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70 대한제국-126화 (126/131)
  • 〈 126화 〉 Ep13. 8월 총선 (4)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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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표 당일이었다. 옥류관에 들려 점심식사를 하려던 은서가 특식으로 나온 잉어탕을 보더니 헛구역질을 해버렸다.

    "어 야··· 잠깐 나 속이 이상해 우욱···."

    화장실로 달려가 변기통을 붙잡은 채로 한참을 나오지 않으니 진혁이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대한제국의 황태녀. 무수한 숙청 끝에 남은 단 한명의 계승권자는 체하기만 해도 비상사태나 다름이 없었다. 음식에 독이 들었던 건 아닐까? 옥체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닐까? 오만가지 생각이 들어 김진혁 중령은 식사고 뭐고 안중에도 없어졌다.

    "전하!!!"

    전하의 손을 잡고 옥류관 계단으로 달린다. 경호원들의 무전을 듣고 달려온 리무진이 로비 앞에서 대기하고 있으니 서둘러 전하를 뒷자석에 모셨다.

    "아니 잠깐··· 야! 구역질 한번 했다고 이러는건 좀···."

    "일단 타세요!"

    남편이기 전에 친위대다. 황태녀를 책임져야 할 초근거리의 경호 책임자는 지금 이 순간 자신이 해야할 임무만 아른거렸다. 고귀한 전하가, 대한제국 황태녀가, 사랑스러운 아내가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어찌해야 할지 12단계 너머의 끔찍한 생각들이 머리속을 맴돌기 시작했다.

    "뭐해! 당장 출발하지 않고!"

    김진혁 중령의 재촉아래 2대의 리무진과 3대에 달하는 경호팀 차량이 황태녀 전하를 모시고 가까운 병원의 응급실로 달렸다. 독이든 음식을 드신게 아닌지 전전긍긍하던 차에 황태녀 전하를 진찰한 의사가 말하길.

    "회임하셨습니다. 경하드립니다 전하!"

    "??????"

    긴장감에 지배되던 온 몸이 탁 하고 풀려버렸다. 얼음장처럼 굳어져 창백한 표정을 짓는 김진혁 중령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말았다.

    '내가··· 아버지가 된다고?'

    임신 6개월. 계산해보면 딱 금강산 관광 때가 나오는데 결혼하자마자 저질러버린 사랑이 단 한방으로 결실을 맺은 셈이었다. 이건 말도안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나?

    '전하의 옥체에 무슨 짓을··· 아니, 아니지··· 부부니까 이건 경사라고 해야할텐데··· 근데 그냥 아이가 아니라 황손이잖아? 다른 걱정을 하기에 앞서 자식 교육을 어떻게 할지부터 생각해야해. 국가의 백년대계가 내 어깨에 달렸어. 내가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애초에 좋은 아버지란 어떻게 해야 하는거지? 나같은 녀석도 아버지가 될 자격이 있는건가? 까딱 잘못하면 황손을 연산군으로 키워버릴지도 모르는데···.'

    그러자 따뜻한 여자의 손이 자신의 목덜미로 감겨들어왔다.

    “진혁아~♥”

    김진혁 중령은 그제서야 은서를 쳐다보았다. 웃음 꽃을 활짝 터트리며 해맑은 미소를 짓는 이분은 대한제국의 황태녀였지만 아내이기도 했던 것이다.

    "너 또 12단계 넘어서 잔뜩 걱정하고 있지?"

    "아, 아뇨. 절대···."

    "걱정뚝! 나도 열심히 해볼테니까 같이 잘해보자. 알았지?"

    하기사. 처음부터 잘난 아버지가 이 세상에 어디 있겠나? 가장 떨리고 걱정해야 할 은서부터가 의연한데. 이리 떨고만 있을 수는 없지. 김진혁 중령. 황손의 아버지는 그제서야 긴장을 풀어버리며 바보같이 웃고 말았다.

    황태녀의 회임 소식은 김진혁 중령을 거쳐 덕수궁에 보고됐다. 친위대장 차지연의 명령으로 병원 초입에서부터 경호인력이 3배 이상 증강되니, 서북방위사령부 휘하로 있던 김훈 중령의 무장 친위대가 M16 소총을 무장한 채로 장갑차를 타고 병원까지 찾아왔다.

    아무리 봐도 과잉대응인데 명령에 따를 수 밖에 없었던 그는 차지연 중장님 대신 만만해보이는 김진혁 중령을 건드려보기로 한다.

    "그거 알고있냐?"

    "뭘 말씀이십니까?"

    "너 말이야. 아직도 부하처럼 구는 모양인데. 로얄패밀리야 너."

    "예?"

    "너도 경호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라고."

    쯧쯧. 자신이 공작위의 귀족이라는 것도 망각해버린 이 바보같은 남자는 아내를 상전처럼 모시며 존대를 하는 것도 모자라 지가 무슨 경호대장이라도 되는 마냥 진두지휘를 하고 있었다.

    '이젠 고자라 놀리지도 못하겠구만. 절륜한 놈.'

    같은 시각 이연은 덕수궁의 접견실에서 이범석 총리를 만나고 있었다. 비서실장 이화를 통해 보고받은 그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더니 박장대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그 녀석들 참 급하기도 하지. 어쩜 사랑조차도 특전사처럼 했나 그래. 아주 그냥 신속정확하구만! 하하하!"

    이범석 총리도 너털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축하드립니다. 폐하. 황손이군요."

    "이걸로 계승권자를 늘리자는 소리는 쏙 들어가겠지."

    이범석 총리가 차를 마시며 표정을 숨겼다. 이제부터 권력에 대한 민감한 질문을 올려야했다.

    "헌데··· 남자 아이면 어떻게 하실겁니까?"

    "어떻게 하다니?"

    천천히 자리에 앉은 이연에게 이범석 총리가 말했다.

    "법률을 바꾸긴 하셨지만 이 나라는 여전히 부계사회입니다. 만일 황태녀 전하께 아들이 태어난다면, 황손을 황태자로 임명하자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폐하는 어느쪽이신지요?"

    그가 말한 시나리오는 이랬다. 황태녀 전하에게 아들이 태어난다. 그는 혜조대제의 직계 후손으로 고귀한 피를 가지고 있다. 심지어 남자다. 그에 비해 지금의 황태녀는 여자.

    부계사회에서 여자보단 남자 군주가 선호되는 점을 고려한다면, 은서를 황태녀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아들을 그 자리에 앉히는 것. 즉 1대를 건너 뛰자는 움직임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은서 입장에선 자기 아들이 최대의 정적이 되어버린다.

    대한제국은 부계사회다. 남아선호사상이 극도로 높은 1970년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본인들이 부정하더라도 주위의 끄나풀들이 그렇게 부추길지 모르는 일이다.

    "전하께서 갖고 계시는 최대의 약점은 여자라는 겁니다. 성별의 이유만으로도 자질을 의심받을 수 있죠. 연약하다, 유유부단하다, 순진하다. 그런 이미지들이 고정관념으로 따라붙을겁니다."

    이연이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자네 생각은 어떤가? 노련한 대한제국 총리로서 내 딸. 정말 성별이 약점이 될거라 보나?"

    "전 그분을 여자라 생각하지 않지요."

    이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대한 질문에 기대한 반응. 그리고 의도된 이미지였다.

    "자네 말이 맞아. 가부장제가 뿌리 깊숙히 내리고 있는 조선이지. 황제의 권력으로도 바꾸기 어려운 전통이라는 거, 그로 인해 은서의 성별이 권력의 리스크로 작용할 거라는 거 공주 시절부터 염두해두고 있었어."

    "그래서 공주님을 전쟁터로 보내셨지요. 원망의 목소리를 들으면서까지."

    "입만 번지르르하게 떠들었다면 달라지지 않았을거야. 은서의 성별이 약점이 되지 않게 하려면 눈으로 보일 수 있는 확실한 게 필요했지. 이제는 월남전의 영웅인데 이거만큼 확실한 게 어디 있겠나?"

    "위험하셨습니다."

    "위험한 만큼 확실한 효과가 있었지. 내 딸은 이제 누구도 업신여기지 못해. 그러니 황손이 남아로 태어난다 한들 넘버2 자리를 가로채는 건 불가능하겠지."

    이연은 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범석 총리를 내려다보며 건네는 손길은 악수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아무튼 재선을 축하하네 이범석 총리. 황제의 이름으로 내각을 구성하는 것을 허락하지."

    총리는 느긋한 표정으로 자리에 일어나 황제의 손을 잡았다. 올해로 76세. 총리직만 15년이 넘은 총리는 철옹성 같은 권력의 4년을 연장했다. 세월조차 막지 못한 영웅의 집권이었다.

    "영광입니다. 폐하."

    총리 임명식은 이렇게 끝났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국민의 대표지만 선거에서 이겼다 해서 화려한 임명식이 있는 건 아니다. 이 나라의 내각제는 연임의 제한이 없는 대신 수 틀리면 언제라도 내려와야 하는 변칙적인 임기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론 1달만에 내려올 수도 있고 20년을 해먹을 수도 있는 불안정한 선출직 권력자에겐 화려한 행사가 없었다.

    그 대신 총리가 덕수궁의 대한문을 나올 때 기자들이 몰려와 카메라의 플래시를 터트렸으며, 내각 장관들과 당원들의 박수 속에서 주먹을 치켜드는 것으로 임명식을 대신했다.

    이번 선거로 국방부장관 김종규 의원을 포함해 대부분이 연임을 했지만 몇 사람이 교체되었는데 특히 외교부장관이 그랬다. 사이공 철수 작전에서 황태녀를 도와 공을 세운 이대현 공사가 한국독립당 후보로 들어와 인천에 출마. 하원의원에 당선되어 외교부장관을 겸직하게 되었다.

    한편. 제국익문사 장관은 황실 직속이라 내각에 속하지 않았는데, 선거의 영향도 받지 않으므로 김재필 장관은 평소와 같이 덕수궁에 입궐하여 이화의 정보 참모 노릇을 했다. 석조전 한켠에 마련된 비서실장의 집무실에서 조선반도의 지도를 펼쳐놓은 두 사람이 외교수석까지 불러와놓고 은밀한 대화를 나누니, 지도 곳곳엔 검은색 원이 칠해져있었고 흰색 글씨가 새겨져있었다.

    이화는 붉은색 볼펜을 들더니 지도상의 동경 124도선 기준으로 일직선으로 내려그었다. 압록강 하구부터 시작되는 붉은 선은 서한만의 정중앙을 가로질러 서해바다를 관통하니 모두의 표정을 심각하게 만들었다.

    "중국에 대한 정보를 가져오세요. 이제 곧 혁명이 끝날테니까."

    ***

    대한제국이 문화를 만드는 동안 옆나라도 문화를 만들고 있었다. 중화인민공화국, 중국공산당, 줄여서 중공이라고도 부르는 그들은 모든 문화를 공산화시키고자 했다.

    <홍위병에게 명하노니, 곳곳에 숨어있는 적들을 찾아내 처단하라>

    중국의 영원한 혁명가 마오쩌둥의 선언이 인민일보에 실린 것이 1966년. 지금으로부터 9년 전의 일이다. 이 날을 기점으로 중국 전역에 붉은 깃발이 휘날렸다. 안개가 자욱한 회색빛 도시에 공산당의 깃발이 휘날린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지만, 젊은 학생들이 마오 주석님의 어록이 담긴 붉은 수첩을 들고 다니는 지금은 다른 의미가 있었다.

    문화대혁명(文化大革命)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선 낡은 문화유산과 생활 관습을 폐기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발생한 제2의 공산혁명이 시작됐다.

    <중국공산당에서 문화대혁명을 결정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문화대혁명은 인민의 영혼에 대혁명을 불어넣을 것입니다.>

    문화대혁명은 인민일보나 대자보 등으로 보도가 나오면, 학생들이 이를 읽고 자의적으로 해석. 실행에 옮기는 식으로 이어졌는데, 중국의 혁명가 마오쩌둥에 열광하는 이들로 홍위병이라 부른다.

    낡은 문화를 폐기하라 하니 낡은 문화를 부셔버리기로 했고,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며 낡은 문화예술을 추구하는 자들을 체포해 인민재판으로 보내버렸다. 홍위병들의 붉은 혁명아래 중국의 유서깊은 전통 공연인 경극을 하던 이들이 끌려나오니 모두가 함성을 질렀다.

    <문화계의 요괴들을 타도하자!>

    <항복하지 않으면 우리가 박살내자!>

    <문화계의 반동분자들을 색출하자!>

    <혁명은 무죄요! 반항하는 자를 박살내자!>

    끌려온 이들이 살아남으려면 자아비판을 해야 한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며 매국노가 되어야 했고, 자본주의자들을 위해 일한 부역자가 되어야 했으며, 노동자의 적이 되어야 했다. 당을 위해서. 당을 위한 문화만을 추구하겠다 맹세하는 그들의 목엔 자신의 죄를 적어놓은 팻말이 걸려있으니 홍위병들은 그것을 보며 깔깔거리듯 조롱을 했다.

    문화대혁명은 인민재판으로 끝나지 않는다. 타들어가는 불길 속에 무수히 많은 불상들이 잿더미로 바뀌었고, 공자 사당의 대리석 기둥을 오함마로 때려부수니, 찬란했던 중화문명의 예술은 이렇게 사라져갔다.

    <마오 주석님이 시키셨어! 혁명의 적을 한 명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혼내줄거야!>

    이런 상황에서 질서를 바로잡아야 할 공안들은 손을 놓고 있었다. 홍위병들의 행동이 곧 주석님의 뜻이었으니까. 홍위병들은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마오 주석님의 초상화를 들고다녔고, 그분의 어록이 담긴 빨간 책자를 성경모시듯 가지고 다녔다.

    사실 문화대혁명 뒤에는 중국공산당 내부의 권력다툼이 숨어있었다.

    혁명의 영웅이 국정운영까지 잘하리란 법은 없어서 마오쩌둥은 집권기간동안 많은 실책을 범했는데 대약진운동이 그랬다. 15년내로 영국 경제를 추월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생활부터 농업, 공업까지 개혁을 추진했지만 모두 실패. 수 많은 노동자들을 기아상태로 만들었다. 한국전쟁마저도 실패했던 혁명가는 중국대륙 코앞에 주한미군의 진주를 허락하고 마니, 시달리는 안보위기 속에 정적들에게 끌려내려져 실각의 운명을 맞은 것이다.

    인민들의 영원한 혁명가는 이렇게 끝이나는가?

    잃어버린 권력, 끓어오르는 욕망, 하지만 압도적인 대중적 인기. 마오쩌둥이 선택한 반격이란 자신의 인기를 이용해 학생들을 선동해 혁명을 일으키는 것. 권력을 되찾고 싶었던 영웅이 젊은 청년들을 선동하니 청년이 홍위병이되고 길거리로 달려나가 문화대혁명을 일으킨 것이었다. 그들의 붉은 깃발은 이제 공산당 내부의 정적으로 향했다.

    이런 숙청의 작업을 도운 이가 4명 있었는데, 마오쩌둥의 부인인 장칭, 중앙위원회 부주석 왕훙원, 국무원 부총리 장춘차오, 문예비평가 겸 정치국 위원 야오원위안. 4인방으로 불리는 이들이 마오쩌둥을 대신해 문화대혁명을 주도하며 혁명가를 위한 숙청을 도왔다.

    혁명가의 뒤를 이어 집권한 2대 주석 류샤오치는 마오쩌둥의 실책을 적극적으로 비판하던 사람인데, 홍위병들 손에 붙들려 끌려나와 숙청. 1969년 독방에 같혀서 폐렴으로 죽었다.

    중일전쟁부터 국공내전까지 공산혁명을 위해 이름을 날렸던 명장 펑더화이도 마오쩌둥의 정책을 비난했다가 반동분자로 낙인이 찍혀 숙청. 그는 한국전쟁을 승리로 이끌지 못했다는 괴상한 이유가 더해져 조리돌림을 당하는 참혹한 최후를 맞았다. 격앙된 군부가 격렬히 항의했지만, 한국전쟁 패배로 신뢰를 잃어버렸던 군부는 아무런 입김을 발휘하지 못해 혁명가를 등에 업은 4인방의 광풍을 지켜만 봐야했다.

    숙청의 광풍은 이후에도 계속돼 중국의 경제개혁을 꿈꾸던 국무원부총리 덩샤오핑으로 향했다.

    <그는 반혁명분자에요. 겉으론 충성하지만 뒤에선 호시탐탐 당신의 권력을 노리고 있죠.>

    마오쩌둥의 아내로 4인방 중 실세였던 장칭이 귀에 속삭이니, 홍위병들의 붉은 깃발이 서슬퍼런 달빛아래 덩샤오핑의 집으로 향했다. 끌려나온 개혁가는 이제 자본주의자들의 수괴로 매도당하고 트랙터 공장에서 일하게 됐다.

    몰아치는 숙청의 광풍 속에 중국공산당의 영원한 2인자 저우언라이는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사인은 암이었다. 마오쩌둥과 4인방, 홍위병 사이에서 백방으로 뛰어다녀 중국 문화의 피해를 막아내고자 했던 그는 늘상 과로에 시달리고 있었다.

    부드러운 인품으로 동지들과 노동자들의 존경을 받았으며, 중국의 공산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끈 혁명의 영웅. 삼국지의 명재상 제갈량과도 비교되는 능력으로 한국전쟁의 결말을 예측해냈고, 중국을 위해서라면 적과도 손을 잡는 결단력으로 미국과 중국간의 화해를 주도했던 정치인.

    문화대혁명 기간동안 처참히 파괴되는 수 많은 문화유산을 안타까워했고, 홍위병들로부터 자금성이나 티베트의 포탈라궁 등을 지켜내는 성과를 이루기도 했던 대인.

    세계3차대전으로 번질뻔한 백두산 분쟁과 위화도 사태 땐 전쟁을 피하고자 화해를 논의해 대한제국에겐 온건파로 분류되던 인물이기도하다. 그랬던 그가 1975년 8월 7일. 문화대혁명의 파도 속에 피를 토하며 쓰러지니 향년 78세였다.

    자신의 방에서 노쇠한 몸을 끌고 앉아 힘없는 눈동자로 쳐다보는 혁명가에게 4인방의 수장인 장칭이 말했다.

    "혁명은 끝났어요. 모든 권력이 우리에게 돌아왔죠."

    사악한 미소를 짓는 악마를 향해 인민들의 영웅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보인다. 1893년생. 조선식 나이로 83세. 이제는 말할 힘도 남아있지 않아보이는 마오쩌둥은 멀뚱멀뚱 자신의 아내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만수무강하세요. 나의 영웅.”

    혁명가를 등에 업은 새로운 권력자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Ep14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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