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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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찰 편대는 최대 10 척까지 움직인다.
그 중심에는 통신함으로 불리는 특수선이 있는데, 탑승한 마법사의 정보 처리
능력에 따라 동시에 채널링할 수 있는 배의 숫자가 달라졌다.
그 숫자가 편대의 최대 숫자이고.
쏴아아아~!
정찰대로 나선 쾌속선들의 간격을 벌리며 통신함으로부터 퍼져 나갔다.
어느 순간부터는 서로의 시야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그러나 고잉미샤호는 그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다.
“똘똘이. 특이 사항 있나?!”
리안은 느긋하게 조타석에 앉아 레이더병에게 물었다.
똘망똘망하게 생겨서 똘똘이란 별칭을 지어 줬다.
“레이더에는 총 4척의 정찰선만 잡히는 상태입니다. 나머지 배들은 감지 범위
에서 완전히 이탈했습니다.”
시야 너머까지 잡아내는 등불의 여신 선수상도 한계가 있었다.
이제 통신선과의 거리도 있어 통신도 노이즈가 잔뜩 꼈다.
조금 더 멀어진다면, 통신을 위해 왔던 길을 돌아가야 할 것이다.
“그래. 갑자기 이상하게 움직이는 녀석이 있으면 바로 보고하고.”
“알겠습니다. 서언장님!”
똘똘이는 막중한 임무를 받았다는 생각에 잔뜩 긴장한 얼굴이었다.
나름 레이더병을 선발하는 데 꼼꼼함과 성실함에 큰 비중을 뒀다.
덕분에 해적치고 담이 작은 것이 탈이지만.
“항법사 아저씨.”
“알아. 위도와 경도는 지금 기록 중이야.”
GPS가 없기에 항법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나 해안을 따라 항해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처럼 망망대해로 나온 경우에
는 더더욱.
“수시로 똘똘이를 가르치는 것도 잊지 마시구요.”
“똘똘이는 무슨. 별로 똘똘해 보이진 않는데··· 뭐. 직속 하인으로 부릴 놈이
생긴 건 나쁘지 않군.”
하인으로 부리는 건 상관없다.
잘 가르치기만 한다면 말이다.
레이더에 찍힌 점들을 보고 최소한 동서남북과 거리 정도는 척척 말해 줘야
하지 않겠는가.
“한 번씩 함께 레이더를 봐 주시구요.”
“내가 그리 한가한 사람으로 보이나?”
“뭐. 바쁘면 어쩔 수 없구요.”
할 줄 아는 거라고는 지도밖에 볼 줄 모르는 항법사지만 언터처블이다.
그가 없으면 원해로 나서지 못한다.
해안선만 따라다니다가는 바다에 버리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해적에게도 시간은 금이다.
“서언··· 장님! 좌측에서 두 번째 정찰선이 갑자기 속도를 늦춥니다.”
“오오~! 똘똘이 잘했어.”
“감사합니다.”
녀석은 작은 칭찬에도 기뻐했다.
원래 보직은 마총병이었는데, 이야기를 들어 보니 백병전 자체를 극도로 두려
워하는 것으로 보였다.
다시 마총병으로 보직을 옮길까 봐 걱정인 모양.
어린애에게 ‘똘똘이’라고 불려도 저리 좋아하는 걸 보니 말이다.
“자! 그럼 달려 볼까나.”
“꼬맹이. 진짜로 갈 거냐?! 우리 임무는 정찰선이다.”
정찰선의 임무는 교전이 아니다.
가끔 어쩔 수 없이 정찰선끼리 교전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진짜 목표는 적을
찾거나 감시하는 일.
지금 하려는 일은 명백히 정찰 임무에 반하는 짓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군단이다!!!”
라며 외치며 리안은 급발진을 시켰다.
츠아아아!!!
고잉미샤호는 파도를 타고 날다시피 가속했다.
역시 원해의 바다는 거칠었다.
츠챱츠챱거리며 파도가 배 옆면을 때렸다.
만약 이 배가 부유선이 아니라 범선이었다면 심하게 흔들렸을 거다.
삐! 삐!
통신 수정구가 미친 듯이 울렸다.
중간에 속도를 줄였다는 아군 정찰선에서 보내는 신호일 것이다.
그들은 당혹스러울 것이다.
갑자기 적과 자신들 사이에 끼어들었으니.
-지금. 뭐 하는 건가?!!
이제 막 돌아가려는 찰나였을 거다.
통신선과의 거리가 너무 멀어져 통신구가 먹통이 되었으니까.
참고로 통신선은 해적왕과 1:1 교신이 가능한 비싼 마도구를 가지고 있을 거다.
“통신함에 가서 보고하세요. 이 몸은 적 정찰선들과 놀고 있을 테니까. 흐흐.”
적들도 비슷한 형태로 정찰 선단을 운영했다.
다시 말해.
“상대의 통신함만 찾아 족치면 상대를 눈뜬장님으로 만들 수 있다는 말씀.”
-그게 무슨······.
“나는 군단이다!!!”
치지직!
그 말을 남기고 통신이 끊겼다.
거리가 멀어져서 통신구의 성능이 못 따라 줘서다.
“포실은 갤버포로 장전하시고!!”
-선장! 바다가 요동쳐서 갤버포로는 유효타가 힘들어!
오늘따라 바다가 거칠었다.
갤버포는 긴 사거리를 장점으로 하는 포였는데, 데미지가 강한 편은 아니었다.
“상관없어요. 그냥 시비만 거는 거니.”
겨우 정찰선 하나를 붙잡고 놀 생각 따위는 없었다.
리안이 원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펑! 펑!!
포격은 대실패.
“서언장님! 적함 도주를 시도합니다.”
“좋아. 따라가자고.”
리안은 거리를 두고 적함을 향해 따라붙었다.
“꼬맹이. 너무 깊이 들어가는 거 아니야?! 원해에서는 잘못 포위되면 빠져나
가지 못한다고.”
“으흐흐. 우리 배는 여신님의 가호 아래에 있다구요.”
원래대로라면 리안이라 하더라도 부담스러웠을 거다.
부유함은 조류와 바람에 영향을 많이 받으니.
아무리 신식함이라 해도 포위당하면 끝장이었다.
“그게 무슨······.”
“적들이 뻔히 어디에 있는지 알고도 포위당하면 바보죠. 그렇지 않나요? 항법
사 아저씨?”
“나를 너무 믿는 거 아니냐?”
“먼바다에 나오면 믿을 사람은 항법사뿐이죠.”
매일 지도만 들여다보고 있는 양반이었다.
더군다나 이 근방은 올몬드 해적단 시절부터 활동하던 지역.
계절마다 그리고 시간 때마다 바뀌는 조류와 풍향은 꿰고 있을 거다.
촤르르르~
항법사가 조타석 옆에 자리 잡아 지도를 고정시켜 줬다.
딱 보기 좋은 위치.
“오오. 바다의 신 메살께서도 우릴 돕는군요.”
“반대로 보이는데? 내가 해전을 잘못 알고 있나?”
파도와 바람은 적들이 위치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이 더 유리했다.
“멍청이도 아니고 계속 이렇게 따라가지는 않을 거라서요.”
그 말과 동시에 때마침.
삐유우우우웅~ 파삭!
도주하던 정찰선이 공중을 향해 마법폭죽을 터뜨렸다.
아군의 영향력이 강한 곳에 도착했으니 다른 정찰선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
일 터.
동시에.
“서언장님!! 적선이.”
“알아. 나도 눈이 있으니.”
적선이 서서히 유턴을 하며 교전을 준비했다.
조만간 지원이 올 것을 예상하기 때문일 터.
“조금만 어울려 줄까나. 똘똘이 집중해!! 이제부터 머리가 좀 아플 거다. 동
서남북만 헛갈리지 마!”
“알··· 겠습니다······.”
뭔가 자신 없는 표정.
배의 방향이 바뀌니 방위를 잡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터져 나갈 거다.
‘짜식. 하는 짓이 귀엽네. 흐흐.’
바짝 긴장한 똘똘이의 반응을 보며 리안은 속으로 씨익 웃었다.
고개를 움직여서 보기 불편하지만, 자신이 있는 조타석에서도 레이더가 보였
기 때문이다.
조종을 하면 정신이 없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소리로 듣기 위해서 똘똘이를
배치했을 뿐이다.
“얼마나 버티나 한번 볼까나.”
고잉미샤호는 빠르게 적선을 향해 나아갔다.
적 정찰선은 옆으로 돌려 포를 쏴 댔다.
펑펑~!
“맞지 않아!”
유난히도 파도가 거친 날이었다.
적이 쏜 포탄은 형편없는 곳에 떨어졌다.
쏴아아~
고잉미샤호는 파도와 함께 움직이며 리듬을 탔다.
이는 매우 중요한 행위다.
리듬이 존재한다는 것은.
퍼버버벙!!
아군의 포수들로 하여금 안정감을 준다는 것.
“세 발 명중!!”
한 옆면에 15문씩 총 30문의 포가 배치된 고잉미샤호였다.
그중 총 10문이 갤버포였는데.
한 면에 5문이니.
“오오~ 얼추 반반이네. 치킨 땡기게.”
50퍼센트 이상의 명중률이었다.
“이거 한 방에 보내 버려도 되겠는데. 함포장 아저씨. 카논포 준비하고 한 발
은 화염탄으로 준비해 주세요.”
리안은 사격 통제실에 통신을 했다.
-화염탄은 내가 직접 쏘지.
“가까이 붙을 거예요.”
-으하하. 말년에 이런 화끈한 선장을 만나다니. 운이 좋구만.
포병을 적극 활용하는 해적은 잘 없었다.
그런 그들에게 실력을 발휘하게 해 주는 것만 해도 기쁜 일이었다.
반면 스랑 제국의 정찰선은 죽을 맛이었다.
“선장님!! 방금 포격으로 17명이 전사하고 함포 3기가 전투 불능이 되었습니
다.”
“이런 지랄 같은 바다에서 어떻게 맞춘 거야?!”
“운이 아닐까요?!”
“운으로 어떻게 세 발을 맞춰! 돌아가면 훈련이다. 우리 포수들은 정신이 썩
어 빠졌어. 어떻게 해적들에게 포격전이 밀릴 수가······.”
“선장님!! 적선 더 다가옵니다.”
“뭐?!! 저놈들 제정신인가?!”
정찰선의 임무는 역시나 정찰.
그런데, 저들은 약탈이라도 할 요량인지 저돌적으로 접근했다.
“무슨··· 백병전이라도 할 요량인가? 이런 바다에선 배끼리 붙이는 것도 힘든
데?”
“어떻게 합니까?”
“그··· 그··· 젠장. 포를 준비해!! 모든 포······.”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방금 전 한 발이 포실에 맞아서 수습이 안 되
고 있습니다.”
마석에 맞아 유폭이 안 된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그보다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상황이라 우왕좌왕하는 것도 있었다.
확실히 훈련 부족이라도 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
“꺾어!! 좌현으로 꺾어.”
“저··· 적함! 너무 빠릅니다.”
“아니. 무슨 이딴 바다에서 저렇게 움직여. 일단 쏠 수 있는 포는 다 쏴!! 저
지시키란 말이야.”
선장도 우왕좌왕했다.
겨우 갤버포에 몇 발 맞았을 뿐인데, 난리도 아니었다.
퍼버버벙!!
다가오는 적을 저지하기 위해 급한 대로 마구잡이로 쐈지만 여전히 명중률은
엉망이었다.
더 최악인 것은 이쪽에서도 운 좋게 갤버포를 한 발 명중시켰지만.
“젠장! 무슨 해적이 철갑선이야!!”
고잉미샤호는 나무가 아니라 금속으로 이루어진 배였다.
제대로 맞지 않으면 갤버포로는 경미한 데미지조차 줄 수 없었다.
“추··· 충돌합니다!! 충격에 대비··· 어라···? 가 아니라 비켜 갑니다.”
펑!!! 퍼버버버벙!!!
충격이 전해졌다.
배끼리 충돌하는 배 전체에 울리는 형태의 묵직한 충격은 아니었다.
뭔가 경쾌하게 터지는 듯한 느낌.
고잉미샤호는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선장님. 화염탄에 맞았습니다!!”
“배 아래쪽에 타격을 받았습니다.”
“물이 쏟아져 들어옵니다. 치··· 침몰합니다.”
“빌어먹을 해병들을 모두 보내서 물을 퍼내! 퍼내란 말······.”
퍼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끼리릭~!
배가 완전히 기울었다.
화염탄 한 발만 맞아도 치명적인데, 알맹이가 굵직한 카논포를 배 아래쪽에
몇 방이나 맞았다.
물통으로 물을 퍼내고 나무판자로 급하게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끄아아아악!!
빠르게 침몰하는 스랑 제국의 정찰선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반대로.
우와아아아!!!
고잉미샤호에선 승리의 함성이 들렸다.
“진짜. 꼬맹이의 조타 실력은 아무리 봐도 미친 것 같군.”
“10,000시간의 고인물을 무시하면 곤란하죠. 직접 조종해야 할 때가 많은 무
과금러의 애환이 담긴 조타력이라고나 할까.”
말하고 나니 속이 씁쓸했다.
과금러들은 직접 조종해야 하는 괴랄한 상황 속에서 스킵이라 쓰고 현질이라
읽는 좋은 기능을 잘 활용했으니.
“한 번씩 이상한 말을 하는 걸 보면, 진짜 미친 것 같기도 하고······.”
리안이 현대의 용어들을 말할 때면, 다들 중2병을 취급하는 듯했지만.
“아직 중학생 나이는 아닌데······.”
어린 나이가 스스로 한탄스러웠다.
아이라서 할 수 없는 것이 너무도 많았기에.
“서언장님!! 남동쪽에서 적선으로 추정되는 배가 두 척이 더 늘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하나둘 적들이 추가되기 시작했다.
적들은 나름 은밀히 접근하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이쪽에는 눈을 아득히 뛰
어넘는 레이더가 존재했다.
“좋아. 대충 감 잡았고.”
아마도 적들은 이쪽을 나포해서 정보를 알아낼 요량인 것 같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여왕벌을 잡으러 가 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