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재능흡수-211화 (211/257)
  • 211화. 결혼식 (2)

    백인수는 위내시경을 하기 위해 병원으로 들어섰다.

    간호사가 알려준 대로 옷을 갈아입고 간이침대에 누웠다.

    “목을 마취하는 약이에요. 뿌리면 목이 얼얼할 겁니다.”

    간호사가 스프레이를 뿌리자 목이 얼얼해졌다.

    간호사는 백인수의 입에 개구기를 채웠다.

    간이침대에 누운 백인수가 검사실로 옮겨졌다.

    “자, 긴장 푸시고요. 처음에 들어갈 때 조금 불편할 수 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겁니다.”

    의사가 백인수의 입안으로 호스를 밀어 넣었다.

    백인수의 눈에서 눈물이 찔끔 새어 나왔다.

    ‘아픈 건 잠깐이니까 참아야지. 검사 결과가 괜찮아야 수희 결혼식이라도 볼 텐데. 은우가 더 많은 영화에 출연하고 음반도 내서 탑보이즈처럼 빌보트 차트에도 오르고 그런 것들을 다 보고 싶었는데.’

    백인수는 검사의 고통과 결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토할 것 같은 기분이 지나간 뒤 화면에 자신의 위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게 식도구요. 식도염 증상이 조금 있으시네요. 식사하고 바로 눕거나 밤에 먹으면 이렇게 되거든요.”

    백인수는 대답을 하고 싶었지만, 목구멍이 너무 아팠다.

    ‘일반 마취는 정말 고통스럽군. 대체 이걸 어떻게 하는 거지? 그래도 은우를 생각하면 참아야지. 마취 사고 같은 걸 보면 정말 끔찍하니까.’

    화면은 온통 빨갛고 말캉말캉한 위로 가득 찼다.

    ‘저게 내 위라니. 날 그렇게 걱정시켰던 위라니. 정말 내 속이지만 알 수 없게 생겼네.’

    의사가 말을 이었다.

    “여기가 위인데요. 여기 빨간 건 궤양이란 말이에요. 평소 속이 좀 쓰리거나 했다면 이것 때문이었을 거예요. 종양은 없네요. 궤양이 있긴 하지만 이 정도면 양호한 편이에요.”

    검사는 오 분 만에 끝이 났다.

    “심한 건 아니라서 일주일 정도 약을 드시면 될 것 같아요. 처방전 드릴 테니 약국에서 약 타서 가세요.”

    백인수는 호스를 떼고 회복실로 나오며 생각했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수희 결혼식도 볼 수 있고 은우가 커가는 것도 볼 수 있어. 감사합니다. 신이시여!’

    백인수는 약국에 들러 처방전을 탄 뒤 곧바로 택시를 잡아타고 은우의 집으로 향했다.

    ***

    은우가 아이스크림 케이크에 초를 꽂고 있었다.

    “은우는 엄먀, 아뺘, 케미기샤, 땀톤, 보이량 사라요.”

    듣고 있던 영탁이 웃으면서 말했다.

    “은우야, 아빠랑 백수희 누나 결혼하면 삼촌은 이제 나가야지. 신혼을 방해하면 쓰나?”

    백수희가 괜찮다는 듯 대답했다.

    “에이, 우리가 보고 산 시간이 얼만데요. 괜찮아요. 같이 살아요.”

    “아니에요, 수희 씨. 근처에 집도 하나 알아놨어요. 전부터 단독주택에 대한 로망이 있어서 작은 집 하나 사려고요 이번에. 대출 무서워서 안 사고 있었는데 집값이 너무 오르는 추세라 지금 안 사면 영영 못 살 거 같기도 하고요. 대신 일주일에 한 번씩 저녁 먹어요 같이. 은우 보고 싶으니까요.”

    “영탁 씨 나가면 서운한데.”

    “말이라도 고마워요. 수희 씨. 그래도 신혼은 한 번뿐이잖아요.”

    창현이 초에 불을 붙였다.

    “엄먀 서언 비러요. 아라쬬? 은우가 후우 양보하는 거니까. 꼭 비러요.”

    “초 부는 거 같이할까? 은우랑 같이하는 게 더 좋을 거 같아.”

    “징쨔요?”

    은우가 기대감이 그렁그렁한 두 눈으로 백수희를 바라보았다.

    백수희가 은우를 꼬옥 안아주었다.

    “그러엄.”

    은우와 백수희가 함께 초를 불었다.

    “후우.”

    은우는 가족을 향한 오랜 꿈이 이뤄지기를 바랐다.

    파리넬리였을 때도 파드와였을 때도 행복한 가족을 이루는 일은 쉽지 않았으니까.

    ‘엄마, 아빠, 케미기샤와 함께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게 해 주세요.’

    백수희는 은우의 귀여운 두 뺨을 보며 소원을 빌었다.

    ‘은우에게 좋은 엄마가 돼 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노력할 테지만 저도 처음이라서요.’

    창현이 아이스크림을 잘라 아이들 앞에 놓아주었다.

    케미기샤는 처음 보는 아이스크림 케이크에 넋을 놓았다.

    “우와, 아이스크림이 이렇게 예뻐? 이건 공룡변신로봇이잖아.”

    케미기샤는 한국에 온 뒤 은우가 광고하는 장난감들은 모두 섭렵한 뒤였다.

    명석이가 배시시 웃었다.

    “은우갸 제일 조아하는 거랴서. 나도 조아하고.”

    영탁이 웃었다.

    “프러포즈 날 공룡변신로봇 케이크 받은 수희 씨.”

    백수희가 웃으며 장난을 쳤다.

    “난 공룡 변신 로봇 1호니까. 그치. 은우야?”

    은우가 변신 포즈를 취하며 대답했다.

    “난 2호.”

    명석이도 변신 포즈를 취하며 외쳤다.

    “난 3호.”

    케미기샤도 변신 포즈를 취했다.

    “난 4호.”

    보리가 꼬리를 치며 외쳤다.

    “멍멍(난 5호. 나도 끼워줘.)”

    모두 웃고 떠들고 있을 때 벨이 울렸다.

    “뉴규지?”

    은우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현관으로 나갔다.

    “하뷰지.”

    문 앞에 서 있는 백인수를 보고 은우가 반갑게 인사했다.

    “은우야.”

    백인수가 은우를 꼬옥 끌어안았다.

    “하뷰지, 숨 마켜요. 켁켁.”

    “할아버지 안 죽는대. 할아버지 오래 살 수 있대. 걱정 안 해도 돼. 우리 오래오래 살자.”

    “하뷰지, 주거요?”

    은우가 깜짝 놀라 백인수를 바라보았다.

    “아니, 할아버지. 건강하대. 오래오래 산대. 이제 우리 행복하게 지내자.”

    은우가 백인수에게 안기며 말했다.

    “따랑햐요. 하뷰지.”

    창현과 백수희가 소리를 듣고 달려 나왔다.

    “아빠, 오신다는 말도 없이.”

    “수희야.”

    백인수가 백수희를 끌어안았다.

    “아빠, 안 죽는대. 오래오래 산대. 우리 수희 웨딩드레스 입는 것도 볼 수 있겠구나.”

    “아빠 무슨 말이에요?”

    어리둥절한 백수희와 달리 창현은 축하 인사를 건넸다.

    “그럼요. 아직 젊으세요, 아버님. 같이 좋은 곳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고 오래오래 사세요.”

    “하뷰지.”

    은우가 백인수의 다리에 안겼다.

    “나도 안아져야지. 응? 하뷰지.”

    백인수가 은우를 안아올렸다. 백인수가 은우를 안고 백수희가 다시 백인수와 은우를 안았다.

    “아빠도 와.”

    창현이 마지막으로 가족들을 안았다.

    “케미기샤도.”

    케미기샤가 창현의 다리를 안았다.

    “우린 가죡.”

    ***

    윤호는 녹음실에서 케미기샤와 은우를 기다리며 인터넷 기사를 읽고 있었다.

    [교도소에도 울려 퍼지는 은우의 노래]

    [미국 교도소, 은우 효과로 교도소 내 범죄율 줄어들어]

    [이은우, [난 너무 귀여워] 빌보드 차트 100위에 랭크됨.]

    [믿을 수 없는 역주행 신화. 시작은 교도소에서?]

    [아기들의 입을 타고 퍼지기 시작한 [난 너무 귀여워]의 입소문, 어디까지 갈 것인가?]

    윤호는 기사를 보며 미소 지었다.

    ‘좋은 노래는 사람의 마음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지. 시간이 지나도 알려지게 돼 있어. 내 노래도 그래야 할 텐데.’

    윤호의 회심의 역작 [페스티벌]. 작곡한 지 5년이 지났지만, 기회를 얻지 못해 컴퓨터 안에만 저장돼 있었던 그 곡이 [난 너무 귀여워]처럼 큰 날개를 달고 비상하기를 윤호는 바랐다.

    은우와 케미기샤, 보리가 길동과 함께 녹음실로 들어왔다.

    “떤생님, 이거 드세요.”

    은우가 윤호에게 아이스크림을 주었다.

    ‘이거 회사 카페에서 주는 아이스크림이네. 오늘도 거기 들렀다가 오나 보다.’

    윤호는 은우가 귀여워서 미소 지었다.

    “선생님 주는 거야?”

    “네네네네네.”

    은우가 방긋 장난꾸러기처럼 웃었다.

    보리가 짖었다.

    “멍멍(카페에 강아지용 아이스크림도 좀 들여달라고 해. 매일 멍푸치노만 마시니까 이제 좀 심심하다고.)”

    케미기샤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노래를 흥얼거렸다.

    “인생은 파아티. 인생은 파아티.”

    길동은 고프로를 키고 녹음 현장을 녹화하기 위한 준비를 했다.

    윤호가 웃으면서 말했다.

    “일단 아이스크림을 먹고 시작해야 할 것 같네요. 녹으니까.”

    윤호는 은우와 케미기샤를 만나면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아이스크림 하나에도 행복하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지. 그땐 진짜 작은 일에도 기뻐했었는데.’

    은우와 케미기샤가 아이스크림을 다 먹은 뒤 윤호가 곡에 대한 설명을 했다.

    “이 곡은 행복하고 신난 기분으로 불러줬으면 해. 인생은 페스티벌이라는 의미를 담은 곡이니까. 부르는 사람도 즐거웠으면 좋겠어. 부르는 사람이 즐거워야 듣는 사람도 즐거운 법이니까.”

    “네네네네네.”

    은우가 대답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케미기샤, 준비대찌?”

    “응.”

    “멍멍(나도 준비됐어.)”

    은우와 케미기샤, 보리가 준비자세를 취했다.

    윤호가 파일을 재생시켰다.

    트럼펫 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리는 기여운 아갸들. 세상에서 제일 신냐는 아갸들.

    지루하믈 느낄 사이조차 엄찌.

    우리는 재미 특공대. 재미를 차자 여행을 떠나.

    우리드리 일과엔 늘 재미는 거먄 이떠.

    언제냐 신냐는 여행을 우리를 따라 다치 여행을 떠냐.”

    윤호는 은우가 만들어서 부른 즉석랩에 감탄했다.

    ‘억지로 만든 게 아니라 정말 놀면서 부르는 노래 같잖아. 주제도 잘 살아났고. 역시 은우에게 맡기길 잘했어.’

    케미기샤가 멜로디 파트의 처음을 맡았다.

    “인생은 파아티. 걱정하지 마요. 우울해하지 마요.

    오늘은 오늘의 마카롱을.

    내일은 내일의 초콜릿을”

    케미기샤의 아름다운 음색에 윤호는 감탄했다.

    ‘케미기샤도 은우처럼 타고난 목소리 자체가 예뻐.

    흔들림도 없고 탄탄하고 음정도 정확해.

    흑인만 아니라면 우리 기획사에서 음반을 낼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이 노래가 잘돼서 케미기샤에게도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다.’

    간주가 나오자 보리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왈왈왈왈 왈왈왈왈(나도 너희랑 함께 있어서 행복해. 인생은 즐거운 거야. 비록 그걸 사람일 때는 모르고 강아지로 다시 태어나서야 알게 됐지만.)”

    윤호는 보리의 짖음이 노래 같아서 웃었다.

    ‘말하는 거 같잖아. 마치. 보리가 짖으니까 뭔가 더 옛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그런 분위기가 된 것 같아. 오늘 녹음 너무 멋진데.

    저 셋은 함께 하는 것 자체가 페스트벌이구나.’

    윤호는 녹음을 마치고 은우 일행에게 맛있는 것을 사주고 싶었다.

    “은우야, 먹고 싶은 거 없어?”

    “머꼬 시픈 거요?”

    은우가 윤호를 바라보며 웃었다.

    “지인쨔 마는데. 헤헤헤헤헤.”

    “선생님이 사줄게.”

    “네네네네네.”

    은우 일행은 HO 엔터테인먼트 근처의 돈까스집에 도착했다.

    “케미기샤, 너 돈까스 안 머거봐찌? 징쨔 마디떠.”

    길동이 아는 척을 했다.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맛이지.”

    케미기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은우가 죽는 거면 아무리 맛있는 거라도 안 먹을래요.”

    “아니야, 케미기샤. 그건 관용구 같은 건데 진짜 죽는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 맛있단 말이야.”

    “죽는 거 아니에요?”

    “응. 케미기샤 앞에선 말조심해야겠네.”

    길동은 어색함에 머리를 긁적거렸다.

    윤호가 화제를 돌렸다.

    “내가 한턱내는 거니 맛있었으면 좋겠다. 난 은우랑 케미기샤 덕분에 녹음도 잘했는데 말이야.”

    식당에 들어온 은우 일행은 돈까스를 주문했다.

    테이블 위에 돈까스와 스프, 샐러드가 놓였다.

    케미기샤는 처음 맡아보는 향긋한 냄새에 감탄했다.

    “냄새 좋다.”

    “그치? 징쨔 마디떠. 기다려 뱌.”

    은우가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돈까스를 자르기 시작했다.

    윤호가 은우의 돈까스를 자신의 앞으로 가져가면서 말했다.

    “내가 잘라줄게. 우리 은우 케미기샤를 정말 좋아하는구나. 먹을 것도 챙겨주려고 하고.”

    길동이 말을 보탰다.

    “늘 이래요. 분명 은우가 더 아기인데 같이 다니는 걸 보면 은우가 형처럼 느껴진다니까요.”

    길동도 돈까스를 자르기 시작했다.

    “기다려 봐. 나도 자를 테니.”

    길동과 윤호가 힘을 합해 돈까스를 잘라 은우와 케미기샤는 잘린 돈까스를 먹을 수 있었다.

    윤호가 길동에게 물었다.

    “은우 노래 미국에서 반응 좋던데 기사 보셨어요?”

    “네. 감사하게도 활동을 시작한 게 아닌데 반응이 좋더라구요. 대표님께서도 요새 은우 미국 진출 때문에 많이 고민하고 계세요. 지금이 기회인 거 같긴 한데 알다시피 미국 음악이 은우의 음악과 많이 다르잖아요.”

    “요새 트렌드가 많이 다르긴 하지만 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봐요. 요새도 비틀즈 노래 듣는 사람들은 듣잖아요. 좋은 음악은 어느 시대나 사람들의 마음을 녹이죠.”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은우가 방긋 웃더니 말했다.

    “저도 그러케 생가케요. 그래서 요새 노래 만들고 이떠요.”

    윤호와 길동이 놀란 눈으로 은우를 바라보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