 간의 총력전이 잘 일어나지 않는 게임 초반이기에 아직 정보전의 개념이

부족해서 그렇다.

실무자들은 복잡한 암호문을 좋아하지 않는다.

봐도 알아차릴 수 없는 수준이 딱 좋았다.

그런데, 누군가에겐 딱 적당한 수준이 수준 미달이었나 보다.

“오오~!! 포트 삼촌~! 다시 봤어요.”

“그··· 그래. 고··· 고마워··· 선장.”

포트는 칭찬에 귀까지 벌겋게 변했다.

어지간히 기쁜 모양.

“그래서. 알아낸 건요?”

“적 기함의 위치를 알아냈어. 그리고 작전서도 하나 찾아냈는데. 적 규모와

병력 구성에 대해 기록되어 있더군.”

“네?!”

멍청한 놈들.

위치는 통신을 위해 대략적으로라도 좌표를 따야 해서 그럴 수도 있다.

다만, 규모와 병력 구성은 1급 기밀이다.

“포··· 포트?!! 진짜 포트야? 네가 왜 여기에··· 왜 해적들과······.”

그때 제국의 통신 장교가 해적선 마법사 포트에게 아는 척을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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