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5화 〉 Ep9. 중앙정보부 (1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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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씨와의 운명적인 만남은 1945년 5월쯤이었다.
책읽기를 좋아하던 10대의 문학소녀는 기숙사의 1인실에 틀어박혀 매일 같이 책만 읽다 잠에들고는 했다.
18일 쯤이었을까? 야심한 새벽에 불청객이 찾아와 문을 두드렸다. 졸린 눈을 비비며 문을 열어주니 그곳엔 흙먼지를 뒤집어 쓴 젊은 오빠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독립군입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잠시 여기 숨어있어도 되겠습니까?"
지금은 일제강점기다. 압제에 맞서는 독립운동가야 고맙지만 숨겨주다 걸리면 일본 순사들에게 잡혀갈지도 몰랐다. 게다가 심각한 문제가 하나 더 있었다.
"여긴 여학교 기숙사인데···."
여학교 기숙사. 그것도 1인실에 찾아와 숨겨달라고 문을 두드리는 20대 오빠를 어찌해야하는가? 고심하던 소녀는 생각하기를 그만두었다. 쫓아내기엔 너무 잘생긴 오빠였기 때문이다.
"어 음 뭐··· 그래도 괜찮으시면 들어오세요. 헤헤···."
창밖을 몰래 엿보니 일본 순사들이 누군가를 한참 찾아다니지만 다들 하나같이 이런 눈치다.
<설마 아무리 급한들 이 병신 새끼가 여학교 기숙사에 숨어들었겠어?>
근데 진짜로 숨었으니까. 그게 너무 웃겨서 소녀는 홀로 큭큭큭 웃으며 오빠를 쳐다보았다.
"어지간히 급했나보네요."
"미안! 절대 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을게. 몸만 피하면 바로 나갈테니까···."
그렇게 둘러대는 남자의 눈에 들어온 소녀의 방. 일본식으로 지어진 작은 1인용 기숙사는 옷도 교복 한벌 뿐이고 있는 살림이라곤 정말로 많이 꽂혀 있는 책 뿐이었다.
"이야··· 독서를 엄청나게 좋아하나보구나?"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셨거든요. 삼촌한테 도움받으며 살고 있는데 책을 읽을 때면 슬픈 감정이 사라져서···."
무안한 침묵이 한동안 이어지자 남자가 물었다.
"이름이 뭐니?"
"다카야마 메이(高山 明)"
"일본인?"
"아뇨 조선인이에요. 이 나라는 이름도 일본식으로 써야 하는 식민지니까···."
아마 창씨개명을 말하나보다. 자신을 다카야마 메이라고 하는 소녀는 오빠에게 같은 질문을 돌려주었다.
"오라버니 이름은 어떻게 되세요?"
"나? 나는···."
그 남자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이연. 대한제국의 황태자. 지금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지!"
소녀가 화사히 웃었다.
정말 근사한 오빠였다. 얼굴도 멋지고 키도 훤칠나게 큰데 심지어 황태자란다. 망해버린 나라의 허울뿐인 직함이라도 문학감성에 젖은 10대 소녀에겐 눈빛이 초롱초롱해지기 충분한 왕자님이었다.
"혹시 조선 이름도 있니?"
"예, 제 이름은···."
그 날 소녀는 이렇게 말했다.
최연희(崔緣喜)
인연 연(緣), 기쁠 희(喜). 예쁜 이름처럼 인연 하나하나에 깊은 감동을 느끼고 소중히 생각하던 10대 소녀.
운명처럼 찾아온 황태자에게 반했다가 그의 대의에 더욱 반해버리고, 그 길로 독립운동의 길에 투신해버린 10대 소녀는 일본군의 손에 붙잡혀 감옥에 끌려가고 말았다.
옷이 갈갈이 찢겨지고 인두로 지져지며 성고문까지 당하는 잔혹한 나날 속에서도 끝까지 지켜낸 그녀의 비밀은 이연씨에 대한 신상정보와 행방.
그 오빠와 함께하던 제국익문사의 요원들과 한국광복군의 대원들. 그들을 잡아낸다면 알아낼 수 있었던 고급 정보.
서울진공작전.
조국 독립의 마지막 관문에서 비밀을 지켜낸 소녀의 나이는 고작 19세였다.
이름은 최연희, 일제강점기 시절엔 다카야마 메이, 프랑스 유학시절엔 빅토리아 최를 썼으며, 중정 시절부터는 이화라는 가명을 사용중인 덕수궁의 비서실장이었다.
대한제국의 귀족으로 작위는 남작이었다.
***
전치 3주가 지났다. 1974년 9월 8일이다.
리무진을 타고 덕수궁에 돌아온 비서실장 이화는 어느 때처럼 검은 정장을 차려입고 있었다. 하지만 오른팔에 깁스를 하고 있으니 영 불편해보인다.
그 상태로 당당히 석조전으로 걸어들어가 황제의 집무실로 찾아가니, 어느 때처럼 이연씨가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오? 이 실장! 돌아왔구만! 몸은 괜찮나?”
그 어느 때란, 늘 그렇듯 식후 담배를 즐기고 있는 골초의 사나이. 자욱한 담배연기에 짜증이 올라온 이화가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이렇게 답했다.
“아파서 죽을 거 같습니다.”
마치 책임이라도 지라는 듯 냉소적으로 보고를 올리는 이화앞에서 남자는 무안해지고 말았다.
“하하··· 그렇겠지? 이럴 줄 알았으면 행사를 취소할 걸 그랬어.”
“예, 행사를 강행하신 덕에 이렇게 됐지요. 의사가 말하길 피를 많이 쏟아 하마터면 죽을뻔했답니다.”
“미안하네···.”
이화가 황제를 노려보며 말했다.
“제 10대 시절에도 폐를 끼치셨죠? 여자 기숙사에 쳐들어와 숨겨달라고 하지를 않나, 독립운동에 가담하지 않겠냐 꼬드기지를 않나, 덕분에 일본군에 잡혀서 고문까지 당했습니다.”
"아, 아니··· 독립운동은 자네가 직접···."
"일본군에 잡힌 것도 전부 폐하 때문이었습니다."
"아니 그러니까 그건 내가 미안하다고 계속···."
"그리고 제 본명을 부르셨죠? 공개석상에서.”
이화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제 이름 안 부르기로 하셨잖아요.”
“걱정되는 걸 어찌하겠나? 그 상황에서 빅토리아라던가 이화라던가··· 메이보다 연희가 익숙한데 말이야···."
"제 정체가 드러나면 프랑스 유학시절에 했던 작전들이 그대로 노출될겁니다. 그랬다간 저희의 비밀 프로젝트까지 줄줄이 드러날건데 대체 무슨 생각으로···."
“나 때문에 다친 거잖나? 구해준 것도 한 번이 아니고 말이야.”
"그걸 아시는분이···."
"고마워. 연희야."
자상한 오빠 같은 모습으로 인사를 올리는 황제 폐하에게 비서실장이 얼굴을 붉혀버렸다.
"반칙이에요. 이건···."
"두 번이나 내 목숨을 살려준 최고의 부하인걸?"
이연씨가 웃으며 말했다.
“사람들은 말하지. 권력에 2인자는 없어야 한다고. 2인자의 영향력이 커지면 권력자의 자리를 위협하게 되니까.”
하지만 이연씨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하지만 넌 달라.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뚜렷하게 보이거든. 그것만 충족되면 다른 어떤 것도 넘보지 않는 욕심없는 충성심이 있어.”
“저는···.”
“공포정치를 끊고 싶은거잖아? 고문이라던가 죄없는 사람 잡아서 누명 씌우는 게 없었으면 하는거.”
이화가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대한제국의 독립. 강대한 나라를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것. 그것이 네가 가진 유일한 목표인거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폐하는··· 제 소원을 들어주실 유일한 지존이시니까요.”
“사람들이 계속 말하겠지. 널 더러 덕수궁의 비선실세라고.”
이연은 피식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해봐 비선실세. 넌 내 2인자니까. 총리가 됐든 차지연이 됐든 네가 바로 진짜 오른팔이야. 그러니까 맘대로 해봐. 그걸로 날 보좌하라고.”
“그정도까진···.”
"우리가 독립운동을 하던 시절에 약속했었지? 위대한 영웅이 완전한 권력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거라고. 그 약속 변치 않아.”
이연은 선언하듯 2인자에게 말했다.
“내 아버지가 말했어. 정치에 손대기 시작하면 국민들 눈이 멀어버릴 거라고. 내 후광에 현혹되어 민주주의 같은건 안중에도 없게 될거라고 말이야.”
“영웅, 그 자체가 강력한 정통성이 되니까요.”
"민주주의가 사라지면 어때? 완벽한 통치자가 완전한 권력으로 조국을 부강하게 만들고 있잖아. 그 다음 후손들에게 물려주면 민주주의 같은 것도 알아서 하겠지. 권력에 대한 내 욕망은 순수하다고 생각해."
이연이 부탁하듯 말했다.
"내 순수함은 네가 지켜주면 돼. 2인자의 권력으로 내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견제하는거야."
그러자 이화는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기쁘게 말했다.
“폐하의 옆을 항상 지켜드리겠습니다.”
"그래. 황후자리 빼고. 그 자리는 영원히 내 아내의 것이어야 하니까."
그러자 이화의 표정이 찡그려졌다.
"황후 자리를 노린 적은 없습니다만?"
"농담이야. 농담."
그렇게 가볍게 웃으며 이연이 물었다.
"언젠가 말했었지? 그 날 나를 숨겨준게 얼굴이 잘생겨서라고. 지금은 어때? 중년 남자가 된 내 외모. 신사쯤은 될려나?"
뭐 이런 질문은 하나 싶어 이화는 어처구니 없는 웃음을 지어 이렇게 답했다.
"담배를 끊으시면 말씀드리죠."
담배피는 남자는 모두 못생겼다. 딱 질색이다.
***
며칠 뒤 경찰청장이 중앙정보부 요원들에 붙들려 남산의 지하실로 끌려왔다.
“안돼! 살려줘!!!”
검은 정장의 요원들은 살기담긴 표정으로 경찰청장을 취조실에 던져버렸다. 곰팡이 냄새가 풀풀 나는 콘크리트 벽의 지하실에는 세명의 남자가 있었다.
구석에 의자를 갖다 놓고 앉아 죄책감어린 표정을 짓는 친위대의 경호차장, 취조받는 차지연 장군, 그를 심문하는 중앙정보부장 김재필까지.
“친위대장님?”
그 남자는 3성장군. 중장으로 강등당해있었다.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 있는 차지연 중장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이 새끼는 뭐야?”
그러자 중앙정보부장 김재필이 말했다.
“8.15 암살 미수사건을 일으킨 범죄자랄까?”
“전 범죄자가 아닙니다! 제가 실수가 많긴 했지만 실수가 죄는 아니지 않습니까?!”
두려운 눈빛으로 호소하는 경찰청장에게 김재필이 말했다.
“그래, 범죄자란 말은 취소해주지. 그냥 무능한 쓰레기라고 해두는 게 낫겠어.”
“그래서 절 대체 여기로 끌고 오신 이유가···.”
그러자 뒤에서 문이 열렸다. 요원 한 명이 부글부글 끓는 설렁탕 한그릇을 가져와 취조실 탁자에 올려놓더니 경찰청장을 노려보았다.
“뭐, 뭐야?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는거야? 진짜로 설렁탕을 코에 붓기라도 할 셈이야? 안돼! 안돼!!!”
그러자 요원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등신···.”
추한 모습을 보이는 경찰청장을 보며 차지연 중장이 불쾌한 표정을 짓는다. 그런 그에게 김재필 부장이 말했다.
"이 설렁탕 말이야. 중정하면 항상 따라다니는 악명이더라고. 이걸 코에 들이 붓는대나 뭐래나?"
“그걸 나한테 할 셈인가? 날 간첩이라도 만들어보려고?”
"넌 폐하를 제대로 지켜드리지 못했어. 경호의 전권을 위임받은 비서실장님의 지시도 어겼지. 부하관리도 못해서 소련의 스파이가 행사장까지 들어오게 만들고 말이야."
“그 배신자가 소련의 스파이였다고?”
“그래, 이번 사태의 배후로 소련이 있는거 같더군. 자세한 내막은 몰라. 지긋지긋하게 입을 안 여니까.”
“소련 놈들이 친위대로 위장해서 폐하를 노렸단 말이지···.”
"그림 나오지? 누가 그 새끼를 친위대에 임명했을까? 인사권자를 따지고 올라가면 네가 나오는데."
그러자 차지연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말했다.
“난 몰랐어! 그리고 친위대의 인사권은 폐하께서 최종 결정을 내리시잖나?!”
“그래서 폐하께 죄를 물자고? 그건 안되지. 폐하께 책임이 가기 전에 꼬리를 잘라주는 게 충신의 도리 아니겠나?”
“그래서 날 소련의 간첩으로 몰겠다고? 이런 씨발!”
그러자 김부장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과거라면 그랬을거란 뜻이지. 이 설렁탕처럼.”
김부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남산은 달라질거야. 진실이 아니면 아무 관심도 없어. 우리에게 필요한건 소련이 왜 문세광의 입을 막았냐는 거야. 폐하와 전하의 암살보다도 문세광이를 먼저 죽였거든."
"그래서 우릴 여기로 끌고온 이유가 뭐야?"
그러자 김재필 부장은 손목시계를 쳐다봤다. 저녁 9시 30분. 때가 됐음을 느낀 그가 세 사람에게 말했다.
“따라 나와. 중앙정보부가 어떤 조직인지 똑똑히 보여줄테니까.”
그리고 김재필 부장이 복도에서 나가 외쳤다.
“작전번호 8321번, 1급비밀 열람권자인 관계자들 모두 모였나?!”
그러자 넓은 복도의 벽에 일렬로 도열해있는 검은 정장의 요원들이 일제히 큰소리로 외쳤다.
“예! 부장님!”
“굳이 이런 곳에서 모여서 행사를 진행하게 된거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기밀을 요하는 사안이니 양해해주기 바란다. 오늘의 행사는 무덤까지 가져가야 할 것이다.”
그리곤 큰 소리로 외쳤다.
“우리들의 영원한 대선배! 제국익문사의 마지막 명예 요원이신 최연희 전 제1차장님! 황제 폐하를 대신하여 노고를 치하하러 오신 비서실장님께 대하여 경례!”
“충성!”
그러자 모든 요원들이 일제히 거수경례를 올렸다.
그러자 한 명의 여인이 계단을 타고 남산의 지하실 복도로 내려오고 있었다. 덕수궁 비서실장 이화. 중앙정보부 제1차장 출신의 실력자가 경례를 받으며 미소지었다.
“고생 많았어요.”
그녀의 발걸음은 남산의 지하실 복도 맨 끝에 섰다. 좁은 그곳에서 후배 요원들의 사열을 받으며 그녀는 말했다.
“폐하를 대신하여 보고 받겠습니다.”
그러자 김재필 부장이 말했다.
“1974년 8월 15일 저녁 10시 30분 부로 684부대가 조선노동당 1호를 처단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사인은요?”
“연탄가스로 인한 일산화탄소 중독, 현지 당국에선 자살로 오인하고 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비서실장님.”
그러자 모든 요원들이 큰 소리로 외쳤다.
"축하드립니다! 최연희 비서실장님!"
자살로 포장된 김일성의 죽음. 그제야 경찰청장은 몇 달전에 들었던 경고가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
<가서 간첩을 잡아와. 조금의 실수라도 보이면 자살을 당하게 해줄테니까.>
'자살 당하게 해주겠다는 게 이런 뜻이었어?’
그 남자는 상상했다. 8월 여름날 김일성이 잠을 자기 직전 연탄을 피워놓고 잠에 들었다. 후덥지근한 방에서 잠이 든 그는 연탄을 잘못 관리하여 새어나온 가스에 중독되어 질식사한다.
70년대에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사고로 죽는 사례는 흔해빠졌다. 하지만 여름이다. 누가 여름에 난방을 떼나? 당연히 암살이다. 하지만 같은 방에서 유서가 나오면 이야기가 틀려진다.
<김일성이 유서를 쓰고 자살을 했다>
그 유서는 협박으로 쓴걸까? 위조한걸까? 경찰청장은 거기까지 짐작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김일성은 틀림없이 자살을 당했다.
자살을 당하다.
자살(로 위장한 살인)을 당하다.
그 모든걸 자신이 당할 수도 있었음을 알게 된 경찰청장은 식은땀을 흘리며 복도 끝에 서있는 이화를 쳐다보았다. 묵묵히 서서 후배들의 축하를 받는 비서실장이 두렵게 느껴졌다.
‘중앙정보부는 간첩을 잡는 기관이 아니라 간첩을 하는 기관이었어···.’
경찰청장의 공포어린 시선을 받으며 이화는 당당히 외쳤다.
“고생많았다!!!!”
중앙정보부의 1차장시절로 돌아온 그 요원은 후배들을 격려하기 위해 연설을 시작했다.
“내가 너희 모두를 이곳에 부른 이유는 우리의 과거를 기억하기 위함이다.”
그곳은 남산의 지하실. 서슬퍼런 공포정치 시절 무수한 고문이 자행되었던 중앙정보부의 취조실이다.
“그동안 우리는 폐하께 충성한다는 이유로 일탈을 저질렀다. 폐하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잡아 고문을 하고 협박을 하면서 그것이 충성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것은 어긋난 충성이었고, 우리의 과오였으며, 폐하와 조국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잘못된 일이었음을 우린 기억해야 한다.”
그녀는 이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코로 먹는 설렁탕은 끝이다! 너희들이 서있는 이곳에서 새로운 각오를 품어라! 우린 음지에서 일하지만 양지를 지향하고, 조국 수호의 사명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
그리고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기념해라! 진실만을 추구하고 가치있는 정보와 사명만을 쫓아 얻은 지금의 성과! 한국전쟁을 일으킨 전범을 처단한 무명의 헌신을 자랑스럽게 여겨라!"
그리고 기쁘게 말했다.
"외교 관계 때문에 너희들의 업적으로 만들어주진 못했다. 역사는 김일성을 자살로 기억할거다. 하지만 너희들 만큼은 자부심을 가져도 좋아. 우리 모두 새롭게 시작하자."
그렇기 때문에 말했다.
“75년 1월 1일부로 대한제국 중앙정보부는 제국익문사의 칭호를 회복한다. Imperial Press. 선배님들이 걸으셨던 명예로운 길을 쫓아 앞으로도 조국 수호에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화는 제국익문사의 옛 신조. 중정이 다시 쓰게될 새로운 원훈을 읊었다.
"성총보좌(聖聰補佐)!"
“우리는 황제를 보좌한다!”
<대한제국 만세!>
대한민국은 없다. 조선인민공화국은 더더욱 없다. 존재하지 않았거나 잠깐 존재했을 뿐인 보잘것 없는 분단국가들은 상상하지 마라.
조선 민족 통일이라는 최강의 정통성을 지닌 황제가 군림하는 대한제국은 이념의 싸움이나 권력 유지를 위해 힘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지옥의 불길에서 살아 돌아온 제국익문사는 그림자 속에서 무명의 헌신을 하는 이들이 민족의 영원한 독립을 위해 싸우는 정보기관으로 새로이 태어날 것이다.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Ep.10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