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화 〉 Ep9. 중앙정보부 (9)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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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국제공항이었다.
오진수는 문세광을 대한제국에 보내기 위해 이곳까지 왔다. 한일 양국이 정식 수교를 맺은게 최근의 일이라 취항한 노선이 도쿄밖에 없었다.
노선이 영 늘지 않았던 건 대한제국 정부가 해외 여행에 부정적이었기 때문. 서구의 불온한 사상이 유입되는 걸 꺼려하는데다 외화 유출까지 이중으로 싫어 하는 탓에 여행 목적의 비자를 어지간하면 내어주질 않는다 했다.
공항을 둘러보며 오진수는 말했다.
"하지만 여행을 오는건 노골적으로 좋아하더군."
그러자 문세광이 물었다.
"저는 여행객으로 가는겁니까?"
"그래, 4일 정도 여행을 다니다가 8월 15일이 되면 거사를 진행하면 돼. 티켓까지 구해놨으니까 황제가 있는 행사장까지 무사히 들어갈 수 있을거야."
문세광은 오진수의 여유가 납득되지 않았다. 혁명··· 혁명이긴 하지만 놈들 입장에서는 테러고 암살이다.
"내가 혁명가가 될 수 있다는 건 좋긴 한데···."
"왜? 불안한가?"
"정말 아무런 방해 없이 들어갈 수 있는게 맞습니까?"
오진수가 회심어린 미소로 답했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을거야. 당당하게 들어가. 여권에는 너의 일본식 이름인 난조 세이코가 쓰여있을거고, 사람들은 너를 문세광이라 부르겠지. 네 이름에 자신감을 가지도록 해."
"실명을 걸고 들어가서 암살을? 그게 가능할까요? 대한제국이 그정도로 무능할 거 같진 않은데요?"
"첩보의 제1원칙이 뭔 줄 아나? 나를 숨기는 거야. 내 본모습은 숨기고 다른 누군가를 연기하는 거지. 영국의 킴 필비가 이런식으로 영웅이 되었다네."
"킴 필비?"
"영국에서 태어난 인민의 위대한 스파이. 공산주의 혁명이라는 위대한 대의를 마음 속에 숨기고 철저히 금수저같은 삶을 연기했거든."
"금수저의 삶을··· 연기했다?"
"덕분에 영국과 미국이 모두 속아넘어갔어. 금수저가 소련 스파이일 거라고 누구도 생각 못했거든."
"그래서 절 민단에 보내셨군요."
"그래, 너를 조선의 킴 필비로 만들기 위한 계획이었지. 재일본대한제국민단. 대한제국에서 공인해준 조선인 단체. 철저한 우파들의 단체가 있으니까 그들을 이용하면 안전한 신분을 얻는거야."
그는 확신어린 표정으로 경고하듯 조언하듯 강력하게 말했다.
"잘 들어. 중정은 우릴 추적하느라 너 같은건 신경쓰지 못하고 있을거야. 넌 아무것도 안 했으니까.
혁명가가 되려면 때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해. 지금 내가 건네주는 이 여권을 받고 비행기를 타면 그 순간부터 넌 좌파가 아니라 애국보수 문세광이 되는거야.
너 자신을 의심하지 마. 물 흐르듯이 따라가며 내면 속에 너의 진심을 숨겨. 그들이 원하는 목소리를 내주면서 원하는 행동을 해주면 경계심이 누그러들거야.
그렇게 모든 의심의 장벽을 걷어내고 황제 앞에 섰을 때 총을 꺼내. 긴장하지 말고. 잔잔한 수면에 달빛이 내리듯, 밤하늘에 이슬이 내리듯 당기면 되는거야. 알겠지?"
오진수로부터 물품을 건네받은 문세광이 긴장어린 표정으로 땀을 흘리며 물었다.
"만약 실패하면 어떻게 됩니까?"
그러자 오진수가 죄책감어린 표정으로 한스럽게 답했다.
"구해줄 수 없어. 우리 13과는 중정의 추적을 받아서 궤멸에 가까운 상태니까."
"그럼···."
"잡히면 고문을 당할지도 모르지. 그러니 이걸 줄게."
그는 조그만 알약 2개를 건넸다. 이름도 없고 맨 봉투에 포장된 그것은 모르는 사람이 봐도 대단히 수상해보였다.
"이게 뭡니까?"
"청산가리 캡슐이야. 작전에 실패한 요원들이 포로가 될 위기에 놓이면 사용하는 최후의 수단이지. 포로가 되어 고문을 당하느니 죽는게 나으니까."
"실패하면 죽음 뿐이군요···."
오진수는 쓰디쓴 분노를 참아내며 슬프게 말했다.
"거사에 실패하면 그걸 먹어. 그래도 살고 싶다면 순순히 항복하고 자백을 해도 돼."
"그건 안됩니다. 제가 자백을 하면 오진수씨가···."
"자백하지 않으면 고문을 당할거야. 놈들이 원하는 정보가 나올 때까지 심문은 끝나지 않겠지."
"그래도···."
걱정하는 문세광에게 오진수가 웃으며 말했다.
"널 혁명가로 이끈건 나야. 책임도 내가 져야지. 괜찮으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해. 유출되면 안되는 정보는 알려주지도 않았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혁명을 위하여···."
"다시 볼 그 날까지."
그렇게 두 남자의 마지막 시간이 끝났다. 문세광은 8월 10일 대한제국의 김포 공항으로 비행기를 타고 입국한다.
입국 수속을 받는 그 남자의 얼굴에 긴장이 서려있다.
김포공항의 모습이 살벌하기 그지 없었다. 곳곳에 경찰들과 군인들이 순찰을 도는 모습. 입국수속장에도 경찰이 버티고 서서 수상한 사람을 찾고 있다.
오진수
그들의 손에 오진수씨의 몽타주가 들려 있었다. 실제 생김새와 상당히 유사하여 익명이든 본명이든 들어왔다 하면 잡힐게 분명하다.
'그래서 내가 대신 와야 했던 거군···.'
문세광은 짐가방을 끌고 입국심사대에 들어갔다. 남자 직원에 건네는 문세광의 손길이 파르르 떨려온다. 그곳엔 자신의 일본 이름이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난조 세이코(南条 世光)
위조 여권이 아니다. 자신의 진짜 여권이다. 중앙정보부가 조금만 똑똑하다면 자신의 범행 시도 사실을 눈치채고 공항에서부터 잡아가는게 아닐까? 하지만 직원이 밝은 미소로 여권을 돌려준다.
'뚫렸어?!'
밀입국을 하는 본인이 더 놀랄 지경이다. 밝은 미소로 화답하는 심사관의 비즈니스적 미소가 낯설기만 하다. 과연 오진수씨의 말대로다.
<잘 들어. 중정은 우릴 추적하느라 너 같은건 신경쓰지 못하고 있을거야. 넌 아무것도 안 했으니까.>
애국보수 문세광으로 위장하기 위해 활동해온 일본에서의 수 개월. 좌파 활동을 했던 학창시절의 자신과 결별에 가까웠다 싶은 민단에서의 활동.
'그래··· 난 이 순간부터 애국보수가 되는거야!'
비즈니스적인 미소라는걸 지어보기로 했다. 밝은 미소로 화답하는 조선계 일본인. 재일본대한제국민단에서 파견된 애국보수 문세광의 여유로운 대화.
"대한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짐가방을 확인해도 되겠습니까?"
"예. 그래주십시오. 고생이 많으십니다."
하지만 두번째 관문이 나타난다. 짐가방 안에 권총이 있다. 대한제국의 경찰들은 외국인의 짐가방을 하나하나 열어보며 수상한 물건을 찾고 있었다.
'오진수씨가 걱정하지 말라고 하긴 했는데···.'
그것 역시 그 남자의 말대로였다. 경찰들은 1분 정도를 대충 훑어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가방 문을 닫는다. 옆에 있던 경찰견이 해맑게 '왈왈!' 짖어대지만 귀여울 뿐이다. 경찰들이 쓰담쓰담 해줬다.
애국보수 문세광의 자격으로 입국하는데 성공한 그는 부리나케 화장실로 달려들어갔다.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짐가방을 뒤적거리는 그의 손에 묵직한 트랜지스터 라디오 하나가 잡혔다. 그것을 분해해서 열어보니 안에는 '물건'이 온전하게 잘 들어 있었다.
다섯발들이 리볼버 권총.
라디오 속에 숨겨져 경찰이 찾지못한 그것. 혁명가의 무기가 대한제국에 무사히 입국했다.
이제 이것을 행사장까지 반입해야 한다. 이것은 오진수씨의 13과 요원들이 도와주기로 했다. 3일동안 느긋하게 여행을 다니다 8월 14일쯤 그들이 알아서 찾아올테다.
***
이화는 덕수궁 비서실장이지 중앙정보부장이 아니다.
새삼 이런걸 강조하는 이유는 황제 폐하의 경호 임무는 '추가 근무'일뿐 '본 업무'가 아니라는 것이다. 일은 권력이고 권력은 일이다. 권력이 많을 수록 해야 할 업무도 많아지는 법이다. 덕수궁의 비선실세는 그래서 참 고달팠다.
'으··· 경찰청장 때문에 일이 줄질 않아···.'
정치부터 전승기념일 행사까지 챙길게 산더미인데, 경찰청장을 부리며 경호 준비까지 하느라 참 바쁘다. 차지연은 못 믿겠다. 그래서 직접 일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
'8월 15일··· 놈들은 분명 올거야. 반드시 막아내야 해.'
그래서 오늘도 이중으로 쌓인 과잉 업무를 처리한다. 친위대에서 건네준 경호 대책을 읽어보고, 경찰청장이 작성해서 올린 검문검색의 진행 보고서도 찬찬히 읽어본다.
<아무 이상 없었음>
경찰청장의 보고서가 이화에게 거슬린다. 요원의 감각이 불안감을 키워내고 있었다.
"시스템 올 그린? 비상경호작전에서 그런게 말이 돼?"
이상함을 느낀 이화는 가장 먼저 공항의 입국심사에 대한 부분을 찾아 읽었다. 공항 직원과 경찰들이 협력하여 가방 하나하나를 일일이 열어본다는 검문계획서조차 '아무 이상이 없었다'는 결과 보고가 적혀있었다.
그게 이상했다.
"입국하는 외국인들 짐가방을 강제로 뜯어보는데 아무런 충돌이 없었다고? 이런 씨발!!!"
불안감이 폭발한다. 혈압이 상승해서 뒷목이 뻐근해짐을 느낀다. 그것보다도 더 큰 문제는 무섭다는 것이다. 하나라도 일이 잘못되면 암살자들이 폐하 앞에 나타날 것이다.
이화는 45구경 자동권총을 챙겨들고 공항으로 달려갔다. 덕수궁의 수행원들을 대동하여 찾아간 김포국제공항. 입국심사대의 풍경은 그녀에게 있어 안보 참사의 현장 같았다.
'엑스레이가 없는건 준비 기간이 너무 짧았으니까 충분히 이해해줄 수 있어. 그래서 모든 가방을 열어보라시켰지. 충돌이 벌어져도 감수하라고. 근데···.'
경찰들이 검문검색을 설렁설렁 대충하고 있었다.
불쾌한 눈으로 경찰을 바라보는 외국인들. 그런 그들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며 '쏘리! 쏘리!' 을 연발하는 경찰. 한 소리 들을까봐 짐은 재대로 들춰보지도 않은 채 '뭐 이상 없네!' 하고 땡쳐버리는 풍경.
물론 경찰 입장에선 그럴만 하다. 공항은 국가의 첫인상과 같은 곳이고 외국인들에게 불쾌감을 준다면 관광 산업에 큰 불이익이 될 것이니까. 이는 경찰의 위신에도 해가 되고 국가 이미지에도 안좋음이 자명하다.
하지만 그래도 안됐다. 지금은 그 모든 피해를 감수해서라도 철저한 검문검색을 해야할 비상 시국이다. 그래서 모든 타격을 감수해서라도 철저히 수색하라고 누누히 강조했는데.
"지금 당장 김재필 부장에게 달려가서 비상경계 내리라 하세요. 총기가 국내에 유입됐을거라고."
"예. 비서실장님."
"그리고 총리님께 전하세요. 공항에 예산 편성해서 지금 당장 오늘 내로 엑스레이 검색대를 공수해주시라고."
"총리님께 직접 말씀이십니까?"
"비싸요 그거. 최신기술이잖아요. 지금 당장 긴급 예산 편성해서 해외에서부터 공수해오려면 제트기라도 동원해야 할건데 그 정도 작전을 신속히 진행하려면 총리님의 힘이 필요해요."
"하오나···."
"이 나라 입국심사 기준부터 법률까지 싹 다 뜯어고쳐야 하니까 당장 연락해요! 잔말 말고!"
이 시대는 그랬다. 공항에 엑스레이 검색대가 없다. 그것이 거대한 위기를 가져올지 모른다고 이화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현장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나서야.
'좀 더 일찍 깨달았어야 했어···.'
대한제국 공항에 엑스레이 검색대가 도입된 건 그 뒤로도 한참이 흘러서였다. 이범석 총리가 백방으로 노력해봤지만 수 많은 사람의 짐가방을 빠르고 확실히 검사할 입국관리시스템은 많은 예산이 필요했고, 그걸 확보해도 제작과 숙달에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했다. 국내엔 아직 그런걸 전담하는 회사도 없었다.
대한제국은 민간인의 총기소유가 엄격히 금지된 나라였다. 공항과 항만에서부터 막아내면 자연스럽게 안전이 보장되는 나라. 하지만 이 순간 이화와 중앙정보부는 최악중의 최악을 가정한 비상 사태를 각오하는 수밖에 없었다.
<총기가 대한제국에 유입됐다.>
1차 방어선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폐하를 노리는 암살자는 국내에 무사히 입국했을 것이다. 이를 기정사실화한 중앙정보부는 일본 치안 당국으로부터 범죄자 수배 목록과 좌파 운동가의 리스트를 넘겨받아 대한제국에 넘어왔거나 황제 폐하를 노릴만한 인물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중정의 남산 본청 사무실에서 팀장 한 명이 부하들에게 외쳤다.
"건수 하나라도 걸리는 녀석은 모조리 리스트로 잡아! 특히 좌파 활동 내역이 있는 놈은 싹 다 잡아내!"
하지만 여기서 실수를 저질렀다.
오진수의 조언대로 문세광은 아무 짓도 안했기 때문이다. 그는 젊은시절에 활발한 학생운동을 하긴 했지만 젊은시절일 뿐이고 최근에는 민단에 가입하여 보수단체와 행동을 함께했다. 일본 경찰에 걸릴 건수가 없으니 그들이 넘겨준 목록에도 문세광이 있을리 만무했다.
중정의 직원 한 명이 목록에서 조선인을 가리키며 외쳤다.
"팀장님! 이 녀석을 한번 봐주셔야겠는데요?"
"뭔데? 뭔 짓을 했길래 그래?"
"조총련이란 단체를 만들려다 체포됐다는데. 이름이 한덕수? 1919년생이랍니다."
"친위대에 연락하고.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 행사 참석자 명단에 있는지 살펴봐. 입국기록도 살펴보고."
"예!"
문세광 대신 엉뚱하게 고른 남자도 결국 삽질이었다. 그는 대한제국에 입국한 적이 없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일명 조총련. 일본에 '존재할뻔했던' 좌파 단체는 1974년 현재 빈 건물에 간판만 걸려있었다. 일본 공안조사청에서도 '그런 조직은 없다'고 답할 뿐이다.
일본 내 조선인들간에 이루어진 좌우의 대결은 우파의 승리로 끝난지 오래였고, 좌익 사상의 활동가는 대부분 중국 연변으로 넘어간지 오래. 남아있는 조선인 단체는 우파 성향의 민단 뿐이었다.
결국 털어도 털어도 그물망에 걸리는 게 없자 김재필 부장은 그보다도 최악의 사태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김재필 부장은 중정이 대응에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덕수궁의 선배님께 보고를 올렸다.
'뻐팅기다가 망하느니 솔직히 인정하는게 낫지.'
그래서 부끄러움을 참아내며 선배님에게 보고했다.
"아무것도 걸러내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러자 전화 너머로 부드러운 선배님의 음성이 들렸다. 토닥이듯 말하는 선배님의 목소리에 면목이 없을 지경이다.
[아니에요. 고생하셨어요.]
"행사가 뚫렸다고 가정해야 합니다. 그 정도의 극단적인 사태를 고려한다면 일정은 취소하시는게···."
[아뇨, 그건 어려워요. 폐하의 의지가 굳건하시거든요.]
"어찌 그런···."
[어떤 경우에도 테러에 굴복하지 않겠다. 그게 대한제국의 방침이니까. 그 방침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어요.]
"죄송합니다. 선배님."
[괜찮아요. 이 다음부턴 경찰과 친위대로 어떻게든 해볼께요. 극장을 탈탈 털어보면 뭐라도 나오겠죠. 그래도 안 나오면 다행이구요.]
전화를 끊으며 김재필은 조심스레 생각했다.
'혹시 테러는 없는게 아닐까? 오진수의 몽타주를 공항 전체에 뿌려놓고 공개수배까지 했는데 아무것도 걸린게 없었잖아? 불순분자를 뽑아내서 리스트를 살펴봐도 입국자는 없었어. 어쩌면 우린 호들갑을 떠는걸지도···.'
하지만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최악은 대비해야지. 우린 늘 그랬으니까."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고개를 젓지 않는 이도 있었다. 대한제국의 경찰청장. 8월 15일이 되는 당일 까지도 자신의 대응은 완벽하다며 자만하고 있었다.
<호들갑 떨기는! 아무것도 걸린게 없으면 안전한거야!>
그리고 또 한명의 사내가 자만하고 있었다. 대한제국 친위대장 차지연. 그는 확신하고 있었다.
<암살자가 눈앞에 보이면 이 총으로 쏴버리겠어! 최고의 경호란 선제적인 타격으로 완성되는거야!>
몸부터 던지라는 이화의 조언을 귓등으로 듣는 남자.
모두가 방심하는 이 날. 김재필 부장조차 '실은 암살시도가 없는게 아닐까?'하고 마음이 흔들리는 상황. 그물망을 촘촘히 짜고 쓸어내듯 뒤지고 다녀도 아무것도 안 나오는 상황. 눈으로 보면 더할나위 없이 튼튼해보이는 대한제국의 안보환경.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1974년 8월 14일이 저녁을 지나 새벽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모두가 잠든 시각. 비서실장만이 잠에 들지 못하고 있었다.
행사장을 지키는 경찰한테서도 아무 연락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