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재능흡수-125화 (125/257)
  • 125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3)

    재롱이들 팬카페에는 은우 앨범에 대한 이야기로 채팅창에 활발하게 채팅이 올라오고 있었다.

    [프리샤] : 오늘 회사에서 점심 먹고 체해서 죽을 것 같았는데 버티다가 집에 왔더니 은우 앨범이 똬악 하고 책상 위에 있는 거예요. 앨범 뜯었는데 너무 감동이었어요. 포토카드도 너무 이쁘고 앨범 표지도 고급스럽고. 은우 덕분에 힘들었던 하루의 피곤이 다 날아간 것 같아요.

    [이용석] : 저는 인턴이라 오늘 하루 종일 복사만 하고 벽 보다 왔어요. 사무실에서 투명인간 취급받는 것도 질려요. 정말 울음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는데 은우 노래 듣고 울었어요. 한참 울고 나니까 기분이 좀 풀리더라구요.

    [프리샤] : 용석 님 많이 힘드셨겠어요. 저도 이 회사 오기 전까지 인턴만 10번 했어요. 요새 취업하기 진짜 힘들죠. 힘내세요. 토닥토닥.

    [이용석] : 은우만큼이나 따뜻한 우리 재롱이들 팬카페. 정말 여기 오면 오래된 친구보다도 저를 잘 이해해 주는 느낌이에요. 내가 이래서 여기 안 올 수가 없어.

    [라레이트] : 용석 님 힘내세요. 요즘 취업 힘들다고 해서 걱정이에요. 전 고딩인데. 문과라서요. 요새 문과 취업 안된다고 해서 걱정.

    [이용석] : 이긍. 은우 앨범 나온 행복한 날에 제가 너무 우울한 얘기만 했나 봐요. 중요한 건 은우 노래 듣고 여기 재롱이들 팬카페 와서 힐링하고 있습니다. 힘낼게요.

    [ban]: 용석 님 파이팅. 은우 앨범 너무 좋죠. 포토카드도 다른 가수들은 랜덤으로 주던데 은우는 다 줘서 너무 좋았어요.

    [고구마녀] : 앨범 제목 은우랑 너무 잘 어울리지 않아요? 본투비 큐트.

    [ban] : 저도 그 생각했어요. 은우는 정말 태어나면서부터 귀여웠을 거 같아요. 타이틀곡 너무 좋죠. 은우랑 찰떡.

    [검은고양이] : 가사도 넘 좋아요. 랩 부분에선 좀 울컥했어요. 은우 인생이 떠올라서요. 어린 나이에 우리 은우 너무 대견해요.

    [인형] :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받았을 때도 그렇고 은우는 이미 전설인데. 이번 앨범이 또 다른 전설의 시작이 됐으면 좋겠어요.

    [sylv] : 은우가 정말 하고 싶었던 건 가수니까 이번에 진짜로 잘 돼야죠. 일주일 후 은우 음방 첫 출연인데 기대되네요.

    [나세희] : 여러분 팬클럽 공지 확인해 주세요. 은우 음방 첫 출연에 우리 재롱이들이 출동합니다. 함께 출동하실 멤버들 구함.

    [광묵] : 당연히 가야죠.

    [에티우] : 우리도 사탕반지 끼고 출동하나요? 출동! 합체에!

    ***

    뮤직비디오 감독 신준수는 촬영을 앞두고 촬영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는 중이었다.

    ‘은우의 밝고 귀여운 느낌을 살리되, 은우의 삶이 느껴지도록. 은우의 인생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게 팬들일 테니까.

    은우 같은 사람을 동시대에 만난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

    눈부신 재능에다가 팬들의 사랑이라는 행운.

    그리고 사회적 이슈를 몰고 다니는 능력.’

    국내외의 탑스타들을 만나 온 신준수였지만, 은우는 만남이 기대되는 특별한 가수 중의 한 명이었다.

    ‘내가 만난 그 누구도 다섯 살 때 이토록 많은 관심을 받진 못했으니까.’

    신준수는 은우의 뮤직비디오를 회심의 역작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에 불탔다.

    은우는 길동과 미선과 함께 차를 타고 촬영장으로 오는 중이었다.

    길동이 은우에게 물었다.

    “은우야? 오늘 첫 뮤직비디오 촬영 떨려?”

    “녜니오.”

    “녜니오는 뭐야?”

    “네와 아니오의 중간이요.”

    듣고 있던 미선이 말을 보탰다.

    “그럴 때가 있지. 내 맘을 나도 모르겠을 때. 네도 아니고 아니오도 아닐 때. 그 말 좋은데. 녜니오. 나도 앞으로 녜니오 해야겠다.”

    길동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청개구리는 은우 하나로 족해. 미선이 너까지 그러면 안 된다.”

    미선이 입을 삐쭉거렸다.

    “오빠도 참. 내가 뭘 어쨌다고 그래?”

    은우가 웃으며 물었다.

    “미서니 눈나도 이제 청개구리 하는 거야?”

    미선이 웃으며 대답했다.

    “네니오.”

    차는 어느덧 촬영장에 도착했다.

    촬영장에 도착하자 신준수가 인사를 건넸다.

    “안녕. 은우야. 안녕하세요. 뮤직비디오 감독 신준수입니다.”

    “안녕하떼요. 감독님.”

    은우가 고개를 숙여 배꼽 인사를 했다.

    신준수는 은우를 보며 생각했다.

    ‘티비에서 봤던 그대로 눈부신 외모야. 천사가 그대로 하늘에서 내려온 것 같은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 사랑스러움과 귀여움. 표정에서 성격이 묻어나는 것만 같아. 이걸 카메라에 얼마나 담을 수 있느냐가 내 능력이겠지.’

    신준수가 은우에게 설명했다.

    “은우야. 오늘 첫 번째 장면은 이곳 놀이공원에서 찍게 될 거야. 여기선 귀여운 느낌. 사랑스러운 느낌을 최대한 살려서 찍을 거야.”

    미선은 자기 몸보다 더 큰 쇼핑백을 들고 전투적으로 은우 옆에 서 있었다.

    ‘오늘이야말로 내가 은우를 위해 실력을 발휘할 순간이야.’

    미선은 결의에 차 있었다.

    첫 번째 촬영 장면은 놀이공원의 풀장에서 진행되었다.

    풀장에는 물 대신 플라스틱 공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신준수가 말했다.

    “은우야. 이 공을 던지면서 노래를 부르면 돼. 그럼 나중에 내가 이걸 CG로 아이스크림으로 바꿔줄 거야. 구슬 아이스크림 알지? 그러니까 나중에 팬들이 볼 때는 니가 구슬 아이스크림 속에서 헤엄을 치거나 노래를 장난을 치고 있는 것처럼 보일 거야.”

    “진짜요? 너무 머쪄요. 감독님. 저 진짜로 해 보고 시퍼요.”

    “하하하하하. 은우에게 인정받으니 좋은걸. 내가 너의 상상을 멋지게 실현시켜 줄게.”

    “구슬 아이스크림 머꼬 시퍼요.”

    길동은 대화를 들으며 생각했다.

    ‘끝나고 구슬 아이스크림 집에 데려가야겠네. 근데 감독님 너무 은우 취향을 잘 아시는데. 아기들에 대해 잘 아시나. 난 처음에 은우를 만났을 때 아기란 존재가 너무 어렵게만 느껴졌는데 말이지. 부럽다.’

    미선은 은우에게 파스텔톤의 귀여운 아기 잠옷을 입혀주었다.

    은우의 팔에는 귀여운 초콜릿 목걸이를 끼워주었다.

    “은우야. 이거 누나가 한 땀 한 땀 열심히 만든 거니까 촬영 끝날 때까진 먹으면 안 돼? 알았지?”

    은우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눈냐. 이거 어떠케 만드러떠요? 또 만드러 져요.”

    “이거 만들기 어려워. 너 뮤직비디오 찍는다고 해서 의상이랑 세트로 만든 거야.”

    “와, 눈냐. 머찌댜. 눈나 또 만드러 줄 거죠? 다 아라요. 또 만드러 준다고요. 거마어요.”

    “으이구.”

    요즘따라 급격히 늘고 있는 은우의 말솜씨에 미선은 정신이 없었다.

    ‘다섯 살짜리 말솜씨에 밀린다고 하면 누가 믿어나 주려나. 암튼 은우 날이 갈수록 장난기가 점점.’

    미선은 마지막으로 은우의 머리를 묶어주었다.

    “아아아. 아파요. 눈냐. 혜리니 눈나 가타요.”

    “눈나가 혜리니보다 솜씨가 좋거든. 자 다됐다. 얼마나 이뻐.”

    은우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머리를 보았다.

    사과머리로 묶은 앞머리가 매우 귀여워 보였다.

    은우는 거울을 보며 생각했다.

    ‘오늘 나 좀 귀여운데.’

    촬영이 시작되었다.

    은우는 수영장의 공 안에 들어가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신준수가 말했다.

    “은우야. 아까 말한 것처럼 수영장에서 플라스틱 볼을 던지면서 노래를 부르면 돼. 수영하듯이 볼 사이를 헤치고 지나가도 되고. 그러고 나서 후렴구 부분 부를 때 여기 준비해 놓은 풍선들이 하늘 위로 올라갈 거야.”

    “풍셔니요? 와. 풍션 조아.”

    은우는 뮤직비디오 촬영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뮤직비디오는 상상이 현실이 되는 것인가. 너무 신나는데 아이스크림 속에서 헤엄치고 풍선이 하늘 가득 날아가고. 너무 행복하다. 뮤직비디오 또 찍고 싶은데.

    근데 이 초콜릿 목걸이는 언제 먹을 수 있을까?’

    신준수가 큐사인을 보내자 은우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내갸 지나갈 때먀댜 냘 향한 시션들.

    멀리셔도 냐를 쫓는 시션들.

    내갸 그러케 기여운가여.”

    은우는 노래를 부르며 플라스틱 볼 안에서 헤엄을 쳤다.

    신준수는 네 대의 카메라가 전송하는 은우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귀여운 표정. 저거야. 역시 아이스크림 속에서 헤엄치는 장면을 넣길 잘했어. 그건 사실 나의 어릴 적 상상이었는데.’

    신준수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배탈이 났던 여덟 살의 여름을 떠올렸다.

    ‘배탈이 났는데도 아이스크림만 먹고 싶었었지. 의사 선생님이 먹으면 안 된다고 하니까 더 먹고 싶더라고. 그때 마루에 누워서 천장을 보면서 했던 상상. 나중에 어른이 되면 아이스크림 속을 헤엄쳐야지. 하고 다짐했었지.’

    여덟 살의 신준수는 어른이 되면 자신이 아이스크림을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걸 몰랐다. 아이스크림은 가끔 어른이 된 신준수가 아이였던 자신을 추억할 때 떠올리는 디저트가 되었을 뿐이다.

    촬영장에서는 은우의 노래가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난 너무 기여워. 난 너무 사랑스러어.

    여러분도 너무 기여어. 여러분도 너무 사랑스러어.

    우린 모두 소중해.”

    은우는 앉아서 플라스틱 볼을 하늘 위로 던졌다.

    은우는 신이 나서 노래를 부르며 웃었다.

    은우가 웃을 때마다 사과머리가 찰랑거렸다.

    촬영장은 은우의 행복한 미소로 물들었다.

    그때 오색풍선이 하늘을 향해 날아갔다.

    은우는 두 팔을 하늘을 향해 벌리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오늘 정말 신난다.’

    미선은 옆에서 노래를 부르는 은우를 바라보았다.

    ‘우리 은우 오늘 정말 사랑스럽다. 사과머리도 잘 어울리고 색색깔의 플라스틱 볼과도 어울리고. 역시 색감의 마술사라고 소문난 신준수 감독님이야. 촬영장에서 보기에도 너무나 아름다운 화면이 나올 것 같아 기대돼.

    게다가 은우가 스트레스를 받을까 봐 걱정했는데 이렇게 행복한 분위기에서 촬영하게 해 주시다니 감사하다.’

    은우는 카메라가 꺼지자마자 초콜릿 목걸이를 먹고 있었다.

    ‘맛있어. 역시 초콜릿은 언제 먹어도 꿀맛이라니까. 이런 목걸이라면 언제든지 찰 수 있는데. 미선이 누나가 매일 만들어주면 좋겠다.’

    ***

    신준수 감독은 은우를 두 번째 촬영장소로 이끌었다.

    그곳은 주택가의 작은 원룸이었다.

    신준수 감독이 말했다.

    “은우의 랩 가사를 잘 전달하기 위해서 은우 아버님께 여쭤봐서 은우가 예전에 살았던 집과 가장 비슷하게 꾸며봤어. 팬들이 은우의 삶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말이야. 여기 안의 물건들은 미술감독과 상의를 거쳐서 다 만들어 놓은 것들이야.”

    은우는 작은 원룸에 서는 순간 잊고 있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이 작은 원룸에서 아빠와 함께 단둘이 살았었지. 아빠는 어쩔 줄 몰라 했고 난 이번 생이 어떤 건지 아직 다 알 수 없었던 것 같아.’

    은우는 마치 과거로 타임머신을 타고 온 것만 같았다.

    ‘그래, 이 방은 가구도 별로 없었어. 아빠가 늘 분유를 타고 있었던 좁은 부엌. 기억난다. 부엌엔 작은 얼룩이 있었어.’

    은우는 작은 얼룩을 찾으러 부엌을 돌아다녔다.

    ‘없네. 하긴 여긴 내가 살던 곳은 아니니까. 그런데도 기분이 이상해.’

    은우는 마음이 복잡했다.

    신준수가 말했다.

    “여기서 랩 부분 촬영을 할 거야. 은우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걸 생각해 보면서 자연스럽게 랩을 하면 돼. 여기선 동작을 정하지는 않았어. 천천히 걷거나 랩 하거나 그런 장면을 하나 찍고 안무와 함께 랩을 하는 장면을 하나 더 찍고 그렇게 할 거야.”

    은우는 천천히 방을 돌아보며 생각했다.

    ‘방 한 칸. 거실을 겸하는 좁은 거실과 작은 화장실. 이 좁은 원룸이 나와 아빠의 보금자리였구나. 지금 사는 집에 익숙해져서 이 시간들을 잊고 있었어. 하지만 이 시간들이 있어서 지금의 내가 있는 거니까. 나는 이 시간들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해.

    그리고 어쩌면 내 팬들 중에는 이런 힘든 시간 속에 멈춰 있는 사람들도 있을 거야. 그런 사람들에게도 용기를 줄 수 있는 그런 노래를 부르고 싶어.

    우리의 삶이란 늘 바뀌기 마련이라고. 그러니까 너무 슬퍼하지 말고 자책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고.’

    미선은 은우에게 청바지에 흰 티, 청자켓을 입혀주었다.

    머리는 왁스를 조금 발라 넘겼다.

    신준수의 큐 사인이 떨어지고 은우의 노래가 나왔다.

    “세샹은 내게 안 된다고 마해떠

    (너는 미혼뷰의 아이야.)

    세상은 내게 포기하랴고 마해떠

    (너는 엄마가 엄떠.)”

    은우는 랩을 하면서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카메라를 팬이라고 생각하고 이야기를 하자.’

    은우는 작은 방 안에서 춤을 추며 랩을 했다.

    “냐를 키운 거슨 샤량

    (아뺘의 샤량

    팬드리 샤량)

    그 샤량으로 난 히믈 내.

    나는 포기하지 아나

    (여러부늬 응언 거마어요.)

    나는 포기하지 아나.

    (저도 호저기 생겨떠요.)

    냔 할 뚜 이떠.

    (샤랑만 이뜨면 냔 무얻또 두렵지 아냐)”

    신준수는 은우를 보며 생각했다.

    ‘아깐 귀엽기만 했는데 지금은 진지해진 눈빛이야. 순수함과 진실함이 섞인 그런 눈빛.

    연기를 해서 그런지 카메라를 바라보는 표정도 자연스러워. 은우는 노래하듯 연기하고 연기하듯 노래하는 스타일 같아.

    편안하게 춤추는 것 같지만, 각이 살아있어서 카메라로 잡으니 정말 멋지다.

    연기와 노래, 춤이 다 되는 스타라니. 거기다 감동적인 드라마까지 가지고 있으니 누구나 은우에게 매료될 수밖에 없지.

    은우야 난 널 응원한단다. 우린 누구나 삶이 변하길 바라니까. 그리고 스타를 보면서 그런 꿈을 꾸니까. 우리에게 넌 꿈처럼 아름다운 그런 존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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