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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재능흡수-222화 (222/257)

222화. 신곡 (2)

노래 촬영이 끝난 후 은우는 코니 아일랜드의 바닷가를 보며 제이슨을 떠올렸다.

‘제이슨이 바다를 봤으면 좋아했을 텐데……’

은우는 제이슨의 버킷리스트가 떠올랐다.

‘바닷가에 오는 게 생명을 걸어야 할 만큼 큰일이라니.’

은우는 제이슨을 만나고 나서 평범한 사람들에겐 일상적인 일이 어떤 사람들에겐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한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번 넘어지기라도 하면 다시 뼈가 붙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은우는 카메라를 빌려서 바닷가를 촬영하기 시작했다.

은우는 작은 운동화가 모래 위를 걸어갔다.

파도가 밀려오고 은우가 파도를 피해 도망갔다.

“퍄도 온댜. 아아아아. 너무 빨랴. 앙.”

은우는 재빨리 파도를 피하려고 했지만, 파도는 빠르게 덮쳐왔고 은우의 발이 젖었다.

“아 추추캐.”

은우는 울상을 지었다.

“저저따. 제이슨 은우 발 저저따.”

은우가 시무룩한 어투로 신발을 벗으며 말했다.

“이거뱌 제이슨 은우 신발 지지.”

은우는 젖은 신발을 들고 말했다.

“제이슨 바댜는 위험해. 언제 변할지 몰랴.”

옆에서 보고 있던 길동이 은우의 카메라를 들어주었다.

“내가 찍어줄게. 은우야. 편히 말하렴.”

“고맙뜸니댜. 횬아.”

은우는 젖은 신발 두 개를 손에 들고 카메라를 보며 해맑게 웃었다.

“바다까에 오면 신뱌를 버서요. 헤헤헤. 모래가 뽀득뽀득해요.”

은우는 발가락에 묻은 모래를 털며 장난을 쳤다.

“모래는 간지러어요. 헤헤헤헤. 바다의 먼지 가타. 모래는.”

은우가 바닷가의 소라를 주워 카메라 앞으로 들이댔다.

“제이슨 소랴를 기에 대면 바다 소리갸 난대. 아빠가 알려저떠. 드러 볼래?”

은우는 입으로 파도 소리를 냈다.

“샤아아. 샤아아. 마메 드러. 이거 내갸 가져다줄게.”

은우는 소라를 주머니에 넣었다.

“요기, 이쁜 돌도 인네.”

은우는 예쁜 조약돌과 조개껍데기를 주워서 주머니에 넣었다. 어느새 주머니가 터질 듯 빵빵해졌다.

“이거또 이쁘네. 주머니갸 빵빵해.”

은우는 새로 발견한 돌을 넣을 곳이 없어 울상이었다.

길동이 손을 내밀었다.

“내 주머니에 넣어줄게.”

“고맙뜸니댜. 횬아.”

은우는 길동의 주머니에 가득 조개껍데기와 조약돌을 채워주었다.

“헤헤. 이거 좀 뱌. 벼리야?”

은우가 불가사리를 주우려고 했다.

길동이 은우를 말렸다.

“은우야, 그건 주우면 안 돼. 독이 있을지도 몰라.”

“도기요?”

“아야 하는 거야.”

“징짜요?”

은우는 놀라서 멀리 떨어져서 불가사리를 쳐다보았다.

“안녕. 불가사리야. 넌 이쁜데 아야 하는구냐. 다음엔 아야 하지 안코 만냐.”

은우가 불가사리에게 손을 흔들었다.

“만나서 반가어떠. 불가사리야. 내 칭규 제이스네게 네 이야기 해 줄게. 너는 아야 하니까 바다에서 사라. 다으메 또 보러올게.”

은우는 파도를 보면서 말했다.

“바다에서 비누거푸미 막 나네, 신기하댜. 누갸 바다에댜 비누를 푸런나 뱌요.”

은우가 두 손에 바닷물을 담아서 카메라에 보여주었다.

“제이슨 바다무레서 짠 냄새갸 나. 소금 냄새. 바다에는 소금요정이 사냐 뱌. 소금요정의 날개에서 소그미 떨어지냐 뱌. 다으메 꼭 바댜에 가치 오쟈. 다 나아서? 아라찌?”

은우가 길동의 앞으로 왔다.

“횬아, 편지 끝나떠요. 카메라 꺼요.”

길동이 카메라를 껐다.

“횬아, 이거 제이스네게 줄 뚜 이떠요?”

“영상이야. 금방 보낼 수 있지? 근데 오늘 주운 돌과 조개껍데기도 보낼 거야?”

“네네네네네.”

은우는 상자 안에 오늘 주운 돌과 조개껍데기를 넣었다. 그리고 바닷물이 담긴 생수통과 비누를 넣었다.

‘제이슨이 이걸 보고 바다를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제이슨 넌 뭐든지 할 수 있어. 네 꿈을 포기하지 마.’

길동이 상자에 테이프를 붙여주었다.

“횬아, 이거또요.”

은우가 상자 위에 공룡 변신 로봇 테이프를 잔뜩 붙였다.

“완셩.”

***

이틀 뒤 메리가 제이슨에게 상자를 전해주었다.

“제이슨 소포 왔다.”

“소포요?”

생전 처음 받아보는 소포에 제이슨은 어리둥절해졌다.

“보낸 사람이 은우라고 쓰여 있구나.”

제이슨이 은우의 이름을 듣자 방긋 웃었다.

“내 친구 은우.”

제이슨이 웃으며 상자를 뜯었다.

메리가 상자에 붙은 공룡 변신 로봇 스티커를 보면서 웃었다.

“은우답구나. 이름이 안 쓰여 있어도 은우인 줄 알겠어.”

상자 속에서 나온 소라, 조개껍데기, 조약돌을 보며 제이슨이 미소 지었다.

“바닷가에 갔었나 보다. 은우가.”

제이슨은 생수병과 비누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근데 이건 뭐지? 비누를 왜 보냈을까? 물은 너무 더러운데.”

메리가 상자 안에 있는 usb를 발견하고 컴퓨터에 넣었다.

“usb도 들어있어. 틀어보자.”

화면 속에서 은우가 밝게 웃고 있었다.

“안녕. 제이슨. 난 코니 아일랜드에 와 이떠. 노래 부르러 완는데 네가 생각나셔 영상을 찍는 거야. 네 소언을 이러주고 시퍼서.”

은우가 바다를 향해 작은 팔을 폈다.

“이 바댜를 너에게 선물하게.”

제이슨이 은우의 말을 듣고 웃었다.

바닷물에 은우의 신발이 젖자 제이슨도 함께 안타까워했다.

“은우 차갑겠다. 신발 젖으면 찝찝한데.”

은우가 발에 모래가 묻은 채로 발가락을 꼼지락거리자 제이슨이 자신의 발을 따라서 꼼지락거렸다.

“모래가 붙으면 간지러운가 봐요. 엄마.”

“모래가 붙으면 까칠까칠해. 바닷가 모래는 우리 집 뒷마당에 있는 원예용 모래랑은 좀 다른 느낌이거든.”

“은우 표정을 보니 상상이 돼요.”

화면 속에서 은우가 말했다.

“바다에서 비누거푸미 막 나네, 신기하댜. 누갸 바다에댜 비누를 푸런나 뱌요.”

제이슨은 은우가 선물한 비누를 내려다보았다.

‘그래서 비누였구나? 왜 비누를 넣었나 했더니. 이제 비누를 볼 때마다 바다가 생각날 것만 같아.’

제이슨은 생수병의 뚜껑을 열어 냄새를 맡아보았다.

“정말 소금 냄새가 나는구나. 바다에 사는 소금요정이라니 너무 귀엽다.”

메리는 행복해하는 제이슨을 보면서 생각했다.

‘제이슨, 삶이 항상 완벽하다곤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위로를 주는 누군가를 만나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거란다. 은우는 네게 신이 주신 선물 같구나.’

***

은우는 숙소로 돌아와 길동의 전화기를 빌렸다.

창현에게 전화를 걸자 화면 가득 그리운 가족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아빠. 은우예요.”

“은우구나. 수희 씨. 케미기샤. 어서 이리 와. 은우 전화 왔어. 보리야.”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가족들의 소란스러운 소리에 은우는 미소를 지었다.

가장 먼저 화면에 나타난 것은 케미기샤였다.

“은우야, 미국은 어때? 밥은 잘 먹고 있어?”

“응, 케미기샤. 여기서 고기도 마니 머꼬 과자도 마니 머꼬 잘 이떠. 팬드리 조아해져서 노래도 잘하고 이떠.”

백수희가 화면에서 손을 흔들었다.

“은우야. 엄마 안 보고 싶었어?”

은우가 백수희가 그리운 듯 스마트폰의 화면을 만졌다.

“보고 시퍼떠요. 엄먀.”

창현이 백수희의 옆에서 끼어들었다.

“은우, 동생 생긴다.”

“동생이요?”

은우는 생각하지 못했던 소식에 깜짝 놀랐다.

‘케미기샤 말고도 동생이 또 생긴다니.’

은우가 물었다.

“여쟈? 남쟈?”

백수희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건 아직 몰라. 몇 달 더 지나면 알 수 있다고 의사 선생님이 그러셨어. 알게 되면 은우에게 제일 먼저 알려줄게.”

창현이 물었다.

“은우는 여동생이 좋아? 남동생이 좋아?”

은우가 수줍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여동생요.”

이미 케미기샤라는 남동생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여동생이 태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은우였다.

‘그래도 내 동생이면 여자든 남자든 이쁘긴 하겠지만 여동생이면 공주님 같지 않을까? 그러면 내가 매일 동화책도 읽어주고 소꿉놀이도 같이 해줄 텐데.’

백수희가 말했다.

“여동생 태어나라고 기도해야겠네. 매일.”

보리가 꼬리를 치면서 짖었다.

“멍멍(이제 우린 대가족이네. 은우 동생까지 태어나면 정신없겠어. 내가 계속 네 소식을 찾아보고 있는데 신곡 반응도 좋더라. 축하해. 은우야.)”

“보이. 제이스늘 위한 션무리 피료해. 사지느로 여행할 뚜 이는 어플 만들 뚜 이떠?”

“멍멍(아, 전에 잠깐 티비 보면서 같이 얘기했던 거. 사진을 넣어서 증강현실로 실제로 여행하는 느낌 주는 어플? 그거 당연히 만들 수 있지.)”

“부타캐. 보이.”

창현이 은우에게 물었다.

“은우야, 어디 아픈 덴 없지?”

“네네네네네.”

“노래하는 거 힘들진 않아?”

“재미떠요. 걱정마떼요.”

백수희가 은우에게 말했다.

“은우 노래 유행이어서 엄마도 [엄마로 사는 건 피곤해] 만들어서 올려볼까 해.”

창현도 동의했다.

“난 [아빠로 사는 건 피곤해]를 만들 거야.”

보리가 꼬리를 치면서 말했다.

“멍멍(난 [강아지로 사는 건 피곤해]를 만들 거야. 사람들이 모르는데 강아지로 사는 게 진짜 피곤하거든. 신경 쓸 게 얼마나 많다고. 모든 가족을 지켜줘야 하니 진짜 피곤하다니까.)”

케미기샤가 말했다.

“음 난 요새 안 피곤하고 행복해서 노래를 안 부를게.”

“헤헤헤. 케미기샤 행보캐서 다행이댜.”

“응, 난 가족이 생겨서 너무 좋아. 피곤한 것도 다 이겨낼 수 있어.”

은우가 팔뚝을 화면 앞으로 가져가며 외쳤다.

“힘. 힘.”

케미기샤도 알통을 내밀며 외쳤다.

“힘. 힘.”

백수희가 화면 앞으로 아기의 초음파 사진을 내밀며 외쳤다.

“힘. 힘.”

은우가 사진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그거 머예요?”

“네 동생이야. 여잔지 남잔진 모르지만. 요기 보면 까만데 하얀색으로 젤리곰처럼 작은 거 보이지? 이게 동생이야.”

“신기하댜.”

“태명 지으려고 하는데 뭐로 하는 게 좋을까? 은우가 지어줄래?”

“이르믄 어려운데.”

“잠시 쓰는 거라서 괜찮아. 태어나면 정식 이름은 따로 지을 테니까. 쉽고 재밌는 이름으로 지으면 돼.”

은우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콩콩이.”

백수희가 은우의 대답을 듣고 만족했다.

“와, 귀엽다. 콩콩이. 그럼 오늘부터 콩콩이라고 불러야겠네.”

백수희가 아직 불러오지 않은 배에 대고 이름을 불렀다.

“콩콩아. 잘 들려? 오빠가 네 이름 지어 줬어. 맘에 들어?”

창현이 목소리를 변조하여 아기 목소리를 흉내 냈다.

“마메 드러요. 오뺘.”

은우가 창현의 목소리에 질색했다.

“아빤 거 다 아라요. 목소리 이땅해.”

창현이 계속 여자 아기의 목소리를 흉내 냈다.

“어, 아닌데. 아빠 아닌데. 냐는 콩콩이인데.”

백수희가 배꼽을 쥐고 웃었다.

“둘이 뭐 하는 거예요? 대체.”

창현이 여자 아기의 목소리로 대답했다.

“오빠. 콩콩이갸 오빠 만날 날을 기다려요. 빨리 아요. 오뺘.”

은우가 화면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콩콩아. 마신는 거 마니 머꼬 건걍하게 이떠. 오빠가 콩콩이 보러 갈게. 콩콩이 징쨔 목소리 들려져. 아빠 목소리 말고.”

창현이 여자 아기의 목소리로 대답했다.

“오빠. 따랑해요. 엄마, 아빠 말 잘 드꼬 이뜰게요.”

“다메 또 뱌. 콩콩아. 전햐할게.”

은우가 전화기에 대고 손을 흔들었다.

전화가 꺼지고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이 밀려온 은우는 침대 위에 누워 인형을 꼬옥 껴안았다.

‘보고 싶은 엄마, 아빠. 케미기샤. 보리. 그리고 새로 태어날 콩콩이. 콩콩이는 어떤 모습일까?

한국에 돌아가서 어서 콩콩이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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