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9만 전생이 날 도와줘-162화 (162/217)

# 162

49장 대격변(1)

하늘에서 마력 광선이 쏟아졌다. 지상 위의 마수들이 제대로 된 저항조차 하지 못했다.

공중항모에서의 마법 폭격은 땅 위를 초토화시켰다.

전문 마도학자인 레비앙이 직접 포격 술식을 조정 중에 있었기 때문에 현준이나 다른 승무원들이 조작하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정확했다.

“포격 완료. 지상은 완전 무력화되었습니다.”

함교의 승무원이 보고했다. 현준은 옆에 놓여 있는 지옥참마도를 챙겨 들었다. 플레임이 자연스레 따라붙었고 레비앙은 통제단으로 이동했다.

“함교를 부탁한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술식 파악은 이미 끝났으니까요.”

레비앙의 대답에 현준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승무원이 다가와 착륙정의 준비 여부를 물었지만, 현준은 고개를 저었다. 본체 상태의 플레임을 타고 내려가면 된다.

“가자, 플레임.”

“예. 형님.”

격납고로 이동했다. 플레임이 흑염룡의 모습이 되었고 현준은 그의 등에 올라탔다.

격납고 문이 열리면서 플레임이 날개를 펼치고 밖으로 뛰어내렸다.

플레임은 천천히 활강을 시작했다. 마법 폭격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소수의 마수가 공격 마법을 쏘아 올렸지만 플레임의 회피 기동을 따라잡지 못했다.

플레임은 지상에서의 공격 마법을 요리조리 피하며 고도를 낮췄다.

“이스텔.”

고도가 어느 정도 낮춰지자 현준은 마력을 끌어올려 이스텔의 이름을 부르며 가호를 호출했다.

-이스텔이 붉은 마법서를 펼칩니다. 일시적으로 화염 마법의 사용이 가능해집니다.

붉은 마법서가 펼쳐졌다.

‘강화까지는 필요 없겠지.’

견제 목적이다. 굳이 어중간하게 마력을 낭비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파이어 캐논.”

강력한 마력이 일어나면서 거대한 화염구가 연이어 지상을 향해 쏟아졌다.

지면과 충돌한 화염구가 폭발음과 함께 터져 나갔다. 작은 불기둥이 솟구치고 퍼져 나간 화염이 마수들을 휩쓸었다.

“플레임. 흑염이다.”

현준의 지시에 플레임이 입을 쩌억 벌리자 앞에 생성된 마법진에서 흑염이 쏟아졌다.

공중항모의 마법 폭격과 이스텔의 화염 마법, 그리고 플레임의 흑염까지. 3단계에 걸친 공격에 지상에 살아남은 마수들은 더 이상 없었다.

“위에서 엄호해.”

-예. 형님.

플레임의 대답을 듣기 무섭게 현준은 뛰어내려 지상에 착지했다. 주위로 마력 반응은 없었다.

지옥참마도를 들어 올려 봤지만.

-마력 반응이 느껴지는데, 정확한 위치는 파악하기 힘들다. 아무래도 완전 은신 수준의 마력 은폐를 사용하고 있는 것 같군.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현준은 여유로웠다. 믿고 있는 최후의 수단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사신의 음험한 웃음소리가 당신에게 위험을 경고합니다. 누군가 당신의 심장을 노리고 있습니다.

바로 하사신의 가호였다. 목소리가 경고하기 무섭게 여러 방향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현준은 지옥참마도를 들어 올리며 가호를 사용했다.

-시든밀러의 용맹한 검이 당신과 함께합니다. 정의로운 용기가 무너지지 않는 한, 검은 부러지지 않을 것입니다.

-카르타고의 정의로운 방패가 당신을 수호합니다. 위대한 수호가 함께하는 한, 당신을 위협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오러 블레이드가 솟구치고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은 왼손에 오러 실드가 형성되었다. 현준은 지옥참마도를 현란하게 휘두르며 오러 실드로 몸을 방어했다.

“크아악!”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인베이더가 왼팔을 당했다. 그는 붉은 피를 흩뿌리며 황급히 물러났고 뒤이어 나타난 다른 인베이더가 오러를 머금은 창을 내찔렀다.

현준은 오러 실드를 들어 올려 방어했다.

콰앙!

충격이 어찌나 큰지 충돌과 함께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창을 든 인베이더의 얼굴에 아쉬운 표정이 스쳐 지나갔지만 유감스럽게도 현준의 방어는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카르타고의 수호가 정의로운 반격을 전개합니다. 흔들림 없는 방패는 날카로운 창이 되어 당신의 적을 노립니다.

반격.

오러 실드가 충격파를 토해냈다. 날카로운 오러 파편이 섞인 충격파는 정면의 인베이더를 덮쳤다. 그는 갑작스러운 반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크아아악!”

급히 마력을 끌어올려 오러 아머를 펼치고 신체를 강화했지만, 완전히 방어할 수는 없었다. 인베이더는 피투성이가 되어 뒤로 물러났다.

일격에 인베이더 둘이 치명상을 입고 물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인베이더들은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꿰뚫어라!”

“찢겨 죽어라!”

현준에게 일반적인 공격이 쉽게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인베이더들은 강력한 고유 권능을 사용했다.

검은 창이 현준을 꿰뚫을 기세로 날아들었고 흑빛을 머금은 바람의 칼날들이 쏟아졌다.

흑염과는 달리 인베이더의 고유 권능이었기 때문에 질드레의 가호로도 파괴가 불가능했다.

방어와 회피,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상황파악을 위해 눈동자를 바쁘게 움직였다. 인베이더 셋이 더 있었고 권능에 의한 공격이 전후좌우에서 쏟아지고 있었다.

‘살을 주고 뼈를 취한다.’

완전히 피하거나 방어하기 힘든 위치였다. 현준은 어쩔 수 없이 피를 보기로 결심하고 움직였다.

관통의 권능으로 만든 검은 창이 현준의 왼쪽 어깨를 꿰뚫었다. 하지만 동시에 현준이 휘두른 지옥참마도 또한 인베이더의 목을 베었다.

“끄르르륵!”

SS급 중견의 실력을 가진 10급 인베이더가 일격에 치명상을 입었다. 그는 황급히 고속 재생 능력을 사용했지만.

“이기어검!”

현준이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었다. 허리춤에서 뽑혀 나온 도살자 단검이 비틀거리는 10급 인베이더의 미간에 꽂혔다.

‘남은 건 둘.’

다행히 남은 2명은 S급 상위 정도의 실력자, 13급으로 보였다.

‘10초면 충분하다.’

지옥참마도를 빠르게 회수하는 현준의 행동에서 자신감이 넘쳤다. 무려 S급 실력자 둘을 10초 안에 처리한다는 것이다.

다른 이였다면 이런 생각 자체가 자만일 수도 있겠지만, SSS급의 경지에 있는 현준에게는 문제 될 게 없었다.

그에게는 그럴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까.

휙. 휘익.

현란하게 휘둘러진 지옥참마도가 인베이더들을 베었다. 피부가 갈라지고 근육이 찢어지면서도 인베이더들은 저돌적으로 달려들어 왔지만.

콰아앙!

방패 치기에 한 명이 당했다. 충격과 함께 전신의 뼈가 박살 나면서 멀리 튕겨 날아갔다.

“제, 제기랄!”

순식간에 혼자 남았다. 잠시 시선이 흐트러진 틈에 파고든 지옥참마도가 목에 꽂혔다.

현준은 이기어검으로 도살자 단검까지 불러와서 인베이더의 심장에 꽂아 넣었다. 완벽한 확인 사살에 인베이더는 힘없이 쓰러졌다.

-주군. 레비앙입니다. 정밀 탐색 술식을 작동시켜서 주변을 훑었는데 눈에 띄는 마력 반응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동쪽으로 300m 지점에 거점이 있는 걸 확인했습니다.

레비앙은 전문 마도학자답게 전투보다 보조에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공중항모의 정밀 탐색 술식조차 그가 사용하면 강화된 효과를 보였다.

평범한 A급 마법계 헌터가 사용했다면 거점의 위치를 탐색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가능하더라도 시간이 더 걸렸을 테지.

“수고했어.”

현준은 짧게 대답하고는 레비앙이 말해준 좌표로 발걸음을 옮겼다. 멀지 않았다.

마수들도 공중항모의 마법 폭격에 당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방해 없이 도착했다.

적지 않은 수의 인베이더들이 배치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모두 10급 이하라서 그런지 거점의 규모 자체는 크지 않았다.

레이드 게이트 바로 옆에 위치해 있었지만 생성된 지 꽤 시간이 된 것이라 그런지 웨이브가 발생하지 않았다.

현준은 레이드 게이트 파괴와 거점을 탐색하여 총 3개의 검은 마정석을 루팅했다.

그럭저럭 괜찮은 성과를 거두고 거점 밖으로 나오자 공중항모의 레비앙으로부터 통신이 수신된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거점에 통신 방해가 있었나…….’

무전기를 재작동시킨 뒤, 귓가로 가져갔다.

-레비앙입니다. 강한 마력 신호가 주군이 있는 곳으로 접근 중입니다.

“식별 결과는?”

-SSS급 헌터, ‘잔영의 에릭’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위원장이?”

-예. 그렇습니다.

남미 대륙의 필드에 대한 출입 허가가 점차 승인되는 추세였고 에릭 또한 레이드 게이트 처리를 위해 필드에 출입하고 있다고는 들었지만 넓은 지역에서 이렇게 마주치게 될 줄은 몰랐다.

‘얼굴이나 보고 갈까…….’

이곳으로 오고 있는 걸 보면 할 말이 있는 것 같았다. 급한 일도 없으니 기다려보기로 했다.

어차피 조금 전에 레이드 게이트를 정리해서 이 주변은 안전했다. 방해받을 일도 없었다.

5분 정도 기다렸을까? 희미한 달빛 아래로 에릭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도 고생이 많으시네요. 강현준 위원.”

“위원장님께서 여기까지 무슨 일이십니까?”

“근처를 정리 중이었습니다. 그러다 익숙한 마력이 느껴져서 여기까지 와보았지요.”

“그렇습니까?”

“예, 마침 강현준 위원에게 전할 말도 있었고 말이죠.”

전할 말? 그게 뭘까? 궁금한 마음을 참지 못하고 현준은 호기심을 드러냈다.

“내용이 뭔가요?”

현준이 물었다. 에릭은 주변을 살피며 몇 걸음 다가오더니 차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최근 인베이더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어제 UN 특수 기관의 정보를 열람했을 때는 특별한 내용은 없었던 것 같았는데…… 정보가 갱신되었습니까?”

“저도 조금 전에 입수한 정보입니다. 등록 절차는 끝났습니다. 6시간 안에 갱신될 예정입니다.”

따끈따끈한 최신 정보라는 말이다.

“심상치 않다면…… 정확히 어떤……?”

“인베이더 몇 명이 러시아와 중국으로 건너간 게 확인되었습니다. 정확히 어느 지역에 숨어들었는지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인베이더들이 중국과 러시아로 건너갔다고? 에릭의 말대로 그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았다.

아무런 목적 없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남미에서 아시아로 넘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차원 관문을 열려고 하는 건가?’

레비앙은 아직 부대 단위의 병력이 상륙할 정도로 균열이 안정되지는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변수가 있고 예외가 있는 법이다. 침략사령부에서 레비앙이 예상하지 못한 수단과 방법을 가지고 있을 확률도 있다.

‘그리고 침략사령부에서 무리해서 균열을 확장할 수도 있지.’

현준은 레비앙과의 지난 대화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분명 ‘무리’한다면 균열을 억지로 확장하고 분견대나 부대 단위의 침략자들이 넘어올 수도 있다고 했었다.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전면전을 피할 수는 없겠지.’

지구는 끔찍한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절반 이상의 땅이 필드가 되어 사람이 살 수 없는 상태가 될 수도 있다.

“강현준 위원. 아무래도 당장 러시아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무전기를 사용하여 어딘가와 통신을 주고받던 에릭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러시아요?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도시가 공격당하고 있습니다. 심상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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