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6화 〉36 (36/94)


  • 〈 36화 〉36

    *

    수현과 연희는 결국 오다가 확인한 독특한 카페는 다음에 가기로 했다. 둘 모두 교수가 첫 수업을 간단하게 나가는 바람에 시간이 애매해졌기 때문이다.

    둘은 간단히 시간을 떼우고 밥을 먹으려는 생각을 하다가, 근처 오락실로 향했다.

    “자기, 농구 좀 해?”

    연희가 팔을 걷으며 도발해왔다.

    “슬램덩크 알아? 내가 황백호야.”

    수현이 목을 풀며 말했다.

    “오늘 저녁 내기?”

    연희가 눈을 찡긋하며말했다.

    “점수  주고?”

    “자기야...나  신었어. 너무한 거 아냐?”

    연희가 작게 눈을 흘기며 말했다. 수현과 연희가 점수에 합의를 보고 게임을시작했다. 수현은 적당한 점수 차이를 내려고 여유를 부렸다가, 당황해서 몇 개를 놓쳤다. 연희가 제법 잘 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아버지의 체육인 피가 그녀에게도 흐르는 것 같았다.

    “하하! 적당히 봐주려고 했지?”

    연희가 수현을 비웃으며 공을 던졌다. 수현도 집중해서 던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비주얼 좋은 커플의 힘찬 대결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삐-.

    경기가 종료 되고, 결국 점수까지 미리  수현의 패배로 경기는 끝났다. 주변에서 작은 박수가 나왔다.

    “이건...사기야.”

    수현이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흥. 나를 얕본 대가다!”

    연희가 킥킥거리며 옷을 정돈 했다.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했다.

    “와... 땀까지 흘려가면서...”

    수현이 배신감에 떨며 말했다.

    “내가 이래봬도 산길을 매일 오르던 여자야!”

    연희가 상큼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자기야, 자기도 나.”

    연희가 뒷말을 덧붙였다. 수현이 얼굴을 붉히며 땀을 닦았다. 연희가 작게 킥킥거렸다. 둘은 각자의 상태를 정돈하고 다른 것들을 둘러보았다. 연희는 은근히 오락실의 경력이 있는지 리듬게임 등을 잘했다. 수현은 그에 비해 젬병이었고.

    “우리 자기도 못하는 게 있었네?”

    연희가 뭔가 기분 좋게 웃어댔다.

    “...나라고 뭐 다 잘하나...”

    수현이 조금 자존심 상한 얼굴로 말했다. 여자친구 앞에서는 뭐든 잘하고 싶은 것이 남자들의 마음 아니던가. 연희가 크게 웃었다.

    “음, 자기야,이리 와봐.”

    연희가 그를 잡아당겼다. 수현이 조금 불퉁한 표정으로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녀는 천막이 있는 기기 안으로 그를 끌어들였다.

    “어?”

    수현은 스티커 사진기를 보고 약간 주춤했다.

    “우리 사진 찍자.”

    연희가 살짝 애교 있게 말하며 수현의 볼에 입을 맞췄다. 그것만으로 수현의 기분이풀렸다.

    “한 더 해주면.”

    수현이 중얼거렸다. 연희가 작게 웃더니 수현의 얼굴을 돌려 입에 가벼운 입맞춤을 해주었다.

    “이렇게?”

    “...응.”

    수현이 됐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연희가 신이 난 듯이 돈을 꺼냈다.

    “몸단장 좀 하자.”

    수현이 말하며 괜히 머리를 만졌다.

    둘은 여러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었다. 날짜를 새겨 넣고, 하트도 새겨 넣으며 사진을 꾸민 그들은 여러장의 사진을 들고 만족스럽게 나왔다.

    “음, 모델들이 좋으니까,  예쁘네!”

    연희가 만족스럽게 말하며 웃었다.

    “여자 모델이 너무 예뻐서 남자 모델이 좀 죽는다.”

    수현이 연희를 감싸며 말했다. 연희가 킥킥거렸다.

    “사실입니다!”

    연희가 말했다.

    “이젠 겸손도 없고.”

    수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남자친구가 매일 예쁘다고 해줘서 공주병 걸렸나봐.”

    연희도 웃으며말했다.

    “그거 병 아니라서 괜찮아.”

    수현의 말에 연희가 기분 좋은, 그러나 민망하다는 웃음을 터뜨리며 수현을 약하게 밀쳤다. 둘은 간단하게 주변에서 식사를 하고, 천오백 원짜리 생과일주스를 후식으로 먹으며 길을 걸었다.

    “음, 맛있다. 종종 오락실 와서 놀다가 먹자.”

    연희가 말했다.

    “오락실 자주 다녔어?”

    수현이 물었다.

    “음, 자주는 아니고, 가끔? 시험 끝나고 친구들이랑 가거나 영화 기다릴 때 가거나.”

    연희가 가볍게 말했다.

    “오늘은 내가 크게 당했어...”

    수현이 작게 눈을 흘기며 말했다. 연희가 기분 좋은 웃음을 흘렸다.

    “당황하는 모습이귀여웠어.”

    연희가 수현을 끌어당겨 볼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진짜 이런 걸로 풀려버리는 내가 싫다.”

    수현이작게 한숨을 쉬며 말하자, 연희가 맑은 웃음소리를 냈다.

    “이번 주 부터는 주 4일이지?”

    수현이 연희에게 물었다.

    “응. 5일 다 하는 건 좀 그렇잖아. 학교생활도 즐기고 싶고. 원래 4일이 기본이래.”

    연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금토일은 같이 수 있겠네?”

    수현이 연희를  더 단단하게 안으며 은근하게 말했다.

    “하여튼... 변태.”

    연희가 그를 살짝 밀며 말했다. 하지만 전혀 책망하는 말투는 아니었다. 둘은 그렇게 연희의 일터 앞에 도착했다.

    “저녁을 너무 일찍 먹어서  끝나면  배고프겠다.”

    수현이 약간 걱정스럽게 말했다.

    “다이어트 한다고 생각하면 되지. 그리고 자기도 똑같잖아.”

    연희가 웃으며 말했다.

    “나야, 앉아있는 게 일이고, 넌 아니니까.”

    수현이 연희의 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걱정 마셔요. 그리고 운동하고 잘 사람이 할 말이야?”

    연희가 수현의 배를 가볍게 치며 말했다.

    “운동은 하고 왔는데?”

    수현이 연희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

    “아침부터?”

    연희가 놀라서 말했다.

    “당연하지.”

    수현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 남자 볼수록 대단해...”

    연희가 기특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  마음에 든다.”

    수현이 흡족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떤 거?  남자?”

    연희가 약간 부끄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응.”

    수현이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며 말했다.

    “칭찬 할 때만 써줄게.”

    연희가 작은 웃음소리를 흘리며 말했다.

    “야박해.”

    수현이 약간 김이 샜다는 듯이 투덜댔다. 둘은 킥킥거리며 웃었다.

    “들어가 봐. 늦겠다.”

    수현이 연희를 풀어주며 말했다.

    “응. 조심히 가고. 있다가 전화하자!”

    연희가 시간을 확인하고는 달려가며 말했다.

    “응. 연락할게!”

    수현이 손을 흔들었다.

    *

    수현은 연희를 보내고 일산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기에는 시간이 애매했으므로, 그는 근처 카페에서 HTS를 열었다.

    수현은 STX의 주가부터 확인했다. 자신이 산 콜의 행사가와 비슷한 수준에서 장마감이되어있었다. 수현은 한숨을 돌리며 의자에 등을 기댔다. 다시 오르기 시작한 모습과 오늘 행사가를 넘어선 모습을 보니, 적어도 손해볼 일은 없는 것 같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수현은 STX에서 기아차 주식으로 넘어가 차트를 확인했다. 기아차는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꾸준히 사모으고 있는 주식이라 수익률 자체가 그렇게 높지는 않았으나 꾸준했다. 어차피 기아차는 중기 계획으로 들고 있는 것이기에 당장의 대박을 노리는 종목은 아니었다.

    수현은 다음주 목요일이 벌써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100원 수익만 나도 전환율 20퍼센트를 곱하면 20원 수익, 10원 투자를 했으니, 2배가 되는 것이다. 만약 추세대로 쭉 올라준다면 500원 이상은 행사가와 차이가  것이다. 그럼 10배가 되어 돌아온다. 1백만 원을 투자했으니, 1천만원이다. 그래도 초년생 시드머니라 부를 만한 금액은 얼추 맞는 수준이 되는 것이다.

    그는 다른 중공업계열과 현대자동차 계열사를 확인했다. 역시 기아차와 STX만한 변동폭은 없을 것이란 생각을 굳힌 수현은 창을 끄고 잠시 비트코인을 검색했다. 역시나 별 다른 것은 없었다.

    수현은 USB를 꽂아 지갑을 확인했다. 몇 달 후면 여기에 비트코인 1만 비트코인 정도를 넣어둘 생각이었다. 5월에는 피자 한판의 가격이었고, 불과 십 년 뒤에는 서울 시내 빌딩 가격에 육박하는 것이 되는 양이었다.

    노트북을 접은 수현은 공책을 폈다. 오늘 연희와의 오락실 탐방은 새로운 사업 아이템들을 떠오르게 해주는계기가 되었다.

    뽑기방과 코인노래방.

    둘 모두 확실한 성공 보장 아이템이면서도 아직 보이지 않는 아이템들이었다. 수현은 여태까지 너무 스마트폰 관련 사업에만 매몰되어있던 스스로를 반성했다. 생각보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잊고 있던 아이템들이 많았다. 오늘 마신 생과일주스도 프렌차이즈가 아직 없었다.

    특히 뽑기방과 코인노래방은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는 성공할만한 위치나 실내 디자인같은 것들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신촌, 일산, 홍대에서 그가 얼마나 많이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러 다녔던가. 눈을 감고도 걸어  수 있는 단골집도 있었다.

    수현은 시간을 확인하고 대략적인 뽑기방과 코인노래방에 대한 자신의 지식들을 적어가기 시작했다. 생각이 날 때 미리 적어서 정리를 해두어야했다.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자신은 20살도 29살도 아닌 무언가가 되어가고 있었다. 인격이 그런데, 기억이라고 달라지지 않으리란 법이 없었다.

    그는  위에 ‘필수: 프렌차이즈화를 초기부터 염두에 둘 것!’을 적었다. 뽑기방과 코인노래방 둘 모두 베끼기에도 수월한 아이템이었다. 초창기에 브랜드화를 해두고 어느 정도 성장하면, 곧바로 공격적으로 지점을 늘려야 했다.

    수현은 공책이 한 면이 복잡해질 때까지 최대한 많은 생각을 마구 적었다. 정리는 나중의 일이었다. 그는 그렇게 과외 시간 전 까지 자신의 사업에 대한 새로운 구상으로 눈을 빛내며 펜을 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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