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70 대한제국-32화 (32/131)
  • 〈 32화 〉 Ep4. 덕수궁 비서실장 (6)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백두산 인근 13번 초소에서 중공군과 대치하던 대한제국군이 벌목작업을 하고 있었다. 백두산 지천에 널려있는 사스레나무 숲이 작년부터 무럭무럭 싹을 틔우고 수풀들이 우거져 초소의 시야를 가리고, 작전구역의 진입로를 틀어막은 것이다.

    그래서 현장 지휘관의 명령으로 벌목작업을 하던 중, 중공군이 자기 땅에서 벌목을 하지 말라며 이의제기를 했고, 둘간의 다툼이 커지다 못해 주먹 싸움이 벌어지니 나중엔 도끼로 대한제국 장교 2명이 죽기에 이르렀다.

    <씨발! 애들 다 데리고 와!>

    그렇게 주먹싸움으로 시작된 분쟁이 도끼를 거쳐 총격전으로 번졌고, 중공군과 대한제국군을 합해 37명이 넘는 사상자가 나오니 분쟁의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었다.

    <기갑부대 오라 그래!>

    현장지휘관을 너머 사단장, 군단장 선까지 규모가 올라가 중공군과 대한제국군이 각각 전차를 끌고오니 대한제국의 M48 패튼 전차가 튀어나오고, 중공군에서 59식 전차가 튀어나와 백두산의 숲속 오솔길에 대치를 벌였다.

    상황이 이렇게 진행되는 동안 덕수궁 석조전의 회의실에선 황제 이연의 주도아래 내각 대신들과 고위 장성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하고 있었다.

    "한국전쟁 때 국경을 명확히 확정해야 했습니다."

    국방대신 김신이 말했다. 그러자 이연이 관심을 갖고 묻는다.

    "좀 더 자세히 말해봐."

    "한국전쟁때 중공군이 개입했잖습니까?"

    "그래, 전쟁 막판에 뒤늦게 뛰어들었지. 그 때 방심했다면 대한제국은 아직도 분단 국가였을거야.”

    “그 때 반격해 올라가면서 저희가 백두산 천지에 태극기를 꽃지 않았습니까?”

    “그게 전쟁의 끝이었지.”

    “하온데 폐하, 백두산이란 곳은 청나라 때부터 분쟁이 있던 곳입니다. 당시 조선 정부와 청나라가 두 차례 걸친 회담을 했지만 그 때도 결렬이었지요."

    “그래도 국경이란 게 있긴 했을 거 아닌가?”

    “가장 최근에 맺어진 공식 조약은 청나라와 일본 제국간에 맺은 간도협약이었습니다. 간도협약에 따르면···.”

    그러자 옆에 있던 장성이 불편한 심정으로 긴장을 섞어 조심스럽게 말했다.

    “백두산 천지 전체가 중국 소유가 됩니다. 따라서 한국전쟁 때 백두산 천지에 태극기를 꽂은 건···.”

    이연이 재밌다는듯 미소 지으며 말했다.

    “짐이 중국 땅을 정복한 셈이군.”

    국방대신 김신이 허겁지겁 정정하듯 말했다.

    “간도 협약은 무효입니다! 극악무도한 일본 제국이 조선을 무단 병합하여 마음대로 맺은 조약으로, 현재의 일본국 정부도 무효라고 확인해주지 않았습니까!?”

    “알고있네. 을사조약을 포함해 모든 조약이 무효라는 확인을 받았지.”

    “폐하! 이 문제는 외교적으로 해결보시옵소서! 이참에 중국과 국경을 명확히 정하는 게 후환이 없을 것입니다!”

    그 때 회의실 한켠에 비서실장 이화가 조용히 걸어들어와 이연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폐하, 경친왕이···.”

    이화의 말에 이연이 인상을 찌푸린다. 수상함을 느낀 국방대신 김신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이연의 대답.

    “데프콘 2로 올려.”

    “폐하?”

    “그리고 미국 대사 데려와. 당장.”

    이연은 그렇게 말하며 회의실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

    그놈의 경친왕.

    대한제국 최북단 신의주시에 70문에 달하는 견인포를 끌고온 남자. 이 남자가 현재 벌이려 하는 짓거리 ‘무력시위’

    서해안이 훤히 보이는 용천군의 해안가에 70문의 포병대를 일렬로 배치되어있었다. 해안가 전면엔 자그마한 무인도가 보였고 그 뒤론 중국 단둥시가 육안으로 보일 거리에 아른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망원경으로 바라보며 경친왕이 말한다.

    “스탈린이 말했지. 포병은 전쟁의 신이라고. 소련 빨갱이들의 우두머리지만 틀린 말이 아니야. 중공이 100만, 200만이 몰려온들 포격으로 쓸어버리면 그만 아니겠나?”

    세상천지 호탕한 남자의 말에 서북방위사령부의 참모장이 애타게 말했다.

    “폐하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일단 사령부의 명령을 기다리신 후에···.”

    “지금은 전시상황이야! 멀찌감치 떨어진 사령부보다 현장 지휘관의 감각을 믿어야 할 때지!”

    “하오나 각하···.”

    “신의주를 봐봐. 국민들이 두려움에 떨며 피난을 가고 있잖나? 서북지역을 총괄하는 사령관으로서 저들을 달래는게 급선무인게야!”

    “아직은 데프콘3입니다. 무력시위는 정치행위에 해당하니 저희들 마음대로 했다간 반역죄나 항명죄가···.”

    “어허! 내가 이 나라 부원수야! 부원수! 5성 장군이란 말이네!”

    그 때 부관이 달려와 경친왕에게 말했다.

    “각하!”

    “무슨일인가?”

    “희소식입니다! 미국에서 지원군을 보내고 있답니다!”

    부관의 보고에 경친왕이 희번뜩하며 물었다.

    “오! 그래! 얼마나 온다더냐?”

    “B-52 전략폭격기 5대가 괌에서 발진했고, 전술핵을 탑재한 F-111 30대가 한반도로 전진배치 되고 있답니다. 또한 미해군 7함대도 출발해서 서해상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전갈입니다.”

    “됐어!!!”

    경친왕이 환호성을 지르며 말했다.

    “거봐! 미국과 우린 혈맹이라니까! 녀석들은 우리 편이야! 나 경친왕의 편이라고! 나와 함께 북경에 깃발을 꽃을 전우들이지! 하하하!”

    해안가 포병대에서 붉은 깃발을 든 장교가 외친다.

    “현재 시간 17시 50분, 전포대 사격 준비!”

    장교의 명령하에 대한제국 포병대들이 일제히 사격준비를 맞춘다. 포신을 돌리고, 포탄을 장전하고, 장약을 넣고, 각도를 맞추며 일사분란하게 사격준비를 마치니, 장병들의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서북방위사령관 경친왕이 기자들을 불러놓고 외친다.

    “조선의 신민들이여! 대한의 국민들이여! 이북의 인민들이여! 우리의 힘을 보라! 대한제국 황실을 대표하는 나 경친왕이 서북방위사령관으로서 이 자리에서 선언한다! 조선에 1637년(병자호란)은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전 포대 사격 개시!"

    [사격개시!]

    통신병들의 일사분란한 명령 하달 속에 70여문에 달하는 대한제국의 모든 견인포가 일제히 불을 뿜었다.

    코앞에서 들리는 우뢰와 같은 폭발소리, 눈으로도 보이는 거대한 불바다. 끝도 없이 쏟아지는 대한제국의 무력시위를 보며 압록강 너머의 중국군이 크게 당황한 눈치였다. 망원경을 보며 경친왕이 흡족한 미소를 짓는다.

    무력시위로 재미를 본 경친왕은 2차 무력시위를 벌였고, 이후 무슨 이유인지 군사준비태세가 데프콘2로 격상됐다.

    소식을 들은 경친왕은 헬기를 타고 평양의 서북방위사령부로 향했고, 그러는 동안 단둥시에선 중국 포병대가 나타나 맞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미국이 우리 편인데 뭐가 두렵겠어?’

    그 남자의 믿는 구석이었다.

    ***

    이연은 덕수궁의 집무실에서 평양에 전화를 걸었다. 서북방위사령부에 있는 자신의 동생 경친왕 이열을 향해서. 그것은 자신과 동생간에 직통으로 연결된 핫라인이었다.

    "무슨짓이냐?"

    이연의 물음에 경친왕 이열이 답했다.

    [형님을 대신해 해야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적어도 내 허락은 구하고 했어야지"

    [어차피 동의 안하셨을 거 아닙니까?]

    이연이 쓰디쓴 감정을 집어삼키며 입술을 깨물었다. 주먹을 부르르 떨며 황제이자 형으로서 경친왕에게 말했다.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했는 줄 알아?"

    [이북지역의 백성들을 안심시켰죠. 그들은 우리의 강력한 힘을 보며 나약했던 조국의 기억을 떨쳐냈을겁니다.]

    "내가 말했지? 너는 정치에 안 어울린다고."

    [저의 활약으로 이북지역의 황실 지지도가 크게 올라갈겁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형님께도 도움이 되는 행동 아닙니까?]

    "너 때문에 세계 질서가 크게 흔들렸어. 압록강 두만강 지역에 중국과 소련이 군대를 증강시키고 있는데, 넌 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

    [해볼테면 해보라죠. 저희에겐 미국이 있습니다.]

    이연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중국과 소련은 국경분쟁으로 전쟁 직전까지 갔던 사이야. 그런 놈들이 사이좋게 군대를 배치했다고. 진짜 무슨 뜻인지 모르겠냐?”

    [화해할테면 화해하라 그러십쇼. 저희에겐 미국이 있습니다. 미국이 함께인데 무엇이 두렵겠습니까?]

    “그래, 그 미국. 핵무기 실은 폭격기를 여기로 보내겠다더구나. 항모전단도 서해상에 보내겠다는데. 이것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

    [잘된 거 아닙니까?]

    철없이 외치는 동생의 말에 이연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

    “세계 3차 대전이 코앞으로 다가왔단 소리야! 이 머저리 같은 새끼야!!!”

    송수화기 너머로 경친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연은 천천히 분노를 삭히며 자신의 동생에게 말했다.

    “너, 덕수궁에서 나한테 그랬지? 대한제국은 미국과 함께 할 때 강하다고. 그렇게 지껄이며 내 앞에 주한미군사령관이랑 미국대사 데려와서 시위하더니 왜 이제와서 단독행동인데?”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 말도 안했겠지. 자기들도 뭘 어떻게 할지 모르겠으니까. 본국의 지령만 기다리던 상황인데 너도 좀 기다리지 그랬냐? 걔네들이 시키는대로. 시키는 것만 하면 좋았잖아.”

    [......]

    “미국 똘마니 노릇 할거면 제대로 했어야지.”

    그러자 경친왕이 한숨을 쉬며 형에게 말했다.

    [그 때 말했을텐데요. 대한제국을 사랑하는 마음은 같다구요. 미국을 사랑하는 만큼이나 이북지역의 국민도 사랑했고, 매일같이 두려움에 떠는 내 백성들한테 강한 조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제 신념이었습니다.]

    “아주 대단한 성군 나셨구나.”

    [제 마음속의 1순위는 언제나 이북의 백성들이었습니다. 미국과의 우호는 2순위. 그런 제 마음을 멋대로 추측하고 재단한건 형님이십니다.]

    “너 때문에 그들이 죽을 수도 있어. 세계3차대전이 터지면 가장 많은 피해를 입는 지역이 이북 지역이 될텐데 책임질 수 있겠냐?”

    [전쟁은 나지 않을겁니다.]

    "무슨 자신감으로?"

    경친왕이 확신이 담긴 목소리로 답했다.

    [세계 3차 대전이 벌어지면 핵전쟁으로 번질테니까요. 핵전쟁이 벌어지면 인류는 멸망하고 말겁니다.]

    "그럼 네가 인류 절멸의 스타트를 끊은 셈이구나."

    [아뇨, 핵전쟁의 공포에 질린 소련과 미국이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하겠죠. 지금이 왜 냉전시대라 불리는 줄 아십니까? 차가울 냉(冷), 싸울 전(戰). 싸우지는 않고 대립만 벌이니 냉전이라 부르는겁니다. 진짜로 싸웠다간 핵전쟁이 나니까. 공포속에 평화가 계속되는거죠.]

    "그래서, 벼랑끝 전술을 시도해봤다?"

    [미국이 우리 편인데 무엇을 걱정하겠습니까? 우린 냉전기 최전선에 위치한 자유진영의 방패입니다. 우리의 어깨에 미국의 전략적 이익이 걸려있는데 무얼 걱정하겠습니까?]

    "열아."

    [예, 형님.]

    "미안하다."

    이연은 그렇게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곤 황제의 집무실 한켠에서 묵묵히 서있는 장군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서북방위사령관 경친왕을 해임한다. 사유는 반역. 친위대 특임대를 보내서 체포해오도록.”

    국방대신 김신이 걱정하는 표정으로 말한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경친왕 뒤엔 미국이 있습니다.”

    “아니, 미국은 경친왕을 버렸어.”

    이연은 비어있는 옆자리를 바라본다. 그곳엔 비서실장 이화가 서있었어야 할 자리지만, 어디론가 가버려 텅 비어있었다.

    “이 실장 한테도 미안하게 됐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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