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9화 〉49 (49/94)



〈 49화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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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현은 어제 연희가 얼마나 당황했는지를 다시   들으며 웃었다.

“잘 숨긴 건 맞아? 내 옷들은 티 안 나려나?”

수현이 큭큭거리며 말했다.

“응. 나올 때도 확인했어. 우리 엄마 막 뒤지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괜찮을 거야.”

연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오늘은 같이 보내려나 했더니... 아쉽게 됐네?”

수현이  웃으며말하고는 연희에게 생크림 케이크를 포크로 떠서 주었다. 연희가 아기새처럼 케이크를 받아먹고는 수현을 살짝 흘겨봤다.

“응큼해서는...”

연희가 혀를 살짝 낼름거렸다.

“하! 방금  응큼한 건 뭐였지?”

수현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연희가 모른 체를 하며 케이크를 오물거렸다. 수현이 귀여워서 봐준다는 듯이 웃었다.

“근데 자기 점심 안 먹어도 되겠어?”

연희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이게 칼로리는  높을 걸?”

수현이 케이크를 포크로 가리키며 말했다. 연희가 씩 웃더니 치즈 케이크를 듬뿍 퍼서 수현에게 내밀었다.

“자기, 아~.”

연희가 개구진 표정으로 말했다.

“왜, 내가 포동포동해지면 좋겠어?”

수현이 피식 웃으며 말하고는 케이크를 받아먹었다.

“어이구, 우리 애기 잘 먹는다. 더 줄까요?”

연희가 킥킥거리며 말했다. 수현이 입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우물거렸다.

“요즘 자기 너무 탄탄해져서 안 되겠어. 좀 찌워둬야 안심이  것 같아.”

연희가 다시 치즈 케이크를 포크로 자르며 말했다.

“난 무교였는데 종교를 가질까 생각중이야. 이슬람으로.”

수현이 케이크를 삼키고 말했다. 연희가 웃음을 터뜨렸다.

“난 진지하거든.”

수현이 다시 말했다.

“미모의 여자친구가 불안 하느냐?”

연희가 일부러 두꺼운 목소리를 내며 물었다.

“네. 신님. 방법이 있습니까?”

수현이 기도하는 척을 하며물었다.

“거기 있는 케이크를 떠서 제물로 바치면 여자친구가 절대 한눈을 팔지 않도록 해주겠느니라.”

연희가 생크림 케이크를 손가락으로 살짝 가리키며 말했다.

“정말 이것만 드리면 그렇게 해주실 것입니까?”

수현이 간절한 연기를 선보이며 말했다.

“네이놈! 신의 말을 믿지 못하는 것이냐?”

연희가 호통을 치듯 말했다.

“연희야... 그건 사극인데.”

수현이 말했다.

“크흠. 어서 수청을 들라!”


연희가 말했다. 수현이 웃음을 터뜨렸다.

“뭐야, 케이크만 바치라더니 왜 이젠 수청까지 들어야 돼?”

수현이 항의했다.

“...그럼 입술을 내놓던가.”

연희가 작게 주변을 둘러보고는 작게 말했다. 연희동의 카페는 손님이 한적했다. 수현이 자리에서 슬쩍 일어나 연희의 옆자리로 갔다. 커다란 관엽식물이 그들을 살짝 가렸다.

“음-.”

수현의 입술이 가볍게 연희의 입술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연희가 다가와 다시  번 입술을 조금 길게 맞췄다.

“치즈케이크랑 생크림케이크랑 섞여도 맛있네.”

수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연희도 작게 미소지었다.

둘은 가벼운 대화로 조금 더 시간을 보냈다.

“이제 갈까?”

수현이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

“음, 응. 그러자.”

연희가 아쉬움이 담긴 목소리로 말하며 주변 정리를 시작했다.

둘은 천천히 연희동에서부터 걸음을 옮겨 신촌역으로 향했다. 연희는 그래도 오랜만에 엄마를 만나는 것이 좋긴 한지, 가볍게 콧노래를 불렀다.

수현이 그런 연희를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잠시 걸음을 멈췄다.

“음? 왜?  놓고 왔어?”

연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걸음을 멈춘 수현을 향해 물었다. 수현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럼?”

연희가 어리둥절하게 물었다.

“우리 저기 잠깐 들렀다가 가자.”

수현이 연희를 꽃집으로 이끌었다.

“꽃집?”

“응.”

연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수현의 손에 이끌려 꽃집으로 따라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수현이 인사를 하며 들어서자, 주인이 그를 알아보는지 환하게 웃으며 커플을 맞이했다.

“아침에 주문한 꽃 지금 찾을 수 있을까요?”

“그럼요! 잠시 만요!”

꽃집 주인은 얼른 하던 것을 정리하고 주문한 꽃다발을 가지러 카운터 뒤로 들어갔다.

“어, 어? 자기 뭐야! 언제 이런 거 주문했어?”

연희가 눈이 동그랗게 되어서 물었다.

“아침에 조금 일찍 와서 주문했지. 나도 서프라이즈.”

수현이  웃으며 말했다. 연희는 어벙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주인이 카운터 뒤에서 꽃다발을 양손에 들고 나타났다.

“아유! 좋으시겠어요! 전 처음에 꽃다발 두 개를 주문하시 길래, 엄청 나쁜 남잔 줄 알았는데, 엄청 로맨틱하세요!”

꽃집 주인이 꽃다발 두 개를 내밀며 말했다. 그녀는 연희에게 부럽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연희는 조금 멍한 얼굴로 꽃다발  개와 수현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수현이 꽃다발 두 개를 받아들어 하나 씩 연희에게 건네기 시작했다.

“이건 네 꺼.”

수현이 붉은 장미 꽃다발을 연희에게 건네며 말했다. 연희가 여전히 아리송한 얼굴로 받아들었다.

“이건 어머니 가져다 드려.”

수현이 나머지 분홍 장미 꽃다발을 연희에게 건네며 말했다. 그 순간 연희가 두 개의 의미를 깨닫고 감동한 얼굴이 되었다.

“자기야...”

연희가 작게 그를 불렀다.

“그래도 어머님 올라오신 거 알고... 전에 주신 것도 잘 먹었는데... 딱히 해드릴 것도 없고... 연희 네 이야기 들어보니까 소녀 같은 구석이 있으신 것 같아서 준비해봤어. 너한테도 주고 싶고. 겸사겸사. 부담스럽진 않겠지?”

수현이 약간 부끄러운 얼굴로 말했다.

“응... 완전 좋아. 엄마도 꽃 엄청 좋아해.”

연희가발갛게 얼굴을 물들이며 말했다.

“다행이다.”

수현이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가자.”

수현이 연희의 어깨를 가볍게 끌며 말했다. 연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수현이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꽃집 주인에게 인사를 건넸다.

“네! 안녕히 가세요! 예쁜 사랑하세요!”

꽃집 주인은 방긋 웃으며 둘에게 손을 흔들었다. 선남선녀의 예쁜 커플이 예쁘게 사귀는 모습이 상당히 흐뭇했다. 그녀는 하던 작업을 마저 하기 시작했다.

수현과 연희는 가게를 나와 지하철을 탔다. 연희가 두 개를 전부 들고 있기에는 균형 잡기가 쉽지 않아서 분홍 장미쪽은 수현이 들고 있었다.

연희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날 줄을 몰랐다. 수현은 그 모습이 마음에 들어서 말을 걸지 않고 바라만 보았다.

“자기야.”

연희가 수현을 어깨로  밀며 불렀다.

“응?”

수현이 대답하자 연희는 창으로 비치는 그들의 모습을 가리켰다.

“쟤들 오늘 따라 되게 예쁜 것 같다.”

연희가 웃음 섞인 목소리로 발랄하게 말했다.수현이 웃음이 크게 터질  것을 참았다.

“그러네. 꽃 밖에 안 보이네.”

수현이 웃음 억누르며 말했다. 연희가 꽃다발을 얼굴 옆으로 붙여보였다. 수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마주 보며 웃었다.

역을 나오며 수현이 연희를 잠시거울 앞에 멈춰 세웠다.

“이러고 보니까 우리  주고받은 것 같기도 하네.”

수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연희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우리 사진 찍자!”

연희가 수현에게 팔짱을 껴오며 말했다. 수현이 자연스럽게 조금 자세를 고쳤다. 둘은 몇 가지 포즈로 사진을 찍고 만족스럽게 웃으며 역을 빠져나왔다.

“나한테도 보내줘.”

수현이 연희의 어깨를 당겨 안으며 말했다.

“응! 있다가 보내줄게.”

연희는 양손에 굳이 자기가 꽃다발을들고 가며 말했다. 수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엄마 완전 좋아하겠다. 취미가 드라이플라워 만드는  좋아하거든.”

연희가 향을 맡으며 말했다.

“그런 것도 할 줄 아셔?”

수현이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렇게 어렵진 않아.  꺼도 드라이플라워로 만들어서 나중에 보여줄게.”

연희가 흥얼거리며 말했다.

“뿌듯한데?”

“아, 근데 왜 난 빨간 장미고, 엄마는 분홍 장미야? 꽃말이 달라?”

연희가 걸음을걷다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물었다.

“음, 그렇긴하지.”

수현이 약간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뭔데? 빨간 장미는 알겠는데, 분홍 장미는 뭐지?”

연희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초롱초롱한 눈길을 보냈다. 수현이 말없이 약간 눈길을 피했다. 그 사이 연희의 자취방 건물에 도착한 그들은 잠시 건물 뒤 담벼락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 엄마 벌써 왔나보다.”

연희가 자신의 방에 불이 켜져있는 것을 보고는 말했다.

“아. 빨리 들어가봐야겠네.”

수현이 말했다.

“괜찮아. 꽃말은 듣고 들어가도 돼. 둘 다 말해줘.”

연희가 의도를 놓치지 않고 말했다.

“빨강은 안 다며...”

수현이 쑥스러운 표정으로 괜히 연희의 머리를 정리해주었다.

“그래도 듣고 싶은데...”

연희가 절대 거절 할 수 없는 눈망울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듣고 느끼하다고 하지마...”

수현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당연하지!”

연희가 재촉했다.

“빨강은... 당연히 사랑한다는 거고...”

수현이 괜히 부끄럽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평소의 사랑해와 이럴 때의 사랑해는 왜 다른 느낌인지...

연희가 가볍게 수현의 입술에 입을 맞춰주었다.

“분홍은...감사나 맹세래. 예쁜 여친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쁘게 사귈게요. 뭐 그런... 아으, 내가 말하고도  오글거린다. 그냥 예뻐서 드린다고 해줘.”

수현이 몸을  번 부르르 떨며 말했다. 결제 할 때만 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뱉고 보니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기야.”

연희가 가벼운 미소로 수현을 불렀다.

“고개  내려 봐. 나 지금 엄청 키스하고 싶어졌어.”

연희가 유혹하듯 속삭였다.


그리고 수현은 그 유혹을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둘의 입술이 천천히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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