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화. 아기 고양이 (1)
“은우 칭규 할 따람 요기요기 부텨라. 은우 칭규 할 따람 요기요기 부텨라.”
거리에 울려 퍼지는 은우의 목소리가 많은 시민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이거 어렸을 때 친구랑 같이 하던 건데.’
‘어릴 적 친구가 집 앞에서 놀자고 할 때도 저 비슷한 소리를 했었는데. [소라야 놀자. 소라야 놀자].’
‘진짜 오랜만에 듣는 반가운 소리다.’
‘친구랑 같이 놀이터로 달려가고 싶어.’
은우의 목소리는 시민들을 모두 자신들의 추억 속으로 소환시켰다.
시민들은 가던 발길을 멈추고 은우의 곁으로 갔다.
“안녕하떼요. 눈냐. 여긴 제 친구 퐁퐁이예요. 페루에서 와떠요. 우리 두리 칭구를 차꼬 이떠요. 퐁퐁이랑 인사하실래요?”
경완이 시민에게 인형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눈냐. 방가방가. 우리랑 친구가 되어 주세요. 이따가 은우 TV 시청하러 와 주세요.”
멀리서 은우를 알아본 여고생 팬 하나가 달려왔다.
“은우야. 은우야. [다시 시작하는 너에게] 불러줄 수 있어? 요즘 그 노래 너무 좋아서. 근데 음반에 정식으로 수록된 곡이 아니잖아. 그래서 무대에서 네가 진짜로 부르는 노래는 들을 수 없을까 봐.”
은우가 엄지손가락을 내밀며 말했다.
“칭규가 대려면 여기 뷰텨요. 눈냐.”
여고생이 은우의 작은 엄지손가락을 잡았다.
은우가 외쳤다.
“퐁퐁이도.”
퐁퐁이가 인형 손을 내밀었다.
“쟈, 이제 유리 칭규. 칭규 부탸근 드러져야죠.”
은우가 확성기에 대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쉽지 안쬬? 내 먀미.
포기하고 십쬬? 가끄믄.
노려캐도 제자리.
더 노려캐야 할꺄?”
은우의 주변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은우의 노래를 아는 사람들이 조용히 은우의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퐁퐁이가 시민들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서로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몇몇 사람들은 서로 손을 잡았다. 그리고 함께 은우의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은우는 사람들의 머리 위로 숫자가 뜨는 것을 보았다.
‘8,3,5,2,7. 레벨업이다.’
[희망의 신 루딘의 긍정의 선택 레벨 3 – 100000/100000
의지가 강해져 생각을 바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은우는 생각했다.
‘레벨업이 됐지만, 이 재능은 계속해서 이 노래에 묶어 두고 싶어.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거든.’
은우는 희망의 신이 준 재능을 통해 희망은 결국 사람들 속에 있다는 교훈을 얻게 됐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힘을 지녔는지 모르고 있는 것 같아. 결국 자기 자신을 흔들림 없이 믿도록 도와주는 것. 그게 노래인 것 같아.’
은우는 자신이 노래를 부르는 재능을 타고난 것에 감사드렸다.
‘파리넬리일 때도, 파드와일 때도, 그리고 지금도. 난 노래를 부를 때 가장 행복한 것 같아. 그리고 내 노래가 다른 사람들을, 이 세상을 행복하게 해 주었으면 좋겠어.’
노래는 어느덧 랩 파트로 접어들었다.
“눈나의 지친 어깨를 감싸쥬고 시펴. 노래는 소니 되고 핫팩이 돼 눈나에게 다아. 눈나 더 이샹 울지 마요. 내갸 여기 이떠요. 냐는 언제나 눈나의 마으미 궁그매요. 냐는 언제냐 눈나의 편지를 기댜려요. 우리 재롱이들 샤량해. 재롱이드를 위해 더 머찐 내가 돼.”
사람들은 은우의 랩 실력에 감탄했다.
‘가사가 너무 아름답다.’
‘나도 저 가사 속 눈나가 되고픈데.’
‘저 노래 작사하게 된 계기가 한 명의 팬 때문이라던데 지난번 소아암 환자 아기 때도 그렇고 은우는 팬을 생각하는 마음이 정말 특별한 것 같아. 다른 가수들도 저렇게 팬레터를 모두 다 읽는 걸까.’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리듬이 실려있잖아.’
‘아기 말투로 하는 랩 너무 귀엽다.’
은우의 노래가 끝나자 사람들이 은우에게 박수를 쳤다.
퐁퐁이도 은우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은우야 너무 멋졌어. 역시 내 친구야.”
은우가 퐁퐁이에게 달려가 안겼다.
“거마어. 날 응언해 져서. 감샤함니댜. 여러뷴.”
시민들이 은우을 향해 외쳤다.
“은우야, 이따 꼭 은우 TV 시청할게.”
“나 오늘부터 은우랑 칭구 1일. 와 신난다. 학교 가서 자랑해야지.”
은우의 사진을 찍어 별스타에 업로드하는 시민도 있었다.
- 여기 홍대입구역 놀이터 근처에 은우가 있어요. 2시간 동안 돌며 은우 TV를 홍보할 거라고 하네요. 다들 보러 오세요. 여기 오시면 은우를 만날 수 있어요.
글을 올리자마자 수많은 댓글들이 달렸다.
- jah6 : 진짜 거기 있어요? 저 지금 신촌인데 날아갈게요. 슝
- jim : 저 여기 상암인데 저도 지금 갑니다. 슝2.
- 스페로라 : 전 지방인데 이번에도 지방은 열외인가요? 슬프다.
- 에티우 : 전 회사인데 이럴 땐 직딩인 게 너무 서럽네요.
- 백묘앵 : 혹시 실시간 중계 이런 건 안 되나요? 가족 모임 땜에 나와 있는데 슬프네요.
***
제이는 녹음실에서 은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은우가 오늘은 대체 어떤 랩을 보여주려나? 기대가 되네.’
은우는 양손에 서로 다른 맛의 마카롱을 들고 먹으면서 녹음실로 들어왔다.
“안녕하떼여. 떤생님.”
제이가 은우에게 말했다.
“지난번에 먹어보니 네가 준 마카롱 맛있더라. 샘 것도 부탁할게.”
“그쳐? 마디쪄? 그럴 쭐 아라따니꺄뇨.”
은우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더니 공룡 변신 로봇 가방을 열어서 마카롱을 꺼내며 말했다.
“떤생님, 이거 어제량 다른 마시에요. 여기 마캬롱이 31가지 마디 이꺼든요. 진쨔 매일 다른 마슬 머그면 꿀마시에요.”
“마카롱이 31가지 맛이 있다고? 그렇게나 많아?”
“아, 이겨 저네 네고매네도 나와떠요. 제갸 추련해떠요.”
제이는 순간 웃음이 났다.
‘자기가 출연한 물품을 들고 다니며 홍보하다니 이거 완전 프로인데. 광고 모델하면 광고주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겠다.’
제이는 얼마 전에도 별스타에서 자신이 가방광고 모델이면서 다른 명품 가방을 산 인증샷을 올린 힙합 가수 ‘느린 거북이’가 곤욕을 치른 것을 봤었다. 덕분에 ‘느린 거북이’는 광고모델 계약이 해지되고 다른 모델로 교체되었다.
‘그 경운 심각하긴 하지만 사람들은 스타가 매체에서 보여준 모습과 실제의 모습이 다르면 두 가지 모습 속에서 혼동을 느끼니까. 두 가지가 일치하는 게 좋지. 은우는 정말 그 두 가지가 일치하네. 노력하는 모습도 그렇고. 팬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겠어.’
은우는 마카롱을 다 먹더니 가방 안에서 키즈 음료를 꺼냈다.
제이는 키즈 홍삼이라고 쓰여 있는 포장지 때문에 웃음이 터졌다.
“은우야, 너 홍삼 먹어?”
“패니 보내져떠요. 래븐 무를 마니 마시게 대서. 가져와떠요. 드실래요?”
제이는 마시지 않아도 키즈 홍삼의 맛을 알 것만 같았다.
‘아기 음료의 달달한 맛과 홍삼의 쌉쌀한 맛이 섞여 있겠지. 생각만 해도 별로일 것 같아.’
제이가 은우에게 말했다.
“괜찮아. 이제 녹음을 시작해 볼까?”
“네에.”
은우가 마이크 앞에 섰다.
제이가 파일을 재생했다.
은우가 랩을 하기 시작했다.
“세샹은 내게 안 된다고 마해떠
세상은 내게 포기하랴고 마해떠
냐를 키운 거슨 샤량
그 샤량으로 난 히믈 내.
나는 포기하지 아나
나는 포기하지 아나.
냔 할 뚜 이떠.”
제이는 은우의 새로운 랩스타일에 놀랐다.
‘말하기에 가까운 랩스타일이야. 자연스러운 게 관건인데 그걸 아주 잘 살렸어. 아기의 귀여운 말투로 살아있고. 하긴 랩의 강한 비트는 아기의 발음으론 어려웠을 거야. 그리고 강하게 비트를 실었다면 뭔가 아기의 말투를 살릴 수가 없었겠지.’
은우는 랩을 마치고 다시 제이에게 말했다.
“떤생님, 다시 드러볼 뚜 이떠요?”
제이가 은우가 부른 노래를 틀었다.
녹음실 안에 은우의 랩이 울려 퍼졌다.
은우는 집중한 표정으로 자신이 부른 노래를 들었다.
“떤생님, 느끼미 잘 안 사라떠요. 다시 할래요!”
제이는 파일을 다시 누르며 생각했다.
‘마카롱을 두 손에 쥐고 다니는 천진난만함 속에 숨겨진 완벽함이라니. 은우는 소리에 대해 예민하고 완벽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
하긴 예술가로서 더 좋은 음악을 팬들에게 선사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을 테니까.’
***
은우는 아침에 일어나 어린이집에 등원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은우는 삼촌에게 부탁해서 주문한 고양이 간식과 고양이 장난감을 챙겼다.
‘노랑이 까망이랑 같이 재미있게 놀아야지.’
은우는 어린이집에 새로 온 고양이들을 만날 생각에 가슴이 설레였다.
‘아, 참 그리고 새로운 장난감도 넣어야지.’
은우는 공룡 변신 로봇 가방에 새로운 장난감도 넣었다.
창현이 은우를 어린이집 앞에 내려주며 말했다.
“오늘도 수녀님 말씀 잘 듣고.”
“네, 아뺘.”
은우가 창현의 볼에 뽀뽀한 뒤 어린이집으로 달려갔다.
오늘도 어린이집은 조용했다.
‘노랑이, 까망이 구경하나 보다.’
은우는 익숙하게 노랑이, 까망이가 있던 거실로 갔다.
오늘도 아기들이 수녀님 곁에 앉아 노랑이, 까망이를 구경하고 있었다.
“와 잘 멍는댜.”
“어제보댜 더 커떠. 대견해.”
“아이 착해.”
“사랑해. 노량아. 사랑해. 까망아.”
아기들은 젖병을 든 수녀님 옆에서 고양이들을 응원하고 있었다.
“아, 참 내 정신 좀 뱌.”
은우가 가방에서 가져온 고양이 간식과 장난감을 꺼냈다.
수녀님이 은우를 보며 방긋 웃었다.
“은우야, 노랑이 까망이는 아직 어려서 그거 못 먹어. 나중에 좀 더 크면 쓰자.”
옆에서 보던 혜린이가 말했다.
“은우야 그거 하나만 줘 뱌. 내갸 머거보게.”
수녀님이 혜린이를 말렸다.
“혜린아, 고양이 간식을 왜 네가 먹어?”
“아니요. 수녀님. 혹시랴도 노량이, 까망이가 머꼬 주그면 어떠케 해요. 엽찝 고양이갸 초콜레 머꼬 주거때요.”
혜린이가 곧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다른 아기들도 모두 충격을 받은 표정이 되었다.
연아가 물었다.
“초코레 마디는데. 초코레 머꼬 주거떠. 어떠게 해? 이제 다시 못 뱌?”
시우도 물었다.
“어떠케 초코레를 머꼬 주글 수갸 이떠. 그럼 멀 머겨?”
준수도 물었다.
“노량이 까먕이 오래 사라야 대는데. 그치? 애듀라.”
은우가 수녀님께 물었다.
“이거 마디께 머그라고 사 온 건데. 이거 머그면 주거요?”
수녀님이 아기들을 안심시키면서 말했다.
“노랑이, 까망이는 아주 건강하니까 괜찮아. 초콜릿은 사람에겐 맛있지만, 동물에게는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이라서 그래. 동물은 사람이랑 달라서 사람이 먹는 걸 다 주면 안 되거든. 그러니까 우리 친구들도 노랑이, 까망이가 귀엽다고 먹던 과자나 초콜릿 같은 거 주면 안 돼요. 노랑이, 까망이는 수녀님이 먹으라고 한 것만 먹어야 돼. 알았지?”
아기들이 눈물 글썽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에.”
수녀님의 말이 이어졌다.
“은우가 사 온 간식은 고양이용이 맞는데, 지금 까망이랑 노랑이는 어려서 우유를 먹고 있으니까 지금은 우유를 먹어야 해. 그리고 좀 더 지나면 불린 사료를 먹을 거고. 너무 어릴 때부터 간식을 먹으면 사료를 안 먹게 돼서 안 돼. 그러니까 저건 나중에 주자.”
아기들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휴우 안 주겨서 다행이다.”
“그러니꺄. 우리 노량이 까먕이 오래 사라야 대.”
“내 보뮬.”
“우리 귀염듕이.”
수녀님이 젖병을 치우면서 말했다.
“이제 젖을 다 먹었으니 한동안은 쉬어도 되겠다. 노랑이랑 까망이.”
혜린이가 수녀님께 물었다.
“그럼 노량이랑 까먕이랑 놀아두 대요?”
“아기들이라서 아직 피곤하니까 조금만 놀도록 해. 그리고 만지면 안 된다. 너무 많이 만지면 고양이 스트레스받아서 죽어.”
“네에.”
혜린이는 죽는다는 말에 놀랐는지 금세 시무룩한 표정이 되었다.
수녀님이 다시 말을 이었다.
“많이 만지지 말란 말이야. 아직 아기여서 그렇지 한 달만 지나도 많이 튼튼해질 거야. 그러니까 너무 걱정 말고. 너희들이 예뻐하고 걱정해서 노랑이랑 까망이는 오래 살 거야.”
“헤헤헤헤.”
혜린이가 금방 다시 웃었다.
수녀님이 젖병을 치우러 간 사이 아기들은 둘러앉아 노랑이와 까망이를 보고 있었다.
“수녀님이 만지지 말래떠. 보기먄 해야 대.”
아기들은 혜린이의 말에 따라 모두 가만히 있었다.