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재능흡수-212화 (212/257)

212화. 결혼식 (3)

은우가 키즈폰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쩰리는 죠금먄

초콜리또 죠금먄

자기 저네 이다끼

밥 먹기 저네 손다끼.

장난감 정리는 뱌로뱌로

너투브 마니 보면 앙대요

잠투정 앙대요

반찬 투정 앙대요.

아기료 살기는 피건해.

아기료 살기는 피건해.”

윤호는 은우의 노래를 들으며 생각했다.

‘깨물어주고 싶은 가사네. 이걸 은우가 부르면 진짜 귀엽겠다. 몰랐는데 아기들도 고충이 많네. 귀여운 고충이지만. 편곡을 하면 훨씬 더 좋은 노래가 될 거 같은데.’

윤호가 의견을 내놓았다.

“은우야, 이거 선생님이 편곡해 줘도 될까? 은우 옹알이 소리 같은 것도 넣고 하면 귀여운 느낌으로 잘 살 거 같은데. 비트도 좀 빠르게 넣고 말이야.”

“와, 떤생님 걈사함니댜. 헤헤헤헤.”

길동도 윤호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편곡해 주시면 대표님께 들려드려야겠네요. 은우 다음 앨범 고민 중이시던데 이 곡으로 가면 좋을 것 같아요. 가사가 너무 귀여워.”

“은우 1집 앨범도 미국에서 역주행하고 있으니 함께 차트에 올라가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거예요.”

“요새 회사에서 은우 활동 영상 너투브에 꾸준히 올리고 있어요. 해외 팬들이 너투브로 많이 와서 보더라구요. 조회 수가 많이 올라서 수익도 꽤 나더라구요.”

“은우 미국에서도 스타되는 거 아니야?”

“헤헤헤헤헤.”

케미기샤가 말을 보탰다.

“우리 은우는 대단해요. 늘 최고인걸요. 미국에서도 은우가 꼭 일등 할 거예요.”

윤호가 케미기샤의 말에 미소 지었다.

“케미기샤, 은우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네. 부럽다.”

길동이 말을 보탰다.

“은우랑 케미기샤는 둘이 서로를 얼마나 아끼는지 옆에서 보고 있으면 놀라울 정도예요. 저도 여동생이 있는데 여동생이랑 저는 현실 남매라 매일 싸웠거든요.”

“저도 형이 있는데 우리 형이랑 저는 안 저런데, 피를 나눈 형제보다도 낫네요.”

“전에 은우 할아버지가 보시더니 둘이 하늘에서 맺어준 인연 같다고 하시더라구요.”

“하늘에서 맺어준 인연? 처음 듣는 말이네요.”

“운명적으로 타고 온 인연이라는 거죠. 이번 생이 아니라 전생에서라도 말이에요. 왜 티비에서 가끔 나오잖아요. 할아버지가 죽고 난 후부터 집에 날아오기 시작한 새가 있었는데 할머니가 그 새를 할아버지라고 믿으며 아끼고 사랑해준다든지. 티벳엔 달라이라마라는 영적 지도자가 있는데 재밌는 게 그분은 이미 14번이나 환생을 하셨다고 하네요.”

“티벳은 지도자를 환생으로 찾는 거예요?”

“돌아가시기 전에 다음 생엔 어느 도시에서 태어날 거라고 말을 한대요. 그럼 몇 년 후에 지지자들이 그 마을에 가서 달라이라마가 돌아가신 후 태어난 아기들을 찾는 거죠. 아기가 두세 살이 되면 전대의 달라이라마가 쓰던 물건을 보여주면서 고르게 한답니다. 여러 개의 물건들 중 달라이라마의 물건을 고른 아기가 다음 달라이라마가 되는 거죠.”

“신기하네요. 그런 건 어떻게 아셨어요?”

“은우 할아버지께서 알려주셨어요. 그래서 케미기샤가 귀한 인연이니 잘 대접하라고 하시더라구요.”

“마음이 따뜻해지는 말이네요.”

***

은우는 케미기샤와 보리와 함께 결혼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중이었다.

“결혼시게 머갸 피료해?”

케미기샤가 고민하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신랑, 신부.”

“멍멍(인터넷에 찾아보니까 말이야. 우선 결혼식장을 예약하고 드레스를 맞추고 사진을 찍으래. 그리고 청첩장도 돌려야 한다는데. 결혼식장에서 하는 결혼식은 30분이면 끝난다나 봐. 근데 비용은 굉장히 비싸더라구.)”

“생각보댜 이상하네. 그건 안 머찌자나.”

은우는 자신의 엄마가 되어준 백수희에게 멋진 결혼식을 선물하고 싶었다.

“결혼시근 장소갸 중요해?”

“멍멍(초대하는 사람들이 찾아와야 하니까 도심지를 더 선호하게 되나 봐. 근데 보니까 땅값 비싼 곳은 결혼식장 빌리는 돈만 해도 꽤 비싸더라. 사람들도 똑같은 공장식 결혼식을 꼭 해야만 하나 고민이 있는 모양이더라구. 근데 바꾸기가 쉽지 않나 봐. 뿌린 만큼 거둬야 한다고 그러던데 다들.)”

“콩을 심는 거야?”

“멍멍(아니, 축의금을 말하는 거야. 직장생활을 하면 축의금을 내는 일이 많아서 자기가 결혼할 때 다시 축의금을 받고 싶다고 많이들 써놓았더라구.)”

“어렴네. 케미기샤 어떤 겨호시기 머띠떠?”

“음, 아프리카 결혼식은 축제 같은 건데 말이야. 다 같이 맘껏 먹고 마시고 웃고. 아프리카에선 그런 날이 별로 없으니까. 배가 부른 것만으로도 행복해지지.”

“마쟈.”

“멍멍(근데 결혼식에 로망을 가지고 있는 여자들이 많더라고. 남자보단 여자들이 결혼식에 기대가 크던데. 백수희 씨가 정해야 하는 거 아닐까? 아기들은 결혼식에서 화동이란 걸 하더라고. 신랑, 신부가 등장하기에 앞서서 꽃도 뿌리고 하던데.)”

“그래. 그럼 냐도 추련하는 거야?”

“멍멍(그렇지. 예쁜 옷도 입고.)”

“케미기샤 나량 가치 꽃 뿌리쟈.”

“좋아! 우리 노래도 할까?”

“멍멍(노래도 하고 화동도 하려면 바쁠 텐데.)”

“그럼 영상편지를 쓰쟈? 어때?”

“멍멍(요새 그게 유행이더라구. 신랑, 신부가 부른 노래를 녹음했다가 결혼식장에서 틀어주기도 한다던데.)”

“우리 가치 노래 부르쟈!”

“멍멍(그럼 결혼식에서 많이 부르는 노래를 찾아볼게.)”

보리가 태블릿으로 노래를 찾기 시작했다.

“멍멍(좋은 노래 많은데. merry me? 어때?)”

보리가 노래를 틀었다.

“따뜻한 봄 햇살처럼 다가온 그대.

처음 본 날의 눈부심을 아직 기억해.

비오는 날엔 우산이 되고

추운 날엔 온기가 되고

험한 길에선 다리가 돼 줄게요.

merry me.”

은우는 노래를 들으면서 생각했다.

‘좋긴 한데 내가 만들어서 불러주고 싶어. 백수희 누나와의 추억을 생각하면서 말이지.’

은우의 머릿속에 백수희와의 만남이 스크린처럼 스쳐 갔다.

‘처음에 도깨비시장에서 아빠가 중고용품을 팔고 있을 때, 그때 백수희 누나를 처음 봤었지. 누나는 처음부터 날 예뻐해 줬었어. [내일도 사랑해]를 찍을 때는 정말 많이 도와줬었어. 처음 출연하는 드라마지만 누나가 있어서 잘할 수 있었지. 그때부터였던 거 같아. 누나가 내 엄마가 되면 어떨까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은우는 키즈폰의 녹음 버튼을 켜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내갸 아기여뜰 때 처음 만냔 눈냐.

미소갸 아름다어.

눈냐가 조아서 가슴이 콩닥콩닥.

눈냐가 나를 보고 우슬 때

그 웃으미 조아서

나는 자꾸만 콩닥콩닥

눈나는 내게 천사 가튼 샤람.

세상의 따스하믈 알게 해 준 샤람.

눈나 나와 함께 이떠요.

나의 엄마갸 대 주세요.

누나만 이뜨면 나는

마엄는 반챤도 잘 머글 뚜 이떠요.

귀차는 이빨 닦기도 잘할 뚜 이떠요.”

은우의 노래에 보리가 미소 지었다.

“멍멍(너무 아름답고 귀여운 노래야, 은우야. 백수희 씨 정말 행복할 거 같아.)”

***

백수희는 창현과 함께 결혼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중이었다.

“드레스는 협찬을 받기로 했고 반지는 지난주에 맞췄고. 이제 제일 중요한 결혼식장 예약인데 고구려호텔을 알아보긴 했는데 금액이 세긴 하네요.”

“한 번뿐인 결혼식이니까 수희 씨 하고 싶은 대로 해요.”

“성대하긴 할 거 같은데 답답할 거 같기도 하고. 전 뭔가 좀 더 자유로운 결혼식을 꿈꿨던 거 같아요.”

“반지도 작은 걸로 했는데 결혼식장까지 바꾸면 괜찮겠어요?”

“작은 반지를 사는 대신 그 돈은 결식아동들에게 후원하기로 했잖아요. 결혼식장도 다른 사람들에게 좀 더 나눠줄 수 있음 좋겠는데. 혹시 한강 결혼식 어때요?”

“한강이요? 한강에서 결혼한 사람 이야긴 못 들어본 거 같은데.”

“한강에서 결혼하고 지나가는 분들께 식사 한 끼 대접해 드리는 것도 의미 있을 거 같아요. 축하해주는 사람이 많을수록 잘 산다고 하더라구요.”

“나 진짜 결혼 잘하는 거 같네요. 이렇게 착한 신부랑 결혼을 하다니. 난 아마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봐요.”

“제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죠. 능력 있는 남편에 예쁜 아들까지 한 번에 생기고. 한강에서 결혼식 하려면 구청 허락이 필요할까요? 일단 찾아볼게요.”

***

sns를 타고 백수희의 결혼식 청접장이 뿌려지기 시작했다.

[조금은 특별한 결혼식. 모두 보러 오세요.

신랑 이창현, 신부 백수희 5월 15일 결혼합니다.

한강을 지나가는 분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들러서 축하해주시고 맛난 식사 한 끼 하고 가세요.

내 주신 축의금은 심장병 아기들을 위해 전액 기부됩니다]

재롱이들 팬카페에서 빠르게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에티우] : 엄마, 아빠가 결혼하는데 은우도 당근 오겠죠? 안 그런가요?

[미르은가람] : 은우도 보고 결혼식도 축하해주러 갈까요? 은우 엄빠가 행복하게 오래 살아야 은우도 행복할 테니 재롱이들이 출동할 이유는 충분한 거 같아요.

┗ [sylv] : 동의합니다. 우리가 꼭 가야 해요.

[mk9] : 은우 부모님도 참 배포가 크시네요. 저 같으면 축의금 가지고 싶을 거 같은데. 그걸 전액 기부한다니.

[꿈을 꾸는 사람] : 저 얼마 전에 결혼식 했는데 뷔페식 괜찮은 거 인당 35000원 정도 해요. 천 명이면 삼천오백만 원인데 대체 몇 명이나 올까요?

┗ [메르세데스] : 근처에 배고픈 사람들도 올 것 같은데요. 무료 급식소 되는 거 아닐지?

[장난꾸러기 lee] : 은우 가족 분위기 봤을 때는 베풀려고 하는 결혼식 같아요. 모두 맛있는 거 먹고 행복했으면.

***

결혼식 아침 은우는 기분 좋게 일어났다.

‘오늘이 결혼식 날이네. 신나는 날이다. 아빠가 바쁠 테니까 오늘은 내가 씻어야지.’

은우는 세수를 하고 케미기샤를 깨웠다.

“케미기샤 일어냐. 오늘 중요한 나리자나.”

“응.”

케미기샤도 일어나 씻기 시작했다.

“멍멍(드디어 오늘이구나. 나도 같이 간다고 하니 설렌다.)”

“보이 너도 우리 가조기자나.”

창현은 이미 메이크업을 받으러 집을 나선 상황이었다.

영탁이 은우와 케미기샤의 준비를 도와주었다.

“은우야, 옷 입었어? 스타킹은?”

은우가 아기용 정장을 입고 스타킹을 신었다.

“전 다 대떠요.”

케미기샤도 은우와 똑같은 정장을 입고 스타킹을 신었다.

보리는 목에 파란색 넥타이를 맸다.

“멍멍(넥타이를 매니 좀 멋있어진 것 같아. 사진 찍으면 사진발 좀 받겠는데).”

영탁이 자켓을 입으며 말했다.

“모두 구두 챙기고 나가자.”

“네네네네네.”

은우 일행은 영탁의 차를 타고 한강으로 향했다.

따스한 오월의 햇살이 미소 짓고 차창 밖으로 꽃향기가 퍼졌다.

“행보칸 나리네.”

은우의 말에 케미기샤가 맞장구쳤다.

“그래, 은우야. 꿈만 같아.”

모두의 행복을 싣고 영탁의 차가 달리고 있었다.

한강에는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해주기 위해 수많은 팬들이 와 있었다.

“와, 백수희 좀 봐. 얼굴 진짜 작다.”

“드레스 너무 예쁘다. 확실히 배우는 배우야.”

영탁의 차가 도착하고 은우가 내리자 은우에게로 카메라 셔터가 터지기 시작했다.

“은우, 오늘 복장이 너무 귀엽네요. 엄마, 아빠 결혼하는데 소감 한마디 해 줄 수 있어요?”

은우는 하트를 만들며 빙글빙글 돌았다.

“신냐요. 헤헤헤헤. 행보케요.”

은우의 팬들이 은우를 응원했다.

“은우 좋겠다. 이쁜 엄마 생겨서.”

“고맘뜸니댜. 우리 엄먀갸 좀 이쁘죠? 헤헤헤헤헤.”

결혼식장 주변에는 무료 식사를 하기 위해 찾아든 노숙자들과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있었다.

은우는 그들에게 인사를 했다.

“반갸어요. 할머니, 하뷰지. 와 주셔서 감샤해요.”

노숙자들과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은우의 인사에 마음이 녹는 기분이었다.

‘비록 돈이 없어서 축의금은 못 내지만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라고 많이 빌어줄게요.’

‘은우 착한 마음처럼 앞으로도 좋은 일만 있어라.’

‘저렇게 많이 베풀고 사는데 나쁜 일이 있을 수가 없지. 오늘 대접받은 한 끼는 내가 잊지 않을게요.’

결혼식의 사회를 맡은 영탁이 결혼식의 시작을 알렸다.

“내빈 여러분. 곧 결혼식을 시작하겠으니 자리를 정돈해 주십시오. 식사는 결혼식이 시작된 이후 자유롭게 드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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