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화
<1002번째 로그라이크 헌터(29)>
아카이브의 위치를 모르는 건 아니다.
전생에 슈레더와 아주 깊게 관여된 회차가 있었고. 그때 이미 암부에 관한 웬만한 사항들은 해박하게 파악해 놨다.
그럼에도 내가 장수혁을 살린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보안 확인]
[생체 인식을 실시해 주십시오.]
삐이이익!
눈앞을 가로막은 거대한 철문. 그 앞에 설치된 보안 장치.
던전의 마력석과 아이템을 현대 과학과 접합해 만들어 낸, 이놈이 문제였다.
‘이것만큼은 때려 부술 수 없으니.’
부정한 루트의 외부 개입이 감지되는 순간. 보안 시스템이 작동해, 아카이브에 저장된 모든 기록을 즉각 파기해 버린다.
그래서 여기만큼은 장수혁 본인의 협조가 필요하다.
“장수혁.”
나는 홀로그램 패널을 응시하다가, 이내 장수혁에게 시선을 돌렸다.
스윽, 가볍게 턱짓했다.
“열어.”
“…….”
“뭐 하냐. 아카이브 문 열라고.”
“…으. 어, 으욱.”
장수혁은 고장 난 기계처럼 움찔거릴 뿐. 내 명령을 끝까지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아니겠지. 저건 이해를 못한 게 아니다.
안 하고 있는 것이다.
“역시… 징글징글하구나. 아주.”
나는 진저리가 난 나머지 고개를 저었다.
정신까지 완전히 지배당해도. 슈레더를 반하는 행위를, 무의식이 거부하고 있는 거다.
‘슈레더의 단원들은 모두 이런 식이지.’
내가 장수혁에게 직접 비밀을 캐묻지 않는 이유가 이것이기도 하다.
역시 놈들을 써먹으려면, 이런 직접적인 명령은 안 된다. 약간의 꼼수가 필요하다.
“여기. 이 앞에 잠깐 가만히 서있어라. 장수혁.”
결국 나는 스캔기 앞을 가리키며, 장수혁에게 새롭게 명령했다.
‘아카이브 문을 열어라’가 아니고. ‘보안 장치까지 걸어와서 잠깐 서있어’로 바꾼 것이다.
‘일종의 말장난이지만…….’
그 명령을 받아들이는 쪽이 중요하지.
적어도 자아가 없는 인형에겐 두 명령이 완전히 다르게 작용할 것이다.
예상대로, 장수혁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예.”
장수혁이 보안 장치 앞에 비척비척 걸어간다.
그러자 지이잉, 보안 장치에서 붉은 빛이 흘러나온다. 그것이 장수혁의 몸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빠르게 한 번 훑고 지나갔다.
[출입 권한 확인]
[출입 등급: 부장급(코드 S)]
[출입자 명칭: 장수혁]
패널 위로 어지럽게 문자열이 지나가나 싶더니.
푸쉬익! 공기압 빠지는 소리가 크게 울린 후. 육중한 철문이 옆으로 서서히 미끄러진다.
슈레더의 기밀문서 아카이브가 눈앞에 드러났다.
“따라와. 장수혁.”
“…예에.”
나는 장수혁보다 먼저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갔다.
내 손짓에 따라, 장수혁도 줄줄이 아카이브로 입장했다.
‘변한 게 없군.’
첫 감상은 그것이었다.
시간이 돌아왔으니 당연한 일임에도. 그냥 그것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널찍한 정방형 공간. 전체적으로 낮은 채도와 명도.
‘아카이브’라는 말이 무색하게, 그 흔한 책이나 문서 따위가 단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
“…….”
지나치게 을씨년스럽고. 또한 심각하게 휑하다.
이 넓은 방 안에 있는 거라곤. 오직 백색 공간의 중앙에 둥둥 떠있는 선홍색의 크리스탈 하나뿐이었다.
‘…메모리 크리스탈.’
오랜만에 보는 던전 아티팩트의 등장. 나는 옅은 탄성을 흘렸다.
던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력석을 특정 술식에 따라 가공하면. 기록을 저장할 수 있는 특수한 저장 매체가 된다.
그것이 저 거대한 크리스탈의 정체.
장장 수백 테라에 달하는 정보가 압축된, 마름모꼴의 대도서관이다.
“으, 어… 여기… 는.”
장수혁은 그 거대한 크리스탈 앞에서 격렬하게 움찔거렸다. 그리고 다시 한번 시체처럼, 내 옆에 우두커니 서서 허공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빠악! 놈의 뒤통수를 한 대 후려갈겼다.
“뭐 해. 여기 손 갖다 대. 새꺄.”
“…아. 네에.”
장수혁은 그제야 명령이 주입된 기계마냥, 비척거리며 크리스탈로 다가갔다. 행색이 어리버리 까는 신입 사원 같다.
쿠우웅, 접근을 감지한 크리스탈이 붉은 빛무리를 토해낸다.
[생체 정보 인식 중…….]
삐빅. 거대한 패널이 떠올라 시스템 문구를 띄웠다.
크리스탈에서 흘러나온 붉은 빛이 장수혁의 몸에 스며들길 잠시. 곧 기존의 패널이 없어지며 다른 패널이 떠올랐다.
[환영합니다. 장수혁 님.]
[열람할 정보 코드를 입력해 주십시오.]
그래. 드디어 여기까지 왔다.
모로 가도 서울만 도착하면 된다기엔… 내준 것이 너무 치명적이었지만. 어쨌든 그 대출혈 덕분에, 진실의 문이 드디어 눈앞에 열렸다.
“…1년 전, 암부가 개입해서 묻으려 했던 소문. 그와 관련된 정보.”
도적 소굴 앞의 알리바바가 주문을 외듯.
나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려 장수혁에게 명령한다.
“카일 인더스트리. 로즈 휴스턴. 애덤 크로스. 뭐라도 상관없으니까. 관련된 건 전부 찾아내라. 장수혁.”
현기증 나서 뒤지겠으니까. 어서 내 앞에 진실을 대령해라.
이제 좀 열려라, X발 참깨.
“…으, 그… 으욱.”
장수혁은 고개를 저었다.
괴로워하면서도, 끝까지 부정한다.
이 정도면 감탄스러울 지경.
“후우.”
결국 내가 먼저 항복을 선언했다.
장수혁을 거칠게 밀치고, 내가 놈의 옆에 나란히 섰다.
“X발 꺼져. 내가 할라니까.”
“으, 우욱.”
나는 천천히 손을 들어 크리스탈로 뻗었다.
파지직! 손끝에서 붉은 스파크가 일어, 크리스탈 표면을 건드린다.
‘이미 써본 적은 있다.’
메모리 크리스탈의 사용법은 나도 안다. 그 요령 그대로 사용하면 될 것이다.
나는 천천히 머릿속으로 검색할 정보들을 하나씩 입력했다.
[코드 식별 확인]
[코드 번호: 166479]
위이잉!
마름모꼴의 크리스탈이 세차게 회전하기 시작한다.
홀로그램 패널 위로 어지러운 글자와 그림, 영상의 격류가 쏟아지길 잠시. 곧 방대한 자료들이 어느 정도 정돈되어 순차적으로 드러났다.
[검색 기간: 2030년 1월 1일―2031년 11월 27일]
[관련 검색어 목록: 종말론. 소문. 던전 관련 정보. 카일 인더스트리. 로즈 휴스턴. 애덤 크로스…….]
검색 기간이 길어서 그런가.
색인. 관련 키워드가 꽤 많이 검색됐다. 못해도 수십 개는 돼 보인다.
나는 연관 검색어 목록들을 찬찬히 훑어보다가, 어느 순간.
[검색어 목록: 귀머거리 토끼]
눈을 부릅떴다.
그대로 덜컹. 심장이 일순 정지해 버렸다.
이질적이면서도, 숨 막히게 익숙한 단어가 등장했다.
“…허?”
한참 후에야 의문에 찬 탄성을 터뜨렸고. 그제야 다시 숨을 제대로 내쉬었다.
벌벌 떨리는 시야가, 천천히 색인 목록을 계속 읽어 내려간다.
[검색어 목록: 귀머거리 토끼. 길을 잃은 까마귀. 목 잘린 붉은 용…….]
목소리.
전생에 들었던 소녀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온다.
―귀머거리 토끼. 길을 잃은 까마귀. 목 잘린 붉은 용.
눈앞의 검색어 목록을 그대로 읊조리던. 그리고 끝내 스스로 머리통을 날려버렸던.
한 던전 마스터 소녀의 목소리였다.
[검색어 목록: 하트 여왕의 눈물. 주저앉은 광대.]
―하트 여왕의 눈물. 주저앉은 광대. 그리고 마지막이…….
그래. 마지막.
나는 검색어 목록에 뜬 마지막 항목을 눈에 담았고.
[검색어 목록: 죽어버린 왕의 옥좌]
허. 허허. 허허허. 한동안 미친놈처럼 실소를 흘렸다.
그 동안에도 기억 속 목소리는 이어진다.
―죽어버린 왕의 옥좌…였지?
난 분명히 ‘카일 인더스트리’의 정보를 검색했다.
분명히 그랬는데.
“이게… 대체.”
전생의 에티가 중얼거렸던 수수께끼의 문장들.
그것이 거기에 똑같이 기재되어 있었다.
뭔가 잘못됐다.
아니. 잘 된 건가? 그럴지도 모른다.
‘모르겠다.’
나로선 도저히 모르겠다.
머리에 과부하가 빡세게 온다.
지금 이 상황을, 내 상식이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뭐지.”
던전교의 뿌리를 찾기 위해 도달한 이곳. 헌터 협회 암부의 기밀 아카이브.
여기에서 어째선지, 던전 마스터 에티가 중얼거렸던 의문의 문장들이 튀어나왔다.
“이게. 대체, 어디에서…….”
그래.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단어가 등장한 맥락. 중요한 건 그것이다.
“비켜 봐, 장수혁!”
퍼억!
나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장수혁을 거칠게 밀어젖혔다.
홀로그램 패널 앞에 직접 서서, 스크롤을 빠르게 내리며 훑어봤다.
‘검색어 목록에 나왔다는 건. 검색된 자료에, 저 단어들이 포함됐다는 소리인데……!’
아카이브에 검색한 건 분명 카일 인더스트리 관련 정보뿐이었다. 그런데 저 단어들이 등장한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별개로 생각하던 두 사건이 이어졌다.
“…이건.”
이내 나는 한 뉴스의 스캔본에 시선을 뒀다.
기재된 날짜는 2030년 11월 29일. 내 영원회귀가 시작되기 약 1년 전의 기사.
시선을 빼앗긴 이유는, 다름 아닌 기사의 제목 때문이었다.
[과학자가 아니라 예언자? 미치광이인가? ‘던전 종말론’을 논하다.]
던전 종말론.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곧 본격적으로 활개를 칠 던전교가, 귀에 딱지가 앉도록 설파하던 주장이 바로 저거니까.
홀로그램을 매만져 최대한 이미지를 확대한 뒤. 기사를 천천히 정독해 나갔다.
“…….”
그리고 끝까지 다 읽어 내려간 순간.
나는 잠깐 할 말을 잃었고. 아찔한 현기증에 이마를 짚었다.
“이건 또 뭐야.”
내가 찾던 에티의 유언들은 그곳에 없었다.
그럼에도 내가 도저히 관심을 끊지 못할 만한, 그런 내용이 적혀있었다.
[카일 인더스트리 소속 던전 생태 과학자 애덤 크로스(34)는, 며칠 전부터 본인이 던전의 발생 원인을 밝혀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러 정황 증거를 제시했으나, 뚜렷한 물적 증거가 없기에 학계에선 이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한편 크로스 박사는, 곧 피할 수 없는 절망적 던전 재해가 전 세계적으로 닥칠 것이라며, ‘던전 종말론’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학계는 이 근거 없는 주장에, ‘우리는 과학자지 예언자가 아니다’라며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
오랜만에 느끼는 감각이 엄습한다.
뭐랄까. 발아래가 쑥 꺼지는 듯한 아득한 추락감.
내가 지금까지 철석같이 믿던 상식이, 뿌리부터 부정당할 때만 느낄 수 있는… 바로 그때의 감각이다.
“던전교를 지원하는 건. 카일 인더스트리였지.”
전생에서 얻었던 지식들을 멍하니 되뇌었다.
뉴스 기사의 글자를 잡아먹을 듯 쳐다보길 잠시. 나는 홀린 듯이 내 손바닥을 노려봤다.
우드득. 주먹을 힘껏 쥐었다.
“…그걸 넘어서. 던전교 자체를, 애덤 크로스가 만든 거였다……?”
그것도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계획적으로 퍼트렸다.
거의 확정적이었다.
‘어떻게. 왜?’
앞으로 벌어질 지옥의 한 달.
15연속 던전 붕괴 사태가 일어날 걸, 애덤 크로스는 진작에 예견하고 있었다. 그래서 한참 전부터 체계적으로 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다.
“…다른. 다른 거.”
나는 황급히 다른 자료들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서서히, 내가 찾던 그 키워드들이 속속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크로스 박사가 제창한 종말론의 위험성.]
애덤 크로스의 종말론에 관련한 기사. 칼럼. 또는 외국의 인터넷 댓글까지.
모든 자료들이 그곳에 체계적으로 취합되어 있다.
[크로스 박사가 언급한 키워드에 대한 분석.]
그리고 기사 여기저기에 휘갈긴 메모들이 한가득.
슈레더 대원들이 남긴 듯한 주석들이 빼곡히 달려 있다.
[‘귀머거리 토끼’와 ‘주저앉은 광대’의 상관성 수색 중.]
[‘길을 잃은 까마귀’와 ‘목 잘린 붉은 용’의 정체를 다방면으로 파악 중이나, 단서가 없어 요원하다.]
거기까지 본 시점에서.
일단 이것 하나는 확실해졌다.
‘에티가 중얼거렸던 키워드들이… 애덤 크로스의 종말론에도 등장했다.’
정황상 그것이 거의 확실했다.
슈레더가 남긴 주석을 샅샅이 훑어봤다. 논문 뺨치는 장문의 분석 글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애들 장난 같은 퀄리티는 절대로 아니다.
‘적어도 슈레더는, 이놈의 종말론을 진지하게 받아들였어.’
그 암부가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면 분명 뭔가 근거가 있다. 놈들이 진지하면, 무조건 진지한 사안이 맞는 거다.
그쯤에서 나는 참을 수 없이 궁금해졌다.
“이 X발 코쟁이 새끼가… 무슨 말을 했길래.”
나는 머리를 쥐어 싸매고 기억력을 총동원해 봤다.
영원회귀가 일어나기도 전의 시기. 무려 1002회차 전하고도, 거기서 1년 정도 전.
까마득한 시간 너머를 돌이켜 본다.
‘생각해 봐라. 빨리.’
애덤 크로스라는 이름. 관련된 기억. 뭐라도 좋다.
어떻게든 생각해 내라, 한정용.
‘아무리 내가 현실주의자라지만……!’
이 정도의 개소리를 지껄이고 다니는 광인이면. 그래도 한 번쯤 찾아봤을 법하잖아.
인터넷에 빵상 아줌마 마냥 유명했을 만도 하잖아.
이 외국산 미치광이의 소문.
기억나는 게 뭐라도 있어야, 정상 아니야?
“…기억… 안 나는데.”
하지만 틀렸다.
머릿속은 이미 새하얗다.
내 기준으론 거의 수십 년 전이다. 어떤 기억도 남아있지 않다.
“망할.”
워낙 오래전 일이라 내 머리가 잊어버린 건가?
아니면 슈레더가 정보 통제를 잘해서, 당시의 내가 알 수가 없었던 건가.
그것조차 알 수 없다. 양쪽 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아.”
반쯤 타성적으로 패널을 만지작거리던 어느 순간. 나는 나직한 탄성을 흘렸다.
검색된 자료들의 최하단. 영상 자료가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영상……!”
나는 황급히 영상 자료를 뒤적거렸고.
일단 가장 상단에 뜬 것을 골라서 한 번 틀어봤다.
[아. 아아. 마이크 테스트. 1, 2, 3.]
홀로그램 패널 너머.
치지직. 노이즈 끝에 한 인물의 얼굴이 비쳤다.
[영상을 찍는 지금도 떨림이 멈추질 않습니다. 사람들은… 저를 미친놈이라 손가락질할 겁니다. 분명 그렇겠죠.]
등장한 인물은 외국인 중년 남성.
당연하게도 영어를 씨불였다. 그러나 화면 밑으로 자막이 달려 있었다.
아마도 슈레더의 누군가가 직접 달아놓은 거겠지. 이름 모를 번역가 대원에게 잠깐 속으로 감사했다.
[그러나 저는 일말의 희망을 품고 이 영상을 남깁니다. 그것이 진실을 알게 돼버린 저의 의무이고.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자는 괴로우면서도 굳건한 표정이다.
그는 이내 결심한 듯이 긴 날숨을 내뱉었고. 본격적으로 화면에 대고 말했다.
[우선 제 이름은 애덤 크로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 부분만 들어도 충분했다.
[카일 인더스트리 소속 수석 연구원이고. 어… 제 동료인 로즈 휴스턴과 함께, 던전 생태를 연구하던 학자입니다.]
내 집중도는 이미 최상.
아니, 그 이상의 극한을 돌파하고 있었다.
[지금부터 제가 알려드릴 것은, 베일에 싸여 있던 던전과 몬스터들에 대한 모든 것들이며.]
눈도 깜빡이지 못하고.
숨도 쉬지 못하는 내 앞에서.
애덤 크로스는, 사뭇 담담하게 선고했다.
[약 10년 전부터 정해져 있던 모든 지구인들의… 피할 수 없는 운명에 대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