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화
<1002번째 로그라이크 헌터(26)>
“…쓰읍.”
나는 복잡한 의미를 담아 한숨을 흘렸다.
그것을 어떻게 해석한 건지, 강서윤이 얼굴을 확 붉히며 대뜸 화를 냈다.
“뭐, 뭔데. 그 반응 뭐야! 여자가 고백했는데 반응이 왜 그래!!”
“아니. 그냥.”
“그냥 뭐!”
“항상 생각하는 건데. 왜 맨날 이런 개뜬금 타이밍이냐.”
강서윤의 고백은 매번 타이밍이 이상하다.
딱히 그런 여지가 전혀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묻지 마 살인’ 마냥 갑자기 배때기로 훅 쑤시고 들어온다. 그래서 당할 때마다 신선하기도 하고. 일견 얼얼하기도 하다.
“어, 야! 맨날 이 타이밍? 그, 그, 그 말은… 설마!!”
눈치 빠른 강서윤이 내 말에서 뭔가를 캐치해 버렸다.
그녀가 경악에 찬 어조로 더듬거렸다.
“나 설마, 저, 전에도, 너한테 고백한 적 있어?”
“있지.”
“설마 또, 똑같은 멘트로?!”
“멘트 오차 범위 한 5퍼센트. 추억 팔이만 한 50번 정도 들은 거 같은데.”
“50번?!”
강서윤이 전에 없이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다.
이내 파바박, 내게서 허겁지겁 뒷걸음질 쳤다.
“어, 어쩐지! 아무리 병신 한정용이라도 그렇지, 반응이 너무 시큰둥하더라니!!”
“미안하다. 아무리 그래도 50번 들으면, 두근거리고 그런 것도 없어.”
내 말에 강서윤이 고개를 푹 수그렸다.
이내 복장이 터지는지, 연신 가슴을 두들기며 소리쳤다.
“50번이나 들었으면! 이 개새꺄! 중간에 끊기라도 해! 내가 뭐가 되냐고!”
“그걸 또 어떻게 도중에 끊냐. 그래도 용기를 짜내서 말하는 건데.”
“이게 더 비참해! 새꺄!”
“알았다. 혹시나 다음에 또 이러면, 그땐 끊어줄게.”
“에라이 X발! 그걸 위로라고 하고 앉았냐?!”
강서윤이 노발대발 소리치다, 이내 제풀에 완전히 침몰해 버렸다. 방전된 것처럼 순식간에 다소곳해지는 그녀.
잠시 뒤에 기어드는 목소리로 물어온다.
“…그래서. 오, 오십 몇 번째 네 대답은, 뭔데?”
“…….”
이런 망할.
어떻게 유쾌한 분위기로 잘 비벼지나 했는데. 기어코 대답을 듣고야 마는가.
나는 재차 한숨을 쉬었고. 이내 어깨를 으쓱 추켜올렸다.
“솔직하게 말한다. 지금까진 전부 내가 거절했다.”
“어?! 왜! 한정용 주제에 나를 차?! 건방져! 개새꺄!!”
강서윤이 내게 성큼 다가와 어깨에 주먹질을 가했다.
주먹이 꽤나 묵직하다. 나한테 차였다는 사실이 진짜로 많이 분했던 듯하다.
“당연히 거절하지.”
결국 나는 강서윤의 주먹을 중간에 덥석, 낚아챘다.
엇. 손을 붙잡히자 그녀가 눈에 띄게 당황한다. 나는 그 틈을 타서 변명을 이어 나갔다.
“네가 곧 죽을 걸 뻔히 아는데. 내가 받을 리가 있냐.”
“…아.”
그 말에는 강서윤도 바로 납득해 버렸다.
그렇다. 강서윤의 첫 고백 이벤트가 벌어졌을 때, 난 이미 그녀의 생존을 체념한 시점이었다. 그래서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근데…….”
근데 이걸, 관점을 살짝 바꿔서 다시 말하면.
이런 소리가 되기도 한다.
“이번 생엔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어? 그,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널 살릴 수 있을지 없을지. 그걸 나도 모르는 상황이야. 그러니까 지금 대답하기 애매하다고.”
“아……!!”
솔직히 강서윤 말대로다.
어디 감히 한정용 주제에. 자기 좋다는 여자를 차는 게 말이 되냐.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그럴 리가 없는 것이다.
“우선은 너를 살려내는 게 시작이다. 시작이 안 되면, 그 뒤론 아무것도 없어.”
결국 나의 최종적인 대답은 그것이었다.
강서윤은 팔짱을 단단히 끼우고 침음을 삼켰지만. 이내 어쩔 수 없이 납득했다.
피식. 그녀의 입가에 힘없는 미소가 감돌았다.
“그래. 그러면 그게 언제인진 모르겠지만… 때가 되면, 그때 대답해 줘. 알았어?”
“그래. 그러지.”
“꼭이다? 꼭! 약속이야?!”
“약속한다.”
나는 거짓말을 싫어하는 만큼 약속도 잘 지킨다.
그렇게 몇 번이나 확약을 받아낸 뒤. 그제야 강서윤은 홀가분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저기, 잘 자. 한정용.”
답지 않게 상냥한 밤 인사도 남기고 간다.
덜컹. 닫히는 현관문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고. 전에 없이 피곤해진 나머지 침대로 비척비척 걸어갔다.
그리고 흠칫, 그대로 온몸이 굳었다.
“언제부터 깨어 있었냐, 이브.”
침대 위. 이브가 어둠 속에서 눈을 말똥말똥 뜬 채 쳐다보고 있다.
호명된 그녀는 화들짝 시선을 피했고. 이내 어색한 웃음과 함께 중얼거렸다.
“그. 음. 이모가 워낙 시끄럽게 소리를 질러댔잖아. 그때 깼어.”
“…하긴.”
“나, 난 못 본 거로 할게. 아빠. 엄마한테 말 안 해! 진짜로.”
“…어. 고맙다.”
이브는 나이 좀 먹더니 눈치를 꽤나 탑재해 있었다.
그녀가 약간 측은함을 담아 나를 빤히 쳐다봤다.
“알아서, 응. 열심히 처신 잘해 봐… 히, 힘내, 아빠.”
“…어. 고맙다.”
이브의 진심 어린 위로 겸 격려를 받으며 잠이 들었다.
이렇게 일상이 다이내믹해서야. 차라리 게이트 붕괴 막는 게 마음 편할 지경이다.
* * *
다음 날 오후쯤이었다.
여느 때처럼 수아가 우리 집에 찾아왔다.
“…오, 오빠. 아, 안녕, 안녕…하세요.”
수아는 이번에도 겁에 질려 있었다.
손에 들린 텅 빈 쇼핑백. 언제나 이맘때쯤 일어나던 ‘마트 소요 사태 이벤트’를 겪고 왔다는 걸 암시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평소처럼 수아를 집으로 들였다.
“그래. 어서 와라.”
이브, 수아, 그리고 나까지 세 명이서 점심을 간단히 먹었다.
이내 수아를 진정시킬 겸. 의식을 돌려버리기 위해 이런저런 잡담을 나눴다.
“흐음. 신기하다! 그래서 이브가 뭐래요?”
“그때 분명, 뭐랬냐면…….”
수아의 장래에 관한 얘기나, 이브에 관한 얘기 등등.
진지한 얘기와 소소한 잡담을 두서없이 두런거리던 와중.
띵동―!
문득, 현관 초인종이 울렸다.
먼저 반응한 것은 수아였다.
“음? 누가 왔나 본데요? 제가 나가볼게요!”
제법 기운을 찾은 수아가 식탁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종종걸음으로 현관에 다가간다.
이내 그녀가 인터폰을 흘깃 쳐다봤고. 고개를 갸웃, 꺾었다.
“어? 아무도 없네?”
수아는 연신 의문의 탄성을 흘리는 한편. 천천히 현관문을 향해 손을 뻗었다.
“…….”
나는 그때까지, 멍하니 현관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홀린 것처럼. 꿰뚫을 듯이 부릅뜬 눈으로 문을 주시하다가.
“…잠깐. 수아야.”
황급히 수아를 불러 세웠다.
수아가 화들짝 뒤를 쳐다봤다. 한 손은 이미 문고리를 붙잡고 있다.
조금만 늦었으면. 아마 그녀가 문을 열어버렸겠지.
“내가. 내가 나간다.”
어떤 설명도 곁들이지 않았다.
그저 다급하게, 홀린 사람처럼 그렇게 내뱉었다. 그리고 성큼성큼 수아를 앞질러 문고리를 움켜쥐었다.
“어… 아니. 오빠, 앉아계시지. 제가 해도 되는데……?”
“내가 한다. 내가 열게 해줘.”
“아, 네에. 그, 그러세요?”
수아는 갑자기 돌변한 내 분위기에 당황한 기색이다.
그녀가 천천히, 뒤로 물러났고. 나는 약간의 망설임 끝에, 결심하고 문을 열어젖혔다.
“…….”
끼이익…….
유난히 적막한 빌라 복도로, 소름 끼치는 문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건.”
주위를 빠르게 두리번거리는 한편. 곧 문 옆에 덩그러니 놓인 물건 하나를 포착했고. 천천히 집어 들었다.
내 몸통만 한 크기의 평범한 종이 박스.
‘소포?’
외관상으론 그냥 평범한 소포였다.
다만 테이프가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칭칭 감겨 있었고, 무게는 꽤 육중하다.
어림잡아 몇 킬로그램은 될 듯한 무게. 약간은 불쾌한, 전에 분명히 느껴본 적이 있는 무게감.
“오빠, 뭐예요? 이 시국에 택배라도 왔어요?”
수아가 현관문 안쪽에서 기웃거린다.
나는 황급히 그녀에게 다시 들어가라는 뜻으로 손짓을 했고. 그걸로 모자라서 쾅, 냉큼 문을 닫아버렸다.
이제 복도에는 나만이 남았다.
“…후우.”
잠깐 심호흡을 했고. 망설임 없이 소포의 포장을 뜯기 시작했다.
어지간히도 감겨 있는 테이프를 다 뜯어내고. 마침내 소포의 내용물을 목격한 그 순간.
“…….”
처음에는 내 눈을 의심했고.
다음엔 뇌를 의심했다.
“…아.”
그 모든 의심이 부질없어진 후, 뼈저린 후회가 머리에 온통 들어찼다.
현실감이 전신으로 엄습한다.
‘안일했다. 이번에도.’
강서윤의 말대로다.
한정용은 병신 머저리가 맞다.
한정용 너는, 어제의 사건을 좀 더 깊게 생각했어야 했다.
“전 레드 저거너트 만큼이나 당신에게도 흥미가 생겼습니다. 한정용 헌터.”
“아니, 세상이 곧 꼼짝없이 처망한다는데! 내가 언제 죽는지가 궁금할 법도 하지 않아?”
어제 연달아 벌어졌던 사건들.
거기까지 다다르는 동안, 내 눈 밖으로 숨어있는 수많은 중간 과정들.
내가 미처 알 수 없는 그들만의 상호 작용.
“나 언제 죽어?”
내가 신이 아니라서.
1인칭 한정용 시점이기에, 절대로 알 수 없는 강서윤의 생각과 계획.
강서윤이 독단적으로 벌이는… 여러 행동과 인과 관계.
“어제 붕괴 현장에 출동한 거. 네 의지로 온 거냐?”
안 돼.
나는 그 질문에서 멈췄으면 안 됐다.
“하필이면 장수혁과 같이 찾아왔던 것. 관련이 있냐?”
좀 더 깊게 파고들었어야지, 한정용.
넌 누구보다도, 강서윤의 어머니보다도 강서윤을 잘 알잖아.
‘그 애가 얼마나 걱정이 많고. 정이 많은지.’
적어도 나는 알고 있었잖아.
곤경에 처한 이십년지기 친구를 절대 가만히 냅두지 못한다는 걸.
너는, 너만큼은. 분명히 알고 있었잖냐.
“나 너 좋아해.”
새벽의 개뜬금 고백에 담긴 의미.
거기에 담긴 비장한 각오를 좀 더 생각했어야 했다.
아니, 의미나 각오는 몰랐어도. X발. 그렇게 뻔한 플래그를 뿌려대는데, 최소한 불안해하기라도 했어야지.
“…….”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눈치챌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구제할 길이 없다. 반박할 구석이 없다.
나는 정말 병신 새끼, 그 자체다.
“…하.”
근데 세상사가 원래 이렇지.
후회할 때는 항상 이미 늦었을 때고. 과오를 깨달았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벌어졌기 마련이다.
“하. 하하… 하아.”
아니지. 이 말은 전후 관계가 좀 잘못됐다.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벌어져 버렸으니까. 그제야 과오를 깨닫게 되는 거겠지.
“서윤아.”
어지러운 상념. 흔들리는 시야.
토할 것 같은 기분을 죄다 집어삼켰다. 그리고 수아가 못 듣도록, 최대한 숨소리조차 눌러 죽였다.
나는 상자의 내용물을, 더듬더듬 입에 담았다.
“서윤…아.”
시뻘겋게 뒤범벅된 상자 안.
거기엔 강서윤의 잘린 머리가 들어있다.
뚝, 뚜둑. 상자 바닥이 피에 절어 축축해져 있었고. 끈적한 핏물이 모서리로 고여 내 발치로 떨어진다.
“대체, 왜냐.”
혈색이 시커멓게 죽은 서윤의 뺨을 쓰다듬었다.
차갑고 딱딱하다. 눈을 가린 수아에게 만져보게 시키면 ‘돌덩어리’라는 대답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거기엔 평소의 기운 넘치는 강서윤은, 흔적도 남지 않았다.
“말했지. 내가. 이제 조사는… 그만두라고.”
서윤의 창백한 얼굴에 대고, 투정 부리듯 띄엄띄엄 중얼거렸다.
나도 어리석었고. 그만큼 강서윤도 어리석었다. 이건 양방의 어리석음이 뒤섞여 만들어 낸 비극이다.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내가, 분명히. 그랬잖아.”
어리석을 정도로 착한 그녀가, 나를 위해 무슨 선택을 했는지. 이미 대충 짐작이 되었다.
“거기서 왜. 더 파고든 거냐. 대체, 왜…….”
그래서 답답하다.
더없이 참담한 심정이었다.
회귀 속에서 마비돼 가던 비참함과 절망감이, 정말 오랜만에 뼈까지 스며든다.
“…구경났냐, 십새들아.”
그리고 나는, 그제야 고개를 쳐들었다.
콰앙! 복도 벽을 거칠게 후려쳤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복도 저편에 대고, 확신을 담아 뇌까렸다.
“나와. X발 관음충 새끼들아.”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내 눈가에는 푸른 마력이 일렁거리고 있었다.
[스킬 발동: 현자의 눈]
분명히 아무도 없는 복도일 텐데.
삐빅. 두 개의 상태창이 허공에 떠오른다. 명백히 사람의 상태창이다.
그것을 재빨리 훑어보고, 나는 사나운 웃음을 머금었다.
“요즘 슈레더는 택배 사업도 하냐, 장수혁.”
“…거참. 어제부터 놀랍네요, 한정용 헌터.”
끈질긴 혼잣말의 대가가 돌아온다.
치지직. 복도 너머의 공간이 허물어졌다. 그리고 두 사람의 신형이 그곳에 재구성되었다.
장수혁. 그리고 오윤나였다.
“우리 기척을 눈치챈 건 둘째 치고. 슈레더까지 벌써 알고 있을 줄은 몰랐네.”
“…….”
“그것도 강서윤 헌터가 가르쳐 주던가요? 응?”
찰칵, 쉬리릭!
장수혁의 손 위에서 얄쌍한 단검 한 자루가 유려하게 회전한다.
크로노스 대거.
강서윤의 시그니처이자 주 무기였던, 바로 그것이다.
“왜냐.”
뇌리에 번갯불이 치달렸지만. 가까스로 분출을 참아냈다.
나는 눌러 죽인 목소리를 그르렁거렸다.
“왜 서윤이를 죽였냐. 나한테 관심이 있던 거면, 나를…….”
“아뇨. 한정용 씨 때문이 아닙니다. 강서윤 헌터는 죽을 만해서 죽었어요.”
“…뭐.”
“며칠 전부터 자꾸 우리 뒤를 캐더군요. 옛날에 우리가 은폐했던 정보 같은 것도 뒤져대고.”
“…….”
“우리가 눈치 못 챌 거라 생각했나 본데. 협회를 그렇게 들쑤시고 다니는데, 협회의 그림자인 우리가 모를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고말고요.”
그랬지. 분명 그랬었지.
이것 또한 나의 안일함이다. 전생에 놈들을 숱하게 상대해 봤다고 해서 자만한 듯하다.
협회 내에서 암부의 영향력과 정보력을, 나는 한참 얕보고 있었다.
“일단… 장소를 좀 옮기시죠?”
문득, 장수혁이 진득한 미소를 지으며 엘리베이터를 가리켰다.
나는 놈의 얼굴을 뚫어지도록 빤히 쳐다봤다.
“지금부터 할 얘기들. 들으면 곤란할 사람이… 그쪽에도 있는 거로 압니다.”
놈의 시선은 내 등 뒤. 우리 집 현관문 쪽으로 가있었다.
으드득. 이를 악무는 한편.
“…그러지.”
한참 후에 가까스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도 열불이 활화산처럼 들끓었지만, 수아를 떠올리자 일말의 이성이 돌아온 덕이었다.
“…….”
잠깐 고개를 돌려 현관문을 바라봤다.
오버 랭커 장수혁조차 눈치채지 못할, 실로 찰나의 순간. 인벤토리에 손을 넣어 순식간에 아이템 하나를 꺼냈다.
‘스킬 발동.’
마력을 은밀하게 운용해 스킬을 발동.
우리 집 현관문의 문고리를 가만히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그 순간. 장수혁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만면에 머금었다.
“좋습니다. 그렇게 나오셔야죠.”
“…….”
“한정용 헌터는 현명하네요. 미련하게 반항했던 강서윤 헌터랑은 다르게.”
“…….”
방금 장수혁의 발언으로 확정됐다.
장수혁.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번 생의 너만큼은.
곱게 뒤질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거다.
“갑시다. 당신한테 묻고 싶은 게 정말 많아요, 한정용 헌터.”
업보를 그렇게, 전생부터 한결같이 쌓아놨으니.
아무렴. 편히 눈 감을 생각은 버려야지.
“…….”
“…….”
침묵 속에서 후줄근한 복도를 가로질렀다. 눌러붙는 발소리가 그곳에 가득해진다.
이내 스르륵. 세 신형이 홀연히 허물어졌다.
복도는 재차 어색한 침묵에 휩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