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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3화 (3/253)

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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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전함을 생각해선 곤란하다.

물론 게임 중반부쯤 가면, 갑판에 거대한 마나 포대를 설치한 드레드노트급

배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지금은 갑판 아래 측면에 작은 포대 다수가 설치된 형태이니까.

해적선의 움직임을 본 고잉미샤호의 선장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렇게 포격전이 하고 싶은 건가?!”

해전선은 직선으로 도주하다가 쫓아오는 고잉미샤호에 포격을 하고는 다시 도

주하기 시작했다.

반격하기 위해서 배를 옆으로 돌리는 순간 적은 이미 멀찌감치 도망간 상태.

“속도를 높여야 합니다. 함장님.”

“알고 있다. 생각보다 상대측 선장이 유능하군. 그래 봤자지만.”

상대는 고잉미샤호에 두 가지 선택지를 줬다.

접근하거나 아니면 서로 꼬리를 물고 뱅글뱅글 돌며 포격하는 식으로 일반적

인 포격전을 하거나.

“포탄! 정면으로 날아옵니다!!”

이렇게 꽁무니만 쫓으면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을 수밖에 없다.

“전방에 이지포 두 발.”

“알겠습니다!”

이지포.

쉽게 설명하면 실드 마법을 구현하는 것이다.

포탄에도 마법진을 그려야 하기에 비싼 건 물론이고 그걸 어느 타이밍에 터뜨

려야 할지까지 계산해야 하기에 운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

당연히 몸값이 비싼 마법사를 필수로 배치해야 했다.

퍼버버벙!

다행히 실드가 제때 펴져서 적의 포탄이 배에 닿지는 않았지만.

구그그긍!

공기 중의 충격으로 배가 흔들리는 것은 어찌하지 못했다.

휘청~

조타수는 이를 악물고 배를 다잡았다.

꺄아아악!

고상하게 부채질을 하던 귀부인이 놀라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위험하니 저쪽으로 가서 앉으시죠. 레온 백작 부인.”

그녀는 호위를 위해 대동한 기사의 부축을 받으며 선교 한쪽에 마련된 자리로

이동했다.

당당하던 조금 전과 달리 미세하게 몸을 떨고 있었다.

“이··· 이길 수 있는 거죠?”

“저런 해적선 따위와 비교한다는 것은 우리 스랑 제국의 모독이오.”

그 말에 귀부인은 시선을 살짝 피했다.

그녀는 제국의 백작도 아닌 그 모퉁이에 기생하고 있는 작은 공국의 백작 부

인에 불과했으니 제국에 대한 모독이란 말을 감히 책임질 수 없었으리라.

더군다나 그녀의 출신은 스랑 제국이긴 하나 전통 귀족이 아닌 상인의 딸이었다.

“쯧. 우현 20도로 꺾은 뒤 속도를 높여라. 그리도 포격전을 원한다면 응해 주

지.”

***

적은 의도한 대로 직선 꽁무니가 아닌 대각선으로 추월하며 속도를 높였다.

다만, 이대로도 안 된다.

‘11’ 자로 이동하며 포격전을 하면 명백히 불리한 것은 당연히 화력이 약한

이쪽이었다.

상대는 30문. 한쪽 측면에 15문이다.

반면 이쪽은 겨우 16문. 한쪽 측면에 8문이다.

“간다아!!”

꼬마는 자리에서 일어나 있는 힘껏 키를 돌려 버렸다.

다라라라락~!

배가 휘청이며 수면 위를 옆으로 처박힐 것 같았다.

“다시 반대!”

탈칵! 탈칵! 탈칵!!

미친 듯이 페달을 조작했다.

“오른쪽. 오른쪽! 왼쪽! 오른쪽! 왼쪽!!”

조종간만 사용해서 연속으로 방향을 틀면 ‘S’ 자로 휘청이며 배에 대한 통제

력을 잃어버린다.

그렇기에 페달을 밟아 부유석의 출력을 조절해 줘야 했다.

드르르륵~!

앙증맞은 손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꼬맹이의 힘으로는 온몸을 써야 빠르게 키를 돌릴 수 있다.

조금이라도 실수한다면 순식간에 전함이 아니라 잠수함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될 것이다.

끄아아아아!!

구리로 만든 통신관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배가 중심을 잡기 위해 미친 듯이 출렁거렸다.

탈칵! 탈칵!!

균형을 맞추기 위해 바닥에 있는 페달을 분주히 밟았다.

휘청거리던 배는 어느새 균형을 잡고 적과 대치했다.

어느새 ‘O’ 자 반시계 방향으로 돌며 적과 대치하며 포격전이 시작되었다.

펑!!! 퍼어어엉!!

처음에는 사거리가 긴 갤버포를 이용해 서로 무의미한 견제 사격만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퍼어엉!! 펑!!! 파사삭!

빙글빙글 돌던 ‘O’ 자의 지름이 좁아지자 해적선의 귀퉁이가 카논포에 맞아

일부가 날아갔다.

“씨발. 빌어먹을 꼬맹아! 다 죽일 셈이냐?!! 카논포 사거리까지 들어가면 어

쩌자는 거야!”

앞니가 없는 화포장이 고함을 질렀다.

“무슨 해적이 그리 겁이 많아서야! 원래 해적은 닥치고 돌격 아닙니까?!”

“그럼 배라도 갖다 붙이든가!”

“그걸 저쪽이 허락해 준답디까? 지금 열심히 낚시 중이니까 보고만 있으세요”

이 해적선도 쾌속선이긴 하다.

문제는 언제 퇴역해도 이상하지 않을 오래된 전함이라 그렇지.

“앞으로 한 턴 만 더 버티면 됩니다!”

퍼버버벙!!

그 말과 동시에 적함에서 포탄이 쏟아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둘 다 쾌속선이라 서로 명중률이 형편없다는 것.

양측 모두 지랄 맞게 속도를 높였다 줄였다를 반복하기에 예측 사격이 쉽지

않았다.

쌀보리 게임이랄까.

불안하다 싶으면 가끔.

탈칵탈칵!! 휘리리릭!

페달과 키를 돌려 배 옆을 수면에 바짝 붙였다.

그 즉시 카논의 사거리 밖으로 배가 밀려났다.

그러다가.

“드디어 낚였다.”

해적선이 번번이 카논포의 사거리를 아슬아슬하게 비켜 가니 해군도 약이 오

른 모양.

결국 참지 못했다.

다 무시하고 해적선의 예상 경로를 향해 전속으로 직진해서 다가왔다.

“우리 사랑하는 대전사님들은 저마다 마나 역장탄 하나씩 챙기는 거 잊지 마

시고!”

휘리리릭~ 탈칵탈칵!

왼쪽으로 기울여졌던 배가 급격하게 오른쪽으로 다시 꺾였다.

반시계 방향으로 크게 돌던 배가 순간적으로 반대로 침로를 바꾼 것도 모자라

또다시 반대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이것이 와리가리다아아!!!”

꼬마의 근력으로 고함이라도 지르지 않는다면 중력에 견디지 못할 거다.

방귀 뀔 힘까지도 아껴서 조타기를 돌렸다.

“으으읏!!”

웬만한 놀이 기구는 저리 가라는 느낌이 사타구니를 가르며 머리꼭지까지 도

달했다.

끼기긱!

밧줄 따위로 허접하게 만들어진 안전벨트가 없었다면 작디작은 몸뚱이는 이미

저 멀리 처박혀 앙증맞은 다진 고기가 되었을 거다.

더군다나 성인용이라 조금만 운이 나쁘다면 쏠라당 빠져 튀어 나가 버릴 예정.

신경 써야 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그래도 모험을 한 결과 원하는 대로 상황이 전개되었다.

해적선이 급격하게 두 번이나 방향을 틀었고 그 결과 꽁무니에 해군 전함이

붙었다.

탈칵탈칵!!

급히 페달을 밟아 속도를 줄였다.

꼬마는 앞으로 쏠리는 중력을 이겨 내며 소리쳤다.

“후우우욱!! 지금!! 기사들 출동!!”

정확히는 기사가 아니다.

서임을 받지 않았으니.

다만, 정령 갑옷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은 이미 대기사와 동급이란 말.

퐁~ 퐁~ 퐁~

꼬마의 외침에 해적선의 꽁무니에서 세 인영이 바다로 뛰어들어 갔다.

모양새는 갑옷으로 중무장하여 바다 깊이 가라앉을 것 같지만, 놀랍게도.

쉐에에에에~!

파도를 가르며 군함으로 나아갔다.

그들의 움직임은 마치 제트 보트처럼 유연하고 빨랐다.

***

“뭐··· 뭐야!!”

그걸 지켜보는 고잉미샤호에선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무슨 해적 놈들이 대기사가 세 놈이나 돼!!”

원래라면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다.

저들이 배에 도착하기 전에 포도탄(산탄)을 쏟아부으면 바다에 고대로 처박힐

테니.

그런데, 문제는 상대의 배가 기형적으로 침로를 바꾸더니 어느 순간 적함과

고잉미샤호가 일직선이 된 상태였다.

그것도 근거리에서.

이미 나아가던 속도가 있어서 급하게 마나포가 달린 측면으로 배를 바로 돌릴

수도 없다.

그 말인즉슨 마나포의 각도가 나오지 않는다는 말.

기사들의 접근을 허용해야 했다.

“빌어먹을!! 해병대 놈들은 갑판으로 튀어 올라가!! 우리 측 기사는··· 젠장.

내가 가야겠군. 부함장, 전투를 지휘해라.”

“알겠습니다. 함장님.”

마총을 든 병사들이 많다면, 대기사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대기사는 대기

사로 막는 것이 정석.

그것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도와드리겠습니다. 선장님.”

그때 귀부인의 호위를 위해 따라온 기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절은 하지 않지.”

겨우 하급 대기사에 불과하지만, 대기사란 존재 자체가 사기다.

하나라도 거들어 주면 고마울 따름.

“올라가!! 갑판으로 올라가! 머저리들아!!”

“승선하게 두지 마라.”

대기사가 배 위로 올라타는 것만큼 귀찮은 것이 없다.

특히나 물의 가호를 받는 대기사라면 더더욱.

제대로 싸워 주지 않고 분탕질만 치다가 불리하면 바다로 뛰어들면 그만.

“장전!!! 장전해!!!”

마총을 든 해병들을 지휘하는 장교가 고함을 고래고래 질렀다.

정령 갑옷의 등장으로 가뜩이나 재앙이나 다름없는 기사들은 더욱 괴물이 되

어 버렸다.

그래서 개발된 것이 마총.

마나탄을 넣고 발사하면 정령 갑옷에 충분히 대미지를 줄 수 있었다.

장전을 마친 긴장한 해병들.

제발 갑판 위로 올라오지 말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쉐에에에에~

그들은 배 아래에 스쳐서 지나갈 뿐 위로 솟아오르지 않았다.

멀뚱멀뚱 저 뒤로 멀어지는 해적 전사들을 지켜보는 해군 병사들.

“뭐··· 뭐야.”

“그냥. 가는데?”

“안 되겠다 싶어서 그냥 간 건가?”

“주변에 섬이 많은 군도라서 그냥 탈영한 것은 아닐까?”

그들은 그저 희망 사항만 뱉었다.

끼기긱~! 지지지지직!!

그때 해적 전사들이 배에 붙이고 간 것이 발동했다.

배 전체에 푸른 역장이 요동을 친다.

“으으으~! 젠장!!!”

갑판에 있던 해병들이 마총을 바닥에 던졌다.

화려한 시각적 효과처럼 대단한 대미지를 주지않았다. 그저 살짝 많이 따끔거

리는 정도.

마법으로 처리된 물건에 영향을 줄 뿐이다.

스으으으.

방심하고 있던 대기사들의 정령 갑옷이 해제되었다.

“젠장!”

설마 바다를 가로질러 온 것도 힘들었을 텐데 역장탄을 품고 왔으리라 생각하

지 못했던 것.

비효율적이었다.

아무리 바다의 가호를 받는 물의 대기사라 할지라도 바다를 가르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 에너지를 조금이라도 더 아껴 전투에 쏟는 것이 맞다.

문제는.

“뭐··· 뭐야······!”

도주하던 해적선이 바다 위를 미끄러지며 우아하게 180도로 회전하고 있었다.

일부 해병들은 그 광경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지켜봤다.

“고작 저런 해적선에 에이스가 타고 있다고?!”

달리는 배를 180도로 방향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일부 경험이 많은 군인들은 저런 존재를 알고 있었다.

에이스.

전시가 아니면 투입되지 않는 최정예 조종사.

위이이이잉~!!

해적선의 속도가 줄어들더니 이제는 점점 해군 전함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쿠우우웅!!!

이내 두 배의 뱃머리가 살짝 비껴 가며 충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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